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독서문항 도서 최근 2년간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서울대가 웹진 ‘아로리 8호’를 통해 2019~2020학년 서울대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톱20를 소개했다. ‘서울대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코너는 격년으로 발행, 2018년 2017~2018학년 통계 공개한 데 이어 2년 만에 공개된 자료다. 

서울대는 자소서 4번문항을 독서문항으로 활용하는 특징이다. 2014학년 수시에서 자소서 3번문항에 도입된 이후 2015학년부터 4번문항으로 바뀌면서 7년째 해당 문항을 유지 중이다. 고등학교 재학 기간(또는 최근 3년간) 읽었던 책 중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을 3권 이내로 선정하고 그 이유를 기술하는 내용이다. 도서명 저자/역자 출판사를 차례대로 기입한 후 선정이유를 기술하면 된다. 선정 이유는 각 도서별로 띄어쓰기를 포함해 500자 이내로 작성해야 한다. 서울대 측은 “단순한 내용 요약이나 감상이 아니라, 읽게 된 계기, 책에 대한 평가, 자신에게 준 영향을 중심으로 기술하라”고 설명하고 있다. 

서울대가 웹진 ‘아로리 8호’를 통해 2019~2020학년 서울대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톱20를 소개했다. /사진=서울대 아로리 홈페이지
서울대가 웹진 ‘아로리 8호’를 통해 2019~2020학년 서울대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톱20를 소개했다. /사진=서울대 아로리 홈페이지

<1위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2020학년 수시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도서는 쟝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다. 2014학년~2016학년 1위도서에서 2017학년~2019학년까지 2위도서였다가 다시 1위도서 자리를 차지했다. 2019학년 1위였던 미움받을 용기는 2020학년 2위였다.

2020학년 톱20을 살펴보면 1위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쟝 지글러) 2위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 3위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4위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5위 데미안(헤르만 헤세) 6위 죽은 시인의 사회(N.H.클라인바움) 7위 엔트로피(제레미 리프킨) 8위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9위 부분과 전체(베르너 하이젠베르크) 10위 1984(조지 오웰) 11위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12위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13위 변신(프란츠 카프카) 14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마이클 샌델) 15위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 16위 수레바퀴 아래서(헤르만 헤세) 17위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사이먼 싱) 18위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클라우스 슈밥) 19위 연금술사(카울로 코엘료) 20위 코스모스(칼 세이건) 순이다.

2019학년 톱20과 비교하면 순위의 변동만 있었을 뿐 대부분 그대로 톱20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2019학년 톱20에 없다가 2020학년 톱20에 새롭게 포함된 도서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마이클 샌델)’과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이었다. 

단과대학별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도서도 톱3를 공개했다. 2020학년은 인문대학(198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데미안) 사회과학대학(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정의란 무엇인가,나쁜 사마리아인들) 자연과학대학(부분과 전체,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침묵의 봄) 간호대학(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간호사가 말하는 간호사,아픔이 길이 되려면) 경영대학(넛지,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경영학 콘서트) 공과대학(엔트로피,부분과 전체,공학이란 무엇인가) 농업생명과학대학(침묵의 봄,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이기적 유전자) 미술대학(데미안,디자인의 디자인,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사범대학(죽은 시인의 사회,수레바퀴 아래서,평균의 종말) 생활과학대학(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딥스,이상한 정상가족) 수의과대학(의사와 수의사가 만나다,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음악대학(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미움받을 용기,죽은 시인의 사회) 의과대학(숨결이 바람 될 때,의사와 수의사가 만나다,아픔이 길이 되려면) 자유전공학부(정의란 무엇인가,자유론,미움받을 용기) 치의학대학원(치과의사가 말하는 치과의사,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 이야기,치과의사는 입만 진료하지 않는다)이다. 

2019학년은 인문대학(데미안,1984,정의란 무엇인가) 사회과학대학(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정의란 무엇인가,넛지) 자연과학대학(부분과 전체,이기적 유전자,침묵의 봄) 간호대학(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간호사가 말하는 간호사,미스터, 나이팅게일) 경영대학(넛지,경영학 콘서트,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공과대학(공학이란 무엇인가,엔트로피,미움받을 용기) 농업생명과학대학(침묵의 봄,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이기적 유전자) 미술대학(생각의 탄생,디자인의 디자인,데미안) 사범대학(죽은 시인의 사회,에밀,수레바퀴 아래서) 생활과학대학(이상한 정상가족,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넛지) 수의과대학(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의사와 수의사가 만나다,동물 해방) 음악대학(미움받을 용기,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국악은 젊다) 의과대학(숨결이 바람 될 때,의사와 수의사가 만나다,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 자유전공학부(정의란 무엇인가,사피엔스,이기적 유전자) 치의학대학원(치과의사가 말하는 치과의사,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내 입속에 사는 미생물)이다. 

<재학생이 말하는 독서법>
독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베스트셀러를 읽는 것이 좋은지, 서울대 입학생이 많이 읽은 책을 무조건 읽는 것이 좋은지 고민에 빠진 수험생에게 경제학부 재학생L은 ‘꼬리물기’ 독서를 추천했다. 우선 관심 있는 책 한 권을 골라 읽고, 해당 책을 다 읽은 후에 더 알아보고 싶은 내용이나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다른 책을 찾아 읽는 방식이다. 책을 쓴 작가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쓴 책을 찾아 읽는 것도 좋다. 

꼬리물기 방식의 독서는 한 분야에 대해 비교적 깊은 지식을 만들 수 있고, 본인이 관심 있는 특정 분야가 생기게도 한다. 재학생L은 “이런 방식으로 독서를 했고, 자소서 4번문항에 책 3권을 연계해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a책을 읽고 궁금증이 생겨 b를 읽었고, 이후 이와 반대편 입장에 있는 c를 읽었다’는 식으로 내용을 전개했다. 

너무 어려운 책만을 읽으려고 할 필요는 없다. 컴퓨터공학부 재학생K의 경우 자소서에 작성한 책3권 모두 흔히 이야기하는 고전이나 수준이 높은 과학서적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설명했다. “한 권은 현직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계신 분이 쓰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수필과도 같은 책이었다. 고전과 같은 무거운 책들에 비해 깊이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프로그래밍에 대한 저 자신만의 관점과 깨달음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읽은 책에서 진정한 깨달음을 얻었다면, 그 책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더라도 자소서에 넣어도 상관 없다는 조언이다. 

<“독서 입시에 분명히 도움”>
2017~2018학년 통계를 공개할 당시에는 독서문항 도서가 비슷하게 이어져 오는 현상을 우려하는 시선이 중점적으로 담겼다면, 올해 2019~2020학년 통계와 함께 제공된 자료는 재학생들이 후배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정치외교학부 재학생K는 “독서는 입시에 분명히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책들을 읽다보면 분명히 여러분이 교과서에서 보는 내용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며 “특히 저는 한국사와 생활과윤리 같은 과목들에서는 책에서 한 번쯤 봤던 내용이었기에 복습하는 방식으로 남들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재학생K는 “국영수 중 특히 국어에서 강점을 보였는데, 비교적 적은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로는 틈틈이 했던 독서를 바탕으로 한 독해력이 문학과 비문학을 읽는 데에 있어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자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면접에서도 도움이 된다. 독서는 생각을 키워줄 뿐 아니라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재학생K는 “학종에서 많은 대학교에 면접이 있다. 면접은 학생들의 학생부를 확인하는 차원도 있지만, 면접관과의 생각 공유가 이뤄지는 시간”이라며 “평소 생각 공유를 하다보면 유난히 책을 통해 배웠던 것들이 생각나고는 했다”고 말했다. “책을 읽으며 정리했던 생각들을 바탕으로 좀 더 설득력 있는 말들을 할 수 있었고, 해가 거듭할수록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고교 교과과정 속의 활동에서는 이전에 읽었던, 혹은 활동을 하면서 읽는 책을 통해 좀 더 풍부한 연구, 풍부한 보고서도 작성할 수 있었다. 재학생K는 “지식의 근간인만큼 실제로 배워가는 것도 교과서만 읽을 때보다 훨씬 많았고, 교과서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뿐 아니라 다른 측면에서도 사고하고 친구들과 토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도 독서는 중요하다.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다가 흥미가 느껴지는 분야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아동학부 재학생A의 경우 경제사를 읽으면서 경제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경우다. 이러한 관심이 더 다양한 경제서적을 읽는 것으로 이어졌고, 이후 소비자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열망이 됐다. 

독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하며 “방학과 주말을 이용해 분량을 정해놓고라도 읽었고 결과적으로 서울대라는 결실도 맺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유전공학부 재학생S 역시 “꼭 입시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미래의 공부와 교양을 위해서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을 들였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교과목과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읽는 것의 장점은, 교과서에 나열식으로 단순하게 제시된 사실에 대해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로 전혀 관련 없어 보이던 사실들이 하나의 큰 틀에서 이해되기 시작하고, 교과서만으로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던 쟁점들에 대한 여러 입장을 접하면서 느끼는 지적 쾌감을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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