구조적 유불리 떠안은 수험생 '속수무책'

[베리타스알파=강태연 기자] 6월모평이후 인문계열 수험생들의 수능최저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6월모평에서도 통합형수능이 문과생에게 구조적으로 불리하다는 사실이 전문가 분석으로 확인되고 절대평가 영어마저 100% 간접연계의 위력으로 1등급충족가능성이 떨어지면서 올해 수시의 최대관문인 수능최저 충족 여부가 불투명해 졌기 때문이다. 수학/국어 과목에선 평가원이 선택과목간 유불리 문제를 의식해 ‘공통과목을 다소 어렵게, 선택과목은 다소 평이’하게 출제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으로 인문계열이 불리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여기에 첫 100%간접연계 방식으로 변경된 영어 역시 절대평가임에도 불구하고, 1등급 비율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면서 문과 수험생들의 수능최저 충족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자연계열 중에서도 미적분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3,4월 모의고사 성적을 분석해보더라도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들의 공통과목 점수가 높게 나오고, 원점수 조정과정에서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부분 확률과통계를 선택하는 인문계열의 경우, 상위 등급을 받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선택과목별로는 미적분 기하 확률과통계 순으로 등급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위권 대학만 보더라도 수학을 가/나형으로 구분해 응시하던 수능방식에서는 (나)형 응시자가 많고, 상위 등급자가 많이 형성되다보니 인문계열에 등급합 기준이 더 높은 특징이 올해도 동일하게 유지된다. 고려대 학종 일반-학업우수형만 보더라도 인문 국수영탐 4개 등급합 7(한국사 3등급), 자연 국수영과탐 중 4개 등급합 8 등 인문계열의 등급합이 더 높은 특징이다. 그 결과 올해 인문계 수험생들은 전년 대비 수시에서 수능최저 기준 충족이 어려울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문과생들이 지금 당장 선택과목을 변경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다 당국도 통합형 수능이 수능최저 완화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고 대학역시 충분한 데이터 없이 수능최저완화를 요청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2차례의 학평과 평가원의 6월 모평에서 문과 불리의 구조적 문제가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수험생들은 한마디로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통합형 수능 영향에 따른 수능최저 완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대한교육협의회(대교협) 및 교육당국은 고려할 사항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한 대교협 관계자는 “이번주 공개되는 변경사항은 코로나19 영향에 의한 변동사항으로, 통합형 수능과는 관계없다”며 “통합형 수능 유불리 문제는 사전예고제에도 위배되는 내용이며 완화 등이 이뤄질만한 고려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대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균 수능최저 완화를 검토 중이지만, 미달이 발생하는 지균에 한정하는 만큼 통합형수능의 영향을 감안한 내용이라 보기는 어렵다. 일부 대학에서는 향후 전반적인 수능최저 완화 흐름이 있을 것이라 예고하기도 했지만, 기존 수능최저 충족이 어렵거나 수능 절대평가 확대 추세를 고려한 것으로 통합형 수능 영향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들 역시 첫 시행되는 통합형 수능인 만큼 분석할 자료/통계가 부족해 무조건적인 수능최저 완화 움직임을 보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6월모평의 통계데이터가 나오는 시점은 성적공개가 되는 30일에나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수요자 배려 차원인 사전예고제가 통합형 수능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의견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사전예고제에는 ‘수요자 배려 차원’이라는 목적이 있다. 현재 상황에서 첫 시행되고 있는 통합형 수능 영향에 의해 선택과목별 유불리가 계속 확인되는데, 평가원이 수능 난이도를 잘 조절할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상황을 끌고간다는 것이 수요자 배려인지 의문”이라며 “현재 상황을 그대로 이어간다면 3,4월 모의고사 이후 우려했던 대로 인문계 학생들을 첫 시행하는 통합형 수능의 보완점을 찾는 시범사례로 취급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6월모평에서도 통합형수능이 문과생에게 구조적으로 불리하다는 분석이 계속되면서, 문과 학생들의 수능최저 충족여부에 비상이 걸렸다. 입시기관들은 6월모평에서는 선택과목에 대한 유불리 문제를 의식한 공통과목에 대한 변별력 강화가 있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문제는 점수보정체계가 적용된 이후에 선택과목들 간 유불리는 가중될 것으로 보이며, 인문계 학생들은 선택과목을 변경하기도 어려워 유불리 문제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고 수능을 치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6월모평에서도 통합형수능이 문과생에게 구조적으로 불리하다는 분석이 계속되면서, 문과 학생들의 수능최저 충족여부에 비상이 걸렸다. 입시기관들은 6월모평에서는 선택과목에 대한 유불리 문제를 의식한 공통과목에 대한 변별력 강화가 있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문제는 점수보정체계가 적용된 이후에 선택과목들 간 유불리는 가중될 것으로 보이며, 인문계 학생들은 선택과목을 변경하기도 어려워 유불리 문제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고 수능을 치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문과 2022수시 비상 ‘수능최저 충족’.. 유불리 존재 ‘수학’, 간접연계 ‘영어’>
올해 인문계 학생들에게는 수능최저 충족여부가 대입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수학의 경우 통합형 수능이 도입되는 시점부터 제기된 ‘선택과목 유불리’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고, 100%간접연계로 바뀐 영어역시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6월모평 결과발표가 진행되지 않은 시점에서 현재까지 확인된 내용은 ‘선택과목 간 유불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유불리를 온전히 해소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고, 올해부터 도입되는 점수보정체계 역시 인문계열 학생들에게 불리한 조건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6월모평의 경우 선택과목 유불리 문제를 인식해 선택과목보다는 공통과목에 변별력을 둔 문항을 출제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후 적용되는 점수보정체계에 의해 유불리가 더욱 가중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점수보정체계는 학습분량이 많고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여겨지는 선택과목을 응시한 수험생 집단의 공통과목 점수가 평균적으로 높을 경우, 선택과목 점수 역시 다른 선택과목을 응시한 수험생들에 비해 상향 조정되는 구조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의 불이익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으나, 미적분/기하를 응시한 학생들이 공통과목에서 높은 점수를 선점하면 인문계 학생들의 수학성적이 예상보다도 더 낮아질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5월 종로학원하늘교육(종로학원)이 3,4월 학평을 분석한 ‘문이과 유불리 분석’ 결과에 따르면 같은 원점수를 맞고도 이과학생 표준점수가 더 높게 나타났다. 3월학평에서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학생은 원점수 100점 중 88점에 표준점수 140점을 맞은 반면,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은 원점수가 88점으로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표준점수가 146점으로 6점 더 높았다. 4월학평 역시 확통에서 원점수 77점을 맞은 학생은 133점의 표준점수를 맞았지만,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은 137점으로 4점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아직 반수/재수생을 비롯한 N수생이 포함되지 않은 결과로, N수생의 경우 기존 인문계였던 수험생들도 선택과목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역 고3 인문계열 학생들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간접연계로 전환돼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영어의 경우, 영어의 경우 인문/자연계 모두에게 해당되는 내용이지만 이미 수학에서 불리함을 느끼고 있는 인문계열 학생들에게는 더 큰 부담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입시기관들의 6월모평 분석에 의하면, 영어는 EBS 연계율 변화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발휘된 영역으로 보인다. 1등급 비율이 12.66%일 정도로 쉬웠던 지난해 수능보다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영어는 올해부터 100% 간접연계로 출제되는 영역이다. EBS 교재의 지문을 그대로 활용한 직접 연계 문항이 제시되지 않아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가 더 높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전년 수능 1등급 인원의 절반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볼 정도다.

<대교협 수능최저 완화 '고려대상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통합형 수능에 따른 인문계 학생들의 구제방안 구축여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서울대에서는 지균전형 수능최저를 완화한 것처럼, 선택과목 유불리 문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대학 측에서는 ‘선택과목 유불리’에 따른 수능최저 완화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서울대의 경우 지균 수능최저 완화를 검토 중인 상황이지만, 지균에 한정된 완화 추진인 만큼 통합형 수능 영향에 의한 조치는 아니다. 

대학 입장에서는 섣불리 수능최저를 완화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통합형 수능이 처음 도입된 만큼, 대학에게 수능최저 완화를 고려하기 위한 분석 자료/통계가 없을뿐더러 현재까지 공개된 3,4월 모의고사 결과 정보 역시 제한적이다. 현재는 통합형 수능체제와는 별개로 수능최저가 높다는 현장의견 수렴 및 수능 절대평가 확대 추세에 따른 향후 전반적인 수능최저 완화 흐름은 있는 상황이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전형이라는 것이 몇 년 시행하고 추이를 살펴보고 문제점 파악도 해야 하는 건데, 지금은 분석할 자료나 통계도 없다. ”올해 결과를 살펴보고 2023은 내년에라도 (대교협 승인을 받아) 바꿀 수 있으니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이 보다 적극적으로 수능최저 완화를 검토할 수 있으려면 모의고사 결과가 보다 상세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교육청 주관으로 실시한 3월학평의 분석결과가 선택과목별 유불리를 판단하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명확한 근거자료 없이 수능최저 완화를 고려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3월학평 분석결과에 대해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수학에서 미적분 선택집단이 가장 우수하고 다음이 기하, 확률과 통계 선택자가 성적이 가장 낮다는 정도 밖에 알기가 어렵다”며 “선택과목 집단별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공개하는 것이 수험생들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데 3월학평 채점결과에서는 선택과목 집단별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을 합친 총점의 평균과 표준편차만 공개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대학에서 통합형 수능에 따른 수능최저 완화 움직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대교협 및 교육당국의 대처가 아쉽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통합형 수능 선택과목 유불리 문제에 대한 방안으로는 점수보정체계와 평가원의 출제 난이도 조절뿐이다. 다만 점수보정체계는 오히려 유불리를 가중시킬 수 있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고, 평가원 난이도 조절은 수능 이후 확인되는 만큼 인문계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킬 수 있는 방안은 아니다. 결국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태가 수능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다른 대안으로 생각해볼만한 내용은 수능최저 완화 방안이지만, 통합형 수능 선택과목 유불리에 의한 수능최저 완화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수능최저 완화 등의 변경사항이 될만한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각 대학은 입학 연동 3월을 기준으로 1년10개월 전까지 대입전형시행계획을 수립해 공표해야 하고, 이후 변경은 천재지변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수요자 배려 차원이 목적이라면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통합형 수능과 점수보정체계가 맞물리면서 선택과목의 유불리가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에, ‘평가원이 수능 난이도를 잘 조절할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수요자를 배려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공통과목과 선택과목 간 난이도 간극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인문계 학생들이 통합형 수능의 ‘실험대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상황에 어떤 방향이 현실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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