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취지 담은 되찾기 위해” ..민주고 되나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전국단위 자사고인 민족사관고등학교(이하 민사고)가 ‘민족주체고등학교’로 교명 변경을 추진한다. 민사고는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9월16일자로 학교 법인명이 ‘민족주체학원’으로 변경됐다”며 “교명을 설립자 뜻에 따른 민족주체고등학교로 변경을 추진하고자 하며 우선 학교 법인명을 민족주체학원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민족사관고등학교(민사고)가 민족주체고등학교로 교명 변경 추진한다. /사진=민사고 제공
민족사관고등학교(민사고)가 민족주체고등학교로 교명 변경 추진한다. /사진=민사고 제공

 

학교의 설명에 의하면 민사고의 설립 당시부터 교명을 ‘민족주체고’로 하고자 했으나 북한 정권이 사용하는 ‘주체’라는 단어의 이념적인 선입견이 강해 ‘사관(史觀)’이라는 단어로 대체해 현재의 민족사관고로 이름을 정하게 됐다. 이번 교명 변경 추진은 설립 취지를 담은 원래 이름으로 바로잡는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민사고 관계자는 “교훈에서도 민족 주체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주체’ 대신 민족이라는 개념을 나타낼 단어로 ‘사관’을 썼는데 적절한 것은 아니다. 20년 넘게 쓰다보니 ‘민족사관’이라는 것에 다들 익숙해졌지만 민족주체성에 대해 강조하는 원래 이름을 되찾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사고의 교훈은 “민족주체성 교육으로 내일의 밝은 조국을 출세하기 위한 공부를 하지 말고 학문을 위한 공부를 하자. 출세를 위한 진로를 택하지 말고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를 택하자. 이것이 나의 진정한 행복이고 내일의 밝은 조국이다”이다. 

지금 시점에 교명 변경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정부가 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전환하면서 민사고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게 된 상황을 꼽았다. “향후 통일이 즈음하거나 이루어질 때 교명을 민족주체고로 변경할 뜻을 가지고 영위하고 있었으나, 정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2025년 3월1일 이후에는 자사고가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도록 해 더 이상 학교의 존립이 힘들 상황이 도래했다”며 “대한민국 교육사에 민족사관고가 아니라 민족주체고로 남아 ‘민족주체성교육으로 내일의 밝은 조국을’ 꿈꾸던 학교로 기록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자사고가 헌법소원을 제기해둔 상황에서 민사고가 일반고 전환을 앞서 가정하고 교명 변경을 급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민사고는 일반고 전환에 대해 더 이상 대응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절박함을 느끼는 심정을 호소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민사고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민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민사고라는 학교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고 호소하는 것”이라며 “경각심을 깨우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왜 더 싸워보지도 않고 지레 포기하느냐”라며 아쉬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졸업생을 중심으로 흘러나오지만, 자사고 입장에서는 헌재 재판을 기다리는 것밖에 기대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더 이상 대응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그만큼 절망감을 나타내는 ‘처절한 몸짓’인 셈이다. 민사고 관계자는 “(헌법소원도 제기해 둔 상황에서) 학교 입장에서 뭘 더 해볼 것은 없다. 호소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민사고가 그동안 추구해온 교육방향이 필요없다고 한다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일반고 전환이 되더라도 목소리를 내고 죽겠다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인명 변경은 완료됐지만 교명 변경에는 시일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도 필요한데다 교육청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민사고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인 점, 신입학전형을 진행 중인 점 등을 고려하면 금방 될 것 같지는 않다. 내년은 돼야 가능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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