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기심 맞물리면 수능점수로 수시선발 가능성

[베리타스알파=김대식 기자] 대입 수시에 구멍이 뚫렸다. 평가원의 무사안일한 성적제공으로 수능최저라는 통로를 통해 수시전형 일부가 전형취지와 달리 수능점수의 잣대로 운영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평가원은 2015학년 수시에서 대학의 수능최저 확인을 위한 수능성적 제출 요구에 백분위와 표준점수까지 제공한 것으로 7일 드러났다. 일부 상위권 대학은 논술전형과 학생부종합 등 수시전형에서 여전히 수능최저를 운영한다. 올해 교육부의 간소화 정책으로 수능최저는 등급으로만 한정해 운영되도록 돼 있지만 평가원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백분위와 표준점수까지 4개영역 수능성적을 모두 제공했다. 지난해까지 수시는 우선선발과 일반선발로 나누어 까다로운 수능최저를 운영해 왔지만 교육부의 간소화 원칙에 따라 올해부터 등급으로만 운영한다.

당장 드러난 것은 성대의 수능 만점자 납치 의혹. 올해 수능 만점자 가운데 A양(B고)은 성대 성균인재전형(학생부종합)에서 글로벌리더 모집단위에 선발됐다. 학습적으로 뛰어났지만  A양의 서류의 수준은 탁월하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수능 만점자라는 사실을 알고 성대측이 서류100인 학생부종합임에도 불구하고 A양을 합격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의 배경이다.

평가원의 안일한 성적제공은 대학들이 마음만 먹으면 논술이든 학생부종합이든 전형취지와 무관하게 수능성적으로 당락을 가름지을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수능최저 확인 과정에서 만점자가 왔다면 전형취지와 무관하게 붙잡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한대의 경우 수능최저를 아예 걸지 않은데다 수능 이전(10월31일)에 합격자를 발표했고 서강대 역시 수능최저를 걸지 않고 수능성적 발표 이전(11월18일)에 이미 합격자 발표를 마무리한 상태라 혐의에서 자유롭다. 서강대는 학생부교과전형에서 서류점수를 반영하고 수능최저를 걸었지만, 서류를 수능을 치른 이후에 접수함으로써 학생 선택권을 존중하는 틀을 만들었다. 성대는 이전부터 의혹이 많았던 학교라는 점에서 서류가 다소 미비했던 수능만점자의 합격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평가원의 문제는 안일한 성적제공에 그치지 않는다. 평가원은 수능성적을 대학에 제공할 때 1인당 250원의 수수료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수험생 개인에게 수능 응시료를 4만6000원(4개영역 기준)을 받는데다 대학에게 수능성적 확인 수수료 명목으로 1인당 250원을 더 받는 셈이다.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대표적인 전형인 논술전형의 경우 2015 수시에서 60만6649명이 지원했고, 수능최저 적용 논술전형 지원자수는 55만1536명에 달해 논술전형에서만 1억3788만4000원의 수입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들이 입학생들의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해당전형 지원자 외에도 다른 전형 지원자들의 성적을 제공받는 것도 가능해 평가원이 성적제공 수수료로 얻는 수입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무사안일한 평가원.. 수시에서 표준점수 제공>

수시 전형 관리에 구멍이 뚫리게 만든 핵심은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2015학년부터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등급으로만 산정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올해에도 대학측에 수능의 표준점수와 백분위 자료까지 모두 제공했다는 점이다. 수도권 소재 한 대학의 사정관은 “평가원에 수능최저 확인을 위해 수능점수를 요청하면 등급은 물론 표준점수, 백분위가 모두 들어있는 성적표를 전산으로 제공한다”며 “지정영역이 4개인 경우 4개영역의 성적을 모두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소재 다른 대학의 입학팀장은 “성적은 과거에는 CD로 제공받았으나 요즘은 다운로드를 하는 방식으로 평가원이 제공한다”며 “다운로드를 위한 양식에 주민등록번호를 활용한 지원자 리스트를 만들면 평가원이 리스트에 일치하는 학생들의 수능성적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평가원은 수시에서도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포함된 자료를 제공하면서 교육부의 대입제도 발전방안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확정된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에서 수시에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등급으로 설정하고 백분위 등은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해 사용을 억제하도록 했다. 평가원은 교육부가 제시한 정책에 맞춰 수시에서는 등급만 제공하거나 해당 대학의 전형에서 설정한 수능최저기준에 합치되는지 여부만을 통보하는 방식을 써야 했다.

교육부 정책과 평가원의 성적 통보에서 보인 엇박자는 평가원이 교육부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평가원이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기관이기 때문이다. 지난 1994년 12월 국립교육평가원이 폐지되면서 민간기관으로 출범한 평가원은 1999년 이후 다른 정부출연기관들과 함께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다. 때문에 교육부 차원의 감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육부는 올해 177억원의 예산을 평가원에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총리실의 동의를 받아야만 감사를 실시할 수 있다. 조직구조상의 문제로 지휘/감독의 무풍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올해 수능 출제오류와 관련해서도 조직구조의 문제에 대한 질타가 언론을 통해 쏟아지기도 했다.

<대학의 활용 가능성>

수시에서 수능최저를 통한 수능성적 순 당락의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대학측도 의구심을 피할 수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수능최저 확인을 위해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 방식의 성적을 제공받아왔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상위권 대학은 지난해까지 수시에서 수능 중심으로 우선선발제도를 운영하면서 우선선발에는 등급뿐만 아니라 백분위 기반의 높은 수능최저를 설정한 바 있다.

특히 수능성적 발표일 이후에 합격자를 발표하는 전형은 수능성적을 바탕으로 합격자를 사정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학이 직접 출제하는 논술이나 구술을 제외한 전형에서 수능최저를 설정한 경우 의구심이 더욱 들 수밖에 없다. 대학들이 오랫동안 학생부 신뢰도가 낮다고 지적해온 점에서 학생부위주전형에서의 수능최저를 설정하는 경우가 의구심이 가장 크다. 교과성적을 기본으로 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의 경우 학교마다 다른 내신시험 수준과 범위 등을 신뢰하기 어려워 수능최저를 거는 경우가 많다. 학생부종합전형 역시 지원자의 서류를 바탕으로 전형을 실시하지만 대학별고사를 지양하라는 정책에 부딪혀 서류를 기반으로 질의응답을 할 수밖에 없어 학력 검증을 위한 최소 장치로 수능최저를 설정해두고 실질적으로는 수능성적을 모두 열람하는 방식으로 전형을 운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당수의 대학들이 복수지원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한 대학에 수능최저가 없는 전형에 지원했다 하더라도 수능최저가 있는 다른 전형을 통해 수능성적 열람이 가능했을 가능성도 크다. 지원자의 주민등록번호가 지원자 리스트를 만드는 주요 자료이기 때문이다.

<평가원 억대 수수료 수입.. 학생 1인당 250원>

평가원은 수능성적을 제공하면서는 학생 1인당 250원의 수수료를 받는 것도 확인됐다. 수도권 한 대학의 입학처장은 “’두당’ 250원의 수수료를 평가원에 내야 한다”고 말했다.

수능최저를 설정하는 대표적인 전형인 논술전형에서만 올해 1억3788만4000원의 수입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2015학년 논술전형을 운영한 31개교(캠퍼스 분리 및 본분교통합체제 적용 기준)의 논술전형 선발인원은 1만6943명이었으며 지원자는 60만6649명에 달해 평균 경쟁률이 35.81대 1에 달했다.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않던 덕성여대 경기대(서울) 경기대(수원) 단국대 한국항공대 한양대 등 6개교를 제외한 25개교 1만5289명 정원에 55만1536명이 지원해 36.07대 1을 기록했다. 수능최저를 적용한 학교들은 모두 응시자들의 수능성적을 열람해야 하므로 25개교에 지원한 55만1536명에 학생 1인당 수수료 250원을 곱하면 1억3788만4000원의 수입이 발생한다.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전형에 대해서만 수능성적을 청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평가원이 수능성적 제공 수수료로 받는 액수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한 입학처장은 “매년 학생들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기 위해 학생들의 수능성적을 평가원에 요구해 확인하는 편”이라고 말한 때문이다. 2015 서울시내 상위 15개 대학의 정원내 전형 모집인원은 3만923명이었으며, 지원인원은 64만2901명이었다. 최초합격한 3만923명에 대한 성적을 열람한다고 가정하는 경우 773만750원이지만 수시에 지원한 64만2901명에 모두에 대한 성적을 요청하는 경우 1억6072만5250원의 수입을 얻게 된다. 서울시내 상위권 대학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대학이 요구한다고 상정하면 수수료 수입은 매우 큰 규모일 수밖에 없다.

<2011 손익계산서부터 누락.. 수입 클 듯>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ALIO, All public Information In One)’에 공시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손익계산서를 살펴보면 2008년 제11기 성적자료제공수수료수입 3억7555만5540원, 2009년 제12기 4억4131만7272원, 2010년 제13기 6억8931만4212원 등으로 3년간 매년 상승하는 추세였다. 다만 2011년 제14기부터 성적자료제공수수료수입이 빠져있어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힘들다. 2011년 회계기준이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 원칙인 K-GAAP(Korea 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에서 국제 회계기준에 맞춰 새로 지정된 회계기준인 K-IFRS(Korean International Financing Reporting Standards)를 적용한 시점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것으로 항변할 수 있으나 유독 성적자료제공수수료수입이 빠진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출연금수입, 대학수학능력수험료수입, 수탁사업수입, 전년도 이월금이 5년간 매년 공시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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