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0.1%] 2014 서울대 서양사학과 수시일반 변지영(신대초-서운중-미추홀외고)

[베리타스알파 = 박은정 기자] 변지영(20)양의 고교시절은 삶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해 개인의 삶이 총체적으로 의미를 만드는 역사를 향해 흘러갔다. 문학작품을 섭렵하며 삶의 의미를 찾던 변양은 역사로 진로를 결정했다. 변양의 자소서 역시 남달랐다. 외형적 활동과 스펙대신 온전히 자신만의 내적인 고민의 치열함만을 담았기 때문이다. 문학을 통한 삶에 대한 탐구에서부터 개인의 삶이 총체적으로 모이는 역사에 이르는 여정까지 지적 탐구의 치열한 과정으로 채웠다.

 

▲ 변지영 학생

 

<개인의 ‘삶’은 역사에 어떤 의미를 남기는가>변지영양이 서양사학과 진학을 결정한 것은 ‘삶은 무엇인가’란 궁극의 질문을 역사를 통해 해결하기 위해서다. 개인의 삶이란 개울들이 모여 강을 만들고 결국 바다로 흘러들듯이 역사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윌리엄 워즈워스의 <낭만주의 영시>를 읽고 영문학과 진학을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학작품을 접하면서 삶에 대한 호기심을 저자들의 인생을 통해 이해하게 됐다. 작품 속에서 니체가 말한 초인의 전형이 왜 나폴레옹인지 연구해가며 개인의 삶이 역사 속에서 어떤 의미를 만들어 가는지 알게 됐다. 역사를 중심축으로 삼아 위인들의 다양한 삶을 연구하며 인류가 쌓아온 학문들을 두루 공부하고 싶었다. 지적인 면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면까지 인간의 삶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역사임을 깨닫게 됐다. 서양사학과에서 독일 문학, 철학을 공부했던 경험을 토대로 20세기 독일사를 더 깊이 공부하고 장래에 독일에서 유학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가지게 됐다. 먼 훗날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에서 나오는 구절 ‘난 인생의 술잔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마시련다’처럼 삶에 대한 깨달음을 책으로 남기고 싶다. 헤르만 헤세의 마지막 소설인 <유리알 유희>를 읽고,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 학문 자체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사회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생각만으로 이뤄낸 통찰이 아니라 몸과 눈, 귀로 알게 된 인생의 의미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목표다.”

<인생의 궁극적인 ‘삶’을 찾아>
변양이 삶에 대한 관심을 가진 것은 어릴 적부터였다. 건강이 좋지 않아 오갔던 병원생활이 삶에 대한 의문을 품게 했다. “병원에서 손가락이 여섯 개인 아이, 악성종양으로 다리뼈를 잘라낸 오빠의 모습을 보며 ‘병원 안에서는 나는 정상인인데 왜 병원 밖에서의 나는 비정상일까’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고민들이 점점 ‘태어났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그래도 살아야 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까’와 같은 고민들로 빠져들었다.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져 게슈탈트 붕괴 현상이 세상의 전체에 적용되는 느낌이었다.”

변양은 삶의 무의미함에 절망해 죽거나 혹은 삶의 의미를 알아가야 한다는 두 갈래길 앞에서, 소래포구에서 본 한 할머니를 통해 ‘삶이란 무엇인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로 결심했다. “어느 날 소래포구를 걷던 중 철교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하나 잡숴봐요’하며 옥수수를 내미시던 할머니의 주름진 손을 보며 살아가는 노력 자체가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런 행동 없는 허무함과 고민은 쓸모 없는 것임을 알게 돼 무엇이든 행동을 취하기로 결심했다.”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은 훌륭한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었다. 헤세의 작품이 변양의 고민을 해결해준 탈출구였다. “현명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접하면 고민들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폐부를 찌르는 구절들을 작은 노트에 빼곡하게 옮겨 적으며 틈날 때마다 다시 읽곤 했다. 문학 작품을 읽던 중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라는 책을 읽고 열렬한 팬이 됐다. 자전적이고 성장적인 헤세의 문학을 공부한다면 삶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고교 3년간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해야 할 공부에는 열중하면서 방과 후에는 독서실에서 책과 논문을 읽었다. 헤세가 생각하는 성숙한 인간상에 대해 글을 쓰고, 매일 독서하며 느낀 점을 ‘연구보고서’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헤세의 <지와 사랑>은 변양이 평생을 진리를 갈구하며 살아가야 함을 다짐하게 했다. “책의 주인공 골드문트는 시체더미 앞에서 삶의 허망함을 느껴 여자와의 쾌락을 통해 미를 알아간다. 마침내 이 모든 깨달음을 숭고한 마리아상에 담아 지혜의 결정체를 완성해낸다. 진정한 지혜는 사색뿐만 아니라 인생이 줄 수 있는 모든 경험을 직접 체험해 자신을 사랑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진리를 갈구하는 골드문트와 헤세의 모습에 감동을 받아 헤세처럼 평생 진리를 추구하며 살 것을 다짐했다. 진리를 추구하기 위해 학문연구를 뜻하는 ‘지’와 사람들과 교류하며 얻는 지혜를 뜻하는 ‘사랑’을 모두 쌓으며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니체를 공부하면서 알게 된 ‘루 살로메’의 성장과정을 접하며 살로메를 자신의 롤 모델로 삼게 됐다. “살로메는 니체와 릴케의 연인이기 전에 탁월한 지성과 학문을 향한 강한 열정을 가진 여성이다. 살로메는 17세에 신의 존재를 부정하게 되면서 인생에 극도의 허무감에 시달려 삶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다. 학문연구가 해답을 줄 수 있을거라 생각해 취히리 대학에서 비교종교학, 문학, 철학 등을 공부했다. 살로메에 동질성을 느꼈다. 인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살아가는 것은 패배한 사람처럼 느껴져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을 인생의 대과제로 삼게 됐다. 살로메처럼 과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책을 찾아 읽었다. 살로메의 모습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하게 됐다.”

교내 활동에서도 ‘삶’이란 근본적 물음에 다가서는 노력은 계속됐다. “학문 분야에 관계없이 ‘삶’이라는 한 글자가 최대의 관심사였다. 헤세를 연구할 때도 <데미안>의 문학적 의의보다는 ‘헤세가 <데미안>에서 전하고자 한 지혜는 무엇일까’ ‘헤세 삶의 어떤 요소가 이런 지혜를 이끌어낸 건가’ ‘이 깨달음을 내 삶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들로 호기심이 가득했다. 많은 질문들에 하나 하나 답을 적어 내려가면서 논문을 완성해냈다. 논문을 써가면서 고뇌했던 경험을 통해 나의 호기심이 문학 자체가 아닌 삶을 향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천지역 특목고 연합 학술제에도 톨스토이의 <부활>에 대해 발표했다. 부활에서 나타나는 종교적 관용주의와, 아가페 정신 등을 연결시켜 범죄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인문학을 통해 범죄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방향성을 제시했다. 교내 세미나 시간에는 살로메의 학문적인 면모를 친구들에게 소개했다. 국내에서는 팜므파탈 여인으로 각인돼 있지만 살로메가 정신분석에 대해 논문을 쓰고 다양한 연구를 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자소서와 면접 준비 방법>
자소서에는 자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던 활동 위주로 담았다. “지적 호기심을 묻는 1번 문항에는 학업보다 하고 싶었던 공부와 독서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세계 문학을 좋아해서 헤세의 작품을 읽으며 논문도 찾아 공부했는데 이 때의 경험이 지적 호기심과 가치관 형성에 도움이 되어 담았다. 학내외 활동에는 세 가지를 기술했다. 반기문 영어경시대회 참가 경험은 독서 활동뿐만 아니라 학업에도 엄청난 열의를 가지고 노력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교내 학술논문대회 수상경험은 독서활동을 결코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혼자 연구를 하며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학술논문대회 활동을 통해서 서양사학과에 지원한 동기와 연결시켜 기술했다. 3학년 때의 반장경험은 고교생활 중 가장 인상적인 활동이었기 때문에 담았다. 반장 경험을 통해 다른 친구들과 편하게 소통하며 한층 더 밝은 사람이 되는 데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빼놓을 수 없었던 활동이었다.”

자소서는 자신의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도록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소서를 쓸 때에는 담임선생님께 많은 조언을 얻었다. ‘문체가 일기 같다’ ‘지원 동기가 하나도 드러나있지 않다’ ‘지망학과가 왜 바뀌었는지 쓰는게 좋겠다’ 등 놓쳤던 부분들을 선생님께서 많이 잡아주셨다. 자소서를 수정할 때는 읽는 사람들이 글만 읽고도 나에 대한 이미지가 떠오를 수 있도록 최대한 구체적으로 썼다. 예를 들어 ‘독서가 좋아서 헤세의 <황야의 이리>를 읽었다’보다는 어떻게 책을 선정하게 되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를 담아냈다. 책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중점으로 기술했다. 학업 관련 내용을 담을 때도 ‘열심히 공부해서 모의고사 성적이 5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랐다’라는 설명식의 문장보다 어떻게 공부했는지, 공부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 등을 자세히 서술했다.”

면접은 별도로 준비하기보다 교내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학교 선생님들께서 국어영역이나 영어영역의 지문을 해설해주실 때 단지 뜻을 풀이해주는 데 그치지 않으셨다. 지문에서 도출해낼 수 있는 최근 이슈나 사회문화적 개념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방학 때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 영어 문장 분석 활동을 했었는데 글을 분석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에세이나 기사 등 다양한 글의 종류를 접하면서 분석했다. 매주 영어로 글을 써야 했기 때문에 글쓰기 실력은 물론이고 글의 구조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서울대 서양사학과 구술면접에서 영어로 된 지문이 나왔는데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제시문을 분석하고 답안을 준비하면서 이 때의 경험이 아주 큰 도움이 됐다.”

면접에서는 말투와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말끝을 우물거리지 않고 끝까지 자신감 있게 말해야 한다. 다리를 떨거나 비상식적인 단어를 선택하는 것은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대입이 모두 끝난 후 면접은 학생이 얼마나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설명할 수 있느냐를 평가하는 자리임을 깨달았다. 만약 면접에서 자신의 논리에 허점이 있더라도 실수를 인정하고 예의 바르게 상대를 설득하고자 한다면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영어, 광기에 가까운 열정 점수 올려>
1학년 때 반기문 영어 경시대회 출전 준비를 통해 단순히 영어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인생에서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엄청난 열정이 있어야 함을 깨닫게 됐다. “반기문 영어 경시대회 출전을 준비하면서 단 1초도 낭비하지 않고 공부했다. 학교 대표로 경시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영어에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에 남은 두 달간 쉬지 않고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양치질을 하든, 급식을 먹든 언제나 영어 단어를 외웠다. 하루 종일 헤드셋을 끼고 영어 뉴스를 들었다. 매일 밤 변기 위에 앉아 잠 깨는 사탕을 먹으며 새벽 4시까지 공부를 하기도 했다. 노란 단어책은 나의 상징이 됐다. 주변 친구들은 매초마다 눈에서 불이 튀던 모습을 보며 ‘신의 경지로 공부한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대회에서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준비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공부에 열과 성의를 다했다. 대회가 끝난 후 책상에 크게 [1.300.900]이라고 적었다. 내신 전교 1등, 모의고사 만점, TEPS 900점 이상을 뜻하는 목표였다. 한 친구는 ‘네가 그걸 다 이루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라고 말했지만 1년이 지나고 모든 목표를 이루는 성취감을 느꼈다. 경시대회에서 얻은 엄청난 집중력과 끈기가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경험을 통해 인생에서 못할 것은 없다는 멋진 자부심을 가지게 됐으며 큰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광기에 가까운 열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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