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양찬우 고려대 인재발굴처장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양찬우 고려대 인재발굴처장(수학과 교수)은 ‘수능확대’라는 정부의 입장을 사회의 요구로 수용하되, 학종이 교육계에 미친 영향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피력한다. 특히 “고려대의 교육 목표는 공유가치를 만드는 공감형 인재, 기본에 충실한 창의융합형 인재, 세계와 소통하는 도전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다. 이에 학생선발 단계에서도 그러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두고 평가역량을 개발했다”며 고려대 인재상을 선발하는 데 일회성의 수능보다는 3년간 고교활동을 살피는 ‘여러 줄 세우는’ 학종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사진=최병준 기자
/사진=최병준 기자

 

- 고려대는 2018학년부터 학종을 확대하며 고교현장의 교육변화를 선도해왔다. 의미는 무엇이고 향후 계획은 어떠한지
“고려대는 2018학년 이후 논술전형을 폐지하고 실기전형과 수능전형을 축소하는 한편, 수험생의 고교생활을 중심으로 평가함으로써 수험생의 준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심으로 전형을 운영해왔다. 본교 사교육영향평가연구 결과 논술과 수능이 사교육의 영향을 크게 받는 전형요소로 나타났으며, 미래사회 인재로 성장해갈 잠재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서는 논술 수능과 같이 일회성의 시험으로 학생의 성취를 평가하기보다는 학종을 통해 학생의 다양한 측면을 두루 살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3년간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해 온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취지에 따라 학종으로 선발하는 인원을 크게 확대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을 고려할 때, 국가의 입시정책은 대학을 포함한 전 교육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입시정책의 변화는 전문적 시각에서 장기적인 안목을 통해 교육의 역할과 효과를 고려해 결정되어야 하는 측면도 중요하겠지만, 이러한 교육정책에 영향을 받는 수험생, 학부모, 고교 교육현장, 대학 관계자 등 관련자들의 입장과 의견을 수렴해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측면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시대적 요구에 의한 정량평가에서 정성평가로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일지라 하더라도 이러한 변화를 이루어감에 있어 사회적 합의와 안정을 이루어 교육 수요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학종의 적정 비율 확보, 정시와 수시 비율 조정 등의 정책은 급작스럽게 바뀌었다기보다는 대입정책 변화의 측면에서 사회 구성원이 생각하는 적절한 변화의 속도에 대한 요구를 바탕으로 결정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고려대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한편 대입제도 운영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공정성확보시스템을 마련하고 정보공개의 수준과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함으로써 대학의 책무성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학종이 불공정하다는 인식에서 수능확대라는 정부입장이 나왔다. 고려대는 입학처 명칭을 인재발굴처라 바꿀 정도로 정량평가보다는 정성평가에 의미를 두는 것으로 보이는데
“학종은 일회성으로 이루어지는 수능 또는 논술시험 성적으로만 대학 진학이 결정되던 방식에서 벗어나 3년간 고교에서의 성장과 활동의 과정을 고려해 정성평가하고 수험생에게 대학 진학의 기회를 다양하게 열어줌으로써 공교육에 기여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대입 방식이다. 정성평가는 학생의 정량적인 성과뿐 아니라 성과를 이룬 과정과 환경을 함께 고려해 종합적인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기존의 정량평가와는 차별성을 갖는다.

고려대는 2009학년부터 전형별 입학생의 대학 진학 후 학업 성취도를 추적 분석하는 종단연구를 시행하고 있는데, 그 결과 3년간 고교 생활에 성실하게 임하며 성장해 온 학생들이 주로 지원하고 합격하는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의 성취가 우수한 것을 확인했다.

학종의 불공정성에 대한 논란의 시작점은 정성평가를 한다는 점에 있다. 오랜 기간 정량적인 ‘한 줄 세우기’에 익숙해 온 사회 분위기에서 정성평가를 통해 대학 입학의 결과가 결정지어진다는 점에서 누군가에게는 생소하기도, 또는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와 함께 정량평가의 한계를 극복해보고자 도입된 정성평가 방식에 대해 정량적이지 않아 불공정한 평가라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정량적인 평가와 정성적인 평가 모두 나름의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으며 전형의 취지와 성격에 맞는 적절한 평가방식이 활용되어야 대학이 추구하는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는 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교 역시 정량적인 평가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생부교과전형과 수능, 정성적인 평가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종을 균형 있게 선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만 ‘한 줄 세우기’에서 ‘여러 줄 세우기’ 방식으로의 변화, 즉, 정량평가를 넘어 정성평가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의 동의와 이해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이슈화 되고 있는 학종의 불공정 문제 또한 정성평가 방식이 우리 사회에 잘 녹아들어 구성원 모두가 이러한 평가방식에 대해 이해하고 받아들여 가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정 기록을 허위/과장하고 정량적인 지표들을 과대포장 함으로써 정성평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이해의 부족과 이러한 기록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오해와 불신에서 비롯된 다양한 문제들은 최근 정비되고 있는 평가 및 선발 과정에서의 제도적인 공정성 확보방안 마련, 평가자 윤리 교육 강화와 더불어 투명한 정보공개 노력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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