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실적으로 강화한 경쟁력 입증' ..'위기마다 기회로 바꾼 도전 주목'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전국단위 자사고인 민족사관고등학교(이하 민사고)는 우리나라 수월성 교육을 이끄는 공교육 롤모델로 손꼽힌다. 자사고가 ‘자율형사립고’가 아닌 ‘자립형사립고’로 정의되던 시절부터 시작된 ‘원조 자사고’다. 2002학년 고입부터 자립형사립고 시범학교로 운영되다가 이후 명칭이 자율형사립고로 변경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교육이 정권따라 휩쓸려 온 상황이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지만 지금 어느 때보다 더 위기감이 큰 것은 사실이다. 정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2024학년 모든 자사고가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도록 해 학교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최근 교명 변경 이슈가 더해져 정부 방침에 쉽게 ‘순응’하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내외부에서 터져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이는 절망감을 나타낸 ‘처절한 몸짓’에 가깝다.

민사고는 늘 그래왔듯 또다시 ‘위기를 기회’로 뒤집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인문/사회/수학/과학을 아우르는 융합교육을 운영하면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융합’ 영재교육의 기틀을 다지는 중이다. 

위기와는 별개로 민사고의 교육체계는 해를 거듭할수록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대입실적’으로 평가되는 세간의 시선에 맞서고 있지만, 민사고의 탁월한 대입실적이 주목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베리타스알파가 자체조사한 2020 서울대 정시최초 포함 합격자 실적은 총 24명이다. 수시최초19명+수시추합0명+정시최초5명의 실적이다. 곽상도(구 미래통합)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받은 ‘2020 서울대 최종등록 출신고 순위’에 의한 등록자 기준으로는 총 28명이 등록했다. 

민사고는 자사고 맏형격으로, 늘 미래를 고민한 교육프로그램을 앞장서 도입해왔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민사고는 자사고 맏형격으로, 늘 미래를 고민한 교육프로그램을 앞장서 도입해왔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온 역사>
민사고는 현 민족사관학원 최명재 이사장이 사재를 쾌척해 일구어낸 학교다. 전국의 영재들을 선발해 점차 퇴색하는 민족혼을 살리고 조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대한국인’을 양성하겠다는 뜻으로 설립됐다. 전북 김제 출신의 최명재 이사장은 87년 파스퇴르유업을 창업한 인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설립자는 96년 민사고를 개교하며 “기업이윤을 혈족이나 연고자에게 물려주지 않고 전액을 민족 주체성 교육과 선진 문명의 한국화에 투자해 전 생애를 교육에 바치겠다”고 선언했다. 영국의 이튼스쿨 등 전통 있는 외국 명문고들을 두루 견학한 후 국적 있는 학교를 세우고자 건물에는 기와를 앉히고 곳곳을 ‘조국’과 ‘태극기’로 장식했다. 정문에는 충무공 이순신과 다산 정약용의 동상을 세웠다. 노벨상을 받을 미래 민사고인을 위해 ‘노벨상 좌대’ 15개를 학교진입로에 나란히 설치해뒀다. 학생들과 교사들은 한복을 입었다. 

민사고가 겪은 위기 중 하나는 일명 ‘내신대란’이다. 대입 내신강화로 학생수가 적은 민사고 학생들이 국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민사고는 시야를 해외로 넓히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민사고 역시 해외유학엔 서툴렀던 때지만 교사들이 해외에 직접 발로 뛰며 현장에서 배웠다. 민사고를 알리기 위해 학생들과 함께 뉴욕 한복판을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쓴 채로 활보하기도 했다. 

민사고의 적응력은 학종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해외대학의 입학사정관제에 일찍이 눈 뜬 결과, 국내대학에 도입되기 시작한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 것이다. 대입이 교육 방향을 고민하고 변하기 이전부터 새로운 교육의 방향을 찾아 걸어가고 있었던 셈이다. 

<‘인문/사회/수학/과학 아우르는’ 융합 영재교육>
민사고는 늘 선구자의 입장에서 미래를 위한 교육을 고민해왔다. 민사고의 표현처럼 “단지 입시 명문 학교를 꿈꾼다면 주입식 교육, 문제풀이 수업에 집중하면 될 것”이었지만 그런 나태하고 획일화된 교육으로는 미래 인재를 길러낼 수 없다는 믿음이 확고했다. 이전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거나 다른 학교의 것을 적당히 베끼는 것이 아닌, 더 나은 교육 프로그램을 찾고자 계속해서 고심해온 이유다.

민사고가 일찍이 뿌린 씨앗은 한국 교육 곳곳에서 발아 중이다. ‘공교육 롤모델’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다. 무학년 무계열 개념의 학생 선택 중심형 수업, 진로 진학 희망에 따른 개인 맞춤형 수강 신청, 학점 이수제, 교사별 연구실 겸 수업교실제, 소수 정예 수업, 영어 몰입 수업, 계절학기제, 미국 대학과정 과목 개설, 주관식 논술 중심의 평가, 발표 토론 위주의 수업 등 현재는 다양한 학교에서 시행중인 프로그램들이 모두 민사고에서부터 비롯됐다.

민사고의 교육 전반을 꿰뚫는 큰 방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설립이념과 교육목표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민족정신과 세계적인 안목을 구비한 창의적이고 국제적이며, 헌신적인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민족의식 함양교육, 전통적 가치의 계승과 발전, 전통문화의 체득/구현으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갖게 한다. 국제적 언어구사 능력과 학업역량을 습득하게 해 세계적 경쟁력을 제고시키며,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융합 영재교육을 통해 각자 잠재능력과 창의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민사고의 끊임없는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추진된 ‘자사고 폐지 정책’으로 인해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리면서 사실상의 폐교 위기를 피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2017년 융합영재학교로 전환을 청원하기도 했다. 청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2018년부터 학교 자체적으로 융합영재교육을 구현하고 있다. 

민사고는 영재학교에서도 하지 못하고 있는 융합영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수학 과학’에 영재교육 범위를 한정한 것이 아니라 ‘인문 사회’영역에서도 영재교육을 실시하는 형태가 그것이다. 민사고 측은 “인문 자연 국내 국제의 다양한 의견을 가진 학생들이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고 소통하며 협력해, 창의적인 사고력으로 미래의 국가를 이끌어갈 리더로 자랄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2015개정교육과정의 도입과 함께 ‘융합’이 화두가 되기 훨씬 이전인 20년 전부터 민사고는 문이과 벽을 허물고 수리과학과 인문사회를 넘나드는 융합영재교육을 시행해왔다. 2001년 과기부(현 미래창조과학부)가 민사고에 인문분야 융합교육을 포기하고 수학과학 분야 영재교육에 집중한다면 과학영재학교로 지정해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지만 민사고는 과학과 인문을 융합한 인재양성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굽히지 않고 이를 거절하기도 했다. 

민사고의 융합교육은 현재 교육과정 내에서 매학기 3단위(주당 3시간)씩 6학기로 3년간 진행된다. 민사고 측은 “스티브 잡스가 기술에 인문학적 상상력을 넣었다면 민사고에서의 융합교육은 그 밑에 본질적인 인간을 기본으로 하는 교육이다. 인문학적인 상상력 아래에 Human을 넣어서 인간중심의 인문학적 상상력과 기술을 구현하는 사회를 만드는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고 설명한다.

융합교육은 두 개 이상의 학문(인문사회, 자연과학, 예술체육 등)의 지식과 연구방법, 직관과 상상력을 활용/배양해, 우리 삶과 현실에서 중요한 문제들을 발견 또는 해결하거나, 새롭고 창의적인 가치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교수학습활동을 함으로써, 세상을 변화시키는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을 의미한다. 

융합교육은 총 3단계로 진행된다. 1학년 1,2학기는 지식의 단계로, ‘융합독서’를 실시한다. 독서를 통해 사고의 체험을 하도록 하며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생각하며 소통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한다. 인문 사회 과학 수학 예술교사 9명이 팀을 이뤄 수업을 진행한다. 각 학문 영역의 ‘융합의 실천’이 목표가 아니라, 각 학문 영역이 가지고 있는 고유하고 특징적인 사고를 체험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한다. 수업방식은 다양하다. 주제와 관련된 사회적 문제를 개관하고 원인을 분석해 조별로 파악한 핵심을 15분정도의 역할극으로 표현하고 역할극 이후 자유토론을 수행하는 방식이 있다. 독서 방법 KWL(Know, Want, Learn)을 적용해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후 프린트에 서술하는 방식도 있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 생물학적 내용이나 책의 어려운 부분을 교사가 설명한다. 각자 프린트에 서술한 활동을 조 별 활동을 통해 공유하고, 조 대표가 각 조의 생각을 총 정리하여 발표 후 토론하는 방식이다. 

‘융합상상력’은 계획의 단계로, 2학년1학기부터 3학년2학기까지 활동을 통해 깊이 있는 사고와 실행계획을 경험하도록 한다. 융합독서 이후 더 개별화되고 심화된 과정이다. 개별교사가 진행하거나 두 명 이상의 교사가 팀을 이뤄 인문사회와 자연과학 분야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융합교과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주제에서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전에 배경지식을 검색하고 학문 간 연결고리를 찾아내게 함으로써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기르고자 한다. 수업에는 10~11명의 선생이 참여하며 각 선생님 당 최대 16명 내외의 학생을 배정한다. 학생들은 한 학기에 2명의 선생님에 선착순으로 신청한다. 1학기를 절반으로 나눠 수업을 바꿔 진행한다. 

‘융합프로젝트’는 실행의 단계다. 2학년2학기부터 3학년2학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경험을 한다. 실생활과 관련된 문제나 업무를 수행하는데 요구되는 문제를 스스로 선택한 뒤 질문과 토론을 거쳐 함께 문제 해결방법을 찾도록 한다. 

<2021입시.. 체력검정 미실시>
민사고는 남녀 10학급으로 총 160명을 모집한다. 일반전형 155명, 민사고 전액장학생전형 4명, 횡성인재전형 1명이다. 민사고 전액장학생전형은 한샘DBEW 장학생 전형 3명, 민사고 동문장학생전형 1명으로 세분화된다. 전액장학금은 재학기간 중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기숙사비, 기타 교육 경비 일체가 지원된다.

전형은 2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 교과성적100%로 정원의 2배수 이내를 선발한 후, 2단계에서 교과성적, 서류평가, 면접 결과로 종합평가해 최종선발한다. 올해는 지난해 실시하던 체력검정을 실시하지 않는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취한 조치다. 

1단계 교과성적으로 2배수 이내를 통과시키는데, 최근 2년간 경쟁률이 2대1을 넘기지 않아 전원 2단계 통과 가능성도 예측해볼 수 있다. 최근 5년간 민사고 경쟁률은 2016학년 2.72대1(모집165명/지원448명), 2017학년 2.79대1(165명/460명), 2018학년 2.58대1(165명/426명), 2019학년 1.69대1(165명/279명), 2020학년 1.76대1(160명/282명)의 추이다.

고입 내신 절대평가가 도입되면서 ‘올A’인 학생만이 민사고에 합격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민사고 측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최근 몇 년간의 결과를 봤을 때 올A인 학생이 항상 최종합격에 유리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내신 외에도 서류평가 면접 등 다양한 평가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2단계 서류평가의 경우 자소서와 추천서 등을 활용한다. 면접은 개별면접으로 실시, 자기주도 학습역량 및 영재성(발전가능성), 공동체 생활역량, 인성 등을 확인하고자 한다. 대입 자소서도 마찬가지지만 자소서는 잘 쓴 자소서를 흉내내는 것으로 좋은 평가를 받긴 어렵다. 오히려 글이 다소 투박하더라도 진솔한 자신의 특징을 담아내는 것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서류평가가 있다고 해서 학생부의 비교과영역이 평가에 활용된다고 오해해선 안 된다. 학생부는 1단계에서만 평가에 활용될 뿐만 아니라 그 중에서도 교과성적만을 평가한다. 봉사활동이나 독서활동 등 ‘비교과 영역’이 합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없다는 점이다. 부득이하게 1단계 교과성적 산출 시 동점자가 나올 경우에는 출결상황을 반영할 수 있다. 

<전형별 지원자격>
공통 지원자격은 민사고의 건학이념과 영어 상용 정책을 수용하고, 민사고에서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에 원활히 참여할 수 있는 자여야 한다. 국내 중학교 졸업자 또는 2021년 2월 이내 졸업예정자이거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7조 제1항에 의한 중학교를 졸업한 자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교육부장관이 인정하는 자가 지원할 수 있다.

한샘DBEW장학생 민사고동문장학생 횡성인재전형은 추가지원자격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한샘DBEW전형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 또는 그 자녀, 차상위계층 또는 그 자녀, 가정형편이 어려운 자로 학교장 또는 기초자치단체장의 추천을 받은 자 등이어야 한다. 한샘DBEW연구재단의 목표와 전략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향후 DBEW포럼 참석 등 재단 활동에 공헌하고자 해야 한다.

민사고동문장학생전형은 기준중위소득 이하이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자로 학교장 또는 기초자치단체장 추천을 받아 지원할 수 있다. ‘민사고 설립이념에 따라 민족을 위한 봉사와 참된 지도자의 자세를 견지할 마음을 가진 자이며, 졸업 후 자랑스러운 동문으로서 동문회 활동을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자’를 지원자격으로 제시하고 있다. 

횡성인재전형은 대입으로 치면 ‘지역인재’ 성격의 전형이다. 미래 지역발전을 위해 적극 헌신할 수 있는 자로, 중학교 재학 기간 중 부모와 함께 횡성군에 주소를 두고 있는 자이면서 횡성군 소재 중학교에서 전과정을 이수하고 2021년 2월 이내 졸업예정자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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