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리더] 김기선 지스트 총장 “인문학 담은 AI연구 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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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리더] 김기선 지스트 총장 “인문학 담은 AI연구 선도”
  • 김경 기자
  • 승인 2020.06.08 09:15
  • 호수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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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보다 의과학 의공학, 인류행복 이끌 과학기술”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5년째 ‘세계 톱5’.. 지스트 교수1인당 논문 피인용수
-국제화 융합교육 학풍의 결과.. ‘혁신모델 포스닥 기반 재도약’

김기선 지스트(Gwangju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광주과학기술원) 총장은 출범부터 함께한 ‘지스트 산 증인’이다. 서울대 전자공학 74학번인 김 총장은 대학 시절 1년간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했던 ‘교양과정부’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 중화학공업과 경제성장만을 머리에 가지고 있었던 새내기 대학생이, 경제학 조순 교수, 사회학 신용하 교수의 열띤 강의 등을 통해 새로운 ‘공부’ 영역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돌이켜보니 ‘기초교양수업’들을 통해 받은 큰 울림은, 이공계 공부를 넓고 깊게 생각 할 수 있게 한, 삶의 큰 바탕이었다.

지스트는 KAIST가 국내 유일한 과학기술원이었던 시절, 새롭게 시도된 과학기술원이다. ‘이공계 고등교육기관의 새로운 혁신모델 정립’이라는 주어진 사명을 다하기 위해 모든 걸 새롭게 시도했다. 학과 구성도 모두 ‘융합’과 ‘미래’를 고려한 석박사과정 학과 중심의 ‘대학원대학’으로 시작했다. 물리, 전자와 컴퓨터가 융합한 정보통신(IT)공학과, 기계와 전자를 융합한 기전공학과, 당시에 미래융합기술의 상징인 xT를 다루는 학과라 할 수 있는 신소재(NT)공학과, 환경(ET)공학과, 생명(BT)과학과 포함 5개 학과이다. 대학캠퍼스의 공용 언어는 글로벌 과학기술 언어인 영어이고, 모든 강의는 100% 영어로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다.

같은 맥락으로 2010년에 문을 연 지스트의 학사과정은 ‘지스트대학’이 운영관리를 맡아 인격이 완성된 과학기술자 양성을 위해 필수 교양 수업을 기반으로 하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를 지향한다. 세분화된 학문간의 벽을 허물어 무학과 학사 과정을 운영한다. 전공교육은 대학원대학의 각 학과(또는 학부)에서 운영하고, 다양한 전공과 부전공을 스스로 구성하여 들을 수 있도록 하며, 리버럴 아츠 교육의 완성을 위해 기숙학교(RC: Residential College) 시스템을 통해 학업과 삶이 잘 융화하도록 배려한다. 지스트대학은 무한도전 프로그램 같은 창의성 발굴 프로그램을 통해 자긍심을 찾도록 지원하며, 다양한 해외 방문연구 및 수업 참여 등 국제화 교육훈련 프로그램 경험을 통해 지스트 졸업생들이 글로벌 과학기술 리더로 발전할 수 있도록 혁신적 교육을 제공한다.

25년 전 ‘새 학교’로 출발하며 교양교육과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영어사용의 원칙으로 국제화에 익숙한 지스트의 현재는 ‘세계적 위상’이다. QS세계대학평가의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수’에서 최근 5년간 세계5위 안에 들었고, 13년 연속 국내1위를 기록하고 있는 명실상부 ‘글로벌 교육연구집단’으로 우뚝 서 있다. 논문 피인용수 관련 성과는 김 총장에 의하면 “새 학교의 철학을 구성원이 당당하게 포용”한 덕이다. 글로벌 융합을 강조한 지스트 철학에 따라 많은 사람의 관심이 따르는 글로벌 연구를 당연시 해왔고, 국제화가 체화되어 있어 경쟁자이면서 협력자일 수 있는 세계적 연구자와 공동 연구를 하는 것이 지스트 특유의 분위기인데, 바로 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세계적인 논문 피인용수 성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김기선 지스트 총장/사진=최병준 기자
김기선 지스트 총장/사진=최병준 기자

 

<‘의대쏠림현상’.. 몰라서 떠도는 얘기>
사실은 그러지 않지만, 입시판에선 ‘이공계위기’라는 말이 돈다. 의대정원확대 약대학부전환이 가장 가까운 근거다. 이과 최상위권이 의대 약대로 눈을 돌리면, 정말 똑똑한 친구들이 이공계로 눈을 돌리지 않을 거라는 우려다.

하지만 그런 얘기는 ‘미래를 몰라서’ 하는 얘기다. 김 총장은 “똑똑한 학생들이라면, 가치 있고 우아한 삶을 위해서 의학과보다 융합의생명공학과 같은 미래 분야를 보라”고 지적한다. “미래 삶의 선택 지표가 ‘직’이냐 ‘업’이냐로 생각을 해보자. ‘직’은 경제수단으로써 일자리로 생각해볼 수 있다면, ‘업’은 삶의 품질을 말하는 역할처럼 다른 얘기가 될 것이다. 의사는 사회/경제적으로 안정된 이미지이자 명예로운 직업이라는 과거형 인식 때문에 학부모 학생 모두가 의대 진학을 매력적인 선택지로 생각한다. 미디어에서는 의사의 명예나 재력에 대한 부분에 집중하지만, 생명을 다루는 ‘직’에 대해 사회가 기대하는 의술의 중요성과 역할, 또 행복한 직업으로서의 의사, 고귀한 학문으로서의 의학, 의생명학, 의공학, 노년학 등의 다양성은 조명하지 않는다. 의술, 의학 역시 이공계 분야의 융합연구와 협업을 통해 함께 발전하는 분야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고귀한 ‘업’이다. 중등교육과정에서 이공계열 최상위권 학생들이 의대를 선택하지만, 의사라는 업의 선택에서 어렸을 때부터 들어본 적이 있을 슈바이처 박사와 겹쳐 직업의 품질을 생각해보자. 의과대학이 아닌 다양한 이공계 전공을 통해서도 의사의 업과 같은 성취감을 얻을 수 있고, 생명을 다루는 고귀한 업으로서 가치있게 일할 수 있다는 사회적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 저출산 고령화로 요약되는, 미래 사회에서는 인권과 생명의 존엄성이 현재보다 더 존중받게 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이공계 전문성의 융합된 생명융합과학이 고귀한 업의 다양성을 제공할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이과 최상위권의 이공계기피와 의대쏠림이 참으로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의사를 경제적 도구인 ‘직’이 아닌, 생명의 존엄성을 다루는 중요한 ‘업’으로 생각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생명의 존엄성을 다루는 융합적 공부를 해야 한다. 참고로 이미 의과대학 내부에서도 의학교육의 혁신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의대 관련 미래 변화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은 가장 보수적인 하버드 의과대학이 최근 1년전부터 어떻게 융합의과학으로 혁신하고 있는지 구글링하기를 추천한다.”

그렇다면 생명의 존엄성을 다루는 의대 말고 이공계로 가는 길에는 뭐가 있을까? 김 총장은 “이공계 학문을 하는 사람 중에 생명의 존엄성을 다루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생명을 다루는 영역을 보통 전통적 의술 관련 의학, 의과학, 의공학으로 나누는데, 의공학을 보자. 의공학은 의학과 전기 전자 화공 기계 등 전통적인 공학이 연결되는 과정의 융합학문이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었던 감염 진단 도구 개발과 제어 방법 개선을 통한 질환 확산 극복 과정을 보자. 먼저, 필요한 진단키트를 만들기 위해선 기계공학도는 생체물질의 채취를 위해 유체역학에 관련된 기여를 하였고, 화학공학도는 채취 시료의 분석방법에 기여했으며, 전기전자컴퓨터공학도에게는 컴퓨터 기술을 이용한 작은 제어연산기기를 통해 편리한 장치를 구현하는 등 많은 공학자들의 협력이 요구되었다. 의과학자와 의사는 그 진단키트를 사용해서 질병과 관련된 의미를 정의하고, 분석하고, 구분하고 선언해주는 역할을 하는 전문가다. 생명의 존엄성과 관련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선 생물 화학 물리 전산과학 등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그 과학적 근거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가 의공학을 포함한 과학기술자들의 융합 결과물이다.

인류가 공부하는 분야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사람의 몸 안을 들여다보는 생명과 관련된 학문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의 몸 밖의 환경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유지하는 학문이다. 사람을 중심으로, 안에 있는 생명과 밖에 있는 환경, 이렇게 두 가지인 것이다. 그런데 몸 안을 들여다보는 생명과 관련된 학문을 위해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과학기술이 필요하고, 몸 밖의 환경과 관련된 학문도 과학적 도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과학기술이 공통분모이다. 더욱이 건강한 생명을 위해서 안전한 환경이 필요하듯, 두 과학기술연구 분야가 통합될 수도 있다. 예로서, 사소한 듯 보이지만 코로나19용 마스크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대기 환경을 잘 이해하고 제어하여 생명을 안전하게 하는 융합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코로나사태를 겪고 보니, 생명을 다루는 것이 얼마만큼 중요한 일이고, 생명과 관련된 연구개발을 하는 것이 얼마나 다양함을 새삼 깨달았다. 이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앞으로 우리뿐 아니라 우리 미래세대들이 지구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사는 데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는 보완적이면서 융합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미 코로나19라는 새로운 도전에 대해 건강과 안전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여러 가지 융합연구들이 이공계에서 나오고 있다. 생명의 존엄성을 다루기 위해서는 어느 대학의 어느 분야로 가는가가 아닌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가의 문제를 먼저 생각함이 중요하다.”

김 총장 설명대로, 생명을 다루는 연구는 의학 생명과학 분자생물학 구조생물화학 통계수학 전산과학 의학정보 핵영상물리 등 기초 의과학부터, 기초 의과학의 본질을 관찰하고 가시화, 제어, 연산 구현 도구를 만드는 의학전자공학 의계산공학 의기계공학 의생물공학 등 대부분 과학기술의 궁극 목표가 건강한 삶을 위한 의학 융합 연구와 개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코로나19 대처 관련, 과학기술의 기여를 열거해 보자. 현장에는 의술을 배운 전문 의료인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또한 보이지 않지만 많은 이공계 전문가가 현장에서 과학과 기술의 융합 결과물을 활용해 협력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구조를 확인하고 이해하기 위한 생물학과와 화학과 연구자, 그 복잡한 구조를 잘 보이도록 컴퓨터를 이용한 사진들을 재구성한 계산생물학자, 인공지능 전문가, 바이러스를 적절히 통제하고 제압하기 위한 소형 의료기기를 만든 초소형 전자공학자, 기계공학자, 의용전자공학자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값싸고 안정적인 마스크를 착용하여 바이러스 차단을 초기에 가능하게 한 신소재공학자, 재료공학자, 인체와의 적합성을 연구한 산업공학자 등 모든 것들이 융합과학기술과 의학, 의사와 이공계 과학기술자의 공동 승리인 셈이다.

김 총장은 “21세기는 ‘인재’가 국가의 경쟁력을 좌지우지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이 모든 면에서 인간을 앞지를 수 있는 4차산업혁명 이후 시대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이공계 인재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공계=기술인’이라는 인식 때문에 최상위권이 이공계를 기피하고 과학기술의 대중화가 자리잡지 못한다면, 의학을 포함한 고급 과학기술, 잘사는 원동력으로서의 첨단 산업을 주도할 수 없다. 이공계 인력이 자긍심을 가치로 갖고 연구할 수 있는 나라, 과학기술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공계인재가 선도할 미래사회는 이미 국가주도로 속속 진행되고 있다. 과학인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가에서도 혁신을 선도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지원이다. 정부는 10년간 8만명의 첨단 인재를 양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고 있다. 지스트가 AI대학원으로 선정된 것도 정부사업의 일환이다. 김 총장은 “과학과 관련이 없는 일반인들은 AI를 최첨단 과학, 복잡한 프로그래밍 등 어렵고 생소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AI는 로봇청소기 같은 가전,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을 돕는 키오스크, 자율주행 차량, 번역기 등 우리 생활 모든 분야에 아주 밀접하게 접목되어 있다”며 “미래 사회에서는 사소한 부분까지 삶의 영역 전반에 걸쳐 AI가 활용될 것이다. AI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부터 그 결과로 파생된 다양한 유무형의 생산물을 다루는 사람 역시 이공계 인재들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어려운 기술을 얼마나 쉽게 구현해 내느냐가 핵심이지 않은가. 이공계인재는 ICT 융복합, 미래 자동차, 바이오, 신소재/에너지 등 미래 유망 산업과 관련된 고급 전문인재로 성장하여 미래사회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지스트는 개원 이래로 융합 기술과 국제화라는 전문성을 쌓아왔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지역의 특화 분야인 헬스케어, 자동차, 에너지, 문화콘텐츠 융합을 중심으로 미래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라 말했다.

<‘김기선 총장과 함께 하는 화요일’>
‘의대쏠림현상’ ‘최상위권 이공계기피현상’은 “몰라서” 나온 얘기라는데, 그렇다면 과학하는 사람들, 공부 좀 하고 미래를 좀 생각해본 사람들은 안다는 사실을 더 널리 잘 알려야 하지 않을까. ‘소통’을 중시하는 김 총장은 그래서 ‘오픈 튜즈데이(Open Tuesday)’를 시작했다. 매주 화요일 정오부터 오후3시까지 누구나 자유롭게 총장실을 방문해 총장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학생 교수 교직원 등 내부 구성원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까지 문을 연 소통의 시간이다. 팬데믹 사태에 학교 밖을 못나가는 기숙사생들의 ‘과일 먹고 싶다’는 얘기에 학교식당에서 과일을 제공하게 한 것부터, 남편이 외과의사에 자녀들은 대학 졸업하고 다 잘 살고 있지만 돌이켜보니 지스트에 다니지 않았더라도 지스트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경험한 자녀들에게 그 경험이 매우 뜻 깊었으며 지스트의 행보를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는 지역주민의 얘기에 당장 총장이 지역 초중고 학부모를 따로 모아놓고 미래사회의 변화양상과 지스트의 교육내용을 알리기 위해 설명회를 열게 된 것도 모두 ‘오픈 튜즈데이’의 소통과정에서 나온 결과물들이다.

김 총장은 “‘광주에서 세계로’가 글로컬 캠페인이다. 모든 소통의 시작은 ‘지역에서 사랑받는 학교가 진짜 좋은 학교다’ 라는 그의 생각과 연결된다. 소통은 먼저 학교 내부와 지역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지스트다, 우리가 주인이다’에서의 ‘우리’는 지스트 구성원을 포함한 지역주민 모두를 의미한다. 작년부터 지스트 과학문화주간을 열어 문화기술연구소에서 만든 미디어 파사드를 대중에 공개하고, 지스트 도서관 벽면을 스크린 삼아 Big Hero라는 로봇 영화를 상영한 것, 2018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제라드 무루 교수를 초청해 대중에게 강연을 하고 첨단과학 골든벨 대회를 개최하는 등 일주일 동안 지역주민과 다양한 과학 분야를 공유하고 과학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한 것 등 ‘소통의 시도’를 해오고 있다. 대일 무역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한 소부장 지원사업에서도 먼저 지역 기업과 전문인력 간 1대1연계를 추진한 것도 그 일환이고, 지역 초중고 학부모들을 초대해 지역의 선물이자 자랑인 ‘지스트 알리기’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과학은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가치가 올라가며, 과학기술자의 자긍심도 같이 자라난다”고 배경을 설명한다.

<교육심리학 책 읽는 이공계 교수>
사실 인터뷰 중 상당시간을 심리학자인 하버드대학의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 교수에 대한 얘기로 보냈다. 가드너 교수는 김 총장이 그의 자서전까지 찾아 읽을 정도로 최근 ‘최애’하는 인물이다. 김 총장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런 거다. “현재 삼성전자가 세계적 기업으로 자리할 수 있는 건 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열심히 대학 다니고 국내외 대학원을 다녀와 삼성에서 일해온 많은 이공계 과학자들의 사명감 덕분이다. 국가적으로 봤을 때도 70년대보다 지금은 족히 100배 정도는 잘살고 있는 거 같다. 내가 1학년이던 70년대에 대학등록금이 4만원이었는데, 지금은 100배 정도가 되었으니 경제수준 역시 100배 정도는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평균이 좋아진 거지 편차가 더 커졌다는 문제는 있다. 당시 젊은 이공계 전공 학생들에겐 ‘경제 입국 투사’라는 표현까지는 아니더라도 ‘의욕’ ‘정열’ 같은 것들이 있었다. 이런 것들이 30년 간 응축된 결과가 현재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수준을 가능케했는데, 지금의 양적 위주 성장을 질적으로 한 번 더 도약하기 위해선 여전히 이공계 젊은이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은 ‘한번에 잘되기’ 위한 직으로 가려는 풍토가 있다. 의욕과 정열을 기반으로 가치있는 업으로 과학기술을 해야 하는데 말이다. 학부모 설명회 등에서 이런 가치와 생각을 공유할 얘기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최근 교육방법론에 대해 하워드 가드너 교수의 주장에 대단히 공감한다. 공학이라는 단어는 창조하는 학문이라는 뜻이 있다. 창조라는 건, 아주 훌륭한 사람의 특별한 직관적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모방을 기본으로 하며, 모방 위에서 분석과 함께 끊임없이 혁신 방향을 찾는 것이 창조로 가는 방법이다. 그게 미래사회로 가는 창조적 과학기술자의 길이다. 가드너 교수의 책 ‘Five Minds for the Future(다섯 가지 미래 마인드)’에 미래사회에 필요한 다섯 가지 정신을 여러 분께 알리고자 한다. 다섯 가지 중 처음 세 가지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얘기다. 첫 번째는 ‘항상 공부하라(The Disciplined Mind)’는 것이다. ‘한방’에 되는 건 없다. 계속 훈련해야 한다. 두 번째는 ‘여러 지혜를 묶어서 활용하라(The Synthesizing Mind)’는 것이다. 세 번째는 ‘분석을 하며 묶으라(The Creating Mind)’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의욕을 갖고 혼자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일이다. 네 번째는 ‘세상을 존중하라(The Respectful Mind)’는 것, 다섯 번째는 ‘윤리적인 자세를 생각하라(The Ethical Mind)’는 것이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부분을 여러 차례 읽었다. 특히 정열이 식어가는 요즘같은 세상에 다양성을 존중하고 세상을 도덕적으로 보라는 얘기를 어떤 부모가 깊이 생각하고 있는가? 의학도 당연하고 모든 학문이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의학보다 신학문인 과학기술공학, 공학 중에서도 새로운 학문인 AI와 같은 영역에서 이 다섯 가지 마인드는 의미하는 게 크다고 본다. ‘한방’ 기술에만 집착하는 게 아닌, 존중과 윤리라는 가치를 정열적으로 고민하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인간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한 미래 가상인류와의 공존을 이야기하는 공학도들은 특히나 더 윤리관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리버럴 아츠 칼리지’>
사실 김 총장이 전한 가드너 교수의 다섯 가지 미래 마인드를 ‘교육’하는 일은 이미 지스트 학부과정인 지스트대학 교육에서 11년째 실현되고 있다. 바로 ‘리버럴 아츠 칼리지’를 통해서다.

지스트대학은 소수정예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1년에 약 200명의 학생들이 입학해 지도교수의 1대1 지도가 가능한 분위기에서 교육을 한다. 설립 당시 미국 칼텍의 소수정예 교육을 벤치마킹했고 교수와 학생 비율이 1대10 정도로 세계적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 처음으로 지스트대학에 외국인 학부생 선발이 진행됨에 따라 명실공히 글로벌교육의 중심지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지스트대학이 추구하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방법들은 다양하다. 기초소양을 기르기 위해 모든 신입생은 기초교육학부로 입학한다. 과기원은 이공계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이므로 이공계 과목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지스트대학에서는 이공계 과목뿐 아니라 인문학 사회과학 어학 예술 등 다양한 교양과목을 필수 및 선택으로 지정하고 있다. 1학년 때 다양한 분야에서의 기초를 쌓고 2학년 이후 경쟁 없이 자유롭게 원하는 전공을 선언하고, 선택한 전공분야의 수업을 다수의 해당 학부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게 된다.

다른 과기원과 비교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무한도전 프로젝트’이다. 자기주도적 ‘딴짓’ 활동으로 학생들에게 실패를 경험하게 하고 이를 통해 문제해결능력을 키워 지스트대학의 학생들을 인재상에 맞게 성장시키고자 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 역시 어플리케이션 제작, 게임 개발부터 영화 제작이나 연극, 작곡 및 공연까지 다양한 주제로 진행하고 있다. 인문 사회 문화 과학 학술 등 분야 상관없이 다양한 활동을 팀 당 250만원까지 지원해 비교과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2019년에는 ‘THE HABOT’팀이 옷 위로 움직이며 개인비서 역할을 하는 웨어러블 기기 프로토 타입 제작에 도전했다. 다양한 버전의 ‘HABOT’을 제작하며 실패도 겪었지만 옷 위를 기어오르는 방식까지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Braille Brilliant’팀은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했다. 직접 점자를 공부해 과학 동화책을 점역하고, 휴대용 점자인쇄기인 볼로기의 불편함을 개선하고자 ‘버튼식 볼로기’를 구상했다. 김 총장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새로운 잠재력을 발견하고, 존중감과 열정, 자긍심을 갖춘 융합인재로서의 소양 함양을 장려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리버럴 아츠 칼리지’ 외에도 지스트에선 다양한 교육실험이 성공하고 있다. 지스트에서는 대학원과 대학의 교류가 매우 활발해 3~4학년 학부생이 대학원 연구실에서 연구에 참여하는 등 대학원과 연계한 효율적 학사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기도 하다. 칼텍의 SURF를 벤치마킹한 ‘G-SURF’ 프로그램은 본인이 희망하는 대학원과 대학 연구실에서 지도교수 멘토링을 받으며 실제 연구를 수행할 수 있어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 해외와 활발한 교류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2학년 학생 가운데 일정 기준을 충족한 학생들은 미국 UC버클리, 보스턴대, 영국 캠브리지대에서 여름학기를 수강할 수 있다. 또, 칼텍과 UC버클리에서 정규 1학기를 이수할 수 있는 SAP(Study Abroad Program)도 운영하고 있다.

지스트는 최근 3년 연속 ‘창업하기 가장 좋은 대학’ 1위에 올랐는데 이는 창업기업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 수요를 파악하고 맞춤형으로 지원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독창적인 창업아이템을 가진 팀을 모집하여 학생창업동아리 지원 프로그램과 창업 아이디어를 모으고 선별할 수 있는 창업경진대회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모의 창업 프로그램인 GIST Sprint for Start-up과 법인 설립을 지원하는 Campus CEO Challenge를 진행하는 등 창업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에 파견하여 창업교육교류를 진행 중이다. 팀원들과 생각해낸 아이디어로 투자를 위한 모의 피칭 발표를 하거나 스타트업 관련 주제로 폭넓은 토론을 하기도 하고, 각 나라의 문화적 측면들에 대해 다루며 학생들에게 글로벌 감각과 실전 창업 감각을 익히도록 하고 있다.

교수 1인당 연구논문 피인용지수에서 최근 몇 년간 세계 5위권 내에 들어 있는 지스트는 교수들에 대한 지원도 확실하다. 지스트의 성과는 세계유수대학의 우수한 학위를 받은 교원들이 포진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모든 신임 교원에게 초기 연구 정착비를 지원하고 세계 최고 이공계 대학인 칼텍과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한 게 결과로 나왔다 할 수 있겠다.

<설립 25년.. 새롭게 다시 출발>
‘새 학교’로 출발해 모든 걸 새롭게 시도하며 짧은 시간에 특유의 학풍을 만들어낸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 지스트는 설립 25년을 기점으로 또 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바로 포스닥 훈련과정이다. 김 총장은 “지스트의 또 다른 교육혁신 모델로, 이공계 박사들의 자긍심 확대가 가능한 박사후 전문인력양성을 다음 미래 교육혁신 모델 대상으로 설정했다”며 “지난 25년간의 글로벌 연구성과 및 융합 교육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공계 활성화와 과학기술 주도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데 필요한 박사급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연구 환경, 정주환경 개선과 지스트와 함께 성장하는 젊은 과학자 프로그램(YSP: Young Scientists Program)을 광주에서 모델로 보여주며 세계적 이공계 교육 모델을 선도하고, ‘지스트 YSP’를 국내외로 확산하는 목표를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관련해 김 총장은 이공계인재양성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에서 “‘어떤 것을’ 보다는 ‘어떻게’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공계 교육혁신을 위해서 이공계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원하는 인재와 대학에서 배출하는 인재가 일치해야 한다. 이를 위한 세계적인 노력은 이미 각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공학에 경영학을 접목해 글로벌 기업이 요구하는 프로젝트 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올린공과대학을 설립했고, 프랑스는 SW분야의 프로젝트 기반 혁신 교육기관인 에콜42를 운영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70년대 시작된 경제 도약을 위해 모범적 과학기술원 시스템 도입을 통한 이공계 대학원 교육혁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그 교육혁신 모델을 모든 이공계 대학원에 성공적으로 확산한 사례가 있다. KAIST의 이공계대학원혁신 모델, 지스트의 글로벌융합교육모델은 혁신적 성공사례이다. 이미 성공적 모델 정립과 확산을 성공시킨 과기원은 지금까지 이공계 학생들에게 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다양한 교육과정을 통해 7만4000여 명에 달하는 우수과학기술 인력을 배출한 이상으로, 헌법에 규정된 자율적인 고등 교육이란 틀에 가두어진 많은 이공계대학들의 자발적인 혁신과 교육품질 격상에 직접 기여하였다.

결국, 인재양성을 위한 지원을 위해서는 혁신선도자가 모범 모델을 만들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혁신모델을 성공적으로 확산하는 과정에 선택적으로 집중 지원해야 한다. 과기원의 등장이 모든 이공계대학을 자발적으로 변화시켰듯, 혁신 교육은 모범 모델 정립부터 확산까지 순차적으로 이루어진다. 모범 사례를 만들기 전에 확산을 서두르는 것은 무의미한 지원으로 끝나버릴 공산이 크다.

이제, 4차산업혁명의 미래를 준비하는 또 다른 미래인재양성을 위한 혁신 모델 모범 사례를 만들고 선도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도전에 국가의 큰 지원이 필요하다. 과학기술 주도 미래사회를 대비한 교육 혁신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과거와 현재의 교육은 달라져야 하고 이런 수요에 따라 교육 인프라의 혁신을 꾀하기 위해 4대 과기원 공동으로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다음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창의적 융합 인재를 양성하려면 다양한 또는 특색있는 교육혁신 시도에 대한 정부의 집중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또 다른 미래 교육혁신 모델은 누가 선도할 것인가? 이 문제는 모든 이공계 교육기관들이 다양한 구체적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이와 관련하여 정부는 다양성을 존중하며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국제화와 융합교육 모델을 선도하는 과기원인 지스트는 이미 많은 대학들의 국제화 융합교육품질 격상에 기여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정부의 지원 아래 지스트는 ‘지스트 YSP’의 일환으로, 국제적 연구혁신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글로벌 AI_X 교육혁신 모델’을 추진하고 있고, 많은 이공계 대학에 확산할 수 있는 성공사례를 만들게 될 것이다.”
미래사회를 여는 새로운 성공모델, 지스트 교육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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