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0.1%] 2015 서울대 수의예과 수시 우선선발 서예원(구룡초-구룡중-하나고)

[베리타스알파 = 박은정 기자] 서예원(20)양은 생명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소통’의 의미를 부각해 성공적인 자기소개서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말을 하지 못하고 동물이란 이유로 생명이 빼앗겼던 동물에 대한 긍휼함에서 시작된 서양의 꿈은 동물과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에 있다. 서양은 공존을 위한 핵심가치가 바로 소통이라고 여긴다. 서양의 고교생활은 학문의 진정한 깨달음이 소통의 과정으로 이뤄짐을 깨닫고 책 속의 저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지식을 쌓았으며 연구과정에서도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슬기로운 결과를 도출해냈다.

<동물 인간 공존 위해 힘쓰고파>

서예원양은 인간과 동물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단지 인간이란 이유로 동물들을 실험도구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며, 동물들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의예과 진학을 결심했다.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을 주제로 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주최 캠프에 2주간 참여한 적이 있다. 캠프는 뇌 연구를 위해 쥐를 대상으로 기억력을 테스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쥐가 낯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일주일간 직접 먹이도 주고 씻겨주며 핸들링 기간을 가졌다. 처음에 진행했던 실험은 동물을 관찰하는 실험이었다. 쥐를 암실에 가둬 전기충격을 준 후 문을 열어주면 쥐가 다시 암실에 들어가는지, 거부하는지를 관찰했다. 두 번째 실험은 쥐를 해부하는 실험이었다. 첫 번째 실험에서 핸들링 기간을 가지며 좋은 데이터를 얻어 수동회피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동물을 죽여야 하는 실험을 할 때에는 그 동안 정이 든 쥐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동물실험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인간이 무슨 권리로 동물을 죽이고 돌보는 것을 결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동물들을 앞세워 인간의 이기심을 지키려고 하는 가치관이 실험을 계기로 충돌됐다.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동물과 인간은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동물실험이 우리한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동물을 대체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동물이란 이유로 실험에 사용되며 무차별한 고통을 받는 동물들의 마음을 치료해주고 싶었다.”

인간의 생명은 소중히 여기지만 동물의 생명은 무시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며 동물의 질병을 치료해주고자 수의학 중에서도 수의약학분야로 진로를 틀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한 간호사가 에볼라 발생 국가에 지원을 갔다가 감염돼 본국으로 돌아간 내용이다. 언론에서 그녀의 남편과 키우던 강아지까지 감염될 수 있다고 하자, 여론은 동물을 안락사로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편을 죽이라는 말은 없었다. 기사를 읽으며 사람들의 동물에 대한 차별대우를 심각하게 느끼게 됐다. 수의약학 분야를 통해 동물의 질병도 치료해주며 동물이 인간과 다른 차별대우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다.”

생명윤리에 경각심을 가지게 되면서 읽게 된 <사라진 스푼>은 연구자의 가치관에 따라 극과 극의 연구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것을 알려줬다. 하나의 연구를 진행할 때에도 연구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하나의 생명이 무참히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단순히 각각의 원소에 대해 다룬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원소가 어떻게, 어디에 사용되는지를 자세히 읽으면서 연구자에 따라 원소의 양면성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많은 원소 가운데 염소와 관련된 이야기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염소는 수영장 청소할 때 소독용으로 많이 사용돼 깨끗한 이미지로만 생각했지만 전쟁의 도구로도 사용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전쟁 국가들이 염소를 이용해서 독성가스를 발명해 유대인 학살에 이용한 것이다. 하나의 원소가 훌륭한 기술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다는 것을 보며 원소를 사용하는 과학자의 가치관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됨을 알게 됐다. 인공자궁도 불임인 여성들을 위해 필요하지만 사회적 측면으로는 인간의 권리와 특권이 기술로 손상될 수 있음을 배우게 됐다. 인공자궁의 기술이 발전되면 생명이 기계처럼 생산될 수 있어 인간노예 문제가 야기될 수 있을 것이라는 비판의식을 갖게 됐다. 동물의 생명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과학기술과 윤리의식이 충돌될 때 윤리의식을 지켜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진정한 깨달음은 소통을 통해>
서양은 모든 것의 깨달음에는 ‘소통’이 필수 항목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학문의 깨달음은 진정한 소통을 통해 열리는 것이었다. “독서시간에 장자의 도에 대해 배우면서 진정한 도란 이미 만들어져 있는 길이 아니라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해가며 새롭게 개척된 길이 굳어져 형성된 것임을 깨달았다. 화학을 공부하면서 장자의 도에 대한 철학을 배울 수 있었다. 화학을 처음 공부할 때는 머릿속에 미시세계를 그려가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웠다. 고급화학을 공부할 때는 단편적인 사고만으로 한 단계 깊은 학문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직관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공부방법이 필요함을 느꼈다. 화학은 실험으로 증명된 학문임을 깨닫고 머릿속에 개념이 완전히 이해될 때까지 전문서적 속 학자들이 증명한 이론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봤다. 화학 평형이 이동할 때 이동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르샤틀리에의 원리를 생물의 무산소호흡과 연관시켜 젖산이 축적될 때의 반응을 추론하는 등 이론들을 일상생활에 접목하며 학문의 폭을 넓혀나갔다.”

하나의 학문이 만들어질 때에도 다른 나라의 이론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의 과정을 거쳐 한국과 서양의 이론들이 고루 접목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내 1인2기 프로그램을 통해 가야금을 배웠다. 가야금을 배울 때마다 한국이란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평상시에 한국인이란 자부심을 잃고 살아가다가도 한복을 입고 연주를 하는 순간 한국 고유의 매력에 매료되곤 한다. 1인2기 발표회 시간에 가야금으로 캐논연주곡을 관중들에게 전할 때면 세계적인 무대에서 한국의 정서를 보여주고 싶다는 열정이 커지곤 했다. 한편으로는 세계의 흐름에 맞춰지면서 한국 고유의 전통이 사라져가는 것 같았다. 손으로 직접 맥을 짚으며 개인의 체질에 따라 약을 지어주던 우리 민족은 어느새 서양 기술에 흡수돼 버렸다. 아픈 사람은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고 대량생산된 약으로 치료해 부작용을 일삼는 서양의 기술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기술을 키울 때 외국 학문을 그대로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고유의 가치를 반영해 더 올바른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학문의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도 소통의 덕목은 필수조건이다. 배움은 혼자서 깨닫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간의 소통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었다. “친구들과 토의를 하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정답을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해줬다. 반감기와 차수의 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할 때, 친구들과 스터디를 통해 깨달았던 적분속도상수식을 직접 유도하며 속도론을 공부할 수 있었다. 책과 소통을 하고 세상 사람들과 소통을 하면서 답을 찾아내는 과정이 문제의 해답을 찾아내는 방법임을 깨달았다.”

연구자에게 소통의 자세는 필수다. <이중나선>의 왓슨과 크릭을 통해 하나의 이론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이중나선을 통해 DNA의 구조가 밝혀지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서 삶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찾았다. 책에서 나오는 왓슨과 크릭은 DNA를 정확하게 정의한 사람들이다. 책을 읽으며 ‘폴링이나 프랭클린과 같은 훌륭한 과학자들을 제치고 대학원생이었던 왓슨과 크릭이 가장 먼저 이중나선 구조를 밝힐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란 질문에 찾은 답은 ‘소통’이었다. 왓슨과 크릭은 다른 과학자들이 어떠한 성과를 냈는지, 어떤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지 관찰했다. 다른 과학자들의 연구성과를 자신들의 연구에 도입을 하며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왓슨과 크릭이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다른 과학자들의 연구를 존중하고 수용하며 계속 보완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오만한 태도도 되돌아보게 됐다. 여러 사람들과 공부를 하고 함께 나누는 것이 지식의 폭을 넓히는 힘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세상으로부터 들려오는 조언과 비판을 수용할 수 있는 자세가 바로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국제학술심포지엄에 참가해 연구자는 이론만으로 상황을 예측/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대상자의 상황을 이해하며 연구를 해야 세계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음을 배우게 됐다. “세계의 지식을 수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서 다른 나라의 과학기술을 배우고자 국제학술심포지엄에 참가했다. 녹색 에너지에 대한 큰 주제에서, 3명씩 팀을 구성해 원자력이 녹색산업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영어로 논문을 작성했다. 연구를 할 때에 문과인 친구는 원자력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조사를 하고, 이과인 친구들은 과학기술의 효용성에 대해 조사를 했다. 세계 각국의 친구들과 함께 토론을 하면서 일본 친구가 던진 ‘경제력이 갖춰져 있음에도 일본은 아직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위험성을 우려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란 질문은 과학기술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아직 사고를 겪지 못한 채 일차원적으로만 제시했던 경제성과 안전성의 기준은 사고를 직접 경험한 일본 친구들과 동일하게 비교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었다. 제3자는 직접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이해하고 방안만 제시할 뿐이었다. 연구자란 연구를 할 때에 자신이 그 상황을 대입해가며 능동적으로 공부를 해야 세계적인 지식을 수용할 수 있음을 배웠다.”

특히 소통은 동물을 다루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세다. 소통을 통해 한 동물의 생명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아프면 말을 할 수 있지만 동물들은 말을 하지 못한다. 수의사가 동물이 어디가 아픈지 알기 위해서는 동물의 대변인인 보호자와 얘기를 해서 알아내는 것뿐이다. 하지만 보호자들은 치료비가 비싸면 키우던 동물들을 버리곤 한다. 동물을 치료하는 사람으로서 보호자를 설득하는 과정에서도 소통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통은 말은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간 대화의 과정을 통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을 때 ‘소통이 잘 됐다’고 볼 수 있다. 서양은 소통하는 법을 교내 seroc 생물 동아리장 경험을 통해 배웠다. “어렸을 때부터 생각한 리더는 <아우를 위하여>에 나오는 병아리 선생님처럼 작고 연약한 여자이지만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2학년 때 동아리장을 맡으면서 동아리 활동 방향을 정할 때 누구보다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한 학기가 끝난 후 한 후배에게 ‘선배, 1학기 동아리시간 동안 뭘 한 건지 모르겠어요’란 문자를 받고 자책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 동안 동아리원장으로서 한 일들이 모두 물거품이 된 것만 같아 속상했다. 그 때 다시 책을 읽었다. 병아리 선생님은 말만으로 구성원을 이끄는 사람이 아니었다. 한 발짝 물러서서 학생들이 의논을 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뿐이었다. 이후 동아리시간마다 동그랗게 앉아 서로 얼굴을 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했다. 소통이란 구성원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면서 문제를 해결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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