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0.1%] 2015 서울대 수의예과 수시 우선선발 김태현(광주서초-광주서석중-광주서석고)

[베리타스알파 = 박은정 기자] 김태현(19)군은 동물은 물론 주인의 마음까지 치료해주는 수의사를 꿈꾼다. 인간이 동물을 통해 책임감을 기르고 동물은 인간의 보살핌을 통해 자라남을 알게 됐고 인간과 동물 간의 상호작용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건강’이 필수조건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동물의 건강을 보살피며 주인의 마음까지 치료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자 수의사란 직업을 선택한 셈이다. 수의사가 단순히 동물을 치료해주는 직업이 아닌, 동물의 죽음에 대한 독점권을 갖고 있음도 깨달았다. 동물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생명까지 보호하려는 김군의 마음자세는 사정관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을 법하다.

 

 

 

<인간과 동물의 공존에 힘쓰는 수의사>어릴 적부터 주말마다 시골에 내려가 동물을 보살폈던 김태현군은, 생명과학을 접하면서 인체의 신비에 눈을 뜨게 됐다. “아버지께서 ‘어릴 때 아니면 시골에 자주 내려갈 수 없다’며 주말마다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데리고 가셨다. 시골에 갈 때마다 동물들을 보살폈다. 동물을 보살피며 인간과는 다른 동물만의 매력에 빠졌다. 나는 처음 보는 사람을 접할 때 많이 낯설어 한다. 하지만 동물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행동만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동물에 대한 마음이 커 갈 때쯤 학교에서 배운 생명과학 이론을 접하게 됐다. ‘물화생지’ 가운데 생명과학이 가장 재미있었다. 몸에서 일어나는 소화, 순환, 배설 등이 어떻게 작동하고 면역체계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책에서 배운 이론들이 우리의 몸과 동물에 몸에서 작용되고 있다는 점이 신비로웠다.”

김군은 수의학이 동물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다리 역할을 해주는 학문이라는 것임을 깨달았다. ‘동물은 물론 주인의 마음까지 치료해주는 수의사’라는 포부까지 가지고 있다. “<내 어깨 위 고양이 Bob>을 읽으면서 동물과 인간이 서로 주고받는 긍정적인 힘에 대해 알게 됐다. 책 속의 주인공은 마약중독에, 집도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길 고양이 Bob을 만나면서 동물을 보살펴야겠다는 책임감을 배우게 되고, 마약중독에서 벗어나게 됐다. 사람이 동물한테 조그만 거처를 만들어주면 동물도 그 만큼의 에너지를 전달해줬다. 동물과 사람의 관계에서 무조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동물과 인간이 건강해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향후 동물의 건강을 보살피면서 동물이 사람의 마음까지 치료해줄 수 있도록 기여하는 수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됐다.”

수의사가 동물과 사람 간의 관계를 이끌어주는 긍정적인 역할도 하지만, 동물의 죽음에 대해 독점권을 가진다는 점에서 막중한 책임감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서울대에서 주최하는 ‘고교생 수의학 아카데미(고수아)’에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 수의학에 대한 강연을 듣고 동물병원과 실험실을 견학했다. 그 때 이항 교수님께서 “앞으로 여러분들은 삶과 죽음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라고 하셨던 말씀이 인상깊었다. 수의사는 환축에게 병의 경중에 따라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신과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수의사에게 큰 독점권이 주어져 있는 만큼 삶과 죽음에 대한 더 깊은 성찰과 생각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를 읽으며 수의사란 직업에 대해 폭 넓게 생각해보기도 했다. “수의사란 직업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이 책을 읽게 됐다. 수의사를 떠올리면 동물병원에서 개, 고양이들을 진료해주는 의사라고 생각했었다. 책을 읽으면서는 수의사가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았다. 마사회에 들어가기도 하며, 약 개발을 위해 연구원이 되기도 하고, 치료견을 훈련하는 사람 등 다양한 직업들이 많았다. 나아가 ‘이구아나, 거북이 같은 동물들의 해부 구조는 어떻게 생겼을까’ ‘동물병원을 어떤 식으로 경영해야 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책을 읽으면서 생겼던 의문들을 수의대에 진학해 알아보려고 한다.”

김군은 동물병원 의사를 넘어서 최종적으로 수의학을 널리 알리기 위해 교수라는 꿈을 갖고 있다. “고2 때 교내에서 진로탐색의 날 행사가 진행됐다. 진로탐색의 날 행사는 실제 직업세계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을 초청해 강연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수의사에 대한 강연을 듣고 싶었으나, 수의사 강의가 개설되지 않아 의사 강의를 들어야만 했다. 평상시에 수의학이 의학, 약학보다 덜 알려져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려웠던 경험이 있어 수의학을 열심히 공부해서 책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책을 쓴 것을 통해 학생들에게 강연하면서 수의학에 대해 널리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교과서 이론, 눈으로 확인>
김군은 고교시절 교내 생물반에 가입해 동물 해부실험을 하면서 수업시간에 교과서로 배웠던 이론을 눈으로 다시 확인했다. “수의사란 직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학교 동아리 활동을 하기 위해 생물반에 들어갔다. 생물반에서는 수업시간에 진행할 수 없는 다양한 실험들과 장기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특히 돼지의 심장, 콩팥, 폐, 소의 눈을 직접 해부하고 구조를 낱낱이 관찰하는 해부 실험이 가장 인상 깊었다. 돼지의 심장은 사람의 심장과 비슷해 해부실험을 할 때 가장 유익했다. 심장을 관찰하면서 생명과학 시간에 배웠던 좌심실, 우심실 등을 살펴봤다. 하지만 실험이 관찰하는데만 그쳐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고등학교 실험실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눈의 시신경이나 폐의 폐포, 콩팥의 네프론 등 장기의 세부적인 구조 등을 더 자세하게 확인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들었다. 호기심이 수의대에 진학하고 싶다는 생각을 더 키워줬다.”
서울대 농생대 캠프에도 참여해, 생명과학 실험의 체계와 논리를 직접 경험했다. “학교 활동을 통해 지식을 쌓아가는 것도 좋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는 실험을 하고 싶어 서울대 농생대 캠프에 참여하게 됐다. 20명의 친구들과 ‘Plasmid DNA와 제한효소’라는 주제로 캠프에 참여했다. 캠프에서는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대장균을 녹색 형광이 나도록 형질 전환시키는 실험과 DNA 지문을 분석하는 실험을 했다. 캠프를 통해 글로만 배웠던 이론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캠프 때 배운 내용이 생물Ⅱ를 배울 때 나왔다. 교과공부를 할 때도 직접 경험한 것을 떠올리며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인체의 신비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김군은 더 많은 정보들을 알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아 나섰다. “생명과학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기 위해 ‘네이버 캐스트’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했다. 역사, 경제, 과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써놓은 글들을 읽어볼 수 있었는데, 다양한 서비스 가운데 ‘생물산책’ 코너를 즐겨봤다. 다양한 주제의 수 많은 글들을 읽으며 학교 교과 내용 외의 새로운 분야에 대한 지식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꼈다. 특히 ‘개의 심장을 파괴하는 기생충’인 심장사상충에 대한 글은 기생충에 대한 관심을 일으켜, <서민의 기생충열전>이라는 책을 찾아보게 만들었다. 생명과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넓혀가면서 새롭게 배우게 된 내용을 노트에 정리하기도 했다. 우주에 대한 내용과 심리에 대한 내용 등 교과서에서 쉽게 배우지 못하는 내용을 꼼꼼하게 적어뒀다. 덕분에 고3 때 교내과학경시대회 생명과학분야에서 금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노트정리’법으로 독파한 공부>
모든 것에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것을 좋아하는 김군은, 꼼꼼한 성격으로 생명과학의 모든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항상 배운 것들을 노트에 꼼꼼하게 정리하는 습관을 길렀다. 다른 사람의 정리 스타일을 따라가기보다 나에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택했다. 생물은 인체 기관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림을 그려가며 외웠다. 기관을 하나하나 그려가며 어떤 과정을 통해 돌아가는지 이해하려고 했다. 노트 정리를 통해 큰 뼈대를 잡은 후 문제를 많이 풀었다. 틀린 문제가 있다면 보기 하나하나를 책으로 찾아가면서 부족한 부분을 메웠다.”

특히 어려워했던 수학은, 오답노트를 활용하며 공부했다. “수학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학문이었다. 수학이 항상 어려워 선생님을 붙잡고 끈질기게 여쭸다. 선생님의 문제풀이 방식을 따라 하려고 노력했었다. 문제를 풀 때면 오답노트를 꼭 만들어서 다시 풀어봤다. 노트에 틀린 문제를 쓴 후에 빨간 색으로 이 문제에서는 어떤 부분을 주의해야 하는지 Tip을 적어뒀다. 내가 직접 답지를 만든다는 식으로 문제풀이 과정을 꼼꼼하게 다시 적었다. 이후 내가 써 놓은 풀이과정을 포스트잇으로 가려놨다. 일주일 뒤 포스트잇에 문제를 다시 풀었다. 문제를 다시 풀면서 내가 기억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까먹었는지를 확인했다.”
김군은 자신이 정리한 내용을 주위 친구들과 공유하며 지식 나눔의 기쁨을 배웠다. “주위 친구들이 문제를 풀다가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나를 찾아오곤 했다. 그 중 국어와 영어는 정말 잘하는데 수학 성적이 잘 안 나오는 친구가 있었다. 열심히 공부하려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이는 친구였기 때문에 이 친구가 물어보러 올 때마다 성심 성의껏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한 번은 이차곡선 단원에 대해 어려워하기에, 이차곡선 공식을 정리한 노트를 빌려줬다. 이후 친구가 4월보나 6월 모의고사 성적이 올라 고맙다고 했을 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나누는 것의 기쁨을 알게 됐다. 앞으로 대학교에 진학한 후 수의학 아카데미 멘토로 참여해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작은 다짐도 하게 됐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지금까지 해온 활동들을 꼼꼼하게 정리해 교내 ‘포트폴리오 경진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학년을 마치고 학교생활을 하면서 지금까지 해온 활동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침 학교에서 ‘포트폴리오 경진대회’라는 대회가 열려 정리한 것을 토대로 대회에 참가했다. 대회는 ‘꿈을 키워가는 달팽이 집’이라는 포트폴리오에 자신이 한 활동들을 제출하는 대회였다. 나는 포트폴리오의 내용을 수의사란 직업에 맞춰 구성해, 2년간의 학교 생활 동안 한 활동들을 정리했다. 정리할 것이 많아 꽤 두꺼워진 포트폴리오를 보며 ‘내가 의미 있는 활동들을 꽤 많이 했구나’란 생각이 들어 뿌듯하기도 했다. 선생님들께서는 다른 친구들에게 ‘포트폴리오를 만들려면 태현이 것을 봐라’라고 하시며 칭찬을 해주시기도 했다. 대회에서 금상까지 받으면서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습관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자소서, 송곳처럼 써라>
김군은 자소서 작성시 자신의 진로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자소서를 쓸 때 마치 송곳처럼 수의사란 꿈이 명확하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수의사에 대한 나의 생각과 가치관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자소서 2번문항과 4번문항에 심혈을 기울였다. 2번문항에는 내가 수의학에 관심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했다. 교내 생물반, 고수아 활동 등을 담아 교내 외에서도 수의학을 위해 활동을 했었다는 것을 피력했다. 도서관련 4번문항은 모두 수의학에 대한 책을 선정했다. 다른 친구들은 한 분야의 책만 고르지 않고 인문/자연 등 여러 분야의 책을 선정했지만 나는 수의사란 꿈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던 책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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