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능'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조정이 불안감 키워 재수생 유리함 키우나'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코로나19사태로 ‘재학생 불리’ 이슈가 계속해서 불거지면서 대학별 전형운영방법 자체의 변경이 속속 추진되고 있다. 가장 먼저 연세대는 비교과 반영을 축소하기로 했다. 서울대는 지균의 수능최저를 낮추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강대 성균관대 역시 입시변화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중이다. 현장에서는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고3 수험생의 불안감을 해소한다는 취지에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 급작스레 전형의 틀 자체를 조정하는 것은 불안감을 가중하고 또다른 형평의 문제를 발생시키면서 혼란을 키운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연세대가 발 빠르게 전형변화를 예고하면서 다른 대학들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요강을 변경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올해 개학연기 조치로 인해서 3학년1학기 학생부가 부실해진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다. 수시원서접수가 불과 100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수시요강을 변경하는 것 자체가 수험생에게도 대학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천재지변에 비견될 정도로 사상 초유의 현 사태에서 불가피한 조치라는 시각이다. 

수능 난이도 역시 조정될 가능성이 생겼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6월/9월모평 결과가 수능 난이도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당장 지난달 21일 실시한 학평의 평균점수가 최근 5년 사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전반적인 학업수준이 예년의 수험생들에 비해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재학생 불리함을 해소한다는 목적으로 급작스레 전형을 변화하고 수능 난이도를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느냐는 반론도 존재한다. 이미 대학들이 코로나 상황을 충분히 감안해 전형을 운영하기로 한 상황임에도, 전형변화를 개별 대학의 몫으로 돌려 대학의 부담을 높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대학교입학관련처장협의회는 9일 입장문을 통해 “과도한 불안감과 이에 따른 전형운영 방법의 지나친 변경은 오히려 대부분의 수험생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다양한 공정성과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3의 불리함을 완화한다는 전제부터 졸업생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있다. 정시에서 불리한 고3을 위해 수능 난이도를 조정한다 하더라도 ‘물수능’으로 인한 변별력 문제가 더 큰 유불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코로나19사태로 고3 불리함 문제가 불거지면서 수험생들의 불안감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대학별 전형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과, 급작스런 전형변화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시선이 공존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코로나19사태로 고3 불리함 문제가 불거지면서 수험생들의 불안감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대학별 전형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과, 급작스런 전형변화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시선이 공존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연대 서울대 필두.. 대학별 대책 이어질 것으로 보여>
연세대가 일찌감치 전형변화를 예고한 것은 올해 고3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코로나19사태로 인해 개학연기 사태가 벌어지면서 재수생보다는 고3 재학생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시선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온라인 개학으로 학습이 진행되기는 했지만 등교 개학보다 학습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인식, 직접 학교에서 수행해야 하는 비교과 활동이 어려워지는 등 학생부 기재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중간/기말고사의 연기, 수험기간 단축, 여름방학 축소로 인한 대학별고사 준비시간 단축 등의 문제도 거론됐다. 

연대의 변화는 학종 비교과활동의 반영을 최소화하는 방향이다. 학생부 비교과 활동 중 고3의 수상경력 창의적체험활동 봉사활동실적을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출결상황의 경우 코로나19로 발생할 수 있는 불가피한 결손에 대해서는 반영하지 않는다. 재학생과 졸업생의 유불리 등에 대한 수험생의 우려와 입시 공정성 측면을 고려해 졸업생도 3학년 1,2학기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현 고1,2 재학생 학생부의 경우에도 해당 학년 입시가 진행되는 시기에 코로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연대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의 혼란과 불안 요소를 최소화하고 비교과 활동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는 지역균형전형의 수능최저를 낮추는 방향의 대책을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대가 비교과반영을 최소화하는 방향이라면 서울대는 지방 일반고들의 문제였던 수능최저를 일시적으로 낮추는 보완책으로 방향을 잡은 셈이다. 

서울대 연대의 움직임은 타대학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성균관대 서강대 역시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7월 중으로 대학별 대책이 나올 것으로 계획했지만 당장 올해 실시하는 입시의 요강 자체가 변동되는 사안이다보니 7월은 늦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고2때까지 자료가 위력을 발휘하게 되고 고3 1학기 내신과 세특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다른 상위권 대학들도 이처럼 조치해야 고3의 심리적 부담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입학처장들 “전형방법 지나친 변경 오히려 혼란 초래”>
하지만 대부분 대학들은 급격한 전형변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전국대학교입학관련처장협의회는 9일 입장문을 통해 “과도한 불안감과 이에 따른 전형방법의 지나친 변경은 오히려 대부분의 수험생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다양한 공정성과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학입학사정관들 역시 전형요소를 조정해 고3 재학생의 유불리를 완화하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을 대교협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병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인한 상황이지만 수시원서접수를 불과 100여 일 앞둔 시점에서 전형방법이 변화하는 것은 오히려 수험생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평가기준을 완화해 수험생의 부담을 완화시키는 방향이라 할지라도, 기존 전형방법에 맞춰 지원전략을 짜고 준비해오던 수험생들에게는 지원전략을 다시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대학의 조치는 서류평가 비중을 낮추거나 3학년1학기 비교과 비중을 적게 하는 방안, 수능최저를 완화하는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3학년1학기 비교과 비중을 축소하는 방안의 경우 비교과에 대한 수험생의 부담을 완화하고, 내신등급과 수능준비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효과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내신성적의 영향력이 커지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이만기 소장은 “코로나19라는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도 신개념 창체와봉사를 하는 등 비교과를 꾸준히 준비해 온 수험생의 반발이 예상된다”며 “기존 3학년1학기 비교과가 우수했던 졸업생의 반발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쌍방향 원격수업에서 교사가 직접 관찰한 내용을 학생부에 기록하라는 지침도 무색해진다고 꼬집었다. 

면접 등 특정 전형요소의 비중을 낮추거나 제외하는 방안의 경우 수험생 부담을 완화할 수는 있겠지만 해당 특정 요소에 강세를 보이거나 이를 준비하던 수험생의 반발 여지도 있다. 마찬가지로 제외되는 요소 이외의 것의 비중이 커진다는 우려도 있다. 면접을 없애고 단계별 전형을 일괄합산으로 전환해 평가과정을 단순화할 경우 면접에 강한 수험생에게 역차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수능최저의 완화 혹은 폐지의 경우 교과 면접 서류 등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학생부위주전형의 경우 내신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진다는 우려가 있다. 해당 대학뿐만 아니라 비슷한 수준의 수험생이 지원하는 다른 대학 충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소서 등 특정 제출서류를 폐지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8월에 자소서에 투입하던 노력과 시간을 기말고사와 수능준비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의미는 있지만 입학사정관이 학생평가에서 활용하는 자료가 부족해지면서 평가에 애로사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학생부 평가에서 3학년1학기 자체를 아예 제외시키는 방안도 있다. 다만 이 방안의 경우 3학년1학기 성적이 최고의 성적인 수험생들에게 역차별 논란이 발생할 수 있고, 3학년1학기 성적이 언급된 자소서나 추천서의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문제가 남는다. 

<‘5월학평’ 성적 하향평준화 감지.. 정시 재수생 강세 심화되나>
수시뿐 아니라 정시에서 역시 재학생이 더욱 불리해진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1일 실시한 학평에서 원점수 평균 추정치가 수(가/나) 모두 최근 5년 중 가장 낮게 나타나기도 했다. 전반적인 하향평준화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고3 수험생은 기존의 3월학평을 온라인으로 실시하고, 4월학평은 등교개학 이후 5월 실시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의 분석에 의하면 수(가)는 2016년 54.9점, 2017년 55.6점, 2018년 51점, 2019년 53.5점에서 올해 46.2점까지 낮아졌다. 수(나)의 경우 2016년 42.7점, 2017년 43.5점, 2018년 44.3점, 2019년 43점에서 올해 41.8점으로 낮아졌다. 특히 수(나)의 경우 원점수 기준 30점 미만의 학생이 전체 응시생의 42.8%로, 최근 5년 중 최고기록이다. 이전까지는 2016년 40%, 2017년 35.1%, 2018년 37.8%, 2019년 41.3%였다.

수(가)의 상위권 1~3등급 원점수 기준 평균점수 역시 72.6점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낮았다. 수(가) 1~3등급 평균점수는 2016년 87.9점, 2017년 86.9점, 2018년 82점, 2019년 83.2점으로 모두 80점대였다. 

수(나)의 경우에는 상하위권 간 격차가 더 두드러진 경우다. 1~3등급 평균점수는 80.3점, 7~9등급 평균점수는 11.4점으로 상하위권 격차가 68.9점이었다. 1~3등급과 7~9등급의 격차는 2016년 66점, 2017년 67.8점, 2018년 65.6점, 2019년 68.7점이었다. 

국어 역시 상하위권 격차가 최근 5년 중 가장 큰 61.4점이었다. 이전까지는 2016년 57.8점, 2017년 56점, 2018년 53.4점, 2019년 61.3점이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전체적으로 난이도 차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원점수 평균값으로 학력차이를 분석하는데는 일정정도 한계가 있지만 전체 평균점수가 5년사이 이례적으로 가장 낮게 나타나거나, 상위권과 하위권의 격차가 최근 5년사이 가장 크게 벌어지는 현상은 어느 정도 학력격차와 관련해 이상징후가 발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해석했다. 

더군다나 정시는 정량평가의 수능 특성상 반복학습이 유리하다는 점 때문에 N수생이 강세를 보이는 전형이다. 지난해 발표한 2019수능의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재학/졸업 여부에 따라 표점 평균을 살펴보면 국어 수(가) 수(나) 모두 졸업생의 점수가 높았다. 대입 결과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올해 2월 서울대가 발표한 2020 서울대 정시모집 선발결과를 살펴보면 N수생 비중이 58.8%에 달해 3년연속 확대세를 보였다.

코로나 사태에 앞서 추진된 정부의 정시확대방침 역시 N수생 강세 예측에 힘을 싣는다. 교육부는 지난해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서울 소재 16개대학에 정시를 2023학년까지 40% 이상 확대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이보다 앞선 2018년 실시한 2022대입개편에서는 전체 대학에 대해 정시 비율을 30% 이상으로 맞출 것을 요구했다. 대학들은 이 비율에 맞추기 위해 2021학년부터 정시 확대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여기에다 올해 의전원을 제외한 전국 38개의대의 정원내 학부 모집인원은 총29명으로 역대 최대치다. 최상위권의 재수비율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수능 난이도 조정 가능성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능 난이도를 조정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유 부총리는 6월/9월모평의 결과가 수능 난이도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6월/9월모평은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직접 주관하는 시험으로, 이번 사태에서뿐만 아니라 기존에도 응시생 특성을 파악하고 수능 난이도를 조절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해왔다. 다만 현 시점에서 유 부총리의 발언은 기존 출제방침을 재확인하는 의미라기보다는 고3이 재수생보다 불리하다는 지적을 염두에 둔 난이도 하향 조정에 무게가 실려 해석된다. 

지난 수능결과를 분석해보면 상대적으로 시험이 어려웠던 해에 졸업생과 재학생의 차이가 더 벌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원점수 등급컷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국어의 경우 2018학년보다 2019학년이 어렵게 출제되었고 수(가) 수(나)의 경우도 2019학년이 비교적 어렵게 출제되었다. 따라서 최근 3년간 영역별 대비가 되는 학년도는 세 영역 모두 2018학년도(평이)와 2019학년도(어려움)라고 볼 수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의 분석에 의하면 영역별로 재학생과 졸업생의 평균 차이가 국어는 2018학년 11.9점, 2019학년에는 12.5점으로 시험이 어려웠던 2019학년에 졸업생과 재학생의 차이가 더 벌어졌다. 수(가)는 2018학년 7.8점, 2019학년 9.4점으로 졸업생과 재학생간 평균 차이를 나타냈으며, 수(나)는 2018학년에는 8.4점, 2019학년에는 9.3점의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수능 난이도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 난이도를 조정한다고 해서 집단별 유불리가 만회되는 것은 아니고 점수대별로 재학생과 졸업생의 유불 리가 달라지는 문제가 있다. 또 난이도의 인위적 조정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도 있다. 자칫 난도를 낮추려다가 물수능이 되면 다른 문제가 또 야기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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