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인원으로 일군 괄목 대입실적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전국단위 자율학교 남해해성고는 국토의 남단 경남 남해군에 위치, 지리적 여건을 극복하고 공교육 롤모델로 올라선 이후 또 한번 도약을 예고한다. ‘알아주는’ 공교육 대입 전문가로 꼽히는 신종찬 전 휘문고 교감이 올 3월 교장으로 부임했기 때문이다. 특히 휘문고가 정시 중심의 실적으로 두각을 드러낸 학교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시확대로 대입기조가 바뀐 현 상황에서 더욱 주목받는 변화다. 수시 학종시대에 맞게 탄탄한 교내 프로그램을 정착시켜 온 남해해성고가 ‘정시 날개’까지 달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남해해성고는 학생수 감소로 폐교위기에 내몰렸던 시골학교도 전국구로 올라설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학교다. 학년당 100명 안팎에 불과한 규모에도 대도시 명문고 못지않은 실적을 꾸준히 내고 있기 때문이다. 

2016학년부터 2019학년까지 진학실적을 살펴보면 4년간 서울대13명 연세대19명 고려대29명의 실적을 냈다. 가장 최근인 2020 서울대 입시에서는 수시최초3명, 정시최초1명의 합격실적을 내기도 했다. 2019년 5월 기준 3학년 학생수가 90명에 불과할만큼 작은 학교 규모를 고려하면, 숫자가 가진 의미는 더욱 크다는 평가다. 

남해해성고는 올해 신종찬 교장의 부임으로 더욱 상승가도가 기대되는 학교다. /사진=남해해성고 제공
남해해성고는 올해 신종찬 교장의 부임으로 더욱 상승가도가 기대되는 학교다. /사진=남해해성고 제공

<신종찬 전 휘문고 교감 영입.. 남해해성고 상승세 힘 얻어>
신종찬 신임교장은 전국구로 명성이 높은 광역자사 휘문고에서 진학부장을 거쳐 교감까지 맡은 공교육 대입 전문가. 대입판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진학교사모임으로 공교육 전문가들이 배출한 '서진협'의 핵심인물이다.  명문고에서 진학을 진두지휘한 경력은 물론 공교육스타들이 포진한 서진협에서 태동을 이끈 신동원 전휘문고 교장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을 잇는 대표적 진학전문가였다는 이력 자체부터 이미 공력을 짐작하게 한다. 

신 교장의 명성은 이미 진학교사들 사이에서는 전국구다. 대부분 '서진협' 소속 교사들이 그렇듯 서울교육청 진학지도 지원단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공교육 스타’들이 선다는 서울교육연구정보원 주최 설명회에서 교사나 학부모 대상으로 강연을 도맡아 하는 한편 서울시 구청주관 공교육 설명회에서도 단골강사여서 수요자들 사이에서도 명망이 높았다. 신교장이 오랫동안 몸담은 휘문고는 서울 강남구에 소재, 매년 20명 이상의 서울대 합격자 실적을 냈고 올해의 경우 의대 실적 전국 2위를 기록한 강남 대표 학교다.

신교장의 공교육 현장 최전선에서 쌓은 진학지도 노하우와 경륜은 남해해성고로 고스란히 이식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해해성고의 도약을 짐작케 하는 이유다.  올해 3월1일자로 남해해성고 11대 교장으로 부임한 신 교장은 정년을 마무리하는 3년간 재직할 예정이다.

신 교장은 남해해성고 취임과 동시에 두 가지 약속을 했다. ‘학생 스스로 도전하고 기획하고 학교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과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의 꿈과 비전, 학부모의 감동, 이를 가능하게 하는 교사들의 열정, 지역사회와 대학의 만족이 이뤄지는 학교가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신 교장은 “붕어빵같이 몰개성적인 학생으로 두지 않겠다”며 “무한한 도전, 창의적인 발상, 개성 넘치는 끼 등이 새로운 길을 열어갈 수 있도록 적극 후원하겠다”고 말했다. 

신 교장은 남해해성고를 꿈이 영글어가는 ‘드림 소사이어티’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드림 소사이어티는 꿈과 이야기와 같은 감성적인 요소와 상상력이 중요시되는 미래사회를 의미한다. “나무 하나가 숲이 될 수는 없다.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와 재단이 서로 신뢰하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때 비로소 우리는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교사들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적극적인 지지도 당부했다. 교장 스스로 역시 교사들을 어떤 가치보다 상위에 두고 학교를 경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직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을 바탕으로 학생 한 명, 한 명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교사들의 열정이 ‘드림 소사이어티’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행복한 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선생님들의 열정을 담는 일은 선생님을 선생님답게 모시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농어촌 자율학교’ 기회 살려 도약>
남해해성고는 한때 폐교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농어촌 학생수가 급감하며 2000년대 초반 전교생수가 150명을 밑돌았기 때문이다. 줄어만 가는 남해지역 학생들로는 정원을 채우기조차 쉽지 않았다. 당장 학교 운영을 이어갈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했다.

반전이 시작된 것은 2004년 농어촌 자율학교 지정이다.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는 학생수가 줄어 존폐위기에 놓인 농어촌지역 고교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침 아래 자율학교를 지정하고 교육과정 편성/운영권과 선발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자율학교 지정은 지역적 불리함에 허덕여야 했던 남해해성고가 현재의 ‘명문고’가 될 기틀을 마련하게 된 계기였다. 이후 자율학교로 지정된 곳들의 흥망은 고교별로 엇갈렸지만, 남해해성고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최소한의 지원자를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손에 쥐면서 폐교설은 자취를 감췄다.

자율학교로 지정되며 발전에 박차를 가하던 남해해성고에 또 다른 ‘호재’가 등장한 것은 2006년의 일이다. 남해해성고 근방 힐튼 남해골프&리조트 등을 보유한 에머슨퍼시픽그룹(현 아난티그룹)의 이중명 회장이 재단인 해성학원의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막강 지원의 ‘날개’를 달았다. 취임 전부터 남해해성고에 1억원의 장학금을 기탁하는 등 관심을 보여오던 이 이사장은 교실을 증축하고 전교생 기숙사를 건립하는 등 교육환경 개선에 적극 나섰다. 

<변화 이끌어낸 교사진의 헌신과 노력>
남해해성고는 모든 학생들을 대하는 교직원의 자세가 남해해성고만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한다. 모든 교직원은 학생들과 제2의 가족공동체인 해성멘토링(1인 멘토교사와 학년별 3인 멘티 학생)을 구성해 학습과 생활 전반에 도움을 주고 있다. 

아무리 호재가 잇따르더라도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이 없었다면 흘려보내기 쉽다. 교장 교감부터 전국 대학의 입학 관계자들을 몸소 찾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고, 대학방문뿐 아니라 벤치마킹을 위한 전국 고교 방문도 함께 이뤄졌다. 이 같은 노력이 연50회가량의 대학관계자들의 남해해성고 방문과 함께 남해해성고 수업이 발표 및 토론으로 이뤄져가는 계기가 되었다.

정시확대로 추세가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대입에서 학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남해해성고는 학생의 95%이상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지원하는 특징도 있다. 그만큼 교내 프로그램이 받쳐주고 있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학생이 학종을 준비하는 만큼, 남해해성고 교사들은 학생이 주도하는 수업을 만들어 가고, 교과관련 동아리 활동도 다양화하는 등 학생부 기록에 도움이 되는 교육프로그램을 스스로 실시하고 있다.

물론 ‘정시확대’라는 외부 요인이 입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프로그램 정비를 통해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방과후 수업(주말 포함) 및 소규모 야간 수월성 수업 강화, 온라인 강의 활용 시간 확대 등으로 프로그램을 정비했다. 방학 기간을 활용해 학교 혹은 학교 밖에서의 학습활동을 선택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월1회 귀가에서 월2회 귀가로 학교 밖 학습 활동을 열어줄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지역특색 살린 공교육 시스템>
교사진의 치열한 모색과 고민은 남해해성고만의 독특한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 인성함양과 협동심 강화를 위한 ‘해성농장 및 텃밭 가꾸기’와 같은 특색 교육은 물론이고 남해의 명산인 금산 등정과 바래길 체험의 ‘지역문화 체험’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남해해성고만의 교육 프로그램이다. 

교사수에 맞춰 마련되어 있는 야외벤치를 활용, 교사와 학생 간 유대를 강화하며 학력향상 진학문제 등에 대해 지도와 조언의 장으로 자리잡은 ‘해성 멘토링’, 외부기관과 연계해 진행하는 진로체험활동의 일환인 ‘해성인턴십멘토링’, 선후배 또는 같은 학년 간 유대관계를 돈독히 해 자연스레 학습분위기를 조성하고 학력향상에 힘쓰도록 하는 ‘학습 멘토링’까지 빼곡히 갖춰진 멘토링 제도는 남해해성고만의 특징이다. 

특히 2009년부터 농어촌 지역 학교의 특성을 살린 노작 활동을 통해 올바른 인성과 공동체 의식을 기르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해성농장’ 프로그램이 독특하다. 전 학년을 대상으로 교내에 마련되어 있는 농장에서 자율 활동 및 봉사시간을 활용해 마늘 오이 고구마 배추 등 다양한 채소를 학생들이 직접 가꾼다. 학교 인근 논을 이용해 모내기 추수의 체험도 진행한다. 농장의 수확물은 학교 급식을 통해 학생들에게 제공되거나 귀가일을 이용해 각 가정으로 보내기도 한다. 농장의 수확물을 가지고 인근 마을 회관이나 장애인 시설 등을 방문해 기부 및 봉사활동도 진행한다. 남해해성고 전교생뿐 아니라 교장 교감을 비롯, 전 교사 및 행정실 직원들까지 함께 농장활동을 하고 있다.

해성농장 외에도 2016년부터 시작한 ‘세다토론’과 ‘1인1기’가 특색 있는 자율활동으로 돋보인다. 세다토론은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한다. 사회적으로 시사성 있는 주제에 대한 토론활동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과 합리적 의사결정 능력을 기르는 데 목표가 있다. 1인1기는 태권도를 통해 정신력과 체력을 기르고 건전한 교우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시작했다. 학년별 수준에 맞는 태권도 강좌를 수강한다. 

<내신 5등급도 수도권대학 학종 합격>
남해해성고 입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을 함께 하게 된다. 학생들은 물론 교장 교감도 함께 기숙사에 머문다. 적응과정에서는 멘토 선배를 비롯한 모든 교사들이 함께 돕는다. 남해해성고 측은 “대부분의 재학생들이 중학교 때까지 부모님의 도움 없이 스스로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따라서 처음에는 낯설고 힘든게 당연하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면서부터는 신입생 모두가 기숙사 생활에 잘 적응하고 주어진 환경도 잘 극복해나간다”고 설명했다.

소수의 인원이다보니 내신받기가 어려워 대학 진학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선도 있지만 남해해성고는 이미 많은 대입을 경험해오면서 ‘내신’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남해해성고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내신 성적 받기가 힘든 구조인게 사실이다. 하지만 타 학교의 내신 성적 등급의 의미와 우리 학교의 내신 성적 등급의 의미는 대학에서 해석하는 바가 크게 다르다. 예를 들어 남해해성고 5등급대 학생의 경우 수시 학종(일반)으로 수도권 대학에 합격한 사례가 많다. 이는 중/대도시 일반고 상황과 크게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서접수 12월21일부터 23일까지>
남해해성고는 올해 남녀 구분없이 4학급으로 총92명을 모집한다. 남해군에서 선발하는 지역균형 18명, 타 시도군에서 선발하는 일반전형 74명이다. 중학교 졸업(예정)자이거나 법령에 의해 중학교 졸업자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된 경우, 중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자인 경우 지원 가능하다. 원서접수는 12월21일부터 23일까지다. 최종합격자는 12월30일 발표할 예정이다. 

전형방법은 중학교 내신성적 100%다. 교과80%+비교과20%로 합산한다. 합격 커트라인에 대해 남해해성고 측은 “일반전형의 경우 커트라인이 6~7%”라고 설명한다. 

수업료나 기숙사비 등 실제로 학생이 부담해야 할 경비에 대해서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학교수업료와 학교운영비는 정부에서 지원되고 있으며, 방과후 수업료는 방과후 선택과목 개수에 따라 차이가 난다. 주중 8교시 방과후 수업료는 월 3.5만원 내외, 야간 수월성 수업은 1과목당 월 4만원 내외, 주말 방과후 수업은 학기별 7만원 내외 수준이다. 일부 방과후학교 운영의 경우 교육청 지원금이 있어 매달 개별 수업료에서 1.5~2만원 정도 차감된다. 기숙사비는 월12만원이다. 급식비는 점심의 경우 정부가 지원하며 조식/석식은 총 월22만원 내외다. 야식(간식)의 경우 주중 1일 3천원 수준으로 월7만원 정도다. 

남해해성고는 11월13일부터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설명회를 실시하고 있다. 서울 권역에서는 사전에 예약을 받고 11월21일부터 22일까지 서울에서 찾아가는 입학상담을 실시한다. 12월7일부터 12월13일까지는 마지막으로 집중 상담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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