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대입개편 정시확대기조가 최대 걸림돌'.. '혼선은 수요자의 몫'

[베리타스알파=유다원 기자] 올해 초등학교6학년이 고교 입학하는 2025학년부터 모든 고교생이 개인 시간표를 짜서 학점을 취득하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다. 이에 따라 고교 학사 운영이 기존 '단위'에서 '학점'으로 변경되며, 졸업 기준 역시 204단위에서 192학점으로 달라진다. 현 고등교육 체계에서는 각 학년 수업일수의 3분의2 이상을 출석하면 진급과 졸업이 가능했지만, 고교학점제 도입하면 과목 출석률 충족은 물론 3년간 누적 학점이 192학점 이상이어야 졸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수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누적해 졸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 대학 제도와 흡사하다. 2020학년부터 마이스터고 51개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되고 있으며, 2022학년 특성화고/일반고 등에 부분 도입한 후 2025학년 전체 고교에서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고교학점제 전면도입에 대해선 교육계에서 우려와 반발이 많았다. 우선 밀어붙이기와 실효성에 대한 우려다.  1년 밖에 남지 않은 임기말 정부가 정권교체 이후인 4년후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이 옳으냐는 비판이다.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음 정권이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을 이어받을지는 미지수인 상태다. 정부·여당은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장기 교육정책에 대한 기속력을 지닌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 연내 설치를 추진 중이다. 교육계의 여망이었던 국가교육위마저 대통령직속 행정기구로 전락시켜 정권초월이 아니라 정권 입맛대로 추진하면서 과연 다음정권이나 수요자들이 인정하는 기속력을 갖게 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대입제도 개선없이 고교 학점제를 추진하는 것도 앞뒤가 바뀌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친정부 교원단체인 전교조 마저 "고교학점제를 통한 성취도가 대입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 청사진이 먼저 나와야 한다"며 날선 비판을 던졌다. 선후가 바뀌었다는 지적에 대해 교육부는 2028대입 개편을 올해부터 추진한다고 밝혔다. 고교학점제와 화합가능한 대입안은 수능절대평가로 알려졌다. 문제는 문재인정부초부터 거론돼 온 수능절대평가가 현재 유효한 상황이 아니라는 데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확대 지시이후 대입정책은 정시확대기조로 방향을 잡았다. 학종중심의 대입 상황에서 수능 절대평가를 견인하는 것과  상위대학 정시 40%확대를 강제한 상황에서 수능 절대평가를 끌고 가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이미 대입을 놓고 여러 차례 뒤집기를 한상황에서 정권말에 다시 뒤집기를 시도하는 꼴이다"라고 비판했다.  

교원수급 문제,  농어촌 학교에 대한 역차별 우려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한 상태다.  교육부는 교사의 복수전공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기존 교사들의 업무를 늘릴 것이 아닌 진로교육 인력 개편 방안을 보다 체계적으로 마련해 과목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정시가 확대됨에 따라 학생들이 수능과 연계된 과목만 선택하는 과목 쏠림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는 상태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복잡해진 내신 평가시스템으로 인해 학종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가 강화됐다"며, "수능 점수가 잘 나오는 학교를 중심으로 진학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가장 큰 문제는 2025 고교학점제 전면도입과 올해부터 2028 대입개편논의로 수요자들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시확대를 강화하는 2022대입과 2023 대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반대 성격의 고교학점제 도입을 수요자들은 갈팡질팡하지 않을 수 없다. 정시확대 상황에서 고1 공통과목 내신 경쟁에서 밀려난 학생들이 일찌감치 내신을 포기하고 본격 수능만 준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굳이 학업을 지속하기 보다 검정고시를 통해 빠르게 고졸 자격을 획득한 채 수능을 보려는 학생들이 많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문가는 "통상 대입과 무관하거나 접점을 갖지 않는 고교정책은 현장에서 어떤 효력도 발휘하지 못한다. 아무리 이상적인 정책도 입시앞에서 무기력했다. 입시의 틀을 바꾸지 않는 상황에서 고교학점제를 현장에서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아온 게 사실이다. 그동안 마이스터교를 통해 시범사업을 해왔지만 수요자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직업을 진로로 하는 마이스터교의 고교학점제는 대입체제와 아무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교전면도입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순서로 보면 대입을 공론화를 통해 가닥 잡은 다음 이뤄져야할 얘기다. 정권말에 4년뒤를 겨냥해 추진하는 정책도 너무 터무니 없다. 다음 정권에서 정권초부터 대입개편을 하겠다고 공론화를 추진해왔지만 수능절대평가는 공론화당시에도 쉽게 받아들여질 상황이 아니었다. 2023까지 40%까지 정시를 확대해야하는 대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반대 방향의 고교학점제 전면도입얘기를 던지고 그와중에 대입개편을 추진한다는 것을 수요자들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까"라고 반문했다. 결국 여러차례 대입정책 뒤집기로 키워온 불안과 불만에다  정권말에 떠안게된 또다른 대형 폭탄까지 오로지 수요자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25학년부터 모든 고등학생이 개인 시간표를 짜 학점을 취득하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고교학점제로 달라지는 교육체계.. ‘3년간 누적 192학점 충족해야’>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라 졸업 제도가 개편된다. 현재 고등학교는 각 학년 수업일수의 3분의2 이상을 출석하면 진급과 졸업이 가능하지만, 2025학년 신입생부터는 학점 기반의 졸업제도가 도입된다. 학생이 과목을 이수해 학점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기존처럼 수업횟수의 3분의2 이상의 과목출석률은 물론, 40% 이상의 학업성취율과 3년간 누적 192학점 취득을 충족해야 한다.

학점제에서 학생은 희망 진로와 적성을 고려해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학급 기반의 담임제 운영도 소인수 학생 중심으로 변화된다. 지금까지는 학교 유형에 따라 교육과정이 달랐지만, 일반계고에서도 학생이 원할 경우 특목고 수준의 심화/전문과목, 직업계 과목 등 다양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속 학교에 개설되지 않은 과목은 다른 학교와의 온/오프라인 공동 교육과정을 통해 수강할 수 있다. 지역 대학이나 연구기관을 활용한 수업을 통해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과목 이수도 가능하다. 그간 주로 특목고에서 개설했던 전문교과Ⅰ을 보통교과로 개편하고, 선택과목을 일반/융합/진로과목으로 편성 시행할 예정이다. 세부사항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결정된다. 

학점제 도입에 맞춰 석차등급 중심의 현행 내신평가 제도가 개선된다. 2019학년부터 보통교과 진로선택 과목에 적용하고 있는 성취평가제를 2025학년 고1부터 모든 선택과목으로 확대한다. 학생들이 학업 성취수준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고, 진로/적성에 따른 과목 선택 역시 돕는다는 설명이다. 석차등급제에서는 수강 인원 수에 따라 내신등급의 유불리가 발생,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이라도 수강인원이 적은 경우 수강을 기피하는 등 학생들의 선택이 왜곡된다는 현장 의견이 반영됐다. 

단일 과목 중심의 교원 양성, 자격 배치가 개선된다. 희소 분야에 교원이 시급히 필요할 경우 교원자격 표시과목을 수시 신설할 수 있도록 하고, 예비/현직 교원의 복수전공과 부전공 활성화를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올해 3월1일을 기준으로 각 교육지원청에 교과 순회교사를 배치, 학교에 담당교사가 없더라도 순회 교사를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수업을 들을 수 있게끔 교사 배치 체제가 개편된다. 학교 교육은 교원 자격 소지자가 담당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표시과목이 없는 희소 분야나 농어촌 등 교사 확보가 어려운 경우에 한해 학교 밖 전문가가 한시적으로 특정 교과를 담당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추진된다. 

<임기말에 지른 4년 후 정책..실효성부터 의문>
교육부는 2028학년부터 적용될 수능과 대입 제도 개편 논의를 올해부터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입시전문가들은 이미 학종 블라인드/정시확대 등 대입정책을 수차례 바꿨던 현 정부가 차기 정부의 대입 정책까지 '중장기계획'이라며 밀어붙이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현 정부 초기에 추진하려다 무산됐던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가 개편 방안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 나온 고교학점제 전면도입은 실효성부터 의문이다. 정권마다 전정권 지우기를 일삼아온 교육부문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장기 교육정책에 대한 기속력을 지닌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 연내 설치를 추진 중이다. 국가교육위를 통해 중장기 정책이라고 고교학점제와 2028대입개편을 밀어붙이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상황은 쉽지않다. 현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교육위는 현재 아무것도 기여한 것 없이 혼란을 빚어온 국가교육회의의 시즌2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교육계의 여망이었던 국가교육위는 정권초월의 전제가 필수였다. 대통령직속 형태로 추진하면서 다음 정권이나 수요자들이 인정하는 기속력을 기대하는 자체가 모순이다.

이미 문대통령 자신이 4년예고제와 대입자율의 원칙을 어기는 선례를 남긴 점도 걸림돌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수요자를 위한 대입정책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만들어진 대입 4년예고제와 대교협을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추진해온 틀을 지닌 대입자율의 원칙은 지난해 문대통령이 정시확대를 지시하면서 한순간에 무너졌다. 국가교육위를 통해 새롭게 만들 2028대입개편 내용이나 2025 고교학점제 전면도입, 이를 기속하려는 국가교육위의 시스템까지 다음 대통령 입장에서 한마디의 지시로 바꿀 수 있다는 명분을 준 셈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정시확대해놓고.. '대입 변화없이 밀어붙이는 고교학점제'>

교육부가 추진하는 2025고교학점제 전면도입과 2028대입개편의 가장 큰 걸림돌은 대통령 지시를 토대로 진행해온 정시확대기조에 있다. 상위대학 정시확대를 강제한 2022와 2023대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요자혼선이 불가피하고 공론화과정 자체가 쉽지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대입개편 자체는 이미 문재인 정권 초기 대입개편 공론화 과정에서 쉽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수능선발이 시대흐름과 맞지 않다고 수시를 도입한 게 1997년. 이후 수시는 확대하면서 상대적으로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교육을 강화하는 학생부종합이 수시의 중심으로 부상되어온 상황이었다. 서울대가 중심이 되어 확대해온 학종은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교육억제와 공교육강화라는 명분에 가장 적합한 전형으로 받아들여졌다. 수능절대평가로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려던 문재인정부 초기에만해도 대입은 학종을 보완하는 형태로 갈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관측이었다. 하지만 대입의 정상적 흐름 자체를 깬 장본인은 문재인대통령이다. 특목자사고를 일반고 전환하는 상황에서 정시확대는 수요자들에게 향후 입시정책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제시했다. 공교육 약화와 사교육 강화였다. 이제 정시 확대 사인이 주어진 다음 나온 2021서울대 정시 결과는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삼수 검정고시 사상최대, 과고영재학교 재수확대, 교육특구 강화... 이렇게 정시가 확대되는 2022 2023대입을 치르면서 수능 절대평가 추진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수요자들에게 던지는 사인이 뒤엉킨 채 입시정책이 상충될수록 혼란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수요자들의 몫이다. 현장에서는 추진과정에서 학생 교사 학교를 포함한 공교육 자체가 흔들릴 것이고 반대급부로 사교육의 급부상이 우려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교사 복수전공/부전공 추진.. ‘수업 전문성 떨어질 위험 높아’> 
학생들의 어려움이 가장 크지만 교사와 학교들의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학교의 경우 수업개설이 가장 큰 문제다. 보통의 일반고는 한 학기에 5,60개 과목을 개설하는데, 학점제를 운영할 경우 이보다 많은 과목을 개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통해 교사들의 복수전공/부전공을 언급했지만, 자신의 전공 이외의 내용도 가르치게 되면서 결국 전문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담임교사 행정업무 과다문제가 해소돼야 학생 맞춤형 진로상담이 가능해진다는 주장도 담고 있다. 담임교사의 행정업무를 경감하기 위해서는 정담임과 부담임이 한 학금을 함께 맡는 복수 담임제가 제시됐다. 장기적으로는 행정만을 담당하는 행정업무 전담팀을 구축해 담임교사가 학생 지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다른 서열화의 시작.. 농어촌 지방 이탈 교원수 수/인프라 ‘양극화’>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 지역차별 평가방식도 선결과제로 꼽힌다. 교원 1인당 학생수 문제로 고교학점제는 소규모 학교에서나 가능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농촌 학교는 오히려 지방 이탈현상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농촌 학교의 경우 학생 수는 적지만 절대적인 교원 수와 인프라가 턱 없이 부족해 대도시에서 먼저 고교학점제를 시행할 경우 농촌 지역 학생들의 이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교원 수와 시설 부족 등으로 인한 선택과목 개설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인근 학교끼리 수업을 나눠 개설하는 ‘연합형 교육과정’을 방안으로 내놓았지만 이 역시 농촌 지역에선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농어촌 학교의 경우 학교 간 거리가 멀고 지역 내 학교 수도 적어 현실적으로 학교 간 이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선 교사들은 학교 간 이동 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우려하기도 했다. 작년 고교학점제 논의가 본격화될 당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관계자는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선 최소 100개 이상의 강의가 개설돼야 한다”며 “농촌 지역의 경우 군 단위에 고교가 1~2개교가 전부인 상황에서 학교 간 이동수업으로 부족한 교사 수를 보완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수 과목을 운영하기 위한 시설 확충도 요구되지만 그만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내신 절대평가 도입 문제도 있다. 현행 내신 상대평가제를 유지하면서 고교학점제를 도입할 경우 학생들은 수강인원 수에 따른 내신 유불리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소인수 과목은 좋은 성적을 받기가 어려워 진로/흥미와 연관된 과목이더라도 기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대학에선 내신 절대평가를 도입할 경우 학생부위주 전형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변별력이 떨어져 선발을 위한 다른 평가수단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일반고에선 내신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특목자사고에 비해 그나마 강점이 있던 내신에서도 불리, 학교 현장에서 내신 부풀리기가 횡행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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