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1주일여 남으면 수험생 막판 관리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우황청심환이나 안정액을 먹여도 되나요.”
“커피나 에너지드링크는 먹어도 되나요.”
“아침밥은 어떤 게 좋을까요.”
“잠을 푹자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임상에서 매년 수능을 앞두고 반복적으로 질문 받는 말이지만, 학부모의 입장이 되어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녀의 대학입시를 겪어 볼 기회가 많아야 두세 번, 적으면 한 번이다. 경험이 적으니 막판이 되어서야 어찌해야 할지 당황하기 마련이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의 긴장감은 극도로 심해진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하기도 하다. 불안해 잠을 이루지 못하는 수험생도 많다. 식욕이 떨어지고 소화불량을 호소하기도 한다.  최상위권 학생들도 한 문제 실수를 하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니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 시험을 포기한 학생이 아니라면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다. 모의고사에선 만점도 받았던 학생이 정작 수능에선 터무니없는 점수를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렇게 불안하니 학부모님들이 막판이 되면 “우황청심환을 먹여도 되느냐”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황치혁 한뜸 한의원 원장
/황치혁 한뜸 한의원 원장

이 질문에 정답은 없다. 체질로 보았을 때 우황청심환이 불안과 긴장을 해결해줄 수 있는 학생이라도 “먹여도 된다”는 답을 하기 어렵다. 학생이 직접 먹어보고 시험을 치르는 과정을 통해서 도움이 되는 지, 해가 되는 지를 스스로 검증해 보았어야 한다. 마음이 편안해졌는데 머리가 멍해져서 시험에 집중할 수 없다면, 그 약은 맞지 않는 약이다.  1주일여를 남겨 놓은 현재 불면, 불안, 초조, 목마름, 두근거림, 숨참 등의 과긴장 증상이 심하다면 여학생은 한의원에서 처방하는 칠제향부자환, 남학생은 천왕보심단을 추천한다. 하지만 반드시 시험 며칠 전에 2~3회 복용한 후에 집중력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후 시험 전 날 복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에너지드링크도 마찬가지이다. 시험기간에 학생들이 많이 찾는 에너지드링크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을 많이 분비시켜, 말초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높여 대뇌 전두엽의 인지기능을 저하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시험기간에 복용해봤고, 도움이 된 학생들이라면 마셔도 문제가 없겠지만 복용 경험이 없는 학생이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수면은 대뇌의 기능과 직결된다. 7시간 정도의 수면이 이상적이다. 수능 첫 시험인 국어가 8시40분에 시작되는 것을 고려하면 늦어도 12시 전에 잠들어야 한다. 새벽까지 공부를 하던 학생이라면 지금부터라도 12시 전에 자도록 해야 한다. 수면패턴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과도한 긴장으로 밤을 꼬박 새우고 시험장에 가는 학생도 간혹 있다. 이런 상태로 시험을 잘 치르기는 힘들다. 그래서 수능 전날은 공부를 조금 일찍 끝내고 숙면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평소에 12시까지 공부를 했다면 11시 정도에 공부를 마무리하고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잠자기 전 마지막 공부도 집중해 머리를 많이 쓰는 과목이 아니라 좀 쉬어가며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일찍 잠자리에 들라는 건 아니다. 7시간 정도의 수면을 취할 수 있게 12시 전에 잠들면 된다. 단 공부를 조금 일찍 마치고 따끈한 샤워를 한 후, 음악을 들으며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온몸의 긴장을 풀어준다. 음악도 랩 형태의 박자가 빠른 것 보다는 발라드 등 조금 느린 음악을 듣는 게 잠드는데 도움이 된다. 

배가 고파도 잠들기 힘들고 너무 불러도 불편하다. 단 맛이 긴장을 이완시켜주니 잠들기 3시간 전에 당분이 많고 소화가 잘되는 과일 등을 먹는 것도 좋다. 따뜻한 우유를 마시라는 조언도 있지만 소화기가 좋지 않은 학생들은 피해야 할 방법이다. 평소에도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학생이라면 시험 며칠 전부터 ‘점진적 근긴장완화’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아주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전신의 근육긴장이 풀리면 잠이 잘 오게 마련이다. 시험 전 숙면을 취했다면 어려운 고비를 넘었다고 보아도 된다. 그 다음은 아침과 점심식사이다. 학교에선 모의고사 때에 급식을 먹지만 수능 시험장에선 급식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 소화에 부담이 없고, 머리에 필요한 포도당을 충분히 공급해줄 식단이 무엇인지 테스트를 해보아야 한다.

몸이 긴장하면 소화기의 근육도 긴장하게 마련이다. 소화기의 근육이 긴장되면 체하기가 쉽다. 그래서 수능 당일 음식은 평소 소화가 잘 되던 식단으로, 추워진 날씨를 고려해 따뜻한 음식들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또 머리의 에너지원이 포도당인 것을 고려해 단백질이나 지방보다는 탄수화물이 많은 밥을 먹는 것이 좋다. 평소에 현미밥을 먹었더라도 현미의 양을 대폭 줄이거나 백미로 밥을 짓는 것이 좋다. 식사량도 평소보다 약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대신 소화가 잘되는 간식을 싸주면 된다. 아침밥을 거의 먹지 않았던 학생이라도 탄수화물로 구성된 식사를 조금이라도 하게 해야 한다. 과도한 긴장으로 밥맛이 전혀 없을 경우를 대비해 엿이나 캐러멜 등 쉽게 흡수될 수 있는 간식을 준비해 놓아도 된다. 엿이나 캐러멜 등은 따뜻한 물과 먹는다면 머리로 바로 포도당을 공급할 수 있다.
 
점심식사도 당연히 보온도시락에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으로 구성해 주어야 한다. 시험 당일 날씨가 춥다면 꿀물을 보온병에 넣어주고 쉬는 시간마다 조금씩 마시게 하는 것도 좋다.  다음으로 시험성적과 직결되는 요인은 긴장을 빨리 해소하는 것이다. 지금도 긴장하고 있지만 수능 당일 시험장에 8시까지 입실해서 시험을 볼 때까지 긴장감은 계속 증폭된다. 감독선생님들이 들어오고 답안지와 시험지를 나눠주고 시험시작 종이 울리는 일련의 과정에서 긴장을 하지 않는 학생들은 없다. 막판의 과도한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복식호흡을 지금부터 연습하는 것이 좋다. 코로 깊게 배꼽 아래까지 숨을 들여 마신 뒤 입으로 천천히 길게 내쉬는 게 핵심이다. 들숨보다 날숨이 길어지면 긴장을 이완시키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오늘 글을 한 줄로 정리하면 시험 전에 최선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지금부터 천천히 준비하고, 시험 당일 본인의 몸에 실험을 해보지 않은 방법은 피하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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