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신승희 기자] 경희대 중앙박물관이 '2020 대학박물관진흥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열었던 특별전 <옛사람의 글에서 삶을 엿보다Ⅰ>의 결과물이 책으로 출간됐다고 8일 전했다. 

이 책은 경희대 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서첩 중 고려와 조선시대 유명 선인들의 친필 시문과 편지글을 모은 <려선합벽(麗鮮合璧)>을 일반에 최초로 공개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 선인들의 삶과 애환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려선합벽>을 조금이라도 더 많은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도록이 아닌 일반 도서로 출간했다.

과거에는 연락을 주고받기 어려웠다. 인편이나 그편에 주고받은 편지글이 유일한 소통 수단이었다. 이러한 글은 주로 초서(草書)로 작성돼 사전 탈초 및 번역 작업 없이는 일반에 공개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려선합벽>은 경희대 중앙박물관이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먹의 농담과 획의 삐침이 전해주는 옛 선조들의 절절한 감정
<려선합벽>은 건(乾)과 곤(坤) 2책으로 구성됐다. 서거정, 유성룡, 최명길, 최석정, 이집 등 고려 말부터 조선 후기에 이르는 명망 높은 선인들의 글씨를 시대순으로 모아 서첩으로 꾸몄다. 건 38인, 곤 32인 등 총 70인의 필적이 수록됐고 각 인물의 글씨와 글쓴이 소개를 같이 배치했다.

책의 제목을 '려선합벽'으로 지은 이유는 고려와 조선을 의미하는 '려선(麗鮮)'과 둘이 서로 조화롭게 짝을 이룬다는 '합벽(合壁)'의 합성어로 짐작된다. '합벽'이라는 표현은 <한서(漢書)>에 “해와 달은 옥을 합친 것과 같고 오성은 꿰어놓은 구슬과 같다(日月如合璧 五星如連珠)”라고 하여, 절후가 잘 맞아서 조금도 어긋남이 없이 조화를 잘 이루었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려선합벽>에 수록된 글들은 시문 총 27명, 간찰은 총 44명의 필적으로 이뤄졌는데, 그중 간찰에 시가 혼합돼 작성된 경우가 1편 있다. 시문은 자작이 대부분이지만 타인이 찬한 시문을 옮겨 적은 경우도 있다. 간찰은 종이에 적거나 비단에 적은 편지를 의미하는데, 일상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업무를 논하거나 학문을 토론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됐다. 간찰은 우리에게 다양한 형태로 전해져왔으며 옛사람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서첩 내용을 살펴보는 것은 선조들의 일상사를 공유해 귀중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글씨뿐 아니라 편지지나 수결, 먹의 농담, 획의 삐침을 통해서도 시대의 문화와 옛 선조들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옛사람들은 선현의 글씨나 그림을 간직하기 위해 그들의 간찰을 모아 첩으로 제작했다. 옛 선조들의 이야기에서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이 책은 당시를 살았던 관료 지식인들의 정서와 감성을 공감해 그들의 삶과 사상, 그 시대의 문화를 다양하게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려선합벽'
'려선합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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