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재지정평가 재현.. 부산국제중 청심국제중 통과

[베리타스알파=강태연 기자] 서울의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 2개교의 일반중 전환이 확정됐다. 2개교 모두 2021학년 신입생부터 일반중 전형으로 신입생을 배정받고, 현재 재학생은 졸업까지 국제중 교육과정을 이수한다. 교육부는 20일 서울교육청 국제분야 특성화중학교인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에게 내린 지정취소 처분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17일 지정취소에 대한 평가지표 내용의 적법성과 평가의 적정성을 심의한 결과, 평가과정에 위법성/부당성을 발견하지 못했고 해당 중학교들이 국제중 설립 취지에 맞는 교육활동이 전반적으로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은 평가지표가 변경되고 합격기준이 60점에서 70점으로 상향되는 등 교육당국이 지정취소 결론을 이미 내린 상태에서 평가를 진행했다며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지난해 발생한 자사고 재지정평가 논란이 국제중에서도 그대로 재현된 셈이다.

해당 학교들이 예고한 대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 등을 법원에 제기한다면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상당 기간 국제중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본안소송이 대법원까지 이어진다면 판결이 확정되는 데 3년 정도 소요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상당기간 두 학교가 국제중 지위를 유지할 가능성은 남아있는 셈이다.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은 지정취소 처분을 받았지만 청심국제중과 부산국제중은 재지정평가에서 통과해 한 동안 국제중 5개교 체제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선 재지정평가를 통한 국제중의 일반중 전환이 결국 수요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입시가 진행되는 도중 학교유형을 변경하는 것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제중 폐지가 교육특구 일반중 위주의 서열화와 사교육 급증을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지난해 재지정평가에 따른 자사고 폐지에 현장의 우려가 컸던 이유는 수요자 피해가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국제중의 일반중 전환도 마찬가지다. 입시를 준비해왔던 수요자들에 대한 구제방안은 전혀 없다. 심지어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기자회견에 의하면 국제중을 준비했다는 이유만으로 '특권층'으로 매도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여겨진다”며 “국제중이 사라진다면 교육특구의 일반중들이 수월성교육을 찾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부 고소득층의 경우 해외유학을 택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초등학생의 교육특구 진입이 늘고 사교육도 과열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 2개교의 일반중 전환이 확정됐다. 교육부는 20일 서울교육청 국제분야 특성화중학교인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에게 내린 지정취소 처분에 동의했다. 이에 대원과 영훈은 행정소송 조치를 예고했다. /사진=대원국제중 제공
서울의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 2개교의 일반중 전환이 확정됐다. 교육부는 20일 서울교육청 국제분야 특성화중학교인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에게 내린 지정취소 처분에 동의했다. 이에 대원과 영훈은 행정소송 조치를 예고했다. /사진=대원국제중 제공

<교육부 지정취소 ‘동의’.. 예상된 결과, 대원/영훈 행정소송 절차 예고>
현장에서 이미 예상했듯이 서울교육청이 내린 지정취소 결정에 대해 교육부가 동의했다. 교육부는 국제중에서 항의하고 있는 평가절차, 평가기준, 평가과정 등에 대해 위법성과 부당성을 찾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결과 내용으로는 평가절차와 관련해 평가계획 안내, 서면/현장평가, 평가결과 통보, 청문, 교육부 동의 신청 등이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지표가 2015년 평가지표와 유사해 학교 측에서 충분히 예측 가능해 적법하다는 판단이다. 서울교육청이 판단한 해당 학교들이 국제중 설립취지에 맞는 교육활동이 전반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적정하다는 평가다.

다만 이미 평가가 진행되는 시점에서부터 두 국제중이 평가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재지정평가 기준점수가 60점에서 70점으로 오르고, 감사지적사항에 따라 교육청이 감점할 수 있는 점수폭을 5점에서 10점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중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 학생/학부모/교사 만족도 점수 배점은 15점에서 9점으로 낮춰, 지난해 자사고 재지정평가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감점폭 확대가 결정적인 영향을 줬던 것으로 분석된다. 최대 감점 점수가 5점에서 10점으로 늘어나면서 평가에 불리하게 적용됐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은 학교 운영상 문제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교육과정 운영에서 학사 관련 법령과 지침을 위반해 감사처분을 다수 받았다”며 “감사 지적사항 감점 비중이 기존보다 확대된 것이 지정 취소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종합감사 결과 의무교육 단계인 중학교에서 입시교육 위주로 학사를 운영했고, 출결평가나 수업시수 등 부분에 대해서도 감사 지적 사항이 많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에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은 서울교육청이 지정취소 처분을 내리기 전부터 예고한대로 지난해 자사고와 동일하게 행정소송에 나선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8월중 지정취소 절차를 마무리해 내년에 두 학교를 일반중으로 전환하겠다는 서울교육청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한 학교 관계자는 “국제중 취소의 가장 기본이 되는 평가 지표가 바뀌었지만 서울교육청은 지표가 어떤 경위로 바뀌었는지 공개하지 않았고, 교육부도 국제중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지정취소 기한까지 한 달 가까이 남았는데도 교육부가 졸속으로 지정취소를 결정한 만큼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1년전 판박이’ 입시 흔들기.. ‘교육정책 신뢰 상실 자초’>
수요자들이 입시를 준비해왔을 수 있는데도 서울교육청과 교육부가 국제중 지정취소를 강행하고 동의한 것이 ‘신뢰보호의 원칙’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뢰보호의 원칙은 행정기관이 행정적 조치에 대해 신뢰를 지켜야 한다는 행정법상의 일반원칙이다. 현 정부가 강조했던 대입 사전예고제가 대표적이다. 정책의 투명성을 확보해 수요자들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접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고입에 이어 중학교 입시에서도 교육당국은 특정 학교유형을 겨냥해 일방적으로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입시의 혼란을 가중 시키는 정책으로 신뢰를 깨뜨리며, 수요자 피해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재지정평가 논란이 커졌을 당시에도 신뢰보호의 원칙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헌법재판소 역시 교육당국의 정책변화가 고입에 대한 수요자들의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후기모집으로 이동시킨 ‘고입 동시실시’ 자체에 대해선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5명이 위헌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헌재가 현장의 혼란을 자초하며 수요자의 피해를 키웠던 교육당국에게 자제할 필요성을 전한 의도로 해석됐던 대목이다. 서기석 재판관을 비롯한 5명은 “자사고 입학전형에서 교과지식 질문이 금지되는 등 특별히 고교입시를 과열시킨다고 볼 수 없다. 고입 동시실시와 이중지원 금지에 의해 자사고 불합격자는 평준화지역 후기학교 배정이 보장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자사고의 존폐 여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당국의 일방적인 자사고 폐지가 ‘고입재수’를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학교 입시에서도 수요자 신뢰보호가 실종됐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국제중의 폐지로 입시를 준비해왔던 학생과 학부모들이 피해에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입시나 선발을 위한 시험 등에 있어서는 수요자들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행정기관에 대한 ‘신뢰보호의 원칙’ 하에 수험생들이 준비하기 때문이다. 의전원이나 사시를 폐지하는 과정에서도 정부는 유예기간을 두며 피해자 구제를 위해 노력했다”며 “그렇지만 서울교육청은 입시를 진행해왔던 학교를 별다른 유예 없이 곧바로 폐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나아가 조 교육감은 오히려 '특권학교'라며 국제중을 비난했다. 준비해왔던 수요자들도 특권층이므로 특별히 배려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라고 들리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행정소송시 5개교 체제 유지 예상.. 청심/부산 재지정평가 통과>
서울의 국제중 2개교가 재지정평가에서 지정취소 처분을 받았지만, 청심국제중(경기)과 부산국제중(부산)은 올해 재지정평가를 통과했다. 앞서 밝혔듯이 대원과 영훈이 행정소송을 법원에 제기해 본안 소송까지 이어진다면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국제중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앞서 행정소송을 제기한 자사고 외고 등의 사례를 봤을 때 상당 기간 국제중으로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5개 국제중 가운데 2018년 개교해 올해 재지정평가 대상이 아닌 선인국제중(경남)의 경우, 2023년 첫 재지정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제중은 모두 자기주도학습전형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지만, 구체적인 전형방법은 학교마다 차이가 있다. 2015년 서울소재 2개 국제중인 대원 영훈은 100% 추첨선발로 전환했다. 영훈국제중의 입학비리 사건으로 특목중 재지정취소 문제가 터졌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중 역시 급부상한 외고 자사고 폐지 논란의 영향으로 2018학년 신입생 모집부터 2단계 면접을 폐지했다. 추첨만으로 선발하며 사실상 선발권을 포기한 것이다. 

반면 청심과 선인은 선발권을 유지하고 있다. 청심국제중은 1단계에서 지원자 전원을 대상으로 전산 추첨을 실시한 뒤 2단계 면접을 거쳐 최종합격자를 가린다. 다만 초등학교 졸업예정자 가운데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야만 지원할 수 있는 제한이 있다. 학교장 추천 학생수는 소속 학교의 졸업예정자의 10%까지 가능하다. 가장 최근 개교한 선인국제중도 2단계 전형을 운영한다. 1단계는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계획서를 토대로 2배수를 선발한다. 이어 2단계 면접을 통해 최종합격자를 정하는 방식이다.

선발효과가 축소됐지만 뛰어난 진학실적으로 국제중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다. 특히 2020학년 일반전형 기준 대원국제중은 21.78대1의 매우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128명 모집에 2788명이 지원한 결과다. 전년 19.34대1(모집128명/지원2476명)보다 상승했다. 영훈국제중 역시 전년 8.1대1(128명/1040명)보다 오른 9.3대1(128명/1196명)로 마감했다. 경기권의 청심국제고는 특목자사고 진학비율이 약70%에 이르는 점이 눈에 띈다. 청심국제고 28명, 외대부고 17명, 하나고 4명, 상산고 인천하늘고 각1명, 기타 외고 5명 등이다. 2020학년 일반전형 80명 모집에 1342명이 지원해 16.78대1의 경쟁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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