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가 선정됐다.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라는 뜻으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한자로 옮긴 신조어다. 교수신문은 6개의 사자성어 후보를 두고 교수 906명의 교수가 각 2개를 골라 1812표가 집계된 가운데, 32.45%에 해당하는 588표가 ‘아시타비’에 몰렸다고 20일 밝혔다. 올 한해를 ‘내로남불의 해’라고 규정했다는 설명이다.

아시타비를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교수(심리학과)는 “모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고 서로를 상스럽게 비난하고 헐뜯는 소모적 싸움만 무성할 뿐 협업해서 건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과) 역시 “여야, 진보와 보수,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사이는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을 두고서도 사회 도처에서 ‘내로남불 사태’가 불거졌다”라는 평을 보탰다. 정계를 중심으로 뻔뻔스런 말이 들끓어 사회 전반에 극심한 피로만 낳았다는 진단이다.
아시타비를 선택한 다른 교수들 역시 비슷한 문제 의식을 토로했다. “조국에 이어 추미애, 윤석열 기사로 한 해를 도배했는데 골자는 한 줄이다. ‘나는 깨끗하고 정당하다’”(예체능/40대), “진보 정권은 잘못을 인정하는 일이 없고 보수 세력은 과거를 뉘우치지 않는다”(사회/60대), “도덕적 시비에 빠진 적폐청산과 야당의 방어전략으로 추상적, 도덕적 차원에 국정이 고립됐다”(사회/30대) 등의 평이었다.
아시타비의 뒤를 이은 성어는 후안무치(厚颜無耻)다. 396표(21.85%)를 얻었다. ‘얼굴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으로 아시타비와도 뜻이 동한다. 전형준 서울대 교수(중문학과)가 추천했다. 후안무치를 뽑은 목소리들은 더 톤이 높았다는 설명이다. “임명직이 임명권자를 능멸”, “586 집권세력의 초법적 행태”, “언론의 감정적이고 도를 넘은 보도” 등 날 선 비판이 줄을 이었다.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에 집중하는 선택도 적지 않았다. 4위 첩첩산중(疊疊山中/12.74%), 5위 천학지어(泉涸之魚/8.16%)에 이 같은 시선이 반영됐다. “말라가는 샘에서 물고기들이 서로를 돕는다”는 의미의 천학지어를 추천한 전호근 경희대 교수(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이 또한 지난 1년간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설문에서 천학지어를 고른 한 40대 인문대 교수는 “아시타비한 세상에서도 국민들은 자기 자리에서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노력했다”는 말로 이에 호응했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해마다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 운명공동체’라는 의미를 가진 ‘공명지조’가 선정됐다.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 쪽이 사라지면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한국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