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의 기초는 사유’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은 AI로 함축되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더욱 돋보이는 총장이다. 철학자이기 때문이다. 이공계열의 발전은 인문학과의 융합이 필연적인 이 시대에, 융합의 근간이 되는 철학을 전공한 김 총장으로부터 ‘4차산업혁명시대의 인문학이 어떤 의미를 지닐지’ 답을 찾게 되는 건 당연하겠다.

이화여대는 130여 년의 역사가 받쳐 주는 국내 최고의 여성대학이다. 수많은 ‘최초’의 기록은 이화여대가 여대로서의 한계를 딛고 시대를 선도해온 역사를 입증한다. 사회적 편견을 깨고, 첨단 과학기술과 지식정보 분야의 혁신이 가져올 새로운 내일을 향해 도전하는 이화여대의 여러 시도들은 이화여대가 선보일 미래를 충분히 가늠케 한다.

김 총장이 제시한 ‘이화여대의 미래’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여자대학”이다. 한국교육을 바꾼 이화의 ‘최초’에서 비롯한 여러 성과가 증명하듯 이화여대는 이제 세계 속의 여자대학이다. 여기에 융합교육이 화두가 된 4차산업혁명은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고, 이화여대는 이미 준비해 왔다. 김 총장으로부터 이화여대의 미래를 소상하게 듣는다.

 

<한국교육을 바꾼 이화의 ‘최초’>
이화여대는 ‘최초’의 기록을 세운 행보가 돋보인다. 시작부터 최초다. 1886년 한국최초의 근대 여성교육기관인 이화학당에서 출발한다. 1887년엔 한국최초의 여성전문병원인 보구녀관을 설립했다. 1903년 한국최초로 간호교육을 시작했고, 1910년 한국최초로 대학과를 설립하며 여성 고등교육을 시작했다. 1914년 한국최초 전문유치원 교육기관 설립, 1915년 한국최초 사립 전문교원 양성기관 설립, 1925년 한국최초 음악과 설립, 1929년 한국최초 가사과 설립, 1945년 한국최초 여성의학부 약학과 미술과 체육학과 설립, 1946년 한국최초 종합대학교 인가, 1947년 한국최초 기독교사회사업과 설립, 1950년 한국최초 여자 대학원 설립의 기록 이후 1951년 한국최초 사립 사범대학 설립은 지금까지 국내유일의 종합교원 양성기관으로 자리한다.

이후에도 1955년 한국최초 간호학과 개설, 1963년 한국최초 무용과 신설, 1967년 국내사립대학최초 교육대학원 개원, 1969년 한국최초 자연사박물관 개관, 1970년 한국최초 경영전문프로그램(이화여성경영자과정) 개설, 1971년 한국최초 국제하계대학 개설, 1977년 아시아최초 여성학 강의 개설, 1982년 한국최초 여성학과 한국학과 설립, 1984년 국내대학최초 평생교육원 개원, 1993년 한국최초 사회복지대학원 개원 이후 1996년엔 세계최초의 여자 공과대학 및 법과대학을 설립한 기록이다.

2000년대 들어서도 세계최초 한국최초 국내대학최초의 길을 열고 있다. 2001년 한국최초 국제학부 국제학전공 신설, 2006년 한국최초 개발도상국 여성인재 대상 학·석박사 학위과정 전액장학금 프로그램(EGPP) 신설, 2007년 한국최초 자유전공학부(스크랜튼학부) 및 스크랜튼대학 개설, 2010년 세계최초 여자종합대학 경영학 전 학위과정 AACSB 인증 획득, 2011년 국내대학최초 글로벌기업(솔베이) R&D센터 유치, 2012년 국내대학최초 아시아 아프리카 비정부 공익부문 여성 활동가 대상 비학위과정(EGEP) 신설, 2012년 국내대학최초 해외 사회복지센터 설립(캄보디아), 2013년 한국최초 분야별 특화 통번역과정 신설, 2015년 한국최초 뇌·인지과학전공 학부 신설이라는 ‘최초’의 역사들이다.

최초의 기록들로 다져온 이화여대의 역사는 2020년 2월 기준, 졸업생 23만6295명의 든든한 아군이 받쳐주고 있다. 규모도 상당하다. 재학생 2만5199명에 교수 972명이다. 연면적 54만5010㎡의 캠퍼스에 82개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전 세계 84개국 1057개 대학 및 기관과 국제교류 파트너로서 자리한다. 73개의 학부 및 전공, 14개의 대학, 14개의 대학원, 35개팀의 중앙행정기관, 38개의 직부속기관, 78개의 연구기관, 2개의 부속병원, 6개의 부속 및 병설학교 등의 위용이다.

이화여대의 ‘최초’ 행보 가운데 수험생 입장에선 특히 전통적인 학과 외에 미래를 내다본 최초의 학과들이 돋보인다. 1996년 이미 세계최초의 여자 공과대학 및 법과대학을 설립한 사실, 2007년 한국최초 자유전공학부(스크랜튼학부) 및 스크랜튼대학 개설, 2015년 한국최초 뇌·인지과학전공 학부 신설이 그것이다. 공대와 법대 의대에 더해 융합전공인 스크랜튼학부까지 여성을 향한 사회적 편견을 깨부순, 이대의 최초 기록들은 이화여대가 가져올 미래에 더 기대를 품게 하는 면면이다.

<‘최초’의 기록에서 비롯한 성과>
세계최초 한국최초 국내대학최초로 이어진 이화여대의 기록들은 최근 각종 세계대학평가와 인증, 정부의 사업선정 등에서 성과로 귀결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올해는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에 선정, 8억7500만원의 정부 재정지원을 받게 된다. 앞서 4월에는 THE세계대학평가에서 양성평등부문 국내1위(세계50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처음 세계대학 영향력 평가에 참가하며 출발부터 좋은 성과다. 특히 다른 대학들이 양성평등부문에서 300위권 안팎으로 밀려나 있는 것과 대조되며 여자대학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빈곤종식부문에서도 국내2위(세계66위)의 좋은 평가다. 이화여대는 생활비를 지원하는 이화플러스 장학금을 2018년 신설하고, 등록금 수입 총액의 40%를 장학금으로 지급(2017년 기준)했으며 학부생 1인당 수혜 장학금이 주요 10대 대학 중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학생 복지 확충에 노력하고 있다. 탁월한 근무환경과 노동권 보호 등에 관한 ‘경제성장과 좋은 일자리’ 부문과 정부 및 비정부 기구와의 관계 및 지속가능한목표 달성에 관한 ‘글로벌 파트너십’ 부문에서 국내 대학 공동 5위를 차지, 섬김과 나눔의 이화 정신을 통해 공헌하고 있다는 평가다.

2019년엔 이화여대 약학대학이 전국 약대 중 유일하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 공동주관의 인공지능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사업에 선정, 최장 3년간 총38억75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약 개발 연구의 가능성을 보여준 성과다. 과기부의 소프트웨어중심대학에도 최종선정되면서 여성 소프트웨어 분야 선도대학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소프트웨어중심대학 사업으로 2019년 4월부터 4년간 70억, 그리고 2년 연장되면 추가로 40억 규모로 최대 6년간 총 110억원을 지원받는다.

2019년 ‘아시아 최고 혁신대학 TOP 75’에 이름을 올리며 2016년부터 4년연속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약사 국가시험에 수석을 배출하고, 재판연구원 및 검사 배출에 있어 국내 로스쿨 3위에 올랐다. 교사임용시험은 서울 경기 인천 충북 등 주요지역에서 수석 및 차석을 배출했다.

2017년엔 ‘라이덴랭킹’에서 인용빈도 상위 10% 이내 논문 비율이 2013년부터 5년연속 국내 종합대학 1위의 쾌거를 올렸다. 라이덴랭킹은 각 대학의 연구력을 입증하는 랭킹으로 의미 깊다. 2015년엔 ‘QS 아시아 대학평가’에서도 피인용 논문 수가 국내대학 중 1위를 기록했다. 사법시험 합격자는 2015년부터 3년연속 전국4위에 들 만큼 배출했고, 의사 간호사 약사 국가시험엔 2015년에 이어 2017년에도 전원 합격했다. 특수교육임용시험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주요지역에서 수석 및 차석을 배출했다.

2016년엔 정부의 주요 재정지원사업을 석권하는 실적을 냈다. 당시 대학가를 휩쓴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PRIME), 대학 인문역량 강화 사업(CORE), 여성공학인재 양성 사업(WE-UP)을 모두 수주했다. 행정고시(재경) 및 공인회계사시험에 수석 합격자를 배출했고, 국내 100대 그룹 비(非)오너 출신 여성임원 최다 배출의 기록도 냈다. 2016년 당시 청년창업과 지역상생을 위한 창업문화거리 ‘이화 스타트업 52번가’를 오픈한 것이 대학가에 회자됐고, 우수 여성장교 양성을 위한 이화여대 학생군사교육단(ROTC)를 창설한 것 역시 화제가 됐다. 이화여대 캠퍼스 내에 국제인간유전체기구(HUGO) 본부를 설치한 사실도 인상 깊다.

2015년엔 정부 공인 ‘잘 가르치는 대학’인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ACE)에 선정됐고, 교육부의 교원양성기관 평가에서 4주기 연속 최상위 A등급을 기록한 사실이 이화여대의 교육력을 방증했다. 행정고시(교육행정) 및 입법고시(일반행정)에서 수석 합격자를 배출했고, 관세사시험 최연소 합격자를 배출했다. 예비 판사 재판연구원 배출은 국내 로스쿨 1위에 올랐다. 국내 30대 그룹 여성임원 및 역대 여성 국회의원 최다 배출의 해이기도 했다. 미국 잭슨랩(JAX)과 공동으로 ‘이화-잭슨랩 암면역치료법 연구센터’를 설립한 점도 화제가 됐다.

2014년엔 영국의 ‘THE(타임스고등교육) 세계대학평가’에서 국내 종합대학 5위를 기록했다. 2010년은 경영 분야에서 최고 인증으로 통하는 AACSB를 따낸 해다. 세계 경영대학 상위 5% 내에 든다는 인증이라는 데 의미 깊다. 이화여대의 경영대학 및 경영전문대학원은 세계 여자대학 최초로 전 학위과정에 대해 ‘AACSB 경영교육인증’을 2010년 획득했고, 2014년엔 재인증을 획득하는 성과를 냈다.

<글로벌 이화, 아시아와 세계 리드 포부>
130여 년 역사 위에 세계화 과정 역시 이화여대는 최초 최다 유일의 역사를 만들어왔다는 평가다. 재학생들을 위한 국제교류 프로그램은 단연 국내 최대 규모라 할만하다. 연간 약 1000명의 이화 학생들이 31개국 해외대학에서 수학하는 ‘교환학생 및 방문학생 프로그램’으로 시작, 전공별 교수의 기획 및 인솔 하에 하계 동계 방학 중 세계 각국의 대학 및 기관에서 현장체험을 하는 단기 심화학습 프로그램인 ‘교수인솔 해외학습’이 돋보인다. ‘이화 글로벌 프론티어 프로그램’을 통해선 재학생 팀이 주제 선정, 일정 계획 등 모든 탐사과정을 주도적으로 설계해 하계 동계 방학 중 세계 각국의 국제기구 공공기관 글로벌기업 대학교 등을 방문하는 기회를 열어준다.

특히 이화여대가 ‘국내유일의 미국 하버드대 국제교류 프로그램 파트너’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2006년부터 14년째 ‘이화-하버드 서머스쿨 프로그램(EHSSP)’을 통해 하버드대와 공동 계절학기를 운영하고 있다. 2007년부터 13년째 ‘이화-하버드 아시아 국제교류 프로그램(Ewha-HCAP)’을 통해 하버드대 학생들과 학습 및 문화 교류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외에도 이화여대 재학생들은 미국 보스턴대학,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 등에서 계절학기를,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중국 상해교통대학 등에서 어학연수를 경험할 수 있다. ‘이화봉사단’은 방학 중 미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에서 교육·의료·건축 관련 해외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재학생뿐 아니라, 외국 학생을 위한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점은 이화여대 글로벌 프로그램의 강점이다. 연간 약 1600명, 70여 개국 출신 학생들이 이화여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과정을 수학하고 있다. 교환학생 및 방문학생 프로그램으로 연간 약 1000명, 30여 개국 출신 해외대학 학생들이 이화여대에서 수학하고 있기도 하다. 1971년 개설된 ‘이화 국제하계대학’은 국내대학최초의 서머스쿨로, 해외대학 학생들에게 다양한 분야의 학점 취득이 가능한 40여 개 수업과 한국의 역사 및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개발도상국 여성인재들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은 ‘국내최고 여대’ 이화여대로서 전인적인 국제적 행보를 걸어왔다는 데서 돋보인다. 차원 다른 국내대학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2006년 개설한 ‘EGPP(Ewha Global Partnership Program)’는 개발도상국 여성인재 대상의 학석박사 학위과정 전액장학 프로그램이다. 2007년 개설한 ‘Ewha-KOICA 프로그램’은 개발도상국 여성 공무원 대상의 석사 학위과정이다. 2012년 개설한 ‘EGEP(Ewha Global Empowerment Program)’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비정부 공익부문 여성활동가 대상의 비학위과정이다. 1962년 설립된 이화여대 부속 언어교육원에서 진행하는 한국어 전문 교육 프로그램인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도 한류를 타고 인기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미래를 개척하는 여성 지성>
현재의 이화여대가 당당히 내건 비전은 ‘미래를 개척하는 여성 지성’이다. ‘3E’로 압축되는 이화여대의 미래는 여성의 경험과 가치, 감성지능을 바탕으로 한 이화테크(EwhaTECH)를 기반으로 미래 역량을 강화(Empowerment)하고, 사회 공동체에 기여(Engagement)하며, 세계를 향해 도전(Exploration)한다는 것이다. 각 역량강화(학문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역량강화) 참여(소통과 신뢰 기반의 공동체 윤리의식 추구) 도전(도전정신으로 대학교육을 선도)이라 설명할 수 있다. 무엇보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곧장 겨냥한 이화테크(EwhaTECH)가 돋보인다. 이미 이화여대엔 미래과학을 겨냥한 교육 인프라가 마련돼 있다. 이화여대의 미래에 기대감이 이는 이유다.

물론 이화여대 교육의 중심은 융합이다. 철학을 전공한 김혜숙 총장은 “4차산업혁명시대는 새로운 언어의 시대”라며 이화여대의 융합교육 근간인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던 스티브 잡스(리드대 철학과 중퇴)가 아이폰 신화를 만든 것처럼 인문학은 과학기술에 의미와 내용, 목적과 가치를 만드는 데 핵심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인문학과 과학기술, 예술의 융합이 중요해지는 AI시대는 여성에게 새로운 기회다.

4차산업혁명시대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의미 수단에서 새로운 언어를 출현시켰으며, 그 언어를 잘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곧 그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단순히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매개로 한 인간의 소통과 활동이 문제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는 얘기다.

이공계지식의 중요성은 이공계 전공생뿐 아니라 인문 사회 예술을 하는 학생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4차 산업혁명시대의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생명기술 인공지능 등 신흥기술들의 특징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수준에서 인간의 본성을 포함한 자연세계에 대한 인간의 개입 및 통제력을 급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자나 기술자가 상상해야 하는 기술의 미래에 대한 비전은 물리적 기계 장치의 모습이 아니라 특정한 삶의 형태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포함한 기술사회문화적 미래에 대한 비전이어야 하는 이유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최종적으로 구현해야 할 기술사회적 비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과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풍부한 상상력을 토대로 한 집단 지성의 노력이 필요하며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지식의 창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여기에 인문학과 철학이 중요한 접점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융합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된 만큼, 대학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김 총장은 “4차산업혁명에 의한 산업구조와 사회시스템 변화가 가속화되고 과학기술이 급격히 발전함에 따라 우리 삶엔 심층적 변화가 초래되었다. 이 같은 변화에는 사회/문화/정치/경제/예술은 물론 교육도 포함된다. 대학은 ‘지능정보사회’를 이끌어가는 미래융합형 인재 양성과 혁신적, 창의적 연구 성과 창출이라는 도전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배경을 설명하며 “기술적 조건의 변화는 교육을 통해 무엇을 훈련시키고 어떤 능력을 키워줄 것인가 문제를 근본적 차원에서 점검하도록 요구한다. 대학 교육은 지식이 아닌 학습자 역량 중심 교육, 학습자 주도의 문제 해결 역량 중심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길은 융합교육이다. 김 총장은 융합교육을 ‘심적 근육을 키워주는 교육’이라 표현한다. “앞으로 융합적 역량이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에 대학은 학생들에게 여러 다양한 관점과 가치를 가르치고 삶의 근본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원숙한 판단과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심적 근육’을 키워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능력을 가진 인재가 결국 급변하는 사회 변동에서 중심을 지키고 리더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여성 지성 키우는 교육>
이화여대의 교육은 학문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올바른 가치관과 창조적 지식을 갖춘 융복합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융복합 역량 함양을 위해 학사제도를 유연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화여대는 전인교육 정신에 입각한 미래교육환경 구축을 위해 2018년 3월부터 ‘학부교수자율평가’ 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의 과목 수강 및 교수 성적 평가 등 대학의 주요 학사제도에 자율성을 확대한 것이다.

이화여대 교육은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과 미래설계를 지원하는 특징도 있다. 이화여대는 2015년 ‘도전학기제’를 시작, 학생들이 휴학하지 않고 현장체험 해외활동 창업 특허출원 등 활동을 스스로 설계해 진행, 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뚜렷한 미래계획과 실천의지가 있는 학생들에게는 심사를 통해 성적 및 가계곤란도와 무관하게 ‘이화미래설계 장학금’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2016년에는 맞춤형 통합관리 시스템 ‘THE포트폴리오’를 개설, 학생 개인의 전공 교양 비교과 내역을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학 창업 취업 등 원하는 진로에 따라 필요한 역량과 활동을 추천해 학습관리 및 미래설계를 돕고 있다.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이화여대의 선도적 학사제도도 돋보인다. 이화여대는 2007년 한국최초의 자유전공학부 ‘스크랜튼학부’를 설립했다. 최근 회자되고 있는 문이과통합을 이화여대는 이미 10여 년 전에 실행, 스크랜튼학부를 통해 문이과의 경계를 넘은 다학제적 교육을 시작한 것이다. 2015년 한국최초의 ‘뇌·인지과학전공’을 비롯해 ‘화학신소재공학부’ ‘글로벌한국학전공’을 신설했고, 2016년 ‘신산업융합대학’을 설립해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활약할 여성 전문인력을 대거 양성할 태세다. 2017년엔 ‘엘텍공과대학’을 출범하고 사이버보안전공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전공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를 신설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여성 공학인재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외에 호크마교양대학을 두고, 학부생들의 교양교육을 전담하게 한 점 역시 이화여대가 선보이는 미래 교육경쟁력의 단면이다.

물론 근간은 ‘여자대학’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에 있다. 김 총장은 이화여대의 정체성에 대해 “이화여대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니크한’ 대학’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정리한다. “사람들이 여자대학의 필요성에 대해 질문할 때 이화여대는 본교가 존재함으로 인해 여성을 다르게 교육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따라서 앞으로도 이런 의미를 보여줄 수 있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 세상의 그 어떤 대학도 이화여대만큼 여학생들이 자긍심을 갖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대면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은 없으며 여성들의 경험과 역사가 최우선적으로 숙고되는 공간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은 이화인들에게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여성들에게 위안과 자부심을 줄 것이다.

이화여대는 교육과 연구 모두 인간과 인간 삶의 맥락에 기반한 것임을 잊은 적이 없으며 사람을 중히 여기고, 학생들을 귀하게 여기는 전통이 오늘의 이화를 만들었듯 내일의 이화 또한 지켜갈 것이다. 이화여대는 본교에 공부하러 오는 뛰어난 여성들이 자신이 가진 10의 역량을 100이나 그 이상으로 늘릴 기회를 제공하는 대학이다. 고착화된 젠더 고정 관념에서 자유로운 학습 교육 연구의 기회와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차이가 차별로 귀착되지 않으며 모두의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는 미래를 체험하게 만드는 역량강화(empowerment)의 중요한 계기를 제공한다.”

김 총장은 특히 ‘여성 지성공동체’로서의 이화여대 역할도 기대한다. “4차산업혁명과 과학기술의 발달, 정보사회로의 이전은 인간 삶의 방식과 인간 사이의 의사소통 방식에 지대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정보화가 주로 남성 집단과 남성적 관점을 반영하는 기업과 국가에 의해 주도되는 점을 생각해보면, 정보화사회를 지배할 가치와 규범도 남성중심적으로 형성될 확률이 높다. 이 경우 여성들은 주류 의사소통 구조 안에서 타자화될 수 있다.

여성 집단이 정보화 과정 안에 개입하고 정보의 생산과 소비의 규칙, 규범을 정하는 데 여성관점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과학기술이 갖고 있는 가공할 힘이 크기 때문에 여성들 역시 과학기술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여성적 가치와 여성주의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 여성과학기술인 집단이 존재해야 남성적 과학기술에 대한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화여대와 같은 여자대학은 이러한 여성의 집단화된 노력을 키울 수 있는 지성공동체의 역할을 할 것이다.”

<첫 직선제 선출, 남다른 책임감>
김 총장은 이화여대 역사상 대학 모든 구성원에 의해 선출된 첫 총장이다. 1990년 제10대 윤후정 총장 선출 당시 교수 직선제를 진행한 적은 있지만 학교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는 직선제는 김 총장 때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의미도 남다르다. 김 총장은 “2016년 큰 어려움을 겪은 이화 구성원들에 의해 131년 역사 최초로 교수 직원 학생 동창이 모두 참여하는 직선제로 선출되어 자랑스러우면서도 책임감을 느꼈다”며 “저를 선출한 구성원의 뜻에 따라 어려움을 딛고 새로운 통합과 변화를 모색해야겠다는 결론을 도출했으며, 임기 중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 구성원 모두 존중받는 민주적 문화, 대학 본연의 모습을 찾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한다.

“이화여대는 앞으로도 여성이 과소평가된 부분에 대해 전문인력을 양성함으로써 세상의 균형을 잡을 것이다. 제2의 OO대학이 아닌, ‘세상 어디에도 없는 여자대학’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이 자유롭게 학문을 탐구할 수 있는 미래 교육환경 구축을 통해 세계를 새롭게 창안하는 지식첨병의 역할과 소명을 다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이화여대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최첨단과 오래된 전통이라는 반대되는 두 요소를 캠퍼스 기반의 창의적 방식으로 조화시켜야 하며, 이화에서의 모든 교육을 다양한 종류의 사유실험실 환경을 구축하여 대체불가능한 교육으로 확립해야 한다. 또한 연구중심 대학의 본질은 선도적 지식의 생산에 있다고 본다. 이 같은 맥락에서 여자대학으로서 모든 학문 분야에서 여성관점을 첨예화하여 새로운 지식, 대안적인 지식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

김 총장으로부터 시작하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여자대학, 이화여대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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