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정국이 장기화되고 있다. 짧게는 몇 개월, 혹은 1년여 정도의 기간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문제없이 되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대다수 사람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과거 사스(SARS)나 메르스(MERS)와는 달리 이번 COVID 19는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아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과거 스페인 독감이나 흑사병이 그랬던 것처럼 인류 역사의 흐름에 대전환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많은 이들의 건강과 경제활동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으며, 개인의 행동양식, 사회조직의 운영방식, 정치경제 시스템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물론 교육분야도 예외 없이 코로나 쇼크에 의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고, 이에 따른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거리의 탄생과 비대면화, 탈글로벌화 로컬화,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등 코로나 쇼크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새로운 글로벌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양재완 한국외대 입학처장(경영대학 교수)
양재완 한국외대 입학처장(경영대학 교수)

그런데 이러한 코로나 피해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수준의 위협을 가하지는 않는다. 코로나 쇼크는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그룹에서 더욱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그 충격의 크기도 더욱 심하다. 다시 말해서 저소득 노동자 층에서 감염의 발생빈도가 더욱 높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한 소득감소 규모 등의 개인 피해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패턴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사회 계층 간의 차별적 영향에 인한 사회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그간 산발적으로 논의되어 왔던 기본소득 보장에 관련된 실험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하고, 소득의 분배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의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분배적 정의 실현은 소득 불균형에 기인한 사회문제 해결에 고려해 볼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코로나와 같은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정책적 방향성은 우리 대학입시에도 어느 정도 반영되어 왔다. 정시모집은 학생부 종합전형(학종)에 비해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나 사교육 등 외부적 요인이 입시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전형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정시모집을 확대하면 수험생들이 더욱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고, 특정 계층이 자신의 사회경제적 계급을 자녀세대에 대물림하는 ‘교육을 통한 계급 재생산’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정시선발제도는 분배를 통한 사회정의(social justice)를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정시확대 기조를 유지해 왔으며, 이에 따라 대부분의 대학이 정시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 언론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대학에서 2022년 정시선발 규모를 40% 이상으로 확대함에 따라 그 어느 해보다 수능의 영향력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 쇼크 또는 코로나 경제의 측면에서 볼 때, 정시선발의 확대는 우리 사회의 시대적 요구에 매우 잘 부합하는 입시제도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정시선발이 분배적 정의를 구현하는 수단이고, 이것이 코로나 경제에 부합한다 할지라도 많은 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적합한 입시제도라 할 수 있을까? 정시확대는 곧 수시(학종)축소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이는 적잖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학종은 현 시점에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교육을 추구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첫째, 학종은 창의적 문제해결에 필요한 능력과 태도를 함양하기 위한 교육을 요구한다. 물론 암기와 5지선다 시험에 뛰어난 이들이 지금껏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지만, 최근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능력이 필요하다. 전세계적인 팬더믹(pandemic), 사회적 병폐, 4차산업혁명 등은 사회적 불확실성을 급속도로 증가시키고 있으며,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문제해결 능력이 필요하다. 학종은 학생의 관심과 적성, 잠재력, 경험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작금의 사회적 요구에 부합한다.

둘째, 학종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우수성을 드러낸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학생의 다양성 증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다변화하고 있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이들의 능력이 고르게 필요하다. 다양성(diversity)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이들도 있지만, 다양성은 여러 국가와 문화권의 지배원리가 되어가고 있으며 많은 긍정적 효과를 수반한다. 이에 비해 획일성(uniformity)은 우리 사회에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유명 바나나 브랜드인 치키타 바나나의 사례는 획일화의 부작용을 보여준다. 생산성이 높은 ‘캐번디시’ 단일품종의 바나나 생산은 캐번디시가 특히 취약한 ‘파나마병’이 발생했을 당시 중미 바나나 농장을 초토화시켰고, 결국 바나나 품종의 교체를 가져왔다. 글로벌 기업 구글에서는 가장 중요한 직원채용의 원칙을 다양성에 두고 있는데, 이는 인적 다양성이 높은 조직이 건강한 조직이라는 믿음에 기인하고 있다. 이미 다변화된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에 기초한 융합교육이 근간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종은 미래 사회의 주체가 서열과 경쟁 중심의 교육과 입시가 아닌, 협력과 공존의 가치를 배우고 체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정시는 시험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을 순서대로 선발하는 전형이다. 따라서 정시를 목표로 하는 학생의 유일한 목표는 다른 학생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을 받고 자란 학생이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 갑자기 경쟁이 아닌 협력과 공존의 가치를 배우고 실천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학생이 취업을 한다고 해서 높은 수준의 팀워크, 정보공유, 그리고 집단지성을 통한 혁신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인가? 한 연구에 따르면 성과평가에서 A를 받은 최고의 직원들로 구성된 팀과 A, B, C 등 다양한 등급을 받은 직원들로 구성된 팀이 동일한 프로젝트를 수행했을 때, 다양성이 높은 팀이 더욱 높은 성과를 보였다고 한다. 점차 중요성을 더해가는 사회문제해결과 집단지성의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는 협력과 공존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경쟁이 아닌 차별화된 가치와 교육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은 전쟁, 자연재해 등 큰 충격을 해결하기 위해 시도된 정치, 경제적 변화는 향후 규범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지적하였다(쇼크 독트린). 코로나 경제의 관점에서 볼 때, 정시가 학종에 비해 더욱 적절한 입시제도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학종은 창의적 문제해결, 다양성 증진, 협력과 공존의 가치 함양의 측면에서 팬더믹과 4차산업혁명 등 격변의 시대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교육 여건을 유도할 수 있다. 물론 개선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학종의 다양한 문제점은 학종 자체가 아닌 제도의 잘못된 운용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만약 대입이 정시 중심으로 회귀하면 사교육이 지금보다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 확신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쇼크 독트린이 시사하듯 지금 우리가 겪는 많은 변화는 향후 우리의 일상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지나친 정시확대는 학종의 긍정적 효과를 잃어버릴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주지하고, 면밀한 분석과 준비를 통해 미래사회에 필요한 교육과 입시를 꾸준히 지속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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