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외고 공론화 ‘철회 요구 직면’.. ‘헌법소원 대응 나선 사립고교’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정부가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2025년 일괄 전환한다고 못 박았음에도 현장의 갈등과 혼란이 지속되면서 수요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교육계에 의하면 광양제철고가 1일 전국단위 자사고 지정취소 논의에 착수했으며,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 공론화도 7월중으로 마무리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광양제철고의 경우 외견상 정부정책을 수용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실질적으로 재단지원금 축소로 학교운영이 쉽지 않은 측면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제주외고는 신제주권 지역의 고교 신설이 불발되자 이석문 제주교육감이 일반고 전환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두 경우 모두 올해 고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장에선 잡음이 많았던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 이후에도 교육당국이 갈등과 혼란을 방치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 교육전문가는 “2025년으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괄폐지 시점이 정해지면서 고입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런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도 아니다. 2025년 이후로 고입의 혼란을 미뤄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일부지역에선 갈등과 혼란이 더 커지는 양상이다. 전남 유일의 전국단위 자사고인 광양제철고가 올해 학생선발을 앞두고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전국모집을 실시하는 고교라는 이유에서다. 제주외고의 경우 교육감일 앞장서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교육감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일반고 전환을 강행하면서 수요자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행령 개정을 통한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로 현장의 반발을 자초한 것에 대한 비판도 거센 상황이다. 수요자의 불이익을 고려해 충분히 사립고교들과 절충적인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음에도 일괄폐지를 ‘속도전’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고교서열화 논리를 내세우며 정치적 대응을 했다고 본다. ‘부유한 계층이 다니는 특권학교’와 나머지 일반고를 대립 당시 직면했던 선거에 유리하게 활용하려 했다는 얘기”라며 “교육정책의 변화를 줄 생각이었다면 수요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부터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교육당국이 일괄폐지를 밀어붙일 경우 자사고 외고 국제고 입장에선 헌법소원이 가장 강력한 대응방안인 것이 자명했다. 따라서 교육당국이 고입 수요자들을 고려했다면 학교들이 헌법소원 등을 통해 전면전에 나서는 것부터 막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 그렇지만 현 정부는 수요자는 안중에도 없이 일괄폐지를 강행하며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정부가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2025년 일괄 전환한다고 못 박았음에도 현장의 갈등과 혼란이 지속되면서 수요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교육계에 의하면 광양제철고가 1일 전국단위 자사고 지정취소 논의에 착수했으며,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 공론화도 7월중으로 마무리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정부가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2025년 일괄 전환한다고 못 박았음에도 현장의 갈등과 혼란이 지속되면서 수요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교육계에 의하면 광양제철고가 1일 전국단위 자사고 지정취소 논의에 착수했으며,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 공론화도 7월중으로 마무리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일반고 전환 논의’ 광양제철고.. ‘지역 반대 넘길 수 있을까’>
광양제철고가 전국단위 자사고 재지정 1년만에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교육재단과 광양제철고 관계자 등은 1일 장석웅 전남교육감과 면담을 통해 일반고 전환 반안에 대해 논의했다. 전남교육청은 학부모, 학생, 교직원, 운영위원회 등의 의견 수렴을 통해 법인에 자사고 지정취소를 요청할 방침이다. 자체 규칙과 조례에 따라 지정운영위원회와 청문 절차까지 거친 후 일반고 전환여부가 결정되는 수순이다.

교육의 공공성이 강화되면서 공립과 사립의 격차가 줄었고, 정부 정책과 발을 맞춰 지역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게 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지만 학교운영의 어려움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교육계에서 나오고 있다. 광양제철고 재단 지원금이 2011년 55억9000만원에서 올해 29억4000만원으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1인당등록금은 지난해 399만원에서 올해 531만원으로 132만원이 인상됐다. 지원금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현재의 교육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내년엔 등록금이 700만원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포스코교육재단은 지난해 7월에도 재단의 효율적 운영을 이유로 포항제철고의 일반고 전환을 추진했던 전례도 있다.

그렇지만 지역사회에선 2025년 일괄폐지 이전까지 광양제철고가 전국자사고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일반고 전환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광양시부터 일반고 전환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광양제철고가 전국단위 모집을 실시하면서 우수한 학생들이 지역 내로 유입되는 효과가 컸다는 게 광양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반고 전환이 현재 광양제철고를 중심으로 ‘교육도시’를 표방하며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상황과도 맞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광양 지역의 교육시민단체들 역시 한목소리로 광양제철고의 일반고 전환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포스코가 재단지원금을 확대해서라도 광양제철고가 전국자사고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청 주도’ 제주외고 전환.. ‘7월중 공론화 착수’>
교육청이 주도하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방식도 7월 중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제주교육청 제주교육공론화위원회는 5월28일 4차회의를 통해 7월내로 제주외고 일반고 전환모형’ 권고안을 확정하는 것으로 일정을 정했다. 제주교육청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 평준화 일반고로 운영하는 방안과 현재 소재지에서 읍면지역 비평준화 일반고로 전환하는 두 가지 안에 대한 공론화를 7월초부터 시작한다. 공론화는 도민 1600명 대상 사전여론조사, 전문가 토론회, 도민참여단 토론회 등을 거친다. 계획대로 일정이 진행되면 도민 의견을 반영한 정책권고안이 7월하순 교육감에게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선 이석문 제주교육감이 추진하는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의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육감이 ‘신제주권’의 고교생 수요 해결을 위해 제주외고 이전을 대안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신제주권으로 불리는 제주시 연동/노형동 지구 등의 인구가 크게 증가했음에도 제주교육청은 교육부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해 고교 신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존의 학교를 신제주권으로 옮기는 것이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이 교육감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제주교육청은 2015년 제주외고의 일반고 전환을 추진했으나 재학생 졸업생 학부모 등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제주교육청은 지역이전을 내다보고 제주외고를 평준화지역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결과적으로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이 교육감이 독단적으로 제주외고 일반고 전환을 추진한다는 인식이 지역사회에선 널리 퍼진 상태다. 정부의 방침을 따르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정작 일반고 전환보다는 제주외고의 이전이 쟁점이 됐기 때문이다. 제주외고 학부모와 동문 등의 반대시위도 계속되고 있다. 5월28일 제주외고 학부모와 지역주민 등 1500여 명은 제주외고운영위원회장 명의로 공론화 철회 청원도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청원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제주교육청이 사전에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일반고 전환 공론화를 추진해 재학생과 예비 신입생들에게 심각한 학습권 침해와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소원 격돌’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 ‘사립고교 집단 반발’>
2025년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괄폐지에 대한 고교현장의 반발도 본격화됐다. 일반고 전환 대상으로 몰린 사립고교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전국 사립외고 16개교의 법인, 임원, 교사와 2025년 자녀의 외고진학을 희망하는 학부모 등 1121명은 5월27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수도권소재 자사고와 국제고 25개교의 관계자들도 5월28일 일괄폐지 반대 헌법소원을 제출한 상태다. 인천하늘고 외대부고 하나고의 전국단위 자사고 3개교를 포함해 서울 광역자사고 20개교, 안산동산고, 청심국제고가 모두 이름을 올렸다. 민사고를 비롯한 비수도권 자사고들 역시 다른 법무법인을 대리인으로 지정해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별도로 제출할 예정이다.

사립외고 16개교는 정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을 통해 일괄폐지를 시도한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설립 근거가 되는 시행령을 삭제해 35년 가까이 운영된 외고를 폐교한다면 교육제도와 그 운영 등을 법률로 정해야 하는 ‘교육법정주의’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학교법인이 일반고 전환을 원하지 않을 경우 폐교할 수밖에 없도록 강요된 상황이 사학운영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특목고 중 일부유형만 폐지하는 것의 형평성 문제 역시 지적했다. 고교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과고와의 평등권이 침해됐고, 폐지되는 외고교사들의 직업 선택 자유도 빼앗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수도권 지역의 자사고 24개교와 청심국제고 역시 28일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서울지역 자사고 교장들로 구성된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성명문을 통해 “사립학교는 헌법상 보장된 학교 운영의 자유에 제한을 받게 됐다.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기본권과 교육법정주의를 위배한 것”이라며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 권장해 자사고 설립을 허락했다. 그런데 정치적 포퓰리즘에 따라 일괄폐지 정책을 펼쳤다. 신뢰보호원칙과 과잉금지원칙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민사고를 비롯한 비수도권 자사고들도 빠른 시일 내에 법무법인을 통해 헌법소원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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