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 간소화와 대학 꼼수가 빚은 ‘참사’ 가능성..'감사'필요성 대두

[베리타스알파=김대식 기자] 성균관대가 올해 수능만점자를 ‘수시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어B, 수학A, 영어, 법과정치, 한국사를 선택하고 표준점수 536점을 받은 A양(B고3)은 서울대 정시 지원이 불가하다. 6일 발표된 성균인재전형(학생부종합)으로 글로벌리더 모집단위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의혹의 핵심은 성대가 성균인재전형의 수능최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수능만점자라는 사실을 알고 수능최저가 자격요건으로 작용하는 학생부종합전형임에도 불구하고 수능만점자를 합격시킨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꼼수’의 결정판>

대학가에서는 성대가 수능최저를 걸어둔 논술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논술성적이나 서류의 수준과는 별개로 수능점수로 당락을 정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매년 제기되어온 상태였다. 성대는 수능성적 확인이 가능한 3일 이후인 6일 오후 수시 합격자를 발표했다. 예정 발표일보다 하루이틀 먼저 통보한 타 대학과 달리 6일 오후에야 이뤄진 성대의 합격자 발표를 놓고 실시간 검색어에도 성대가 오를 만큼 수험생들은 늦은 발표라고 발을 동동 구른 상황이었다. 한 대학의 입학처장은 “수능성적발표 이전에 논술은 채점을 다해 두고 학생부종합도 서류와 면접을 통해 합격자를 정해 둔다. 성적발표 직후 수능최저를 확인해 사정하는 데 하루 이틀이면 충분하지만 수능최저 확인을 핑계로 합격발표를 늦추는 대학은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A양의 경우라면 만점자임을 확인하고 뒤늦게 사정을 다시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게다가 올해 성대의 성균인재전형은 서류 100%인 학생부종합전형이어서 의혹은 더욱 커진다. 한 대학의 책임사정관은 “서류심사에서 사정관들의 기준은 비슷하다. 다른 대학에서 모두 떨어진 서류로 특정 대학에만 합격하는 것은 학생부종합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충분히 의심이 갈만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이 사정관은 “성대는 면접 없는 상황에서 서류심사를 형식적으로 해놓고 수능최저 확인과정에서 일부 당락이 뒤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수능만점자라면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성대와 똑같이 서류 100%로 학생부종합전형을 운영하는 한양대와 경희대의 경우 수능최저 열람을 할 수 있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수능성적 발표이전에 합격자 사정을 끝낸 것으로 나타나 성대의 의도적 수시납치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논란의 당사자 A양측은 "원서를 넣을 때부터 수능 잘보더라도 합격하면 갈 생각이었다"고 논란을 부담스러워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A양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평가원의 안일함, 대학의 전형상 꼼수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계기가 필요하다"면서 교육부 감사, 필요하다면 감사원 감사까지 해서라도 시비를 가리고 향후 철저한 사전 사후관리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성균관대가 올해 전국수석이 유력한 수능만점자를 ‘수시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의 핵심은 성대가 성균인재전형의 수능최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수능만점자라는 사실을 알고 수능최저가 자격요건으로 작용하는 학생부종합전형임에도 불구하고 수능만점자를 합격시킨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왜 이런 일이 가능한가.. 평가원의 행정편의주의>

의혹이 벌어진 근본적 원인은 대학의 수능최저 검토과정에 숨어 있다. 대학들이 등급이 아닌 표준점수와 백분위점수 일체를 평가원으로 받는 메커니즘 때문이다. 수도권 소재 한 대학의 사정관은 “평가원에 수능최저 확인을 위해 수능점수를 요청하면 등급은 물론 표준점수, 백분위가 모두 들어있는 성적표를 전산으로 제공한다”며 “지정영역이 4개인 경우 4개영역의 성적을 모두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적확인 범위는 수능최저를 설정한 모든 전형의 지원자다. 수도권 소재 다른 대학의 입학팀장은 “성적은 과거에는 CD로 제공받았으나 요즘은 다운로드를 하는 방식으로 평가원이 제공한다”며 “다운로드를 위한 양식에 주민등록번호를 활용한 지원자 리스트를 만들면 평가원이 리스트에 일치하는 학생들의 수능성적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결국 수시에서도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형상 ‘학생부종합전형’이지만 실질상 ‘수능위주전형’인 전형이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애초에 학생이 제출한 서류와 학생부를 통해 전공적합성과 학업능력을 평가하고 학생의 최저학력을 ‘등급’으로 반영하라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결국 성대의 수능만점자 납치의혹은 교육부가 추진한 전형간소화원칙과 이를 활용한 성대의 꼼수, 평가원의 행정편의주의적 업무처리가 빚은 참사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대학전형 간소화를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니 학생부종합에서 면접이 없는 전형운영이 늘었다. 면접 없이 진행되는 학생부종합은 검증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사정관들도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수능최저 확인이라는 메커니즘이 성대의 꼼수를 가능하게 했다. 평가원은 수능최저를 등급으로만 확인해주는 게 아니라 성적표 전체를 전달해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결국 수능만점자의 성대납치의혹이 사실이라면 대학간소화와 평가원의 안일한 업무처리, 성대의 이기심이 빚은 참극이다. 교육부와 감사원이 나서 시스템을 바로잡고 더 이상 억울한 희생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적 전형.. 성대 학생부종합>

2015 수시에서 실질적으로 수능위주 전형 운영이 의심되는 학생부종합전형은 성균관대의 성균인재전형과 글로벌인재전형이 꼽힌다. 성균인재전형이 수능최저를 고려하기 때문에 표준점수, 백분위 열람의혹이 가장 짙으며, 글로벌인재전형은 수능최저를 고려하지 않지만 전형설계상 수능성적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구조였다.

가장 큰 의혹은 수능성적 발표일보다 늦은 6일이라는 점이다. 평가원에서 수능성적을 제공받을 수 있는 시점은 수능성적표를 학생들에게 통지하기 전날인 2일이었다. 수도권의 한 입학처장은 “12월2일부터 수능성적을 평가원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었다”며 “논술이나 면접 채점이 끝나면 곧바로 수능최저 충족여부를 판단해 12월3일이나 4일쯤에 결과발표를 충분히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성대는 2일부터 성적열람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4일이라는 시간 뒤에 합격자를 발표해 의혹을 남겼다. 등급뿐만 아니라 표준점수와 백분위까지 모두 열람한 후 성적이 높은 순으로부터 논술점수나 면접점수를 뒤늦게 삽입하는 방식으로 합격자 사정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인재전형의 발표시점은 더욱 의문을 남긴다. 성균인재전형처럼 수능최저가 설정돼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최초합격자 발표는 6일로 성균인재전형과 동일한 때문이다. 수능최저확인을 위해 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성적을 글로벌인재전형에서 활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지점이다.

글로벌인재전형에서 수능성적열람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은 여러 개다. 일단 복수지원이 가능한데다 인문과학계열, 사회과학계열, 글로벌리더학, 글로벌경제학, 글로벌경영학, 자연과학계열, 전자전기컴퓨터계열, 공학계열 등 계열별 모집단위들은 두 전형 모두에서 선발하는 점을 들 수 있다. 심리학전공처럼 전공예약제로는 성균인재전형에만 지원이 가능하지만 글로벌리더에는 심리학전공이 전공예약제가 아니라 하더라도 사회과학계열별 모집에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전공예약제 모집단위도 충분히 원하는 모집단위에 복수지원이 가능한 구조다. 더구나 지원자의 주민등록번호가 평가원 수능성적 요구시 기준이 되는 데이터라는 점을 고려하면 유사 모집단위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다른 성격의 전형에서 수능성적 열람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부종합에서 수능최저를 고려하기 어려운 모집단위는 소프트웨어학, 반도체시스템공학, 수학교육과, 컴퓨터공학과, 스포츠과학 등 5개 모집단위만 꼽힌다. 성균인재전형에서 선발하지 않는 모집단위이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시내 13개 상위권 대학 중 성균관대처럼 서류만 100% 반영하는 학생부전형을 운영한 한양대와 경희대는 수능 표준점수, 백분위 등을 열람할 수 있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수능성적을 열람하지 않기 위한 전형을 설계해 논쟁을 피했다. 한양대의 경우 논쟁에서 가장 자유로운 학교다. 수시의 모든 전형에서 수능최저가 없는데다 합격자 발표도 수능 15일 전인 10월31일에 완료했기 때문이다. 경희대 학교생활충실자전형은 수능이후에 발표했지만 수능성적 열람이 가능했던 12월2일보다 13일 이른 11월19일에 합격자를 발표했다.

<전형 간소화의 문제>

A양 의혹의 배경에는 올해 처음 실시된 대입 전형간소화의 원칙도 한몫 했다. 면접을 실시하지 않으면서 수능성적 열람이 가능한 성균인재전형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면접을 실시했더라면 최소한 면접에 불참하는 방법으로 수시 정시를 선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성균인재전형은 서류100%에 수능최저학력만을 고려하기 때문에 서울시내 13개 대학 중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인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고려대 학교장추천전형과 융합형인재전형, 연세대 학교활동우수자전형과 비교해 ‘착한 전형’으로 보일 수 있지만 면접을 실시하지 않아 오히려 A양 같은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뺏는 결과를 내고 말았다.

반면 수능최저가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운영하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3개교는 수능이후 면접을 실시했기 때문에 수능을 잘본 학생이 면접에 응시하지 않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고려대 학교장추천전형이 11월15일과 16일,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이 11월28일, 고려대 융합형인재전형, 연세대 학교활동우수자가 11월29일에 면접을 실시해 학생들이 선택권을 가질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학생의 인성은 물론 진실성 검증까지 필요한 학생부종합에서 면접 없이 서류평가로만 합격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다. 지난 10월8일 경찰청 특수수사과 수사로 드러난 K대 한의예과 부정입학 사례는 면접폐지가 나타날 부작용을 드러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부정입학이 일어났을 당시 K대 입학사정관전형은 서류평가와 면접을 실시했다. 면접까지 실시했지만 당시 학부모와 교사가 적극 가담해 작성한 서류의 허위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 수사결과 발표 당시 고교교육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된 수도권 사립대의 한 교수는 “지난해까지 면접을 통해 학생이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 검증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면접이 폐지되면서 검증이 불가능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현재 무차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형간소화 정책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 제시가 가능하다. 전형간소화는 애초에 ‘대학마다 서로 다른 전형’으로 인한 ‘복잡함’에서 비롯된 정책이지만 ‘부담 경감’으로 방향이 틀어지면서 서류의 간소화, 면접의 폐지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 면접의 폐지가 K대 한의예과 부정입학 사례처럼 부정을 못 막는 경우가 발생하는 점도 있지만 수능 고득점자에 대한 면접 거부권을 박탈해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간소화 정책에 대한 재고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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