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확대 최대명분 '고교등급제' 확인불가

[베리타스알파=강태연 기자] 지난해 11월 공개된 학생부종학전형(학종) 실태조사에 이어 특정감사에서도 대학들이 ‘고교등급제’를 통해 특정고교를 우대한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감사는 지난해 11월 실태조사에서 고교등급제를 통한 학종 불공정성이 입증되지 않자, 6개대학(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을 대상으로 진행한 후속 감사다. 특정감사에서는 입학전형 시 절차, 규정, 평가기준 등을 준수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 사례에는 서류/면접평가 관련, 교사추천서/자기소개서 기재금지사항 관련, 교사추천서 유사도 검증 관련 등이 있다. 그렇지만 ‘학종 불공정성’을 주장한 교육부가 대학들이 ‘고교등급제’를 통해 특정 고교유형을 우대했다고 판단할 명확한 증거는, 특정감사에서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결론이다. 

물론 특정감사를 통해 밝혀진 부분은 각 대학이 학종 운영에서 발생한 문제점으로 볼 수 있지만, 교육부가 주장한 학종 자체가 학교별 계층을 유발해 불공정하다는 점은 입증하지 못한 셈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문제는 이미 학종에 대한 축소와 정시확대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 입시논란으로부터 촉발된 입시제도 개편으로 시작해, 정시확대를 요구하는 여론을 틈을 타 애꿎은 학종으로 화살돌리기를 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며 “결국 뒤바뀐 대입정책으로 인해 혼란을 겪고 피해를 입은 집단은 수요자와 교육현장이다. 수요자들에게는 매년 대입지형이 다르게 진행되면서 혼란을 줬고, 학종의 불공정성이 입증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나온 학생부 블라인드는 고교/대학에게 떠넘겨, 교육현장에 혼란과 과도한 행정업무를 주는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5일 공개한 13개대 학종 실태조사 결과에도 교육부는 학종 불공정성을 규명하지 못했다. 당시 교육부는 각 대학 평균 내신등급을 분석한 결과 지원자/합격자의 평균 내신등급이 일반고>자사고>외고/국제고>과고 순으로 나타나 서열화된 고교체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고교등급제라는 결론으로 귀결되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 역시 고교등급제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특정감사를 통해 고교등급제에 의한 결과인지, 평가에 의해 자연적으로 나온 결과인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특정감사를 통해서도 명확한 증거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당시 조사결과를 두고 대학가에서는 교육부의 학종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우수 학생들이 몰려 있는 특목/자사고의 진학실적이 높은 것은 당연한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학종의 문제로만 돌린다는 비판이었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학생부종학전형(학종) 실태조사에 이어 특정감사에서도 대학들이 ‘고교등급제’를 통해 특정고교를 우대한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지난해 11월 공개된 학생부종학전형(학종) 실태조사에 이어 특정감사에서도 대학들이 ‘고교등급제’를 통해 특정고교를 우대한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6개대학 특정감사.. 실태조사 이어 ‘고교등급제 확인 불가’>
교육부는 13일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6개대학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특정감사는 지난해 11월13일부터 12월6일까지 6개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감사 결과 서류/면접평가, 교사추천서/자소서 기재금지사항, 교사추천서 유사도 검증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그렇지만 정시확대 등 대입정책을 뒤엎는 것에 명분을 만들었던 ‘학종 불공정성’은 특정감사에서도 확인할 수 없었다.

입시제도 뜯어고치기에 대한 명분이 사라진 셈이다. 그렇지만 이미 대입개편을 통해 정시확대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며, 수요자들과 교육현장에서는 그대로 혼란을 감수해야하는 상황이다. 학종 불공정성에 대한 확인 없이 나온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는 정시확대와 학종축소, 비교과 폐지 등과 같은 계획이 담겼다. 정시확대의 경우 서울 주요 16개대학을 대상으로 2023학년에는 정시 선발비중을 40%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에 2022학년에는 기존 목표였던 30%이상보다 높은 비중으로 수능위주 선발이 이뤄질 예정이다. 2024학년에는 학생부 비교과영역을 폐지하는 것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2022, 2023학년 학생부 기재항목을 축소하는데 이어 2024학년에는 정규교육과정 외 비교과활동도 폐지한다는 것이다. 자소서는 단계적으로 2022학년부터 2023학년까지 문항과 분량을 축소하고, 2024년에는 완전 폐지한다. 2028학년에는 2025년 도입되는 고교학점제로 수능 체계 개편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교육현장의 경우 매년 다르게 적용되는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과 추가되는 업무에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교육과 방역을 모두 신경써야만 하는 상황에서도, 졸속으로 실시한 학생부 블라인드 작업을 고교/대학에게 떠넘기면서 교육현장의 업무를 가중하기도 했다. 결국 학생부 마감을 70일 앞둔 시점에서 부랴부랴 각 고교/대학에 블라인드 수작업을 진행하도록 하면서, 정당성이 떨어진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졸속 도입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시 확대 명분쌓기 실패.. 지난해 11월 학종 실태조사>
지난해 11월5일 공개된 학종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학종의 불공정성을 규명하지 못하면서, 정시확대를 위한 명분쌓기가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학종 실태조사에서는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춘천교대 포스텍 한국교원대 홍익대의 13개대학으로부터 2016~2019학년까지 총 202만여 건의 전형자료를 제출받아 지난해 10월 11일부터 24일가지 진행했다.

교육부는 각 대학 평균 내신등급을 분석한 결과 지원자/합격자의 평균 내신등급이 일반고>자사고>외고/국제고>과고 순으로 나타나 서열화된 고교체제를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고교등급제가 적용됐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었다. 당시 박 차관도 결과에 대해 고교등급제라 단언하기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고, 추후 특정감사를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시 조사결과에 대해서 대학가에서는 교육부의 학종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왓다. 우수 학생들이 몰려 있는 특목/자사고의 진학실적이 높은 것은 당연한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학종의 문제로만 돌린다는 비판이다. 고교 현장에서도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사안을 통계로 재확인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 교육전문가는 “자사고/외고/국제고 재학생이 일반고 학생보다 내신이 불리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비슷한 역량을 가지고 있더라도 일반고 학생에 비해 내신이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이 곧 ‘대입에서 특목/자사고는 내신이 낮아도 뽑았다’는 얘기는 아니다. 학종은 내신을 정량평가하는 전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과/비교과를 아우른 전반적인 학업역량을 정성평가해 선발한 결과, 합격권에 든 학생들의 내신을 고교유형 기준으로 평균을 내면 이렇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정감사.. 평가, 기재금지사항, 유사도 검증 등 확인>
특정감사를 통해 확인된 문제로는 서류/면접평가, 교사추천서/자소서 기재금지사항, 교사추천서 유사도 검증 등이다. 감사를 통해 신분상 조치를 받은 인원 108명, 행정상 조치 5건, 별도 조치 3건이 발생했다. 직무회피, 교육/훈련 관련 내용도 있다. 직무회피의 경우 서강대/성대 논술전형에 대한 내용과, 고대 2019학년 수시전형 사례가 담겼다. 고대의 경우 ‘친인척 지원’을 사유로 회피신청한 교수 9명에 대해 허가결정이 내려지지 않아 입학전형에 참여하게 됐지만, 친인척이 지원한 계열에 참여한 경우는 없었다. 교육/훈련 관련으로는 고대 입학사정관 28명이 교육/훈련에 참여하지 않는 내용이 담겼다.

- 서류/면접평가 관련
서류/면접평가 관련해서는 서울대 특정학과, 성균관대, 건국대 사례가 공개됐다. 서울대 특정학과에서는 모집정원  6명인 2019학년 지균선발 면접평가에서 서류평가 결과와 관계없이 ‘학업능력 미달, 대학 인재상 미적합’을 이유로 지원자 17명 전원에게 C등급(과락)을 부여해 한 명도 선발하지 않았다. 학교 자체 권고사항인 A+ 10%, A 30%, B 30%, C 30%을 지키지 않은 사례다.

서울대 관계자에 의하면 교육부 문제 지적에 동의하지만, 당시 면접은 해당학과 교수들의 판단에 의한 것이며 서울대 전체의 문제라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는 제도개선을 통해 집단 탈락 사태의 가능성을 막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교육부로부터 받은 지적은 기존의 서류평가와 면접평가를 종합하다보니 발생한 것으로, 2020학년부터는 서류70%+면접30%를 반영하도록 방식을 변경했다.

성균관대는 2018~2019학년에 2명이 교차 평가해야 하는 학종 서류전형에서 검정고시 및 해외/국제고 출신 수험생 총 1107명에 대해 평가자를 1명만 배정하고, 해당 사정관이 혼자 응시자별 점수를 두 번식 부여하며 평가했다. 1107명 중 226명 동일점수를 부여하고, 881명 다른점수 부여했다.

건국대는 모집정원 1명인 2019학년 학종 고른기회전형 면접평가에서 평가자가 특성화고 출신 지원자 모두에게 부적격을 부여했다. 이후 학종 심의위원회에서 합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지원자 한 명에 대한 점수를 번복해 합격 처리한 내용이다.

- 교사추천서/자소서 기재금지사항 관련
교사추천서와 자소서 기재금지사항 관련으로는 성대 서강대 서울대 건대 사례가 담겼다. 성대의 경우 2019학년 학종 서류검증위원회에서 자소서/교사추천서에 ‘부모 등 친인척 직업’을 기재한 82명 중 45명을 ‘불합격’ 처리한 반면 37명은 ‘문제없음’ 처리했다.

서강대는 2019학년 학종 지원자 2명의 자소서에 외부경력 의심문구가 기재돼 있었지만, 불이익(0점 또는 불합격 처리)을 부과하지 않았다. 의심문구로는 논문(학회지) 등재나 도서 출간, 발명특허 관련 내용, 해외활동실적 등이다.

서울대는 2018학년 학종에서 ‘어학성적’이 기재된 추천서를 제출한 외국인 응시자 2명을 서류평가 부적격자로 처리하지 않았다.

건대는 2019학년 학종 서류평가에서 지원자 12명의 교사추천서에 기재금지사항인 ‘지원자 성명’, ‘출신고교’가 기재돼 있었으나, 입학사정고나 14명이 평가시스템에 해당항목을 체크하지 않거나 의견을 기재하지 않았다.

- 교사추천서 유사도 검증 관련
교사 추천서 유사도 검증과 관련해서는 건대 성대 경희대 사례가 공개됐다. 건대의 경우 2018학년 수시 ‘KU학교추천전형’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으로부터 지원자 98명의 교사추천서 유사도가 ‘의심수준(80명) 및 위험수준(15명)’이라는 결과를 통보받고도, 이를 심의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성대에서는 2019학년 학종에서 교사추천서 유사도가 ‘의심 또는 위험수준’인 439명에 대해 교사의 소명절차 없이 서류평가를 진행했다.

경희대는 2016~2017학년 학종 최종합격자 12명의 교사추천서 유사도가 ‘위험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심의를 거쳤고 대상과 위원이 동일하다’는 이유로 사후검증을 실시하지 않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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