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클리닉] 건강을 해치는 건강기능식품

“제가 홍삼을 하루 두 번씩 2년간 계속 복용하고 있는데 괜찮을까요”
4년 이상 뜸을 뜨고 있는 식도암 환자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식도의 암세포는 없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간으로 전이되어 매주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분이어서 내복약을 처방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침치료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홍삼이라니. 이 분의 맥은 간이 힘들어하는 현맥(弦脈)이어서 홍삼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간열이 있는 분들에겐 상황에 따라 작약이나 구기자, 시호 등의 한약재를 쓰지만 간암의 경우엔 그조차도 아주 조심스럽게 처방해야 한다. 아마도 홍삼이 면역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주변의 말을 듣고 복용했을 것이다.

 

이처럼 한약재로 만든 건강기능식품을 드시는 분들이 많다. “홍삼은 체질에 상관없이 누구나 먹을 수 있습니다. 기력이 부족한 부모님에겐 물론이고 수험생, 직장인에게도 좋은 약입니다” “알로에가 장건강에 좋다” “음주 후엔 엉겅퀴를 끓여 먹으면 숙취를 막을 수 있다”라는 식의 건강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종편방송의 수많은 건강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건강식품들은 너무도 많다. 제약회사에서 나오는 건강기능식품도 넘쳐난다.

건강식품을 파는 분들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못 고칠 병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약들이 주변에 널려 있다. 공짜 관광을 시켜준다며 나이 드신 분들을 모아 놓고 버스 안에서 몇 시간씩 세뇌를 시킨 후 겉만 번지르르한 만병통치약을 파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날이면 날마다 살 수 있는 약이 아닙니다. 한 번 잡숴보세요. 기운이 벌떡 납니다”고 선전하던 예전 장바닥의 뜨내기 약장수들이 이제는 좀 더 세련된 모습으로 변했다.

인터넷에도 건강관련 정보가 넘쳐 난다.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는 정보나 치료법과 돈벌이를 목적으로 한 건강정보가 뒤섞여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실정이다. 충동구매를 하면 남는 것은 후회뿐일 때가 많다. 경제적인 손실만 있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자칫 돈 주고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눈을 부릅뜨고 잘 판단해야 자기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문제가 되는 건강정보를 걸러내고 속지 않을 수 있을까. 제품을 판매하는 사이트나 판매업자들과 마주치면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된다.

엄청나게 비싼 제품은 일단 의심을 해봐야 한다. “내가 이 약을 연구하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 압니까”라며 고액을 요구하면 뒤돌아보지 말고 나와도 된다. 비싼 약들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서 제대로 임상실험조차 돼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도 병원급이나 최소한 의료인이 연관되지 않았다면 보나마나이다.

기이한 약재를 들먹이는 것도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당신의 병엔 천년 묵은 기와에서 나오는 버섯 등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요즘 세상에 심심산골 계곡의 절벽에 있는 신비한 약재를 캐오면 병이 낫는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믿을 수는 없다. 설령 그런 약재로 만든 약이 있더라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비싸다. 희귀한 것은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을 정도로 비싸 보통사람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그렇게 귀한 약재로 약을 대량으로 만들어 팔러 다닌 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임상에서 안전성 검사를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병을 치료하든지, 건강을 증진시키는데 실행하기 어려운 방법을 제시한다면 신통치 않은 방법이라고 보아도 된다. 요즘 세상에 마늘과 쑥을 삼년 동안 먹으라고 하면 누가 실행할 수 있을까. 어려운 방법을 제시하면 중간에 그만둘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신비한 치료법은 경계해야 한다. 치료는 합리적이어야 한다. 양방선생님들의 일부는 한의학도 비합리적인 치료법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의학 중 전통적인 치료법이 검증이 안 된 것이라고 말하는 분들은 아마 적을 것이다. 한약에 비방은 없다고 보아도 된다. 특정 질환을 잘 치료하는 한의사들도 정확한 진단을 통해 처방을 잘 운용하는 것뿐이다.

세상일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잘 모르는 사람이 당신에게만 싸게 준다고 이야기한다면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아주 적은 노력으로 대단한 효과를 보는 방법도 가짜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병을 고칠 수 있다면 그 병은 이미 정복되었을 것이다. 수 십 명 중에서 한 명이 효과를 보고 그 부분만 부각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부작용이 없다고 주장하는 약은 효과가 없는 약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비타민과 같은 영양제 수준일 뿐이다. 한약 중에서 무난한 약 중의 하나인 숙지황도 부작용을 일으킨다. 속이 더부룩한 사람들에게 숙지황을 쓰면 더욱 악화된다. 하지만 같은 증상이라도 속에 열이 많은 사람에겐 숙지황은 아주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한의사들은 부작용이 없다는 약에 대해선 “약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홍삼도 마찬가지이다. “홍삼은 누구나 먹을 수 있다”고 말하는 한의사는 없다. 홍삼을 먹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3분의1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 사람들에겐 효과가 없거나 해가 되는 경우라고 보아도 된다.

알로에(한약명 노회)도 몸을 잘 살피고 복용해야 하는 약이다. 약성이 서늘해서 몸이 찬 사람에겐 좋은 약은 아니다. 임신이 안 되는 걸 걱정해서 시부모님이 보내주신 알로에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를 본 적이 있다. 문진을 해보니 알로에를 먹으면서 몸의 상황이 더 나빠졌는데 그걸 모르고 계속 복용하고 있었다. 알로에 복용을 중단하고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한약을 복용시켰더니 몸의 컨디션이 좋아졌고 한 달 후엔 임신을 했다. 약성이 강한 약이라면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진 않는다는 걸 잘 보여주는 케이스였다.

또 탕제원에 가면 흑염소나, 개소주를 달일 때에 한약재를 많이 넣는다. 한약재를 많이 넣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은데 결코 그렇지 않다. 십전대보탕이 누구에게나 적합하지는 않다. 땀이 없는 사람에겐 황기가, 몸이 더운 사람에겐 육계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건강기능 식품을 길게 복용하고 있다면 주변의 한의사에게 꼭 상의해 보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다.
/한뜸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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