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치한약수 6811명 '대입 블랙홀' 가능성..'졸업정원3058명 14년만에 깨져'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정부가 2022학년부터 의대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 확대하는 방안을 23일 확정했다. 현 고2가 대입을 치르는 2022학년부터 적용된다. 14년간 3058명을 유지했던 의대정원이 3458명으로 확대된다. 올해 의전원을 제외한 전국 38개의대 정원내 학부 모집인원은 2977명으로, 2022학년 400명이 더해지면 3400여 명 규모로 확대된다. 올해 강원대의 합류로 전국 의대 선발인원이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한 상황에서, 역대 최고 수준을 다시 경신하게 됐다. 

정부는 10년간 총 4000명의 의사 인력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이 중 3000명은 지방 중증/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지역의사로 선발한다. 전액 장학금을 받지만 의무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장학금을 환수하고 면허도 취소한다. 나머지 1000명은 역학조사관/중증외상/소아외과 등 특수분야 의사 500명, 기초과학 및 제약/바이오 등 응용분야 연구인력 500명으로 양성한다.

의대정원 확대와 별개로 공공의대 설립도 추진한다.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해 전북권에 1곳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17개시도 중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전남지역 의대 신설도 별도 검토할 예정이다. 

의대 정원 확대가 확정되면서 같은 해 약대 학부전환과 함께 자연계열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올해 12월 의대 정원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내년 5월 입시요강을 발표할 예정이다. 

의대 정원이 향후 10년간 4000명 확대된다. /사진=울산대 제공
의대 정원이 향후 10년간 4000명 확대된다. /사진=울산대 제공

 

<약대 학부전환, 정시확대와 더불어 자연계열 지각변동 예고>
2022학년부터 의대정원이 확대되면서, 마찬가지로 2022학년부터 6년제 학부모집으로 복귀하는 약대와 함께 자연계열 입시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약대는 전국 37개 약대 중 6년제 전환이 유력한 34개약대 기준, 1583명을 선발하게 된다. 전환을 추진중이었던 강원대는 2023년 전환을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약대 입시는 2009년 도입된 2+4 제도다. 약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다른 학부나 학과로 입학해 최소 2년간 기초/교양교육을 거친 후, 약학대학으로 학사편입해 4년의 전공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약대 학제개편 방안’에 따라 대학들은 기존 2+4년제와 6년제 중 자유롭게 학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전국 37개약대 가운데 부산대 충남대 강원대를 제외한 34개교가 2022학년 6년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의치한수 약대 등 의학계열 전문학과 총 선발규모는 기존 4828명에서 6811명으로 1983명이 증가한다. 전년 수능 응시생 중 수(가) 15만3869명의 4.42%가 의학계열 선발인원”이라고 분석했다. 

자연계 최상위권 모집정원이 큰폭으로 확대되면서 의학계열 합격선이 하락하고 최상위권 자연계열 일반학과 역시 합격선이 하락하는 등 입시판도에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초중단계에서부터 이과 선호현상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대표이사는 “올해 고3 코로나 상황 및 약대 학부선발, 의대정원 확대 추가로 개인별 입시결과 상황에 따라서는 재수 선호도도 증가할 수 있다”고 봤다. 

정시확대의 영향도 더해진다. 자연계열 최상위권이 정시를 집중적으로 대비하며 ‘의치한약수’ 진학을 노리는 대입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학계열은 수시/정시에서 수능을 요구하는 전형이 대학 전체 모집정원의 80%를 넘어간다. 임성호 대표이사는 “2021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과 수능위주 정시 등 수능성적을 반영해 뽑는 인원은 38개대 총 모집인원의 86.8%(2583명)에 달한다. 전국 의대 평균 48.9%는 수시에서 수능최저를 요구하고 있고, 정시 선발비중은 37.9%로 높아 수능학습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입시적 측면에서 의대 모집인원 확대는 단순히 숫자가 늘어난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연계열에서는 의대가 최고선호 모집단위다. 다른 학과와 중복합격했더라도 수험생들은 대부분 의대를 선택한다. 따라서 의대 문호 확대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동시에 상당한 선호도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약대까지 학부모집을 실시한다면 수험생들의 지원양상은 더더욱 의학계열로 치우칠 것”이라며 “정시확대도 영향이 작지 않다. 자연계열 최상위권이 수능위주로 대비하도록 유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시에서 성과를 낼 경우 ‘의치한약수’와 상위대학을 함께 지원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최상위대학인 서울대나 이공계특성화대학을 갈만한 우수자원들이 상당수 의대나 약대로 진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정원 향후 10년간 4000명 확대>
이번 의대정원 확대는 14년만이다. 의대 정원은 1989년 처음 정해져 1994년 이후 3253명으로 늘었지만, 2000년 의약분업 파업사태 이후 다시 규모가 줄어들었다. 당시 의약분업에 반대하던 의사들을 회유하기 위해 정부가 의대정원 축소와 편입학 제한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2006년 이후 의대 전체 정원은 3058명으로 묶여 있던 상태다. 이번 확대로 정원은 3458명까지 늘어난다.

현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를 검토한 배경으로 코로나19의 확산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공공의료인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만큼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의대 신설 등 다른 대안에 비해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는 의대정원을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하면 올해 전국의 최소 수요 대비 의사가 2000명가량 부족한 것으로 추산됐다. 2030년에는 약 7600명으로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까지 있다. 환자들이 제대로 수술받지 못하는 ‘수술절벽’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의대정원 증가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이번 방안이 확정되면서 현 고2가 대입을 치르는 2022학년부터 의대정원이 확대되게 됐다. 올해 의전원을 제외한 전국 38개의대의 정원내 학부 모집인원은 총2977명이다. 2022학년 400명 가량 확대될 경우 약 3400명 규모로 늘어난다. 올해 강원대의 합류로 전국 의대 선발인원이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한 상황에서, 2022학년 증원이 이뤄지면서 역대 최고수준을 다시 갱신하게 됐다.

<의료계는 의사 정원 확대 반대>
하지만 의료계의 반대는 여전하다. 22일 대한의사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인 의료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비판했다. 23일 오전에는 총파업 등의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대한의사협회는 6월 열린 대구경북지역의 의과대학 학장 및 대학병원 원장과의 간담회에서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정원 증원 등 의사수를 늘리기 위한 정부의 정책에 수용불가 입장을 거듭 드러냈다. 최대집 회장은 “그동안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반대해 온 의사 수 증원 정책을 졸속적/일방적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 의사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도록 예우 등을 개선하는 기전을 정부가 먼저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과학적 근거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향후 감염병 등 국가적 재난사태에 대비한다는 명분만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토 단위면적당 의사 수가 상당히 많은 편인 상황에서 의사 수를 늘려야 할 합리적인 근거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증원 정책은 의료 생태계를 붕괴시킬 것이기 때문에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대구경북지역 의과대학장 및 대학병원장들도 “의사수의 절대적 부족보다는 지역별 불균형 심화가 더 큰 문제”라며 “인구감소 추세를 감안할 때 의사 수 증원은 불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의과대학의 경우에도 기초의학 교수 및 실험실습 기자재의 부족 그리고 교수를 추가로 임용할 수 없는 재정적 문제가 상존하고 있는 실정에서 의대정원을 늘리게 되면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공공의대 설립안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서도 당시 의협은 “더민주는 의대 정원 확대 등을 통한 의사 인력 증원과 관련한 일방적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의사 전문가 단체인 의협과 긴밀한 논의를 통해 공공의료 인력 확충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하라"며 ”여당의 일방적 의대 신증설과 입학정원 확대 논의에 유감이다. 백년대계 사업인 의사 인력 수급 정책 결정에 대한 투명한 거버넌스를 구축할 것을 정부와 여당에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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