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신중론...개선위 방안 한계론도

[베리타스알파=김대식 기자] 2015 수능에서 영어 홀수형 25번 문항과 생명과학Ⅱ 8번 문항에 대해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 오류를 인정하면서 수능 출제 시스템을 포함한 수능 제도에 대한 전방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교육계로부터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능 출제 오류가 난 점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주문했고, 당정청 협의회와 국회 차원에서의 토론회까지 열리면서 출제위원 구성 및 출제 일정 및 과정은 물론 EBS 연계 재검토와 수능 자격고사화 논의까지 나온 상황이다. 수능 자체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의 분위기 속에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입시제도는 아주 영향이 커 함부로 변경할 수 없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신중론을 펼쳤다. 다만 “국민이 합의하고 좋은 안이 나오면 시기가 당겨질 수도 있다”고 말해 여지는 남겼다. 교육부는 24일 발표한 대로 ‘수능 출제 및 운영체제 개선위원회’를 통해 내년 3월까지 개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대통령까지 나선 수능개선…황우여 장관은 신중>
교육부가 지난 24일 연이은 출제오류가 발생하자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및 운영체제 개선위원회(수능개선위)’를 구성하고 출제 시스템을 개선한다는 방침을 밝힌 후 박근혜 대통령이 수능 시스템을 점검하고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에서 “수능시험에서 한번도 아니고 연이어 이렇게 오류가 발생하는 것은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며 “원래 수능을 시작한 근본 취지가 바르게 실천되도록 현재 수능 출제 방식을 재검토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듯 같은날 열린 당정청 협의에서도 수능출제 방식 추진 변경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참석자는 “수능 출제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며 “여러 방면의 의견을 수렴해 계속 논의를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주호영(새누리) 정책위의장, 강석훈(새누리) 정책위부의장,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안종범 경제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황우여 장관은 당초 발표대로 내년 3월까지 수능개선위를 통해 개선안을 만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황 장관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 출제에 2년 연속 오류가 발생한 것은 제도에 결함이 있기 때문으로 생각한다”며 “수능 문제에 최종 책임을 지는 교육부가 내년 3월까지 제대로 된 수능 개선안을 만들 것이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당정청 협의회에서 수능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면서 수능 출제시스템뿐만 아니라 수능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황 장관은 신중론을 피력했다.

수능 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황 장관은 “입시제도는 아주 영향이 커 함부로 변경할 수 없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국민이 합의하고 좋은 안이 나오면 시기가 당겨질 수도 있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이어 황 장관은 “22년 넘은 현행 제도의 출발점이 무엇이고 어디에서 잘못인지 살펴보라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라 생각한다”며 “이번에 왜 문제가 발생했는지 잘 살피고 미래 교육방향과 안 맞는 부분은 무엇인지 등에 관해 권위자와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보겠다”고 설명했다.

▲ 대통령과 당정청 협의회, 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수능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제도 결함을 인정하면서도 급진적인 주장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폈다./사진=EBS 뉴스 캡처

<출제위원 구성의 문제>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특정 대학 출신 위주의 출제위원 구성 ▲출제위원의 교사참여 저조 ▲짧은 출제 기간 등이 출제 오류의 원인으로 진단하고 있다. 교육부는 “문제점을 바탕으로 지적된 출제/검토 위원의 인적 구성, 교수/교사 비율 및 역할, 문항 출제/검토 절차 등을 중점적으로 살필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홍근(새정치) 의원이 25일 개최한 ‘출제오류 관련 긴급토론회’에서도 지적된 사항이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역대 수능 출제위원장 23명 중 22명이 서울대 학부 출신이었다. 단 한 명만 다른 학교 출신이라는 점을 놓고 보면 수능 출제 위원의 구성이 어땠는지 판단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며 “평가원에서는 출제 인력풀에서 동일학부 출신 비율이 50% 이하로 유지된다고 했는데 이 말이 맞을지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출제위원들의 학/석/박사 전 과정을 출제위원별로 분석해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대 학부출신 위원장 22명 중 59.09%인 13명은 사범대학 출신인 것으로 드러나 특정 학맥에 의한 ‘수능 마피아’ 현상이 일어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제오류가 공식 인정된 2004학년(언어영역), 2008 학년(물리), 2010학년(지구과학), 2014학년(세계지리), 2015학년(영어, 생물과학) 출제위원장이 모두 사범대학 출신이었다. 정병헌 전 출제위원장의 경우 2010학년과 2014학년 수능 출제 오류가 있던 당시 모두 수능출제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이 특정 학맥에 의해 형성됐다는 점에서 ‘내 식구 챙기기’가 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제위원에게 1000만원의 수당이 지급되는 상황에서 용돈 챙겨주는 식으로 선발과정이 변질된 문제와 출제위원과 검토위원간 선후배 사이다 보니 현실적으로 오류를 지적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데 따른 것이다. 양정호 교수는 “출제위원과 검토위원 선정시 대부분 출신학교들이 비슷한 경우가 많아 문제오류를 지적하거나 난이도에 대한 의견교환을 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조효완 광운대 입시전담 초빙교수는 “출제위원은 한 번 초빙되면 계속 위촉되는 경우가 타성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를 검토하는 교사들의 풀이 적은 것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평가원이 각 학교에 우수교사를 출제위원으로 요청해도 학교장 허락이 떨어지지 않아 실제로 위촉되는 교사는 10명 중 3~4명 꼴”이라며 “출제위원으로 위촉되는 교사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에도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마련하는 등 많은 우수 교사들이 출제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의 초빙대상도 바꿔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됐다. 조효완 교수는 “출제위원 인력 풀을 넓혀야 한다”며 “현행 교수가 출제한 문제를 교사가 검토하고 있는데 교사가 출제하고 교수가 검토하는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특정 학맥에 따른 출제위원 구성을 개선하기 위해 수능개선위의 인적 구성을 교육계 인사와 더불어 법조인 등의 비교육계 인사를 참여시키면서 위원장을 외부인사로 선임한다는 방침이다.

<촉박한 출제 일정>
촉박한 일정 속에서 문제를 갇힌 공간에 내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홍근(새정치) 의원은 “매년 출제위원, 검토위원, 운영관리직원 등 700여 명이 한달 합숙을 한다”며 “외부와 연락이 완전 끊긴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다. 시험지 인쇄, 배송 기간 등을 빼면 15일에서 20일 사이에 출제부터 검토를 모두 끝내야 한다. 제한된 시간 내에 주어진 자료만 검토할 수밖에 없어 양질의 문제를 만드는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에도 중복 정답을 인정했던 오류 문항의 경우도 아주 간단하게 걸러낼 수 있는 단순 실수의 문제였는데 내부 검증을 비켜나간 것이다”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EBS 연계>
EBS 교재와 연계 출제를 하는 점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상태다. 공교롭게도 올해 출제오류가 인정된 문제는 모두 EBS 연계교재에 기반을 두고 있는 때문이다. EBS는 영어 홀수형 25번에 대해 “EBS N제 73쪽 문항 6회 11번의 선택지 ⑤번은 수능 ⑤번과 달리 오류가 없다”며 “해당 교재의 부분은 원어민의 철저한 검토를 거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교재에는 ‘percent point’라는 표현이 명확하게 나왔다.

고교 현장에서는 EBS 연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왕호 대일고 교사는 “EBS 연계 정책으로 EBS가 절대권력이 됐다. EBS 교사가 고3 교실의 교과서가 됐다”며 “연계 출제가 강조되면서 학력고사 시대의 암기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EBS 연계 방침이 학생들의 이해력, 문제해결능력, 창의력 등을 제고하고자 한 수능 시험의 취지나 고교 교육 정상화를 이룩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대훈 전 EBS 강사는 “공교육의 탈을 쓴 ‘또 하나의 사교육’ 내지 ‘아류 사교육’이다. 바람직한 수업 모델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현행 연계율을 70%에서 30~40% 수준으로 낮추고 현재의 문제풀이식 강의에서 ‘창의적 재량학습’ 수업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연계출제가 문제가 없으며, 사교육 수요를 어느 정도 막고 있다는 반론도 나오는 상황이다. 양정호 교수는 “EBS 연계로 출제 문제가 발생했다는데 그럴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신삼수 EBS 학교교육기획부장은 “교육방송 교재는 평가원을 포함해 여러 단계의 감수를 거쳐 오류가 매우 적다”며 “사교육을 줄이고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 대다수가 EBS 연계정책에 동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홍근 의원도 “EBS 교재만 달달 외우면 학력고사 시대의 암기방식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면서도 “애초에 EBS 수능 연계제도가 도입될 때는 공영방송을 통해 수능에 적극 반영하면 사교육을 억제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 출발했다.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EBS 연계를 폐지하면 사교육 업체들이 가장 환영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연계 자체는 문제가 아니고 연계율을 줄이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교재를 만드는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과 검토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이슈를 같이 했다"며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수능 문제은행식 자격고사화 주장도>
수능을 아예 자격고사화 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공교육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초적인 수준에 해당되는 절대평가 성격의 문제은행식 ‘국가기초학력평가’로 전환돼야 한다”고 밝혔다. 양정호 교수는 일부과목 도입론을 피력했다. 양 교수는 “문제은행방식을 시범적으로 특정 수능과목부터 입하자”고 밝혔다.

평가원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조용기 평가원 수능본부장은 “문항을 개발하고 축적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이를 활용할 때면 시의성이 떨어지고 문제 유출을 막을 보안상의 어려움도 크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계론 제시…10년전에도 개선 안돼>
교총은 수능개선위의 제시안이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교총은 “2004년 수능에서 처음으로 오류가 발생하자 특정 대학 출신 비율 30% 비만 제한, 출제위원 연속 3년까지로 참여 기간 제한, 출제/검토 위원 수 두 배 가까이 증가 교수중심 출제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수능 출제 관리 개선 기획단’이 꾸려져 개선안을 내놨으나 10년이 지난 시점에도 크게 바뀐 것이 없다”고 밝혔다.

교총은 대입제도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수능 출제 방식 개선이라는 미봉책에 머물지 말고 수능, 내신, 면접 등 대학 입시제도에 대한 상호 연계성 등 항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범국민 참여 대입제도 협의기구’를 조속히 구성하라”고 주장했다.

역대 수능 출제위원장 출신학부, 소속대학 및 연임여부
학년 이름 출신학부 학부전공 출제당시
소속대학
연임여부
2015 양호환 서울대 역사교육 서울대  
2014 정병헌 서울대 국어교육 숙명여대 2회 연임
2013 권오량 서울대 영어교육 서울대  
2012 이흥수 조선대 영어교육 전남대  
2011 안태인 서울대 생물학 서울대 3회 연임
2010 정병헌 서울대 국어교육 숙명여대  
2009 안태인 서울대 생물학 서울대 2회 연임
2008 정성봉 서울대 농업교육 한국교원대  
2007 안태인 서울대 생물학 서울대  
2006 임종대 서울대 독어독문 서울대  
2005 노명완 서울대 국어교육 고려대  
2004 배두본 서울대 영어교육 한국교원대  
2003 조승제 서울대 수학교육 서울대  
2002 안희수 서울대 지구과학교육 서울대 2회 연임
2001 김임득 서울대 영어교육 한양대  
2000 안희수 서울대 지구과학교육 서울대  
1999 김대행 서울대 국어교육 서울대 2회 연임
1998 소광섭 서울대 물리학 서울대  
1997 심재기 서울대 국어국문 서울대 3회 연임
1996 김대행 서울대 국어교육 서울대  
1995 심재기 서울대 국어국문 서울대 2회 연임
1994(2차) 우종옥 서울대 지구과학교육 한국교원대  
1994(1차) 심재기 서울대 국어국문 서울대  
* 노란색 음영 : 수능 출제오류 발생연도

수능 출제위원장 출신 대학 현황
대학명 학부 출신대학 재직대학
서울대 22 15
한국교원대   3
숙명여대   2
고려대   1
전남대   1
한양대   1
조선대 1  
총계 23 23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