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황치혁 편집위원] 유명한 대학병원들에서 진료를 받았지만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던 추간판탈출증(이하 디스크) 환자를 3회 만에 완치시킨 케이스가 있다. 우측 다리 외측으로 저린 통증이 심한 경우였다. 자기공명영상장치(이하 MRI) 진단에서 추간판이 돌출되어 나와 있는 환자였다.

문진을 해보니 통증을 줄이기 위한 주사를 맞아도 통증이 거의 비슷했다고 한다. MRI 영상을 보니 신경을 약간 누르고 있지만 그리 심하지는 않았다. “대학병원 정형외과에 가기 전에 동네의 한의원이나 정형외과에서 치료를 받았었느냐”고 물으니 “대학병원으로 가기 위해 진료의료서를 발급받기 위해 한 차례 진료를 받았다”고 답했다.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유명 대학병원은 환자가 많아 추간판탈출증 의심환자는 MRI 영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동네의 정형외과와는 달리 환자의 환부와 근육들을 만져볼 시간이 거의 없다. 대학병원들에서 진료를 받은 내용을 살펴보니 근육에 관련된 치료는 없었다. 추간판탈출증과 유사한 통증을 일으키는 ‘이상근증후군’으로 의심하고 치료했더니 3회 만에 완치되었다.

내 자랑을 하기 위해 이 환자의 케이스를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환자를 치료할 때 모든 의료인들이 병의 원인을 찾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한의사나 의사는 신처럼 전지전능하지 않다. 환자가 오면 병의 원인을 가정하고 그에 맞는 진단을 해본다. 위와 같은 환자를 보면 동네의 의료기관에선 디스크와 이상근증후군을 모두 의심하고 진료를 하게 마련이다. 반면에 대학병원은 로컬기관에서 일단 근육질환에 대한 치료는 했을 것이라고 보고 진료를 하게 마련이다. 환자가 들어와서 진료를 받고 나간 후, 처방을 정해 컴퓨터에 올릴 때까지의 과정을 5분 이내에 끝내야 한다. 당연히 환자를 베드에 눕히고 근육을 촉진할 시간이 없다. 내가 근육 즉 이상근증후군을 의심하고 치료한 이유이다.

병을 치료하는 과정은 크게 두 가지이다. 병인을 진단하는 것과 적확한 치료를 시술하는 것이다. 진단만 되면 한의학이나 양의학 모두 그에 맞는 치료법이 제시되어 있다. 치료법 보다는 진단이 중요한 이유이다. 나에게 진단은 탐정놀이와 같다. 몸을 나쁘게 만든 범인을 찾는 과정이다. 그래서 맥진을 열심히 하고, 온몸의 경락을 눌러보고 문진도 오래 한다. 병의 원인을 찾으면 치료는 쉽기 때문이다. 환자의 체력과 증상의 심각도에 맞춰 침, 뜸, 약을 적절히 쓰면 된다.

그런데 한의원에 온 환자들은 자기의 상황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스트레스와 관련된 민감한 상황들에 대해선 쉽게 털어 놓지 않는다. 양방과는 달리 한방에선 심리적인 상황이 장부를 병들게 할 수 있다고 본다. 의서들에 마음이 병들어 생기는 병을 7가지로 나누고 장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실제로 마음의 병이 육체의 병을 일으키는 상황은 환자를 통해 항상 보게 된다.

최근 너무 많은 증상을 호소하는 40대 중반의 여자 환자분이 내원했다. 목부터 허리까지 등 전체가 아프고, 소화도 잘 안 된다고 했다. 불면도 심해 잠들기도 힘들고, 자다가도 몇 번씩 깬다고 호소했다. 소화도 안 되고, 잠도 못 자니 당연히 얼굴도 붓고 다리도 잘 붓는다. 맥을 보니 전형적인 습(濕)증이었다. 습이 문제를 일으키게 만드는 대표적인 장부는 비위(脾胃)중의 비(脾)다. 그리고 비를 병들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간의 기운이 치성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환자분에게 물었다.“간 기운이 과하게 항진되는 경우는 지나친 음주, 과로, 심한 스트레스 등이 있을 때인데 이중에 하나라도 본인에게 해당되는 것이 있습니까”
별 게 없단다. 그래서 침을 놓은 뒤, 같이 내원한 친구에게 넌지시 물었다.
“뭔가 있는데 환자분이 말씀을 하지 않네요”
약간 망설이던 친구는 “남편이 9개월 전에 갑자기 사고로 돌아가셨어요”라고 말했다. 다시 침구실로 들어가 침을 두 개 추가해 간열도 확 뺐다. 환자의 주증상은 습증이지만 습증을 만든 간열도 조절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침과 뜸 치료를 받은 날부터 이분은 잠을 자기 시작했다. “몸이 바닥에 붙은 것 같다”며 하루에 12시간 이상 잠을 3일 이상 잤다. 당연히 모든 증상이 빠르게 좋아졌다.

한의원을 양방병원처럼 생각하시고 “이것만 고쳐 주세요”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다른 곳도 불편하지만 가장 힘든 부분만 먼저 치료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한 번은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는 분이 내원했다. 가만있어도 갑자기 어지러워 움직일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맥을 보니 소양경락의 열로 보여 “목이 마르고 입도 쓰세요”라고 물었더니 짜증스럽게 “그렇다”고 했다. “속이 메슥거리기도 하고 명치 아래쪽이 갑갑하기도 하세요”라고 물으니 화를 내며 “어지러움 때문에 너무 힘들어 왔는데 왜 필요 없어 보이는 질문은 자꾸하세요”라고 화를 냈다. 환자의 몸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필수적인 질문을 하는데 환자는 쓸데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환자들은 간혹 한의사를 척 보면 아는 초능력자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양방병원에선 각종 검사를 한다. 어떤 병인지 확인을 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가능성이 있는 병중에서 “이것은 아니다”라고 확인하기 위해 검사도 한다. 병원에선 이런 진단을 룰아웃(Rule Out:배제하다)이라고 한다. 한의사들은 배제하는 형태의 진단보다는 확인하는 형태의 질문을 더 많이 한다. 양방에선 장부간의 균형이란 개념보다는 혈액검사 상의 문제나 신경전달 물질 등의 이상 등 미시적인 환자정보를 매우 중요시한다. 한방에선 장부간의 균형과 몸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요인들을 더 중요시한다.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양방과는 달리 몸과 마음 모두에 관한 정보를 가능한 많이 주는 것이 좋다. 체했다면 “이틀 전 점심에 오리고기를 먹고 난 후에 가슴이 갑갑해지고 명치아래가 뻐근하게 아파오기 시작했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한의원에 오기 전에 자기의 증상에 대해 자세히 적어 오면 더욱 좋다.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한뜸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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