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학교 8개교 '의대진학 제재 강화 방안'.. '서약서 서명해야 원서접수 가능'

[베리타스알파=유다원 기자] 영재학교/과고 학생의 의약학계열 대학 진학을 방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영재학교와 과고는 과학 분야의 우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의약학계열 대학 진학 실적을 보유, 학교 설립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강득구(민주) 의원은 영재학교와 과고 출신학생의 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진학을 방지하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5일 밝혔다. 강 의원은 "영재학교나 과고가 정부의 예산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학생들이 과학 분야가 아닌 의약학 계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자 다른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라고 강조하며, "설립 취지처럼 과학 분야 우수 인재를 육성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본 법안이 통과될 경우 영재학교와 과고를 졸업한 학생들의 의약학계열 진학이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영재학교 졸업생의 의대진학 문제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2019학년 베리타스알파가 자체조사한 결과, 영재학교 8개교의 의대진학인원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 전체 졸업생이 7.5%인 61명이 의대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재수생 인원이 완전히 파악되지 않은 2019년 2월 조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과고는 23.8%(의대진학자 31명/졸업생 130명)의 의대진학율을 기록, 졸업생 4명 중 1명이 의대에 진학한 것으로 파악돼 충격을 준 바 있다. 경기과고 8.3%(10명/120명), 대전과고 6.9%(6명/87명), 광주과고 5.4%(5명/93명), 인천영재 5.3%(4명/75명) 등이다. 영재학교 8개교는 2020학년부터 의약학계열 진학 실적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2021학년 서울대 정시모집에 영재학교 출신 N수생 규모가 확대됐다는 점을 고려, 영재학교 학생들의 의학계열 진학 역시 2019학년과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고등 교육과정과 상이한 영재학교 교육 특성상, 영재학교 출신 학생들은 대부분 재수를 통해 의대진학을 꾀하기 때문이다. 

작년 8월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공개한 보고서 역시 영재학교 출신 학생들의 의학계열 진학 결과를 담고 있다. '한국영재교육종단 연구의 고등교육 단계 조사설계 연구' 결과 발표에 의하면, 영재학교 졸업생의 19.3% 규모인 65명이 의학계열 진학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영재학교 졸업생 3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한국교육개발원은 보고서를 통해 "비이공계 진학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적/제도적 장치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영재학교/과고 학생의 의약학계열 대학 진학을 방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사진=한국과학영재학교 제공

<영재학교 8개교 '의대진학 제재 강화 방안'.. '여전히 실효성 의문'>
올해부터 영재학교 입학전형 응시를 희망하는 지원자와 보호자는 응시원서에 명시된 제재 방안에 서약해야 원서접수가 가능해진다. 현재 영재학교 재학생에게도 학교별 상황에 맞게 제재 방안을 최대한 적용, 영재학교 설립 목적에 따라 이공계 진로/진학지도를 강화한다.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이뤄지던 기존 제재들을 통합, 보다 면밀한 조치가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영재학교 8개교 모두 최근 공개된 모집요강을 통해 강화된 의약학계열 제재방안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각 학교가 모집요강을 통해 공개한 제재방안으로는 진로/진학 미실시, 정규 수업 시간 외 기숙사/정독실 이용 제한, 교육비/장학금 환수 등이 있다. 또한 의약학계열 지원을 희망할 경우 학생부Ⅱ를 제공한다. 학생부Ⅱ는 교과학습발달상황은 학점으로 표기되지 않고 석차 등급이 제공된다. 연구/리더십 활동 등 영재학교에서 추가로 운영되는 교육과정은 반영되지 않으며, 창의적체험활동 등 일부 항목은 공란 처리된다. 

전문가들은 이미 선행되고 있던 제재 방안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영재학교 8개교 모두 이전부터 장학금 회수/추천서 작성 금지 등의 조치를 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재학교 학생들의 의약학계열 진학률이 갈수록 증가했기 때문이다. 기숙사/독서실 사용 금지, 일반고 전출 등의 방안 역시 재학생에게만 해당된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등 교육과정과 상이한 영재학교 교육 특성상, 영재학교 출신 학생들은 재수를 통해 의대진학을 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교 차원의 해결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영재학교 출신의 의약학계열 진학을 막기 위해서는 사실상 의대 측의 제재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영재학교는 내신경쟁이 어렵고, 정시를 준비하는 교육과정이 아니어서 현재 의대로 진학하는 학종/내신 정시 등과는 맞지 않다. 의대진학이 적합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지원을 하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대학 측에서 대학 측에서 영재학교/과고 학생들이 지원할 수 없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셈이다. 

2022학년부터 달라지는 대입정책 역시 영재학교 출신의 의대행을 부추기고 있다. 작년 7월 정부 발표에 의하면 2022학년부터 의대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 대폭 확대가 이뤄진다. 약대 37개교가 모두 2022학년부터 6년제 학부전환을 시행한다는 점 역시 의약학계열 진입에 대한 수요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무작정 모집인원을 늘릴기 앞서 대입정책 전면수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부터 도입되는 통합형수능의 경우 자연계 학생들에게 훨씬 유리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통합형수능에 적용되는 점수보정체계는 수학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운 미적분이나 기하를 응시한 학생들에게 공통과목 역시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자연계 최상위권인 영재학교 학생들의 정시 유입이 더욱 수월해졌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의약학계열은 수시/정시에서 수능을 요하는 전형이 대다수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부터 상위대학을 기준으로 정시확대 기조가 본격화됨에 따라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약학계열 진학 희망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영재학교 8개교 2022전형일정.. '6월1일 동시개막'>
올해부터 교육부의 영재학교 입학전형 개선방안이 적용됨에 따라 영재학교 입시가 기존 3월부터 8월까지에서 6월부터 8월까지로 조정됐다. 8개교 모두 6월1일 원서접수를 동시에 시작하며, 서류 합격자 발표일 역시 7월2일로 동일하다. 매년 8개교가 동시에 실시하는 2단계 영재성검사는 7월11일 진행된다. 이후 학교별로 8월8일부터 15일까지 3단계 캠프를 진행한 후 합격자를 선정한다.  

정원내 모집인원은 789명으로 8개교 모두 작년과 동일한 모집규모를 보인다. 정원외 모집 역시 73명으로 작년과 동일하지만, 세종영재 모집인원에 일부 변화가 생겼다. 세종영재는 2명 이내로 모집하던 정원외 지역우수자를 폐지했지만, 작년까지 2명 내외를 모집하던 사회통합 모집인원을 4명으로 늘리며 총 모집인원은 동일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지역인재 우선선발 제도가 대폭 확대된다. 교육부의 '영재학교/과학고 입학전형 개선방안'에 따라 지역인재 정원외 10% 선발이 권장됐기 때문이다. 작년의 경우 광주과고만 정원 내에서 지역인재 선발을 진행했다. 일반모집45명, 지역인재45명 규모였다. 올해부터는 한국영재를 제외한 7개교에서 지역인재 우선선발 제도를 도입, 총 313명 이내를 모집하게 된다. 서울과고가 84명으로 지역인재 우선 선발인원이 가장 많으며, 경기과고47명 세종영재45명 대구과고44명 인천영재40명 대전과고34명 광주과고19명 이내다. 전국단위45명, 지역인재45명을 모집하는 광주과고의 경우 전국단위 전형 안에서 지역인재 우선선발을 통해 19명을 별도 선발하는 특징이다. 사실상 지역인재 최다 모집이라 볼 수 있다. 한국영재는 영재학교 8개교 중 유일하게 별도의 지역인재 모집을 진행하지 않는다. 공개된 모집요강에 따르면 '선발 최종 단계에서 미선발 지역 학생을 선정심사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선발할 수 있음'이라고 명시된 모습이다. 별도의 지역별 선발인원을 두지 않고, 3단계에서 미선발 지역 학생에 대한 선발심사를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대체로 작년과 비슷한 전형방법을 유지하는 가운데 인천영재와 대전과고 등에서 일부 전형방법이 변경됐다. 인천영재는 2단계 영재성검사 문항수를 축소하고, 3단계에서 인문/예술 융합소양평가를 실시한다. 2단계 영재성검사는 융합 창의적 문제해결력 검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정답 개방성이 높은 문항의 출제를 확대하겠다는 설명이다. 대전과고는 정원외 모집에서 전형방식을 변경했다. 기존 2/3단계 전형을 하나로 통합하는 식으로 전형을 진행한다. 1단계 전형은 학생기록물 평가로 정원내 모집과 동일하지만, 2단계에서 소집면담평가와 영재성 다면 평가를 진행한 후 소집면담/영재성 다면 평가 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9명 이내 선발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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