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Ⅱ 필수 서울대 KAIST 2개교만..'4차산업시대 대책 필수'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의대정원을 2022학년부터 10년간 총 4000명 확대하는 방안이 확정되면서, 과탐Ⅱ 기피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학과 교육전문가들은 과탐Ⅱ의 중요성을 역설하지만 입시에서는 홀대받는 현실이다. 

과탐Ⅱ는 난이도가 높고 응시인원이 적어 상위등급을 획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기피하는 과목이다. 상대평가 체제인 수능에서 상위4%까지 1등급, 11%까지 2등급 등 비율에 따라 등급이 부여되기 때문에 응시인원이 적을수록 상위등급 인원수도 적어져 높은 등급을 받기 어렵다. 상위등급을 받기 어려워 기피하는 경우가 늘어나면 응시인원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응시인원이 줄어들면 상위등급을 받기 어려워져 기피가 심화되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과탐Ⅱ 기피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은 의대 쏠림현상이다. 과탐Ⅱ를 선택할 만한 자연계열 상위권 학생들이 의대 진학으로 빠지게 될 경우 굳이 의대 입시에서 활용도가 낮은 과목을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과탐Ⅱ에 미응시하는 경우 지원 불가능한 대학은 서울대 KAIST 뿐이며, 가산점 관련 불이익도 일부 학교에 불과하다. 심지어 서울대 공대 등에 합격했더라도 타대학 의대에 진학하는 경우가 해마다 증가하면서 과탐Ⅱ를 응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류가 형성된 상태다. 더군다나 의대정원 확대 소식은 의대 쏠림현상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의대정원 확대뿐 아니라 약대의 학부 전환도 더해졌다. 약대를 포함한 ‘의치한수약’의 모집인원이 대폭 늘어나면서 자연계열 상위권 입시를 빨아들이는 ‘대입블랙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의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약대마저 늘어나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과연 과Ⅱ를 선택할까. 서울대 가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KAIST는 정시에서 과Ⅱ를 강제하는데 얼마 뽑지도 않는다”며 “그간 서울대 KAIST가 고교교육현장의 정상적인 운영과 학업에 긍정적 역할을 끼쳐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정시가 늘어나면 고교교육현장이 깨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영재학교 과고 학생들이 의대 가겠다고 정시로 Ⅱ과목을 응시해서 서울대 의대를 싹쓸이할 수도 있다. 반대로 Ⅰ과목만 해도 서울대 이외의 의대에 갈 수 있으니 과고 애들도 의대에 가겠다고 할 수 있다. 이러면 영재교육도 의미가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2022학년부터 의대정원 확대, 약대 학부전환 등의 이슈가 겹치면서 과탐Ⅱ 응시 기피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022학년부터 의대정원 확대, 약대 학부전환 등의 이슈가 겹치면서 과탐Ⅱ 응시 기피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자연계열 4.42% 의학계열 선발인원”.. 과탐Ⅱ 기피현상 심화우려>
의대정원이 2022학년부터 역대 최고 수준으로 확대된다.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 확대하는 방안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14년간 3058명을 유지했던 의대정원이 3458명으로 확대된다. 올해 의전원을 제외한 전국 38개의대의 정원내 학부 모집인원은 총2977명이다. 2022학년 400명 가량 확대될 경우 약 3400명 규모로 늘어난다. 올해 강원대의 합류로 전국 의대 선발인원이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한 상황에서, 2022학년 증원이 이뤄지면서 역대 최고수준을 다시 갱신하게 됐다.

의대정원 확대와 더불어 약대의 학부모집 전환까지 이어지면서 자연계열 입시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약대는 전국 37개약대 중 6년제 전환이 유력한 34개약대 기준 1583명을 선발하게 된다. 전환을 추진중이었던 강원대는 2023년 전환을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약대 입시는 2009년 도입된 2+4 제도다. 약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다른 학부나 학과로 입학해 최소 2년간 기초/교양교육을 거친 후, 약학대학으로 학사편입해 4년의 전공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약대 학제개편 방안’에 따라 대학들은 기존 2+4년제와 6년제 중 자유롭게 학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전국 37개약대 가운데 부산대 충남대 강원대를 제외한 34개교가 2022학년 6년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의대확대, 약대 학부전환에 따라 의학계열 선발 인원이 대폭 늘어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의치한수 약대 등 의학계열 전문학과 총 선발규모는 기존 4828명에서 6811명으로 1983명이 증가한다. 전년 수능 응시생 중 수(가) 15만3869명의 4.42%가 의학계열 선발인원”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의학계열의 문호가 대폭 넓어지는 상황에서 교육 전문가들은 과탐Ⅱ 기피현상을 우려한다. 과탐Ⅱ응시를 강제하는 대학이 서울대와 KAIST 정도에 그치다보니, 무조건 해당대학에 진학하겠다는 목표가 아니라면 과탐Ⅱ과목을 응시할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의대의 경우 수능최저 수준이 높은 편이다. 의대 수능최저를 만족하고자 한다면 과탐Ⅱ를 응시하는 것의 위험부담이 크다. 실력과 관계없이 과탐Ⅱ에서 1등급을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의대 교과전형의 경우 1등급 3개를 요구하거나, 4개과목 기준 등급합 5이내로 설정하는 식이다. 대부분 1등급이어야 하고, 2등급이 나오더라도 1개정도에 그쳐야만 만족할 수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대를 희망하는 경우 반드시 서울대 의대에 진학하겠다는 목표가 아니라면, 서울대 의대를 포기하고 타 대학 의대에 진학할 목적으로 과탐Ⅱ 응시는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의대에서 Ⅱ과목 가산점을 부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 의대 규모에 비하면 소수에 불과하다. 

그 때문에 서울대 진학실적을 내려는 고교와 의대에 진학하려는 수험생 간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한 고교 관계자는 “의대 생각이 없는 학생은 과탐Ⅱ를 응시하지만, 조금이라도 의대에 갈 생각이 있는 학생은 과탐Ⅱ를 응시하지 않는다. 과탐Ⅱ를 응시하는 학생들은 서울대 진학을 노리는 경우가 많아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 사이에서 겨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성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과탐Ⅱ 안 배우고 대학 수학 어려워>
대학들이 과탐Ⅱ 응시를 권장하는 이유는 대학교육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능 성적을 잘 받는 데만 매몰돼 고교 교육과정인 과탐Ⅱ를 다루지 않고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 대학에서 다시 기본소양을 가르쳐야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서울대는 지난해부터 고교 재학중 물리Ⅱ를 이수하지 않고 학부에 입학한 신입생 대상으로 기초적 내용을 강의하는 ‘물리의 기본’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궁여지책으로라도 교육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최상위대학인 서울대에서조차 고교에서 다루는 내용을 강의해야 하는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대학의 자원과 인력을 고교 수준의 내용을 학습시키는 데 활용하는 것은 심각한 손실”이라며 “학생 개인의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볼 수 없다. Ⅱ과목이 필수자격인 서울대에서조차 물리Ⅱ 미선택자들의 학력저하가 문제다. 다른 대학의 경우 신입생들이 Ⅱ과목 자체를 응시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수학이나 과학 등은 이전에 배운 내용을 토대로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 학문이다. Ⅱ과목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다른 학생에 비해 손쉽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대학 진학 후 기초부터 다시 학습해야 하므로 결국은 시간낭비가 된다”고 말했다.

2017년 열렸던 ‘고교-대학연계 샤 포럼’에서도 대학가에 불어 닥친 ‘공학교육의 위기’가 학생들의 과탐Ⅱ 기피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물리는 공대에서 전공 공부를 하려면 꼭 필요한 기초교과목 중 하나다. 하지만 고교 교과 과정의 물리Ⅰ 물리Ⅱ는 이미 오래 전 대입을 위한 전략적 선택의 희생양이 됐다.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려면 고교 물리Ⅱ 개념을 익히는 것이 필수인데 수능 물리Ⅱ를 선택한 학생 수는 4년제대학 공학계열 정원인 8만9000명의 10분의1도 되지 않는다. 우리 교육의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이렇게 대입에 초점을 맞춰 방향을 정하고 입시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학생 본인의 능력을 저하시키고 대학 교육에서도 큰 비용과 시간의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공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려는 학생이 수능에서 높은 성적을 받기 위해 화학Ⅰ과 생명과학Ⅰ만 공부했다면 대학입학 후 물리학의 기본 소양이 부족해 학업을 따라가기 힘들 것이 분명하다. 실제 대학에서도 이공계열 교수들이 최근 10년간 이공계열 신입생들의 학력저하가 심각하다고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입에서의 효용성을 떠나 장기적 안목으로 볼 때도 과탐Ⅱ를 수험을 대비하는 시기에 미리 공부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자연계열 수험생들의 대학진학 이후 학업까지 생각해본다면 과탐Ⅱ 학습은 필수사항이나 마찬가지다. 서울대처럼 신입생 대상 기초교육을 제공하는 대학이 소폭 늘긴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과탐Ⅱ 미응시자들은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야 한다. 과탐Ⅱ 공부를 등한시 하는 경우 대학을 다니면서 고교 교육과정 내용을 함께 공부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학생들은 대학강의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시간과 비용에서 모두 손해를 보는 셈이다.

<과탐Ⅱ응시 ‘필수’.. 서울대 KAIST>
과탐Ⅱ 응시를 강제하며 고교교육 기여에 앞장서고 있는 대학은 서울대와 KAIST다. 고교 교육과정 준수와 대학에서의 학업능력 확보를 위해 과탐Ⅱ 응시를 계속해서 필수화하는 모습이다. 과탐Ⅰ과목만 2개 응시하는 경우는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서울대는 정시 일반전형에서뿐만 아니라 지균 전 모집단위, 일반 수능최저 적용 모집단위의 수능최저에서도 과탐을 반영하는 경우 과탐Ⅱ를 필수로 응시해야 한다. 지원모집단위 응시기준에 따라 과탐을 선택하는 지원자는 서로 다른 분야의 Ⅰ+Ⅱ, Ⅱ+Ⅱ 조합 중 하나를 선택해 수능에 응시해야 한다. 과탐 Ⅰ+Ⅰ 조합이거나 동일 분야의 Ⅰ+Ⅱ조합인 경우 합격할 수 없다. 

KAIST는 수시에서 수능최저 자체를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정시에서만 과탐Ⅱ 필수가 적용된다.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교과의 Ⅰ+Ⅱ 또는 Ⅱ+Ⅱ 조합만 인정한다. 예를 들어 화학Ⅰ+물리Ⅱ, 생명과학Ⅱ+지구과학Ⅱ와 같은 조합으로 수능을 응시했다면 지원할 수 있다. 반면 물리Ⅰ+물리Ⅱ, 화학Ⅰ+화학Ⅱ처럼 동일과목 Ⅰ+Ⅱ조합일 경우엔 지원이 불가능해진다. 물리Ⅰ+화학Ⅰ처럼 Ⅰ+Ⅰ조합으로 수능을 치렀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2021전형계획 상 정시에서 일부 또는 전 모집단위에 과탐Ⅱ 가산점을 부여한 대학도 있다. 의예에서 과탐Ⅱ가산점을 부여한 곳은 단국대 동국대(경주) 동아대다. 단국대의 경우 의예/치의예에 한해 과탐Ⅱ 백분위점수의 5%를 가산한다. 동국대(경주)는 의예과에서 과탐Ⅱ 표준점수의 5%를 가산한다. 동아대의 경우 의예과에서 화학Ⅱ 생명과학Ⅱ 중 하나이상 반영할 경우 표준점수에 3점을 가산한다. 

특정 모집단위로 한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서울과기대는 자연계열 지원자가 과탐Ⅱ에 응시했을 경우 표준점수의 3%를 가산한다. 성신여대는 간호학과와 글로벌의과학과에서 물리Ⅱ 화학Ⅱ 생명과학Ⅱ 중 하나에 응시할 경우 최상위 성적 한 과목의 백분위 점수 5%를 가산한다. 한림대는 소프트웨어융합대학 데이터과학융합스쿨 나노융합스쿨 자연과학대학에서 과탐Ⅱ에 응시할 경우 백분위 점수의 7%를 가산한다. 한양대는 자연계열에서 과탐Ⅱ 과목에 변환표준점수의 3%를 가산점으로 부여한다.

이공계특성화대 중에서는 지스트대학과 DGIST가 가중치를 적용한다. 지스트대학은 백분위를 활용한 변환표준점수에 10%를 가산한다. DGIST는 백분위를 활용한 변환표준점수에 5% 가중치를 적용한다. 

<입시 주체가 대책마련해야>
교육계에서는 과탐Ⅱ 기피문제를 해결하려면 대입주체인 대학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현재 의대 입시에서 과탐Ⅱ 영향력이 미비하고, 과탐 과목에 대한 제한 자체가 없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자연계열 상위권에서 굳이 과탐Ⅱ를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류가 형성된 상태다. 

의대의 경우 과탐 선택과목의 지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활용도가 낮은 물리와 지구과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공계열 학생들도 의대에 원서접수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이공계 인재양성에 특화된 영재학교/과고 학생들도 여전히 마음만 먹으면 의대로 이탈할 수 있다는 점도 계속해서 지적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신입생들의 생물/화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해 기초과목을 새로 편성하는 대학들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의대들이 과탐 선택에서 생물과 화학 과목을 필수로 지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의학계열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이공계열로 진학할 학생들이 무분별하게 지원하는 것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공계 학생들의 의대 진입이 어려워지면 자연스럽게 서울대와 KAIST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의대쏠림 현상으로 ‘이공계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의대가 어느 정도의 책임의식을 갖고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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