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클리닉] 학생들의 소화불량

“가스가 찹니다. 속이 답답해서 공부도 잘 안돼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두 달이 넘으니까 걱정이 많이 됩니다.”

“아침이면 아랫배가 살살 아프고 변도 설사처럼 나옵니다. 시험을 앞두고는 증상이 심해져 화장실에 두 번은 다녀와야 학교에 갈 수 있을 정돕니다.”

 

학생들은 여러 가지 소화기 문제를 호소한다. 단순한 위염도 있지만 과민성 대장증상, 만성 소화불량 등도 고민거리라고 말한다. 이런 증상들은 학년이 높아갈수록 심해진다. 여학생들은 남학생들보다 운동량이 적어 소화불량 증상이 더 많다.

운동이 부족하면 소화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운동을 해서 뱃속의 장기들이 적당히 자극받고 움직이도록 해야 하는데, 학생들은 운동할 시간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도 소화기능을 떨어뜨린다. 스트레스라는 상황은 한의학적으로 간의 기운이 잘 소통되지 못하게 한다. 간의 기운이 울체되면 근육들이 긴장하게 되고, 소화기의 근육들도 단단하게 뭉치게 된다. 위나 장이 뭉치면 꿈틀운동이 원활하지 않게 되고 당연히 소화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내장기의 근육들을 뻣뻣하게 만드는 또 다른 원인은 차가운 음료수이다.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학생을 본 적이 없다. 습관적으로 냉수를 먹는다. 청량음료는 당연히 찬 것을 찾고, 커피도 냉커피를 마신다. 37도에서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웠던 내장근육들은 찬 물이 들어오면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위나 소장, 대장의 꿈틀운동이 현저하게 줄어들게 된다.

화학적으로 생체대사를 설명해도 찬 음료가 얼마나 몸에 나쁜지 알 수 있다. 소화는 몸에 들어온 음식물이 장막을 통과할 수 있을 때까지 잘게 쪼개는 과정이다. 입에서 이빨로 씹는 것을 기계적 소화라고 하고, 위나 소장에서 소화효소들을 이용하는 과정을 화학적 소화라고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화학반응은 10도가 내려가면 1/2로 줄어든다. 얼음이 둥둥 뜬 냉커피를 마시면 순간적으로 위나 소장의 온도가 0도에 가깝게 떨어지고, 화학작용이 1/8로 감소된다고 볼 수 있다.

불규칙적인 식사시간도 소화기능을 떨어뜨린다. 내장기는 자율신경에 의해 움직인다. 뇌가 “위야 움직여라” “심장아 빨리 뛰어라”라고 명령할 수 없다. 자율신경이 알아서 스스로 움직여 준다. 그런데 자율신경이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규칙성이다.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면, 식사시간 30여 분 전부터 소화액을 분비하고 음식물을 소화시킬 준비를 한다. 불규칙한 식사를 하면 준비되지 않은 위장에 음식물을 쏟아 붓는 셈이다. 똑같은 양의 식사를 해도 불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면 위장을 더 힘들게 만들고 쉽게 염증이 생기게 만든다.

소화기가 나빠지는 원인을 알고 있으면 소화불량에 대한 스스로의 개선방안을 만들기도 쉽다. 불규칙한 식사시간은 좀 신경을 써야 한다. 때에 맞는 식사를 하게 만들어야 한다. 학생들의 점심식사는 급식을 하기 때문에 규칙적이 된다. 별 문제가 없다. 아무리 바빠도 등교준비를 하면서 빵 한 조각을 먹어도 되니까 아침도 큰 문제는 없다. 학생들의 식사시간이 불규칙한 것은 대부분 저녁이다. 하교 후 학원시간이 매일 다를 수밖에 없다. 학원시간에 맞춰 저녁시간이 오가게 마련이다. 소화기가 좋지 않은 학생이라면 저녁 식사시간도 일정하게 학원시간을 조절해 주어야 한다. 뱃속에 병이 난 학생의 학습효율은 좋을 리가 없다.

찬 음료를 마시지 않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입에 냉수가 아닌 상온의 정수물이 들어가도 싫어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잘 설득해 집에서 먹는 식사시간의 물이라도 냉장고에서 나오지 않은 상온의 물을 먹도록 해야 한다. 차가운 우유도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이다. 아침에 꼭 우유를 마신다면, 미리 컵에 따라 놓거나 전자레인지 등을 이용해 20도 이상으로 만든 후 마시는 것이 좋다.

소화기의 기능이 저하로 인한 학생들의 기능성 소화불량엔 운동이 좋다. 위와 장운동을 촉진시켜줄 수 있는 운동으론 줄넘기, 훌라후프, 조깅 등이 있다. 조깅은 당연히 힘든 상황이니 실내에서 발매트를 깔아 놓고 빈손으로 줄넘기를 3분만 해도 충분히 장을 자극해 줄 수 있다.

복부마사지도 좋다. 누워서 배를 시계방향으로 배를 문질러 주면 된다. 할머니들이 손자들의 배를 쓰다듬어 주는 방법이라고 보면 된다. 환자 본인이 손끝으로 배를 깊숙하게 눌러주는 방법도 장기를 자극하는 좋은 방법. 두 손끝을 모아서 명치 아래를 3~5회 천천히 깊게 누르고 차츰차츰 내려가며 배꼽 밑까지 눌러준다. 그 다음으론 명치 양 옆으로 5cm 떨어진 부위를 동일한 방법으로 눌러주면서 아래로 내려간다. 너무 깊게 누르려고 하지 말고 배의 힘을 뺀 상태에서 천천히 눌려줘야 한다.

무가 소화를 돕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다. 겨울철엔 동치미 국물을 마시는 것도 좋고, 다른 계절에는 무즙을 마시는 것도 좋다. 한방에선 무우씨를 소화불량 시에 사용하기도 한다. 신트림이 올라오는 위산과다나 역류성 식도염일 때는 갑오징어뼈(해표초)를 가루내어 1g 정도 따뜻한 물로 복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속에 열이 많은 사람들의 소화불량엔 알로에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명치 밑이 갑갑하고 변비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서늘한 성품의 알로에를 먹으면 속이 시원해진다. 단 처음부터 많이 복용하지 말고 적당량을 먹으면서 자기에게 맞는지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알로에는 소양인의 소화불량엔 좋은 효과를 보이지만 뱃속이 냉한 소음인의 소화불량은 악화시킬 수 있다.

위염이나 위궤양엔 양배추즙이 효과적이다. 스탠포드 의대의 체니 박사가 50여 년 전에 양배추즙으로 위궤양 환자 65명 중 62명을 고쳤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도 소화불량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가까운 한의원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체했거나 소화가 덜 될 때는 침 1~2회로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침을 무서워한다면 환약이나 탕약을 쓰는 방법도 있다. 심한 증세가 아니라면 한방소화제로도 충분하다.
/한뜸 한의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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