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귀를 끓여서 3년째 드시는 분이 오셨다. 인터넷 어디선가 다리에 쥐가 날 때 당귀를 달여 먹으면 좋다는 글을 보신 후에 계속 마신다고 한다. 지금은 종아리 경련 증상이 없지만 몸에 좋을 것이란 생각으로 매일 한두 잔을 상복하고 있다는 것.

황치혁 한뜸 한의원 원장
황치혁 한뜸 한의원 원장

이런 분들에게 꼭 해주는 말이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뜻으로 쓰이지만 정확한 해석은 ‘지나침은 부족함과 같다’이다. 세상사 모든 일에 적용이 되는 말이지만 건강에도 정확히 적용된다. 요즘은 부족해서 생기는 병보다 지나쳐서 생기는 병이 훨씬 더 많다. 

건강기능식품도 마찬가지이다. 지나치면 문제가 생긴다. 홈쇼핑에서 좋은 한약, 건강기능식품이라고 몇 달분을 파는 경우가 있다, 본인의 몸에 필요한 성분이 들어 있는 것이라면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필요한 양을 몸에 다 채워 넣고도 계속 먹는다면 어떻게 될까. 체내에 흡수되었지만 쓸데가 없는 성분들이라면 결국 몸 밖으로 배출을 시켜야 한다. 자칫 몸에 쓰레기를 쌓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마시는 것들을 조심해야 한다. 씹어 먹어야 하는 음식물들은 과하게 먹기 힘들다. 불고기를 좋아해도 세끼 연속으로 먹으면 질리게 마련이다. 먹기 싫어진다. 맛으로 우리 몸에 그 음식물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사인이 확실히 나타난다. 하지만 마시는 것은 좀 다르다. 입에서 거부할 사이도 없이 목으로 넘어간다. 워낙 맛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복용한다. 결국 몸에 부담을 주게 된다. 특히 지용성 물질들이 우리 몸으로 지나치게 들어오면 간이 이것들을 분해해서 내보내야 한다. 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몸을 따뜻하게 만드는 좋은 차로 인삼차나 계피차, 생강차 등이 있다. 인삼은 정기 즉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소화기도 강화시키는 좋은 약재다. 약의 성질도 따뜻해서 감기예방에는 아주 좋은 약이다. 계피차도 성품이 따뜻하고 매워서 몸이 찬 분들에겐 좋고, 생강차도 위를 자극하는 것은 물론이고 몸을 덥혀 줄 수 있어 봄가을의 음용차로 추천할 만하다.

하지만 이런 차를 마실 때에도 전문가들과 상의하지 않는다면 장기 복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특별한 병증도 없고 자기 몸에 맞는지도 확신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 가지 약재만 과도하게 복용하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삼은 온몸을 데워주기보다는 비위 즉 소화기를 따뜻하게 보(補)해 주는 약이다. 아랫배가 차거나 다리가 찬 경우엔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진 못한다. 인삼이 좋다고 계속 복용한다면 몸에 열(熱)이 조장되어 쉽게 짜증이 날 수 있다. 지나치면 코피가 나기도 하고 열을 싫어하는 간(肝)이 나빠질 수도 있다. 

계피는 한의사들이 쓸 수 있는 약재 중에 아주 뜨거운 약이다. 수정과에 들어가는 음식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계피는 배꼽 위아래 부분의 냉증을 다스리는 중요한 약재다. 아랫배는 차면서 상열증상이 있는 분들은 계피차를 오래 드셔도 좋지만 냉증이 없는 분들은 피하는 게 좋다. 

건강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서 판단하기 힘들어도 얼마든지 넘치지 않게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나를 쭉 드시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번갈아 드시면 지나치게 복용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잘 모르겠으면 이것저것 골고루 드시면 된다는 말이다. 

운동이 지나쳐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이 운동이 과해서 관절의 통증으로 내원하는 케이스가 많다. 최근에 무릎과 발목의 통증으로 내원하신 60대 중반의 여자환자 분은 하루에 3만보를 걸으신다고 한다. 과체중에 당뇨와 고혈압도 약을 드시기 직전의 경계치여서 운동을 시작하셨단다. 비가 와도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 걸어서 몸무게도 4KG이나 줄였고, 혈당과 혈압도 눈에 띄게 개선이 되었는데 관절에 통증이 생겼다는 것.  

“언제부터 통증이 있으셨어요”라고 물으니 ”열흘 전부터 조금씩 아프더니 증상이 점점 더 심해졌다“고 한다. 통증이 있었지만 참을 만했고, 몸무게가 주는 즐거움에 운동을 계속하셨다는 설명이다. 

운동을 할 때에 통증이 나타나면 근육이나 관절에 과부하가 가해졌다는 신호이다. 당연히 통증이 사라질 때까지 쉬어야 한다. 심혈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한 운동이라면 1시간 정도의 빠른 걷기로도 충분하다. 체중조절을 위한 걷기라도 천천히 늘려나가야 한다. 1만보를 1주일 정도 걸어보고 문제가 없으면 1000보 정도씩 늘려나가며 몸에 과부하가 가는지 잘 살펴야 한다. 운동 전후에 10분 정도의 스트레칭은 꼭 해야 한다. 운동 전의 스트레칭은 준비운동이고, 운동 후의 스트레칭은 피곤해진 근육을 풀어주는 마무리 운동이다.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을 충분히 하더라도 같은 운동을 매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근육에 피로가 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동지도를 하는 분들은 하루는 상체근육 다음 날은 하체근육운동을 하는 식으로 근육이 쉴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도 나이에 따라선 쉬는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30대 이하의 젊은 사람들은 과격한 운동을 해도 하루만 쉬면 근육의 활력이 되살아 날 수 있지만 50대를 넘어서면 하루 휴식으로 근육이 회복되지 못할 수도 있다. 본인의 운동 강도를 줄이거나 쉬는 날을 하루가 아니라 2일로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근력운동의 경우 운동을 시키는 근육을 2개부위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3개 그룹으로 나눠, 운동을 한 근육들은 2일 정도 쉬게 만들면 된다. 일주일에 6일 운동을 하는 기준이다. 만약 주 4일 운동을 한다면 2개 그룹으로 나눠 운동해도 특정근육이 1주일에 2회 정도 집중 운동하는 셈이 되므로 별 무리가 없다는 이야기다.

무리한 운동으로 건강을 해치는 정도가 아니라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드문 일이긴 하지만 마라톤을 하다가 사망했다는 보도를 가끔 접한다. 프로급 선수들이 참여하는 본격적인 마라톤 대회에선 거의 없는 일이지만 아마추어들이 참가하는 대회에서 일 년에 몇 번씩 벌어지는 일이다. 그 이유가 뭘까. 운동이 지나쳐서 생겨나는 일이다. 마라톤 경력이 짧으면서도 욕심을 내서 달리는 경우도 있고, 전 날의 과로나 음주 등으로 몸의 컨디션이 악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무리하다 변을 당한다. 자기의 신체능력을 넘어서는 운동보다는 약간은 모자라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모든 상황에 통용되는 건강법이 드물지만 ‘모든 일이 정도를 지나치면 오히려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말은 언제나 믿어도 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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