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규리는 엄마와 미술관 나들이를 갑니다. 하지만 미술관이 탐탁지 않아요. 동물원이라면 몰라도요. 엄마와 친구들, 즉 어른들은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규리는 더욱 심심해지죠. 그런데 미술관에 걸려 있는 민화 속 동물 그림을 보면서 규리는 상상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그림에서 튀어 나온 호랑이 등에 올라타서는 숲속으로 들어가 동물들과 한바탕 신나게 놉니다. 강물에 풍덩 빠져서는 물고기들과 함께 헤엄지고, 언덕에 다다라서는 온갖 새들과 목청껏 노래를 부릅니다.

그리고 새의 등에 올라타 하늘을 날아 다시 미술관으로 돌아옵니다. 산, 강, 하늘을 넘나드는 신나는 모험은 마침내 끝을 맺고, 미술관은 앞으로도 규리의 상상의 놀이터가 될 거 같습니다.

규리가 미술관에서 만난 그림들은 민화입니다. 민중 예술의 거침없는 이미지와 소박성을 지닌 민화는 우리 민족만의 고유한 독자성과 독특한 회화 양식이지요. 민화가 지닌 감성은 투박하여 솔직하고 자유롭지만 진지하여 끝없는 상상의 날개를 돋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 상상의 힘은 어쩌면 어른보다는 아이에게 더 어울릴 성 싶습니다. 아이들의 무한 상상은 유치하지만 순수하여 솔직하고, 자유롭지만 감정에 충실하여 진지하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다양한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려온 박철민 작가는 민화를 접하면서 받은 감동을 그림책에 담고 싶었다고 합니다. 앞선 그의 창작 그림책인 [도깨비 잡으러 갈 거야!]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상상력의 연장선에서 출발한 [미술관에 간 규리]는 다섯 살 딸 규리의 시선을 따라 전개됩니다. 

작가는 작업을 하면서 끊임없이 눈을 감고 규리의 상황을 상상했다고 합니다. 아이는 혼자 질문하고, 스스로 대답하고, 기뻐하고, 신나서 펄펄 뛰기도 하고 밤이 깊도록 놀이를 강요하기도 하고 새벽에 문득 깨어나 엉엉 울기도 합니다. 혼자 인상 쓰다가 웃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누군가와 알 수 없는 대화에 빠지기도 하지요. 아이는 과연 누구를 만나 어떤 대화를 주고받는 것일까요. 

책은 판타지 그림책의 원형을 충실히 따라갑니다. 가령, 판타지 그림책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가 현실에서, 주인공 맥스가 엄마와의 감정적 대립을 극복하기 위하여 자신만의 상상의 나라로 떠나서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라면, <미술관에 간 규리>는 주인공 규리가 그림 속으로 들어가 상상의 모험을 펼치면서 따분하고 낯선 어른들의 공간을 신나는 놀이터로 바꾸는 감정적 전환을 꾀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런 판타지 그림책을 통하여 다양한 감정들을 내재화하여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박철민 글, 그림.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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