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시대 대학교육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뒤덮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지나갔다. 현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이러한 초유의 사태는 모든 분야에 새로운 질서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설명하는 가장 핵심적인 분야는 디지털 플랫폼 경제이다. 플랫폼은 수요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가치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공유·상생 생태계의 장점을 가지지만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냉혹한 승자독식의 세계이다. 코로나 시대로 일상 전면에 등장한 디지털 플랫폼 경제가 제시하는 ‘뉴 노멀’은 모두에게 공평하거나 평등하지 않다. 수요자는 스스로 선택할 수도 있지만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뒤쳐지지 않기 위해 적응도 해야 한다. 반면에, 공급자에겐 보다 더 냉혹하여 플랫폼 경쟁에서 밀리는 순간 2인자에게 때로는 설 자리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어릴 적 과학 소설 속에서 장밋빛 미래로 그려졌던 4차 산업혁명은 다보스 포럼 회장 클라우스 슈밥이 전망한 바와 같이 모두의 혜택으로 돌아오지는 않을 모양이다.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 대학의 재정난 등, 코로나 시대 이전에도 대학 교육은 이미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대학가에 떠도는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는 속설은 대학의 위기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표현이었다. 이에 더해 코로나는 인구학적 변화로 인한 위기를 넘어서 대학 교육에 질문을 던졌다. 코로나 이후에도 지금의 대학 교육 시스템은 유지될 수 있을까? 아니, 우리는 변화와 혁신 없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김영화 중앙대 입학처장(응용통계학과 교수)

대부분의 대면 수업이 코로나로 인해 하루아침에 원격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IT 강국을 자부하던 대한민국의 디지털 교육 수준은 그 후진성을 여실하게 드러냈다. 교육분야의 디지털 기기 및 콘텐츠 보급 부족, 뒤떨어진 정보통신기술 활용 능력 수준 등,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된 비대면 교육은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에게 갈등과 불만을 야기했다. 전통적인 교실 환경에서 지식 전달의 상호작용과 학습자에 대한 학습 의지 통제가 교육의 효과를 높인다는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수많은 연구 결과는 세상이 천지개벽하더라도 학습자는 교실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에 들어와야 제대로 된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 1년을 보낸 지금, 전통적인 교실 수업이 가장 효과적인 교육 방식이며 과거의 플랫폼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믿음이 여전히 유효한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대학이 대면 수업을 재개하면, 당장은 학생들의 대학 교육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질지도 모르겠지만, 자기계발 욕구가 강하고 똑똑하게 자신의 시간과 재화를 소비할 줄 아는 요즘의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이 장기적으로 과거의 대학 교육 방식을 선호하고 선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물론 학위와 학벌이 중요한 명분이 되는 한국 사회와 대학의 구조적 특성은 아직까지 공고해 보이지만,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현 상황에서 일부 소수의 대학에게만 그 혜택이 집중될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대학 교육의 경쟁자로 급부상한 디지털 교육 플랫폼의 진화도 위협적이다. 사실 비대면 수업 초기의 혼란과 불편한 기억은 어떤 방식도 대면 수업을 대체하지 못할 거라는 확신을 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지금, 일상의 많은 것들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개인의 가치에 집중하는 이 시대에 철저히 사용자의 니즈를 만족시키거나 잠재해있던 새로운 욕구를 일으키는 방향으로 작동하는 디지털 플랫폼의 끊임없는 진화와 성장은 당연해 보인다. 교육은 변화하기 어려운 것일까? 아니, 단지 다른 분야에 비해 조금 느리게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더 나아가서, 디지털 교육 플랫폼이 대학의 학위과정과 동등한 사회적 권위를 가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적어도, 양질의 콘텐츠와 적절한 수준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경제적인 플랫폼이 있다면 교육 수요자들이 이를 마다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학이 이 경쟁에서 선택받을 가능성보다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어쩌면 더 현실적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이처럼 코로나는 대학에게 기존의 하드웨어를 혁신하고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여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성과 미래를 준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각인시켜 주었다. 코로나로 인한 시대의 불확실성이 역설적으로 4차 산업 시대와 대학의 미래를 보다 선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앞으로의 대학 교육 플랫폼은 교육 수요자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성장과 맞닿아 있어야 한다. 또한 대학은 학생이 자신의 목표를 수립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바람직한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 학생 개개인의 성장과 목표 실현에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은 플랫폼 경쟁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중앙대가 AI를 기반으로 학생과 함께 성장하는 교육 플랫폼을 준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를 토대로 학내 모든 학문단위의 융합을 시도하는 AI(X) 교육시스템은 다양한 학문 분야의 관계를 연결 지어 학생의 역량 계발을 중심으로 학습 선택권을 확장하며 미래사회의 인재상과 인력 수급 변화에 따른 교육 수요를 예측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는 학습자 중심의 플랫폼이다. 또한 중앙대는 기존의 역량계발 프로그램인 레인보우 시스템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AI 어드바이저를 구축하고 있다. AI 어드바이저는 학내의 비정형 데이터를 통합하여 학생 전공과 관계없이 소질과 재능, 관심분야 등을 통합한 진로 가이드를 제공하여 학생이 보다 효율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해나가는데 마중물이 될 것이다. 

중앙대가 준비하고 있는 AI 캠퍼스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 노멀’의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아직 확신하기는 어렵다. 대학 생존의 문제가 중앙대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 간의 다양한 교육 플랫폼 혁신 노력과 성과에 대한 지속적인 교류·협력을 통해 지혜를 모은다면, 미래 교육의 방향을 선도하는 주체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사회의 미래를 선도하는 혁신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 지금의 어려운 현실에서도 대학이 마땅히 짊어져야 할 본연의 소임이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