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 공동제재에 불과'.. '의대쪽 제재 불가피'

[베리타스알파=유다원 기자] 올해부터 영재학교 8개교의 의약학계열 진학 제재 방안이 강화된다. 영재학교 입학전형 응시를 희망하는 지원자와 보호자는 응시원서에 명시된 제재 방안에 서약해야 원서접수가 가능해진다. 현재 영재학교 재학생에게도 학교별 상황에 맞게 제재 방안을 최대한 적용, 영재학교 설립 목적에 따라 이공계 진로/진학지도를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8개 영재학교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영재학교 학생 의약학계열 진학 제재 방안'을 29일 발표했다. 공개된 제재 방안은 2022학년 입학전형 모집요강에 반영될 방침이다. 

제재 방안에 의하면, 영재학교 입학 후 의약학계열로 진학을 희망하거나 지원하는 학생의 경우 대학 진학과 관련된 어떠한 상담과 진학 지도도 받을 수 없다. 일반고 등으로의 전출이 권고되며, 정규 수업시간 외에는 기숙사와 독서실 등 학교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 영재교육을 위해 투입된 추가 교육비와 영재학교 재학 중 지급한 장학금은 모두 환수된다. 영재학교장 협의회는 "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이공계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학교로 영재학교 학생이 의약학 계열로 진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번 조치를 통해 영재학교의 사회적 책무성을 강화하고, 영재학교 학생들이 이공계 분야로 더 많이 진출해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큰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이뤄지던 기존 제재들을 통합, 보다 면밀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취지는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미 선행되고 있던 제재 방안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영재학교 8개교 모두 이전부터 장학금 회수/추천서 작성 금지 등의 조치를 행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재학교 학생들의 의약학계열 진학률은 갈수록 증가했기 때문이다. 기숙사/독서실 사용 금지, 일반고 전출 등의 방안 역시 재학생에게만 해당된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등 교육과정과 상이한 영재학교 교육 특성상, 영재학교 출신 학생들은 대부분 재수를 통해 의대진학을 꾀하기 때문이다.

2022학년부터 달라지는 교육정책 역시 영재학교 출신 의대행에 불을 지피고 있다. 올해 첫 적용되는 통합형 수능의 경우 수학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운 미적분이나 기하를 응시한 학생들에게 공통과목 역시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에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더욱 유리할 수밖에 없다. 여기다 정시 규모 증가와 의대정원 확대까지 가속화되며 영재학교 학생들이 졸업 후 재수를 택할 확률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다. 사실상 대입제도 개편과 함께 의대 측의 제재 조치가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고교의 해결방법은 제한적이라는 점을 봤을 때, 의대가 문제 해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실효성이 높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영재학교는 내신경쟁이 어렵고, 정시를 준비하는 교육과정이 아니어서 현재 의대로 진학하는 학종/내신 정시 등과는 맞지 않다. 의대진학이 적합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지원을 하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대학 측에서 영재학교/과고 학생들이 지원할 수 없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셈이다. 

교육부는 작년 11월 ‘영재학교 입학전형 개선방안'을 공개, 의약학계열 진학 제재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앞서 언급한 바 있다. 학교별로 실시 중인 의약학계열 진학 제재 방안을 학교 간에 공유함으로써 일관성 있는 이공계열 진학을 유도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학교별로 진행 중인 조치로는 장학금 환수/졸업시 포상 제외/교사 추천서 미발급 등이 있다. 영재학교 운영성과 평가지표에 이공계 진학비율을 포함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시/도 교육청과의 협업을 통해 의약학계열 진학 비율이 높은 학교의 관리를 강화한다는 것. 신설되는 영재학교 운영성과 평가에서 주요 평가지표로 활용될 예정이다. 영재학교 학교 운영 성과평가 제도 도입은 정책연구와 법령개정을 거쳐 '제5차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2023~2024)에 반영해 추진한다. 다만 운영성과 지표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 차원에서 충분한 제재 조치가 이뤄짐에도 불구하고 의약학계열 진학을 강행하는 학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학교 자체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올해부터 영재학교 8개교의 의약학계열 진학 제재 방안이 강화된다. /사진=한국과학영재학교 제공

<매년 되풀이되는 의대진학 이슈.. '정시 준비하는 N수생 갈수록 늘어날 것'>
영재학교 졸업생의 의대진학 문제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2019학년 베리타스알파가 자체조사한 결과, 영재학교 8개교의 의대진학인원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전체 졸업생의 7.5% 규모인 61명이 의대에 진학한 것이다. 재수생 인원이 완전히 파악되지 않은 2019년 2월 조사임에도 불구하고 서울과고는 23.8%(의대진학자 31명/졸업생 130명)의 의대진학율을 기록, 졸업생 4명 중 1명이 의대에 진학한 것으로 파악돼 충격을 준 바 있다. 경기과고 8.3%(10명/120명), 대전과고 6.9%(6명/87명), 광주과고 5.4%(5명/93명), 인천영재 5.3%(4명/75명) 등이다.

영재학교 8개교는 작년부터 서울대/의대를 포함한 진학 실적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2021학년 서울대 정시모집에 영재학교 출신 N수생 규모가 확대됐다는 점을 고려, 영재학교 학생들의 의학계열 진학 역시 2019학년과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고등 교육과정과 상이한 영재학교 교육 특성상, 영재학교 출신 학생들은 대부분 재수를 통해 의대진학을 꾀하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인 2021 서울대 정시에서 영재학교 출신 N수생 비중이 증가했다는 사실이 이러한 사실을 방증한다. 영재학교 N수생 출신 서울대 정시 합격자는 2020학년 2.3%(20명)에서 2021학년 3.1%(25명)으로 확대됐다. 정부의 정시확대 기조와 맞물려 영재학교를 졸업하고 재수를 통해 정시를 준비하는 인원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영재학교 관계자는 "선발과정에서 의대진학에 대한 불리함을 충분히 설명하고 각서 작성, 추천서 거부 등 학교차원의 조치를 최대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의대가 추천서 없이 지원가능할 뿐만 아니라, 특기자 전형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재 유출을 완전히 막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선발 주체인 의대의 해결의지와 학부모, 수험생들의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주장하며 의대진학을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런 경우 처음부터 영재학교로 진학하지 않았어야 한다. 의대준비는 국비지원이 따로 없는 자사고 외고 일반고 등에서 충분히 가능하다. 굳이 국가적 차원에서 이공계인재양상을 목적으로 하는 영재학교에서 의대 준비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인 상황인 것이다. 이공계 대학을 진학한다고 해서 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원천 차단되는 것도 아니다. 아직 의전원 진학도 가능하고 일반고 자사고 진학을 통해 의대 진학의 길은 열려 있다. 수험생/학부모들은 영재학교의 의대진학자들이 과학에 확고한 뜻이 있는 인재들의 교육기회를 박탈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대 채널 아웃'.. '입시 정보 투명하게 공개해야'>
전문가들은 사교육을 통한 입시준비가 보편화됨에 따라 영재학교 진학이 '의대가는 채널'로 통하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입시 정보를 비공개함으로써 수요자들을 사교육으로 몰아감은 물론, 영재학교 입시에서 사교육 영향권 내에 놓였던 학생들은 영재학교 진학 이후에도 사교육을 통해 의대진학을 준비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영재학교는 매년 되풀이되는 '깜깜이 입시'로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한 교육전문가는 "수요자들은 매년 전년도 요강을 통해 영재학교 입시를 준비한다. 하지만 당해 입시에서 어떻게 변경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정보를 토대로 입시를 준비할 수밖에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수요자들이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미리 공지하고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합당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예측이 어려워진다면 작은 변화에도 입시를 준비했던 수험생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년 실적을 비공개해 수요자들의 알 권리를 묵인한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투명한 실적 공개를 통해 수요자들에게 판단 잣대를 주고, 재수 등을 통한 의대진학을 억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매년 영재학교 출신 서울대 정시합격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학교에서 정시진학 인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지, 의대진학 인원은 몇 명인지 등에 정보를 제공해야 영재교육을 통해 이공계 인재로 성장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효성 의문'.. 전문가들 '의대 차원의 제재 방안 필요'>
전문가들은 고교의 해결방법은 제한적이라는 점을 봤을 때, 교육 전문가들은 의대가 문제 해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실효성이 높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영재학교는 내신경쟁이 어렵고, 정시를 준비하는 교육과정이 아니어서 현재 의대로 진학하는 학종/내신 정시 등과는 맞지 않다. 의대진학이 적합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지원을 하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의대 측에서 영재학교/과고 학생들이 지원할 수 없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셈이다. 

실제 영재학교 8개교 모두 이전부터 장학금 회수/추천서 작성 금지 등의 조치를 행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재학교 학생들의 의약학계열 진학률은 갈수록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장학금 회수와 의대 진학 중 전자를 택한 학생들에게 추가적인 제재를 가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형에서 추천서 평가를 시행하지 않는 의대가 많다는 점도 영재학교의 제재방안을 무력하게 하는 원인이다. 특히 2022학년부터는 학종 간소화 조치로 인해 추천서가 폐지된다. 사실상 2022학년 이후 영재학교 학생들의 의대 지원은 추천서 없는 학종의 확대와 함께 자유로워질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기숙사/독서실 사용 금지, 일반고 전출 등의 방안은 재학생에게만 해당된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등 교육과정과 상이한 영재학교 교육 특성상, 영재학교 출신 학생들은 대부분 재수를 통해 의대진학을 꾀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22학년부터 달라지는 교육정책 역시 영재학교 출신의 의대행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올해부터 도입되는 통합형수능의 경우 자연계 학생들에게 훨씬 유리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통합형수능에 적용되는 점수보정체계는 수학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운 미적분이나 기하를 응시한 학생들에게 공통과목 역시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자연계 최상위권인 영재학교 학생들의 정시 유입이 더욱 수월해졌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의대 정원 확대, 정시 확대 이슈 역시 영재학교 출신의 의대행에 불을 지핀다. 작년 7월 정부 발표에 의하면 2022학년부터 의대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 확대하게 된다. 14년간 3058명을 유지했던 의대정원이 3458명으로 확대되는 것. 약대 37개교가 모두 2022학년부터 6년제 학부전환을 시행한다는 점 역시 의약학계열 진입에 대한 수요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의학계열은 수시/정시에서 수능을 요구하는 전형이 대학 전체 모집정원의 80%를 넘어간다. 자연계 최상위권이 정시를 집중적으로 대비하며 의약학계열 진학을 노리는 대입전략을 전략적으로 구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22학년부터 영재학교 간 중복지원 금지.. ‘입학 경쟁 해소 목표’>
영재학교 8개교는 2022학년부터 입학전형을 일부 개선한다. 영재학교 간 중복지원 금지가 주된 골자다. 올해부터 영재학교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1개교만을 선택해 지원해야 한다. 중복지원에 따른 과도한 입학 경쟁 문제를 해소하고, 1단계 선발규모를 축소해 보다 심도 깊은 서류 심사를 진행한다는 이유다. 서울과고/대전과고는 전형 이후 모든 출제 문항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야 한다. 입학 관련 정보를 누구나 손쉽게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입학시험에서는 지필평가가 축소되고, 창의성 종합평가가 이뤄진다. 2단계 선다형/단답형 문항 출제가 평가점수 기준 30% 이내로 축소되며 문항 수 또한 수학10문항 과학25문항으로 제한된다. 정답 개방성이 높은 열린 문항 비중을 확대하고 서술형 문항의 비율과 문항 수를 조절해 문제 풀이 과정 평가를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선행학습 영향평가도 강화, 앞으로 영재학교 입학전형에서 중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출제할 수 없다. 그간 입학전형에서 선행학습과정 문제가 출제되는 등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영재학교장은 최종 합격자 발표일로부터 20일 내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다음 연도 입학전형에 반영해야 한다.

지역인재는 정원외 10% 인원 선발이 권장된다. 2020 영재학교 신입생 기준 72.5%가 서울, 경기, 인청을 비롯한 수도권 출신인 것을 감안, 지역 편중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목소리다. 학교별 지역인재 전형 운영 규모, 전형방법 등은 학교와 시/도교육청의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현재 서울과학고와 인천과학예술영재 2개교에서만 지역인재 전형을 운영 중이다. 서울과학고는 서울 외 16개 시/도에서 각 2명 이내, 인천과학예술영재는 인천 외 16개 시/도에서 각 1명 이내를 우선 선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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