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째 반값 등록금 동결 여파'.. '코로나 등록금 반환까지 적자폭 키울듯'

[베리타스알파=유다원 기자] 2010년부터 시행된 '반값 등록금' 정책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충원율 저하 등의 이유로 최근 사립대 적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작년 12월31일 공개한 '사립대학 재정운용 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 141개 4년제 사립대 중 74.5%에 해당하는 105개교가 적자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수도권39개교 충청20개교 호남/제주18개교 대구/경북/강원15개교 부산/울산/경남13개교 규모다. 조사를 시작한 2012년에는 적자를 본 대학이 44개교에 그쳤지만, 2018년 105개교로 61개교 늘어났다. 적자를 본 대학이 6년만에 2.4배 가까이 증가한 모습이다. 적자 규모 역시 2756억7805만원으로,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적자를 기록한 105개교 평균 26억2550만원의 재정적자를 보유한 셈이다. 반면 흑자를 낸 대학은 2012년 97개교(68.8%)에서 2018년 36개교(25.5%)로 크게 줄었다. 게다가 해당 자료가 2018년을 기준으로 작성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립대의 현 재정상황은 더욱 악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건국대 한성대 단국대 경성대 등 상당수 사립대가 2020학년 등록금 일부를 반환했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울며 겨자먹기'식 등록금 반환 여부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유학생 특별 관리/캠퍼스 방역/원격수업 시스템 구축 등 예상치 못한 비용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정부의 등록금 동결/인하 정책 결과가 결산에 반영되기 시작한 2012년부터 한국사학진흥재단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수집한 사립대학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공시항목 가운데 교비회계(통합) 운영(손익)계산서를 활용해 운영수입과 운영지출의 차액을 각 대학 운영수지로 파악하고 있다. 운영수입은 각 대학의 등록금/수강료 수입, 전입금, 기부금, 국고보조금, 산학협력단/학교기업 전입금, 교육부대수입, 교육외수입으로 구성된다. 운영지출은 보수, 관리운영비, 연구학생경비, 교육외비용, 전출금을 합산한 금액이다. 2018년 기준 대규모 대학 39개교, 중규모 대학 45개교, 소규모 대학 57개교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대규모 대학은 재학생 1만명 이상, 중규모는 재학생 5000명 이상 1만명 미만, 소규모는 재학생 5000명 미만 대학을 의미한다. 지역별로는 수도권60개교 충청26개교 호남/제주21개교 대구/경북/강원18개교 부산/울산/경남16개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다.

2010년부터 시행된 '반값등록금' 정책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충원율 저하 등의 이유로 최근 사립대 적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4년제 사립대 74.5% 재정적자 기록.. 호남/제주 85.7% ‘최다’> 
한국교육개발원 분석 결과, 전국 141개 4년제 사립대의 2018년 적자 규모는 2756억7805만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 소재지나 규모에 따라 적자 발생 여부나 결손 규모 차이가 존재했으며, 운영수지 흑자를 보인 대학 역시 매년 흑자 규모가 큰 폭 감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는 흑자를 보이다 매년 급격하게 감소, 2016년부터 적자로 전환된 모습이다. 첫 조사가 진행됐던 2012년의 경우 약 7700억원의 흑자를 나타냈지만, 2013년 4717억원, 2014년 2296억원, 2015년 353억원으로 매년 흑자폭이 급격히 줄어들다 2016년 약 42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 규모 역시 2016년 420억원, 2017년 2108억원, 2018년 2757억원으로 증가폭이 상당했다.  

가장 최근 조사가 진행된 2018년 기준 전 지역에서 운영수지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호남/제주는 조사가 시작된 2012년부터 운영수지 적자가 나타났으며, 대구/경북/강원 2013년, 부산/울산/경남 2014년, 충청 2015년 순으로 운영수지가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도권은 2017년부터 운영수지가 적자로 전환된 모습이다.

141개 대학 중 74.5%에 해당하는 105개교가 적자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수도권39개교 충청20개교 호남/제주18개교 대구/경북/강원15개교 부산/울산/경남13개교 규모다. 조사를 시작한 2012년에는 적자를 본 대학이 44개교에 그쳤지만, 2018년 105개교로 61개교 늘어났다. 특히 중규모 대학에서 적자 대학 수가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흑자 대학은 매년 큰 감소폭을 보이고 있다. 2012년 97개교였던 운영수지 흑자 대학은 2015년 52개교로 절반 가까이 감소, 2018년 기준 36개교로 크게 줄었다.

대학 규모별로 살펴보면 재학생 1만명 이상의 대규모 대학의 경우 수도권을 제외한 전 권역에서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 355억9116만원, 호남/제주 292억1889만원, 대구/경북/강원 251억7178만원, 부산/울산/경남 140억3808만원 규모다. 대규모 대학 중 수도권에서만 유일하게 235억4077만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이 확인됐다. 권역과 규모를 모두 고려하면 수도권 소재 대규모 대학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모두 흑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재학생 5000명 이상 1만명 미만의 중규모 대학은 모든 권역에서 적자가 발생했다. 대규모 대학과 마찬가지로 충청권 대학들의 적자액이 가장 컸다. 2018년 적자액은 무려 673억4220만원 수준이다. 이어 수도권 495억9157만원, 호남/제주 219억5631만원, 부산/울산/경남 119억8597만원, 대구/경북/강원 119억7282만원 순의 적자액을 보였다. 

적자액이 아닌 권역별 적자 대학 비율만을 기준으로 보면 호남/제주의 상황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대상 21개교 중 18개교가 적자를 기록, 85.7%의 대학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대구/경북/강원 83.3%(전체18개교/적자15개교), 부산/울산/경남 81.2%(16개교/13개교), 충청 76.9%(26개교/20개교), 수도권 65%(60개교/39개교) 순의 적자를 기록, 지방대의 적자 비율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6년간의 적자 증가폭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수도권 대학이 가장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2012년 5545억2124만원에 달했던 흑자 규모가 2017년 적자로 전환, 적자 규모가 406억167만원에 육박했다. 2018년에는 손해가 475억3262만원으로 더욱 늘어난 모습이다. 지방대를 중심으로 높은 적자를 보여 온 게 사실이지만,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수도권 역시 일부 대규모 대학을 제외하면 해마다 적자를 기록하는 대학이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13년째 동결' 반값 등록금.. ‘법적 기준 준수돼야’>
매년 늘어나는 대학 적자의 원인으로는 200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 정책'이 꼽히고 있다. 해당 정책으로 인해 등록금이 동결 또는 인하돼 왔음에도 2018년 기준 4년제 사립대 수입 가운데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56.8%에 이르고 있어 대학들이 재정적으로 취약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반값 등록금은 학생들의 실질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시행되고 있는 교육부 정책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소득수준과 연계한 국가장학금 제도를 도입, 등록금을 인상하면 정부의 재정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등록금 동결을 강행했다. 상당수 대학이 2009년부터 등록금을 동결한 실질적인 이유다. 2019년 11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은 한 차례 결의문을 통해 2020학년 법정인상률 범위 내에서 등록금 자율 책정권을 행사하겠다며 등록금 인상을 결의했지만, 교육부는 등록금과 관련해 정보공시 상 평균등록금을 전년 대비 인하/동결한 대학에게만 국가장학금Ⅱ 지원이 진행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실상 등록금 인상을 거절했다고 볼 수 있다. 

사립대학들이 등록금 인상과 국가장학금 참여 조건 폐지를 요구하는 이유는 10년 넘은 등록금 동결, 입학금 폐지 등 대학의 재정적 상황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립대학들은 매년 등록금과 같은 문제에 대한 책임은 대학에 넘기면서 정부의 재정지원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총장은 지난해 11월 등록금 인상 결의 당시 “반값 등록금 정책, 강사법 도입, 입시 전형료 인하 등에서 보듯 교육부는 ‘추가 부담만큼 돕겠다’며 대학을 달랬다가, 나중엔 ‘기획예산처 등과의 협의가 되지 않았다’며 예산 규모를 줄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수차례 건의 형식으로 재정난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지만, 성의 있는 답을 얻지 못해 결국 총회 결의로 등록금 인상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무분별한 등록금 인상으로 학생들의 추가학습권이 박탈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사립대학들의 수입이 등록금과 정부지원 외에 전무하다는 점에 있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받았던 입학금도 단계적 폐지를 거쳐 2023년엔 완전히 폐지될 예정이다. 게다가 학령인구 감소 문제로 인해 지방에서는 10년 동안 동결된 등록금으로는 유지가 어렵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따르면 2018년 사립대 평균 연간 등록금은 약 718만원으로 2008년 대비 0.6%가 증가했지만, 소비자물가지수는 21.8%나 증가했다. 정부지원을 받아야 하는 국가장학금Ⅱ 유형 참여를 위해선 인상을 할 수도 없다. 결국 정부지원이 늘지 않는 상황에선 등록금 인상이 유일한 방법인 셈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은 "대학 재정 운용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등록금 인상 제한 조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연구진은 "법적으로 대학은 등록금 인상 한도 내에서 인상이 가능하지만 정책 억제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며, "법적 기준이 준수되는 방향으로 개선되는 것이 타당하고"고 강조했다.

<'학령인구 감소' 지방대 정원미달 ‘심각’.. 통/폐합 장학혜택 등 ‘정부지원 선행 필요’>
일각에서는 단순히 등록금 인상 여부에만 치중할 것이 아닌, 대학 구조 전반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문제 의식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질적으로 운영이 어려워진 지방대의 통/폐합을 정부가 지원하고, 지방대의 장학 혜택을 늘리는 등의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학생들의 이탈로 지방대 신입생 유치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립대가 대학 운영 전반을 학생들의 등록금에 기대고 있는 상황에서 충원율 저하가 계속될 경우 지방대는 생존의 위협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방대 정원미달은 2021대입이 시작될 때부터 예견된 상황이다. 2021정시 원서모집과 함께 각 대학들이 공개한 수시이월인원을 살펴보면, 지방대는 거점국립대까지도 수시이월인원의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방거점국립대 9개교는 2021수시에서 3119명의 수시이월인원이 발생했다. 전년 2369명 대비 750명 증가한 수치다. 2021수시 전국 대학에서는 수시이월인원이 전년 대비 40%, 지방대의 경우 48.2%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상위15개대(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의 경우 오히려 수시이월이 전년보다 줄었다. SKY로 불리는 서울대 고대 연대의 합산 수시이월인원은 전년 633명에서 368명으로 대폭 줄었다. 2021대입의 경우 대입정원 48만866명인 반면 2021수능 지원자는 49만3433명으로 나타났고, 올해 수능 결시율은 역대 최고인 14.7%로 나타나 역전현상이 실제로 벌어진 셈이다. 정시 이후에도 지방대 정원미달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지방대 중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거점국립대에서도 수시이월인원이 증가하며 우려했던 '지방 공동화 현상'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충원율은 정부 재정 지원제한대학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2021년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지정방안'에 따르면 교육부는 내년부터 신입생 충원율 등 일정 기준을 충족시키기 못한 대학을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한다.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되면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지 못함은 물론, 정부사업 참여에도 제한이 생기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입학을 꺼려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 교육전문가는 "현실적으로 수도권 지역에 고등학교 학생의 절반 정도인 약 48%가 있다"며, "광역시 통학권까지 고려하면 강원 충북 경북 전북 전남 등 지방소재 대학들의 정원 미달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악화 심화'.. 등록금 반환/원격수업 시스템 구축 등> 
한국교육개발원의 자료가 2018년을 기준으로 작성됐다는 점을 감안, 사립대의 현 재정상황은 더욱 악화됐을 것이란 전망이다.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건국대 한성대 단국대 경성대 등 상당수 사립대가 2020학년 등록금 일부를 반환했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울며 겨자먹기'식 등록금 반환 여부를 배제할 수 없다. 이와 더불어 유학생 특별관리/캠퍼스 방역/원격수업 시스템 구축 등 예상치 못한 비용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등록금 반환은 온라인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에서 시작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갑작스럽게 대학의 원격수업이 실시되며 수업의 질 하락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올해로 13년째 등록금 동결이 예고된 사립대의 경우 등록금 환불에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작년 10월 등록금을 반환한 학교들에게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온라인 강의 질 제고, 코로나19 방역, 교육환경개선, 실험/실습기자재 구매 분야의 투자를 지원하는 목적으로 학교당 약 5억5000만원을 지원한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당 정책이 코로나19로 인한 재정 악화를 온전히 해소하기엔 역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한 전문가는 "지원금을 학생 수대로 환산하면 1인당 평균 10만원 수준이다. 학생들에게 와닿는 금액도 적을 뿐더러, 학교 온라인 수업 질을 상승시키기에도 충분하지 못한 금액이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보다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올해 역시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는 만큼 사립대 재정악화에 대한 지원책 필요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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