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뒤집기로 불확실성 커져’.. ‘중학생 사교육 오히려 줄어 눈길’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 뒤집기로 사교육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가구당 소득 증가율과 비교해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얼마나 늘었는지를 나타내는 '사교육비 소득탄력성'이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2년 연속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학술지 ‘한국교육’을 통해 24일 공개한 김현철 성균관대 교수의 ‘학교급별 소득효과 제거 사교육비 시계열의 변동양상’ 보고서에 의하면 2016년 0.8935이었던 고등학교 사교육비 소득탄력성이 2017년 0.9276, 2018년 0.9415으로 올랐다. 사교육 참여율이나 사교육비 규모 등 통계적으로 드러난 다른 지표에 이어 학술적인 차원에서 현 정부의 정책실패를 지적하는 결과라는 현장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목적에 따라 대입정책의 일관성을 스스로 해친 것 자체가 수요자들을 사교육으로 내몰 수밖에 없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조국 사태’라는 악재를 맞이한 여당과 청와대가 교육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이 대표적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논란이 커지자 교육당국이 학종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하면 논란을 키웠다”며 “이전부터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이해에 따라 교육정책을 뒤집어 온 사례를 누적하며 수요자들의 불신을 자초한 사실도 이번 분석결과에 반영됐을 것이다. 실제 사교육비 규모는 매년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사교육 참여율 역시 2017년 71.2%, 2018년 72.8%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번에 사교육비 소득탄력성 역시 결국 소득의 상당부분을 사교육에 지출하는 가구가 많다는 의미로 보인다. 2022정시확대로 결정된 향후 대입기조 역시 사실상 사교육 확대를 방치한 결정이나 다름 없어 사교육비의 소득탄력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통계청의 초중고사교육비조사 자료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정한 간격마다 기록한 시계열 데이터로 활용했다. 가계의 소득의 변화가 수요량에 미치는 영향인 '소득효과'를 제거해 분석을 진행했다. 사교육비 소득탄력성은 소득증가율 대비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얼마나 늘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0에 가까울수록 소득증가와 사교육비 증가 사이에 관련성이 없고, 1에 가까울수록 소득이 증가한 만큼 사교육비도 늘어났다는 의미다. 소득탄력성이 1을 넘기면 소득보다 사교육비가 더 크게 증가한 것이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12년간 통계를 분석한 결과 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구에서 소득이 증가할수록 사교육비 부담이 늘어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목적에 따라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스스로 해친 것 자체가 수요자들을 사교육으로 내몰 수밖에 없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책으로 사교육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가구당 소득 증가율과 비교해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얼마나 늘었는지를 나타내는 '사교육비 소득탄력성'이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2년 연속 상승추세로 돌아선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년 연속 늘어난’ 고교 사교육비 지출.. ‘교육정책 혼란이 원인’>
고교 자녀가 있는 가구에서 최근 2년동안 사교육비 소득탄력성이 오른 것이 가장 주목된다. 현 정부가 출범한 시기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의 사교육비 소득탄력성은 2008년 1.1124로 정점을 기록한 후 그동안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2011년 소득탄력성이 0.9253로 처음 1 밑으로 떨어졌고, 2016년에는 0.8935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2017년 0.9276, 2018년 0.9415으로 최근 2년동안 사교육비 소득탄력성 다시 올라섰다. 같은 기간 동안 중학교 자녀가 있는 가구에선 2017년 0.9216, 2018년 0.8616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초등학교의 경우 2017년 0.774, 2018년 0.8438로 올랐지만 고등학교보다는 사교육비 소득탄력성이 낮았다. 

다른 학교급에 비해 고교의 사교육비 소득탄력성이 높게 나타낸 배경은 대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교육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교육여론조사에서 부정평가가 과반수를 차지한다. 지난해 발표한 ‘2018년 교육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65%, 올해 발표한 ‘2019년 교육여론조사’ 결과에서도 59.7%가 교육정책에 일관성이 없다고 답변했다. 올해 조사결과에서는 교육영역에서의 신뢰회복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평가하는 문항에서 44.4%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특히 현 정부가 밀어붙이는 정시확대가 ‘공교육 힘빼기’로 귀결되면서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을 키울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그동안 학종을 위시한 수시중심의 대입구조가 과거의 문제풀이 중심의 수업에서 벗어나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시확대로 대입기조가 뒤집히면서 획일적인 수업이 부활하고, 학생들은 사교육에 눈 돌릴 가능성이 커졌다. 한 교육전문가는 “족집게 문제풀이, 요점정리 등 사교육자료는 수험생의 입맛을 맞춰주기 좋다. 학교에서는 엎드려 자고 학원가서 공부하는 공교육현장의 황폐화현상이 재현될 것이라는 걱정이 현장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중학생 사교육비 경감.. ‘자기주도학습전형 역할’>
반대로 중학교의 사교육비 소득탄력성은 최근 2년 사이 하락했다. 2017년 0.9216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2018년 0.8616까지 낮아졌다. 특히 2009년을 기점으로 사교육비 소득탄력성이 떨어진 후,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0.7보다 낮은 수치를 유지한 점도 눈길을 끈다. 2009년 이명박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가 ‘고등학교 선진화를 위한 입학제도 및 체제 개편 방안’을 발표하여 특목고 입학전형을 개선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을 도입하면서 불필요한 사교육 수요를 억제한 형태의 입시를 운영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2009년 이전까지는 압도적인 진학실적을 기록한 특목고를 향한 선호현상이 사교육을 낳는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렇지만 교육당국은 선발권이 있는 고교유형 대부분에 자기주도학습전형을 도입하고 입학전형 영향평가를 실시하면서 사교육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실제 외고 국제고 입시변화와 수능 절대평가 도입으로 영어 사교육의 입지를 대폭 축소된 상태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외고에 대한 수요가 낮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전공 외국어에 흥미가 있는 학생이 늘고 사교육비가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면접과 자소서 작성을 위한 사교육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이전과 달리 별도의 고사를 치르지 않고 내신성적 반영비율의 줄어들면서 경감 효과가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주장하는대로 특목고와 자사고가 '고교서열화'를 유발해 사교육을 키운다는 논리를 반박할 만한 증거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과거 외고 과고가 사교육 유발을 했다는 비판은 이해가 가지만 내신중심의 자기주도학습전형이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비판은 온당치 않다. 현재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비판은 영재학교 과고의 몫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사교육을 받아야 일부 합격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볼 대목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진학 이후 외고나 자사고의 사교육 차단 효과는 더 강력하다는 게 현장의 평가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의 정책성과 평가에선 외고 학생의 영어교과 사교육시간이 일반고 학생들에 비해 낮은 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기숙학교로 운영되는 전국단위 자사고는 사교육 가능성이 원천 차단된다"고 지적했다.

<‘12년간’ 사교육비 소득탄력성 분석.. ‘중하위 계층 부담 가중’>
김 교수가 분석의 기준으로 삼은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12년간 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구들은 평균적으로 소득이 증가한 수준만큼 사교육비 지출도 늘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급별로 사교육비 탄력성을 분석한 결과 고등학교의 평균 0.9805였다. 이어 중학교 0.7714, 초등학생 0.6808 순으로 파악됐다. 12년간 평균 수치로 볼 때 고등학교의 사교육비 소득탄력성이 1에 육박하는 수준을 기록했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자녀가 있는 가구에선 경제적 여유가 생길수록 사교육비 지출도 많아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소득계층별로 고등학교 사교육비 소득탄력성을 볼 경우 중하위층 부담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소득 기준 차하위계층인 300만~400만원인 계층에서 1.2151로 가장 높았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음에도 소득 증가분 이상으로 사교육비를 지출한 결과다. 김 교수는 “생계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소득이 확보되는 대로 그간 충족하지 못한 교육 수요를 실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구간 가계의 소득 증가는 사교육비 지출 증가로 소진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사교육비 부담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계층으로 보인다. 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저소득층 가계의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원인을 파악하고 공교육 내실화나 방과후학교 등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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