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개교 중 고교 14개..'기초학력 중심 논란 양산'

[베리타스알파=유다원 기자] 서울교육청이 혁신학교 양적확대를 폐지하고, 자발적 전환 시 자율 육성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담은 연구 보고서를 15일 공개했다. 지난 10년간 초등학교의 혁신학교 지정률이 13배에 육박했지만 중학교는 3.3배, 고등학교는 4.6배의 성장률을 보이는 데 그쳤다는 설명이다. 서울 시내 전체 학교 가운데 초등 27.8%, 중등 11.1%, 고등 4.4%에서 혁신학교가 운영되고 있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혁신학교가 학교급 별로 고르게 분포돼 있지 않다는 사실은 혁신 미래 교육을 받던 초등학생이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들어서며 다시 기존 교육 형태로 운영되는 수업을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는 지적을 담고 있다. 

서울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하 서교연)이 한국교원대 교수 연구진에 위탁해 수행한 '서울 혁신교육 정책 10년 연구' 보고서는 2010년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제시한 '서울형 혁신학교'를 비판적 관점에서 진단하고 있다. 혁신학교는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매년 교육청의 지원금이 제공되며, 대부분 중간/기말고사와 상/벌점제가 없다. 일반학교에 비해 현장학습 비중이 높고, 학교에 따라 국정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 교재를 쓰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다. 모든 교육을 학교 자율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 학교유형은 아니지만 진보교육감들이 확대에 나서면서 교육현장의 갈등요인으로 부상했다.

서울교육청이 혁신학교 양적확대를 폐지하고, 자발적 전환 시 자율 육성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담은 연구 보고서를 15일 공개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초등학교 비중 75% '압도적'.. ‘무분별한 양적확대 멈춰야’>
서울교육청은 2022년까지 혁신학교 비율을 2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서교연의 보고서는 이런 '무분별한 양적확대'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10년간 혁신학교로 지정된 초등학교가 13배 늘었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지정률은 그에 미치지 못해 교육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20년 기준 전체 혁신학교 226개교 중 초등학교가 169개교로 무려 75%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연구진은 기존 혁신학교를 구성원 동의 하에 유지하되, 양적 확대 정책은 폐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비혁신학교 중 자발 전환하고자 하는 곳에 한해 전환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형혁신학교는 처음 도입된 2011년 초등 13개교, 중등 13개교, 고등 3개교로 출발했다. 10년이 흐른 2020년 초등 혁신학교는 169개교로, 서울 전체 초등학교 604개교 중 28%를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학교는 13개교에서 43개교, 고등학교는 3개교에서 14개교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서울 시내 전체 중학교 387개교 대비11%, 고등학교는 320개교 대비 4.4% 규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혁신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의 상당수가 이후 일반 중/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있는 실정이다. 혁신 초등학교에 비해 혁신 중/고등학교 수가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자유로운 학습분위기 속에서 학습했던 학생들이 일반학교에 진학할 경우, 시험 등의 프로세스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한 학부모는 "시험 없고 상 없는 초등학교 다니다가 일반 중학교 가서 어떻게 적응을 하나"며, "보내 본 친구는 아이가 시험 볼 줄을 몰라 학원에서도 적응 못하고 전학시켰는데도 고생한다고 하더라"라는 걱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대부분의 혁신학교는 중간/기말고사와 상/벌점제를 운영하지 않는다. 모든 교육을 학교 자율적으로 행사하기 때문에 학교에 따라 국정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 교재를 쓰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다. 서울교육청은 그간 중간/기말고사를 통한 줄 세우기식 평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통해 프로젝트 수업, 수행평가 중심의 과정중심평가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연구진은 "대입이나 수능이라는 관문을 넘어설 수 있는지에 대한 학부모들의 의구심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반 중/고등학교로의 진학 문제로 인해 혁신 초등학교에 진학시키는 것도 꺼려질 뿐더러, 혁신 초등학교 졸업 후 혁신교육을 이어가기 위해 혁신 중/고등학교에 진학시킨다 하더라도 대입에 대한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교육감 직권 지정'.. '선택의 여지 없어'>
보고서는 2018년 송파 헬리오시티 혁신학교 지정 무산을 예로 들며 학부모들의 혁신학교 조성에 대한 불안감을 설명하고 있다. 기존 학교의 경우 공모제를 통해 혁신학교가 지정됐지만, 신설 학교의 경우 혁신학교운영위원회의 협의를 통해 교육감 직권으로 혁신학교를 지정할 수 있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헬리오시티 내 있는 가락초는 2014년부터 휴교상태였지만 주민들이 입주를 시작한 2020년 3월부터 다시 개교했고, 해누리초/중은 서울의 첫 초중등 통합운영학교로 작년 문을 연 상태다. 당초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신설학교에 대해 혁신학교 임의지정 해왔던 관행을 들면서 강행하려는 의지를 내비쳤었다. 그렇지만 주민들이 단체민원을 제기했을 뿐 아니라 교육청 앞에서 반대시위도 이어가면서 결국 세 학교를 ‘예비혁신학교’로 지정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이에 따라 임의 지정됐던 송파 헬리오시티 단지 내 3곳의 신설 학교들은 결국 '예비 혁신학교'로 개교했으며, 1년간 1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으며 교육 혁신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예비 혁신학교의 경우 학부모 또는 교사로부터 50% 이상의 동의를 얻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혁신학교로 전환할 수 있으나, 세 학교 모두 혁신학교 지정 신청을 하지 않았다. 

가락초와 해누리초/중학교처럼 운영위원회에서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교육감에게 결정권한이 위임되는 절차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당시에도 서울교육청은 사전 수요조사를 위해 입학 예정자인 학생명단은 받았으면서도 혁신학교 지정에 대한 단체청원과 반대의견을 제기했던 학부모들의 지위는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소만으로 배치되는 공립학교를 신설학교라는 이유만으로 혁신학교로 지정한다는 것에 대해 학부모들의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학부모는 "혁신학교 안 보낸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이사하는 사람도 봤다. 주소만으로 배치되는 공립학교를 혁신학교로 만들면 원치 않는 사람은 그냥 이사 가라는 건가”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혁신학교 학력논쟁.. '뚜렷한 성과 없어'>
연구진은 "일련의 혁신학교 지정에 대한 학부모 반대에는 혁신학교 학력논쟁이 존재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혁신학교 학생들의 기초 학력이 일반 학교 재학생에 비해 낮거나, 혁신교육 형태가 결국 학생들이 학업에서 멀어지게끔 한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 전수조사로 실시됐던 2016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미달인 혁신학교 고교생은 11.9%에 이르렀다. 전국 고교평균이 4.5%였던 것에 비해 학력저하 현상이 두 배 이상 높았던 것이다. 혁신학교의 보통학력이상 비율도 59.6%로 전국 평균인 82.8%을 크게 밑돌았다. 반면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기초학력 비율은 28.5%로 전국 평균 12.7%의 2배 이상이었다. 기초학력미달을 포함한 기초학력 이하 학생이 40.4%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기초학력미달 학생이 많다는 사실 자체보다도, 학교 향상도 점수가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고교 기준 학교 향상도 점수는 재학생이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얻은 실제점수와 중3때 치른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통해 도출되는 기대점수와의 차이를 산출한 것으로, 학교의 노력 정도를 알 수 있는 지표로 통한다. 학교향상도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성취도평가에 응시한 고2학생들이 중3시절 치렀던 학업성취도평가와 학생수준 종단자료를 통해 산출하는 기대점수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받았다는 의미다. 향상도 상승과 하락은 학생 개개인보다 학교의 영향이 큰 점을 고려하면 학교 자체의 노력여부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학업성취도 평가는 현재 표집조사로 전환되면서 학생들의 구체적인 학력현황을 파악할 수 없게 됐다. 혁신학교만을 대상으로 한 학업성취도 현황/대입 실적 등을 투명하게 공개, 교육의 '실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혁신학교의 장단점을 객관적 수치를 통해 제공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연구진은 “향후 서울 교육은 자율과 책임의 균형을 만들어내는 일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학부모들이 기피하는 학력 저하 문제를 외면한 채 성급하게 혁신학교를 확대하려는 조 교육감의 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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