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로 속속 드러나는 성과.. QS 국내 톱3

-최초 공대출신 총장이 제시한 최적화한 ‘창의융합’
-융합의 미래 선보인 학과개편.. 반도체공학 심리학부 데이터과학 스마트보안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114년 고려대 역사상 최초의 공대 출신 총장인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민족고대’의 ‘강철공대’ 79학번이자 93학번이다. 79년 고려대 공대 기계공학과 입학 이후 미네소타 대학 유학을 거쳐 93년 고려대 공대 교수로 다시 돌아왔다는 얘기다. 총장직에 오른 지금껏 ‘민족고대 강철공대 79학번 정진택입니다’라는 고려대 특유의 FM(Field Manual) 정서가 흐른다. 1905년 어려운 시기 교육이 보국이라는 정서아래 백성의 쌀과 은비녀 등이 모여 ‘민립’으로 중앙도서관 등을 건립하며 세워진 고려대에 섞인 ‘민족’이라는 정서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정 총장 개인의 역사에도 고려대의 힘이 면면하지만, 고려대의 출발과 현재, 그리고 향후 미래는 우리나라 사학의 대표주자로서 짊어진 사명의 무게가 그 힘만큼이나 무겁다.

고려대는 이미 ‘민족’ 안에 안주하지 않는다. 민족의 힘을 바탕으로 하지만, 100주년을 맞은 2005년 즈음 확 개편된 교육과정을 토대로 이제는 세계 속 중심의 고려대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증거는 현재 날개를 활짝 핀 고려대의 교육시스템과 교육을 받치는 환경개선 세계대학평가결과 등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창의융합형 인재’가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시대에, 창의적인 사고로 문제를 해결할 인재를 발굴하고, 교육해 배출하는 출발점에서 이미 고려대가 대한민국 사학의 맨 앞으로 나선 셈이다.

<바뀐 인류에 바뀐 교육 ‘다음 세대를 바라보라’>
고려대는 더이상 ‘민족고대’에 국한하지 않는다. 정 총장에 의하면, 고려대가 100주년을 맞은 2005년 즈음, 획기적인 교육환경 변화가 있었다. “당시 고려대가 굉장히 도전적인 캐치프레이즈를 걸었다. ‘민족을 버려라’ ‘조국을 등져라’ 하는 것이었다. 그간 민족과 조국을 그리 부르짖었는데, 이제는 ‘글로벌KU’로 세계로 뻗어가자는 것이었다. 어떻게 민족을 버리고 조국을 등지겠냐만은, 우리의 뿌리인 민족의 힘으로 조국을 발전시켜왔으니, 그걸 근간으로 세계로 발전되어 가라는 것이었다.”

통상 총장인터뷰에서 ‘교육자로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은 글의 말미에 두지만, 정 총장과의 경우 순서가 바뀌는 게 낫다고 봤다. 그만한 시대변화와 그에 따른 교육과정개편 및 환경개선과 또 그에 따른 입시방법을 논하는 데 정답이라 보여졌기 때문이다. “저의 학창시절은 다들 어려운 시기였고, 학생들은 공부밖에 할 것이 없던 시절이기도 했다. 거창하게 나의 미래까지는 아니더라도 공부가 효도였고 당장의 할 일이었다. 과학자를 꿈꾸며 ‘고진감래(苦盡甘來)’ ‘인과응보(因果應報)’ 한자를 적어가며 마음을 다지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서 도리’는 중요했다. 지금도 그럴까? 지금 청소년들은 입시교육 위주로 하다 보니 해야 할 역할을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저는 기본에 충실한 교육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연구년 시절 자녀의 학교에 걸려있던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Do ordinary things extraordinarily well!’

우리나라는 전부 남과 다르게 리더가 되길 바라곤 한다. 기본에 충실한 교육을 받고 성장하면 더욱 건전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기서 더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기본이 갖춰질 때 전체적인 인식의 수준이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향한 큰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 젊은이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얘기는 저커버그도 말한 적 있다. ‘Change the world for the better’. 저커버그가 본인의 재산 90%를 기부하면서 내 딸이 사는 세상은 더 좋은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듯이 말이다. 저커버그 외에도 많이들 그렇게 말하곤 한다. 이렇게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의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은 분명 다를 것이고 나아가 우리사회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다음 세대에 더 좋은 세상’을 물려 주고픈 정 총장이 고려대 114년 역사상 최초의 공대 출신 총장으로 취임한 총장이고 보면,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한 현재, 가장 설득력 있는 인재양성의 길을 주창할 인물이기도 하다. 정 총장이 작년 취임일성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사람 중심의 고려대 - 창의적 미래인재 양성, 세계를 변화시키는 대학’을 새 비전으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총장이 주시하는 인재는 ‘창의융합형 인재’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새롭게 생각하고, 기존의 생각 또는 개념을 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창의융합형 인재’일 것이다. 단순히 ‘아는 것’에서 벗어나 ‘아는 것을 자신만의 특징과 경쟁력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길러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창의란 새로운 생각이나 개념을 찾아내는 것일 수도 있고, 이미 존재하는 생각이나 개념들을 새롭게 조합해 내는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모든 분야에서 창의적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 가능하며, 이를 인지하고 능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 양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4차산업혁명을 위한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교육의 내용, 방식, 체계 등의 변화와 더불어 교육철학의 중심이 분명해져야 한다. 과학기술이 극단적으로 발전하는 미래 사회는 오히려 인간의 주관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할 수 있는가 여부(how)가 아닌 왜 해야 하는가(why)가 중요해지는 사회다. 여기서 인간 행동과 선택의 윤리성, 도덕성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모든 것이 가능해진 세상에서 과연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제 기술이 아닌 윤리를, 객관성이 아닌 주관성을, 표준화가 아닌 맞춤형과 다양성의 시대정신이 교육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대에 결국 정답은 없어진다. 표준화를 이끌 방향성이 없어지고, 주관적인 판단이 결정요인이 되고, 다양한 사회의 충돌은 결국 세상을 더욱 복잡하게 할 것이다. 미래의 리더들은 뭔가를 할 기술이나 능력을 갖추는 것보다, 그 능력을 무엇을 위해 쓸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고려대는 단편적인 지식이나 일방적인 신념을 가진 인재가 아닌, 통합적이고 추상적인 가치로 윤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 결국 그 윤리성은 ‘인류에게 얼마나 이로운가’의 가치로 결정될 것이다.”

 

<그래서 융복합교육, 말뿐 아닌 행동으로>
그래서 고려대가 표방하는 교육은 융복합교육이다. 그것도 누구나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융복합교육이 아니다. 가장 앞서가고 가장 실질적인 교육을 말한다.

우선 교육체제를 보자. 고려대는 이미 2005년 즈음 교육과정을 개편하며 교양과목을 강화시켰고, 제1전공에 제2전공, 나아가 융합전공, 더 나아가 설계전공까지 틀을 다져 뒀다. “2005년 즈음부터 기계공학과의 경우 제1전공 기계공학, 제2전공 기계공학 심화라 졸업장에 새길 수 있었고, 당시에도 여러 전공이 합쳐져 새롭게 만든 융합전공을 선택할 수 있었으며, 자신의 미래설계에 따라 여러 과목을 스스로 선택해 들으며 전공을 설계하는 설계전공까지 아우를 수 있었다”는 정 총장은 “이제 고려대는 학생들에게 좀더 체계적으로 이중전공과 융합전공을 활성화해 여러 학문을 넘나드는 다양한 수준과 형태의 융합교육과정을 제공할 계획이다. 특별히 초학제적 융합전공의 개설 및 운영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적극 지원할 것”이라 강조했다.

정 총장의 표현처럼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변화해감에 따라 기존 분절된 학문체계에서 습득한 전공지식만으로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다양한 접근성과 통합적 관점을 가진 인재가 요구되기도 한다. “문과와 이과, 전공과 교양 등 이분법적 사고로는 21세기 초연결사회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전공한 기계공학의 경우, 현재 스마트폰과 자동차 산업에서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스마트폰은 계속 업데이트되는 앱을 통해 자동적으로 업데이트된다. 보통 2년주기로 교체하며, 얼리어댑터의 경우 신모델이 나오면 바로 교체한다. 자동차는 다르다. 초기에 몇 번 점검을 해줄 뿐 보통 10년은 쓴다. 그런데 이건 이미 지난 얘기다. 테슬라의 전기자동차의 경우 자동차 안에 보통 세 대의 컴퓨터가 있다. 이를 통해 자동차가 자동으로 업데이트된다. 자동차 산업에서 예전엔 가솔린과 엔진이 뇌이자 심장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모터와 배터리가 핵심 역할을 한다. 기계공학과가 기존의 가솔린과 엔진에만 몰두할 수 없다. 조향장치 바디 샷시 등 철판을 갖고 기여하는 데 더해 자동차에 내장된 컴퓨터를 냉각시키는 기술로 기여해야 한다. 제1전공을 기계공학 했으면 제2전공은 기계공학 심화보다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여러 학문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사회에 기여할 아이디어와 결과물을 낸다. 공학을 했는데 인문학도 모두 다 잘 알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마인드’ 자세의 문제다. 마음이 열린다면, 예를 들어 나는 기계공학 했지만 그 분야는 경영학이 잘 알 것 같다 또는 전자공학이 잘 알 것 같다며 연결고리를 만들어가는 식이다. 학문 계열 간 울타리 없는 융합전공을 통해 과학기술과 인문사회가 융합해 사회혁신을 창출하는 핵심역량을 키운다면, 사람 중심의 공유가치 창출을 추구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초석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고려대는 학문계열을 초월한 이중전공/융합전공을 통해 융합적 사고역량을 갖추게 하려 한다. 사고역량을 말한다. 자세를 말하는 것이다. 정 총장은 “전공분야의 전문적 지식뿐 아니라 비판적 사고역량, 창의적 문제해결역량, 협업역량 등을 함께 배양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메타인지적 기술과 같은 고차원적인 사고의 증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며 “인문계와 이공계 분야의 최근 사회 추세나 이슈를 반영한 새로운 융합전공의 개설을 학교 차원에서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고려대의 대표적 융합전공으로는 심리 뇌인지 수학 인공지능의 4개분야의 교과과정으로 구성되는 ‘뇌 인지과학 융합전공’, 언어 뇌 컴퓨터의 3개분야에 해당하는 분야별 전공과목을 이수하는 ‘LB&C(Language, Brain & Computer) 융합전공’, 컴퓨터 수리 법 경영의 4개분야 전공과목을 이수하고 산업체 현장실습까지 진행하는 ‘소프트웨어벤처 융합전공’에 보안및컴퓨터 정보보호관련법률 소비자심리 지적재산권 등을 학습하는 ‘융합보안 융합전공’ 등이 있다.

융합전공뿐 아니라 여러 학문지식이 융합된 교과목 개발도 돋보인다. 고려대의 대표적 학부공통 교양과목인 ‘자유·정의·진리’ 교과목은 인문학과 수학 물리학 의학 생물학 등 이공계 분야 지식이 융합된 12개의 강좌로 기획되어 있으며,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아우르는 하나의 주제를 깊이 탐구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의견과 관점을 창조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 총장은 “스티브 잡스가 강연에 사용하는 슬라이드 중에 테크놀로지와 리버럴아트가 교차하는 이미지를 사용한 것을 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잘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융합도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전공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댔을 때 아이폰과 같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것”이라 융합교육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고려대는 올해 도입예정인 ‘KUchive(쿠카이브)’가 융합교육에 내실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는 이미 지난 해부터 융합교육활성화 위원회를 구성하여 활동을 하며, 대학 내 융합교육과정(교과/비교과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현황을 점검하고, 학습자 주도형, 사회문제 중심의 문제 해결형 문제 기반 학습, 팀 기반의 협동 학습 등 융합교육의 방향과 구체적 활용방안을 논의해왔다. 그 논의결과의 토대가 바로 ‘KUchive(쿠카이브)’다.

KUchive(쿠카이브)는 고려대(KU)와 기록보관소(Archive)를 합성한 표현으로, 교과-비교과 통합관리시스템이다. 학생들의 입학에서 졸업까지 전 영역에서의 활동이 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고려대가 추구하는 핵심역량 중심의 교육과정을 효율적인 운영하면서 더 나아가 교육의 질 개선까지 기대할 수 있다. 베타오픈을 거쳐 구성원들의 반응을 수렴해 최종적으로 시스템 점검 후 올해 2학기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

정 총장은 “코로나19 이후의 시대이자 4차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새롭게 생각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융합형’이기에 자신만의 특징과 경쟁력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길러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해졌다. 교육의 내용과 방식, 체계 등의 변화와 함께 교육 철학의 중심이 분명해져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비교과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번 KUchive(쿠카이브) 구축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들을 토대로 학생들의 핵심역량 성장과 변화를 대학의 교육 성과로서 지속적으로 분석, 관리하고 환류하는 체계적 시스템이 우리나라 대학의 비교과 운영과정에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려대가 도전적이고 실제적인 융합교육을 선보이고 있는 셈이다.

<미래형 융복합교육의 장, SK미래관>
고려대의 융복합교육 프로그램은 공간과 시스템이 받치고 있어 더욱 실질적이다. 2019년 11월 준공된 고려대 SK미래관이 대표적 공간이다. 106개의 랩(Lab) 및 그룹스터디룸, 113개의 캐럴(개인집중실) 등 자유로운 공간 구성으로 학생들 스스로 탐구하고 토론하는 문화를 만들며 미래 대학의 표준을 제시하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무엇보다 최신기술을 “사용자가 만들어가는” 특징이다.

“SK미래관은 고려대 스마트캠퍼스 프로젝트의 1차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 기계학습된 Edge computing 기술이 더해진 복합 IoT 센서 모듈이 방마다 설치되어 모니터링되고 있으며 스마트폰으로 예약뿐 아니라 출입까지도 제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으로 200여 개에 달하는 스터디룸을 예약하고 출입할 때 스마트폰을 단말기에 접촉하거나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스마트폰으로 직접 열 수 있다. 각 방에는 6개의 센서가 있어서 온습도 불꽃 가스 공기질 비명소리 등을 탐지 할 수 있고 이 데이터가 2019년에 구축한 데이터허브에 저장이 되어 분석에 쓰이고 있다.

현재 안드로이드 아이폰 모두에 쓸 수 있도록 NFC와 비콘으로 동시에 출입이 가능하게끔 되어 있는데, 카드형 학생증 대신에 블록체인이 접목된 모바일신분증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학생증 사용은 적용한 상태이며 구성원들이 발급과 인증에는 이미 적용을 시작, 구성원들이 발급절차에 소요되는 시간 등이 대폭 줄어드는 효과를 느낄 것이다.

특히 SK미래관의 IoT 데이터와, 캠퍼스 전체 혹은 실험실 안전에 관계되는 센서 데이터들을 현재 데이터허브에 자동으로 쌓이고 있다. 각종 가스나 화재 등의 위험성을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서 자동으로 모으고 이를 머신러닝으로 위험을 탐지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기계학습용 데이터를 구성원이 직접 참여해서 기여하도록 했다. 학교전체 안전관련 데이터도 같이 모음으로써 데이터기반의 스마트 캠퍼스를 먼저 SK미래관에 미리 구현하고 있다.”

미래사회의 모습을 고려대 학생들은 이미 생활 속에서 경험해볼 수 있는 셈이다. 환경이 바뀌면 그만한 사고력 창의력이 발현될 터이고, 고려대 신입생이라면 누구나 들어야 할 공통 교양과목인 ‘자유·정의·진리’를 SK미래관에서 온라인 동영상 시청, 오프라인 질의응답, 소그룹 토론, 조별 발표라는 4단계의 모듈화된 수업으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아우르는 하나의 주제를 깊이 탐구하는 과정을 거치니, 정 총장이 바라는 “창의융합형 인재의 배출”도 기대해볼 수 있는 셈이다. 정 총장은 특히 “SK미래관은 연면적 8280평으로 전교생에 부족함 없는 공간”이라며 “어떤 특정 단과대학에 소속된 건물이 아니라 고려대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오픈된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적 교수역량, 변화하는 전공체계>
고려대는 융복합을 향한 교육과 시설로 내부 다지기에 나서는 한편, 외부로부터 ‘알아주는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최근 국내대학 최초로 ‘네이처 콘퍼런스(Nature Conferences)’의 한국유치에 성공한 것이 고려대 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과다. 세계적 저널 네이처(Nature)지의 경우 논문이 게재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연구자 개인적으로는 학술적 영광이 되는데, 고려대가 국내대학 중 유일하게 네이처 본사와 함께 주제를 만들어 콘퍼런스를 고려대에서 개최하게 된 것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폐기물 관리 및 고부가가치화’ 주제로 내년 10월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고려대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 스탠포드대를 포함해 세계 30개 유수 대학 연구진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MIT 하버드대 케임브리지대 등 전 세계 최고의 석학들과 네이처 지속가능 저널 편집위원장, 글로벌 기업과 유관 국공립 연구기관들도 한자리에 모인다. 정 총장은 “이제까지의 네이처 콘퍼런스는 아시아권에서는 일본과 중국의 차지였다.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과학 기술 강국에 드는데, 한국의 어떤 대학도 세계 10위권 대학이 없는지가 늘 질문으로 남아있었다. 그 해답은 결국 접근 방식의 변화에 달려있다는 것이었다. 어떤 연구를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연구를 어떻게 알릴지의 중요성”이라며 “네이처 콘퍼런스와 같은 국제적인 학술대회 유치는 고려대를 넘어 한국에 대한 인상과 고정관념을 바꿀 수 있고, 동시에 ‘지속가능 개발’이라는 주제 자체를 한국이 선도할 수 있을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여기에 최근 HCR(세계 상위1% 연구자) 명단에 고려대가 올해 2년연속 국내 사립대 중 가장 많은 인원인 7명의 교수가 이름을 올린 점 역시 연구중심대학으로서 위상을 보여준 결과다. QS아시아평가에서 고려대는 올해 2년연속 국내대학 중에서 국제 연구협력 부문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인 올 6월엔 QS세계대학평가에서 국내 톱3에 올랐다. ‘설-카-포’체제가 ‘설-카-고’체제로 바뀐 것으로, 국내 사립일반대학 가운데 가장 높은 성과를 수년 간 낸 데 이어 올해는 톱3까지 안착한 상황이다.

정 총장은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연구자 중심의 연구지원체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특히, 연구개발 투자에 있어서 해외 유수 대학 및 연구소와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AI대학원 설립과 기업과 상생이 가능한 신수종 산업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작년에 발생한 일본 수출규제와 같은 분야라 할 수 있다. 고려대는 소재/부품/장비 기술에 대한 보유 특허를 분석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여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표한 55개의 강소기업과 기술관점에서의 매칭도를 분석 12개기업과 교내 21명의 발명자 간 인용관계 네트워크가 있음을 확인한 바 있어, 이러한 분석결과를 기술사업화와 연계하기 위한 노력들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기존의 연구결과들이 연구중심대학으로서의 양적 확대와 더불어 질적 측면에서도 기업과의 상생을 통해 장기적으로 산업생태계 기술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개방형 혁신 플랫폼 구축에 대학이 기여할 수 있는 방안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학과개편도 있다. 고려대는 올해 선발하는 2021학년부터 첨단 분야 학과(부)를 신설, 급변하는 환경에 맞는 미래 선도형 인재를 양성한다. 신설되는 학과(부)는 데이터과학과 스마트보안학부 융합에너지공학과로 각각 정원 30명, 총 90명을 선발한다. 심리학과를 심리학부로 독립, 발전시킨 것과 SK하이닉스와 함께 정원외 신설하는 반도체공학과도 수험생들에 핫이슈다. 올해 실시하는 2021입시부터 신입생을 선발한다.

특히 심리학과와 반도체공학과에 대한 정 총장 의지가 뚜렷하다. 심리학과에 대해 정 총장은 “문과대학에서 독립 고려대 내에 국내최초로 독립된 학부의 형태로 될 것”이라며 “과학기술의 발달에 의해 AI와 로봇의 4차산업혁명을 앞두고 학문간 융합이 중요해지고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시대에, 심리학이 그 융합교육의 허브 역할을 하게끔 하는 것이 변화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심리학과는 AI와 뇌과학뿐 아니라 인문학 사회과학 공학 의학 등 모든 분야와의 융합교육과 연구에 최적화될 수 있는 교과과정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학문체계 중심이 아닌 사회문제 중심의 문제해결형으로 재구성해 학생주도적 맞춤형 교육을 실시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선호와 진로에 따라 문학학사뿐 아니라 과학학사를 취득할 수 있으며, 추후 신설되는 사회문제 중심의 학위도 취득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고려대가 준비하고 있는 미래인재융합교육의 방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변화일 것이다.”

반도체공학과는 SK하이닉스와의 계약학과로 취업이 보장되는 ‘채용조건형’이다. 학비 전액과 보조금을 SK하이닉스에서 장학금으로 지원받게 된다. SK하이닉스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 실리콘밸리(구글 애플 인텔 등) 견학 기회 등이 주어진다. 반도체공학과에 대해 정 총장은 “고려대와 SK하이닉스가 공동개발한 학과로, 고려대와 SK하이닉스의 협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부터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구축해 인재 양성에 힘써왔으며, 2009년 1학기부터 대학원 과정에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개설해 석/박사 과정을 운영 중”이라며 “미래산업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반도체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학부 과정에서부터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꾸준히 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별화된 교육 과정을 통해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반도체에 특화된 핵심인재를 양성하는 최고의 교육기관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 밝혔다.

<인재는 ‘발굴’해야>
‘민족고대’의 출발부터 민족을 등지고 세계로 뻗는 현재, 미래세대를 내다보는 고려대의 융복합교육과정과 시스템 환경의 치밀한 조화에 교수역량, 신설학과까지 치밀함이 돋보인다. 그렇다면, 그러한 교육을 받아 사회에 진출할 학생을 ‘선발’하는 과정은 어떠해야 할까. 특히 고려대는 입학처 명칭을 ‘인재발굴처’로 바꿀 만큼 2018학년 이후 학종선발에 집중해 왔다. 고려대가 학종선발에 집중해온 배경은 무엇일까. 미래사회를 이끌 인재양성의 취지를 보면, 고려대의 선택이 이성적으로 보이는데 현실은 공정성강화를 위한 ‘수능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정 총장의 결론은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다양한 선발과정이 필요”하며 “수능은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가 갖춰야 할 역량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 대학도 하나의 사회로서 다양한 구성원을 들이기 위해 다양한 전형을 ‘공정’하게 선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정하다’는 잣대를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고 “종단연구결과를 보니 수시 학종을 통해 고려대에 입학하는 고교의 수, 지역의 수가 더 많아졌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시 수능전형은 하루 동안 이루어지는 수능시험 성적으로만 대학 진학이 결정된다. 다양한 환경에 놓여 있는 학생들을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해 점수로 한 줄 세우는 것이 과연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능시험은 객관식 선다형 시험으로 객관적인 학업성취를 보여줄 수는 있지만,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가 갖추어야 할 역량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정성평가 방식을 통해 학생의 정량적인 성과뿐 아니라 고교에서의 성취 과정과 처한 환경을 함께 고려해 종합적인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단순히 하나의 잣대로 수험생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수험생의 다양한 특성을 인정하고 각자의 장점이 부각될 수 있는 전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대학 진학의 길을 넓혀주고, 대학은 이를 통해 다양한 특성을 가진 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해 사회로 진출시킬 수 있다.

입시제도가 정착되기까지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혼란이 있게 마련이다. 숫자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우리사회가 실체화된 점수를 확인하기 어려운 정성평가를 중심으로 하는 수시, 특히 학종을 대입전형의 핵심 축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사회적 합의가 덜 이루어졌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형 자체의 불공정성 문제가 아니라 정성평가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성평가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서서히 적응해가는 시간이 필요하며 정성평가 방식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여전히 학종이 안고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고려대는 학종뿐 아니라 모든 전형 운영 및 평가에 있어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역시, 앞서가는 고려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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