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연계강제 대학자율성침해 사업취지역행' 논란 비등 ..'11월부터 수능 비상 운영 체제'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정시40% 확대 방침을 재확인했다. 7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 부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학종 등 특정 전형으로 쏠림이 있는 대학에 수능위주 전형 확대를 추진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서울 소재 16개대학에 정시를 40% 이상 확대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2018년 2022대입개편을 통해 정시30% 방침이 정해진 데 이어 대입공정성 강화방안을 통해 특정대학에 보다 상향한 비율을 강제하는 등 정시 확대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 됐지만, 교육적 관점에서 정시 확대가 바람직하느냐는 지적은 물론 대학에 전형비율을 강제한다는 비판이 교육계에선 비등하다.

이날 유은혜 부총리는 2021수능과 관련해 11월초부터 수능을 위한 비상 운영 체제에 들어간다고도 밝혔다. 사회통합전형 근거 마련을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을 추진하고 학생부 기재 금지사항에 대한 검증 강화 방침도 밝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열린 국감에서 정시40% 확대 방침을 재확인했다. /사진=교육부 제공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열린 국감에서 정시40% 확대 방침을 재확인했다. /사진=교육부 제공

<사업과 연계한 정시확대 강제>
유 부총리가 국감에서 밝힌 ‘정시40%확대’ 발언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재확인한 것이다. 지난해 교육부는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의 서울소재 16개대학에 정시를 40% 이상 확대하도록 했다. 

특정 대학을 짚어 전형비율을 40% 이상 확대하도록 결론지으면서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대학별로 인재상에 맞게 대입 방식을 결정하고 입시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한 셈이기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입전형 규모는 교육당국이 임의대로 정할 사안이 아니다. 대학별로 우수 인재 선발에 가장 적합한 도구를 찾아 활용하는 방법 역시 대학이 가진 자율성의 일환이다. 이를 모두 무시하고 특정 대학을 집어 특정 비율로 확대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자율성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정시확대방안을 추진하기 위한 일환으로 2022대입개편과 마찬가지로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과 연계하기로 했다. 기여대학사업은 각 대학이 수주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핵심 지원사업으로, 대학입장에서 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사업이기 때문이다. 

사업과 연계해 강제한다는 점도 문제지만, 사업의 방향성 자체도 기존의 방향에서 180도 달라지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기여대학사업은 이전까지만 해도 사업계획의 평가지표 등을 통해 학생부위주전형으로 분류되는 학종, 교과의 확대를 권장해 온 전형이다. 학종 확대를 장려하던 사업이 돌연 정시 확대를 장려하는 사업으로 돌변하게 된 셈이다. 

교육부가 2022대입개편에서 정시확대 수단으로 기여대학사업과 연계하겠다고 밝힌 이후 교육계에서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당시 좋은교사운동본부는 2022대입개편 직후 “정시가 어떤 부분에서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키는지 밝히지 못하면 기여대학사업 예산을 활용해선 안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기여대학사업 예산은 취지에 맞게 고교교육을 정상화하는데 기여한 대학에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교교육 정상화는 교육과정 목적에 맞게 다양한 수업이 진행되고 수업을 통해 일어난 배움과 성장이 평가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산하 대입제도개선연구단 역시 “정시 수능위주 전형 30%를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과 연계하는 것은 수능시험이 고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근거로 수능시험을 강화하는 것이 고교교육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시확대 방향성 자체도 우려>
교육적 관점에서 정시를 확대하는 내용 자체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수시확대가 교육 현장에 불어넣던 활동 중심의 교육에서, 다시 문제풀이 중심의 수업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해 11월4일 서울대 학종의 틀을 설계한 김경범 서울대 교수 등을 포함한 각계인사 1503명은 정시 확대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수능 정시 확대는 오지선다 객관식 정답찾기 교육을 강조하는 것으로서 ‘미래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부적절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산하 대입제도개선연구단 역시 정시 확대에 반대하는 2차 대입제도 개선방안을 내놨다. 

반복학습이 유리한 정시 특성상 재수생이 유리함에 따라 재수생을 더욱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상위 선호대학인 고려대와 연세대의 경우 3년간 입학생 현황을 살펴본 결과 정시 입학생 중 N수생 비중이 꾸준히 상승했다. 매년 재학생보다 N수생이 더 많았던데다 2018학년에는 N수생 비중이 고대 64.4%, 연대 58.3%로, 10명 중 6명 꼴에 달했다. N수생 수능 응시자가 현역 재학생의 3분의1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정시가 오히려 ‘금수저 전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금수저’들은 오히려 정시 선호가 뚜렷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공개한 '2018교육여론조사' 내 ‘대입에 가장 많이 반영돼야 할 항목’ 조사에서 월 소득 600만원 이상의 응답자는 ‘수능성적’(38.2%)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정시의 경우 쏟아 붓는 사교육의 효과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전형이다. 부모의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선호도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자사고 폐지와 맞물려 교육특구 부활 우려도>
정시확대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과 맞물리면서 교육특구를 부활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흘러나온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은 “정시 확대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강남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가 급등하는 등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부동산 급등에 대해 기사에 소개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시가 확대되면 수능 스타 강사가 포진한 강남, 목동 등의 인기가 오른다는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며 “이는 정시 확대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이 사교육에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느냐가 수능의 성적을 좌우한다는 국민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여영국 전 정의당 의원이 3년간 서울대 입학생의 고교 소재 시군구별 수시/정시 합격자 비율을 분석한 결과, 정시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수시로만 입학생을 배출한 시군구가 전체 31%인 71개에 달했고 이들 대부분 비수도권이었다. 정시가 확대될 경우 서울대 실적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017학년부터 2019학년까지 3년동안 정시 수능 합격생이 우세였던 지역을 살펴보면 서울 강남구가 정시 입학생 비율이 11.9%로 가장 높았고, 서울 서초구(6%), 경기 용인시(5.7%), 서울 양천구(4.5%), 경기 성남시(4.3%) 순이었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