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국회 재론 가능성 높아.. '의료계 반대, 전북과 교통정리 해결해야'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공공의대 설립 논의에 다시 불씨가 붙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감염병 대응을 위한 공공의료에 특화된 의대를 만든다는 취지에서다. 박 시장은 “지난 20년 동안 사스 신종인플루엔자 메르스 코로나19를 경험하며 공공의료인력 확충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동안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했으나 여러 이해관계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돼 왔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지방정부 차원의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는 구상이다. 여러 지방정부와 공동으로 설립하는 방안도 열어놓고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 총선에서 여당은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감염병 전문병원 지정과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며 "지방정부의 공공의료인력 양성에 대해서도 보다 긴밀한 협의를 통해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공공의대 설립의 의지를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서남대 폐교가 가시화되면서 서남대 의대가 가지고 있던 정원 49명의 향배를 두고 서울시립대가 삼육대 등과 각축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시립대의 참여는 시립대 이사장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의지로 추진됐다. 서울시는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공공의료체계 강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자체 의료인력을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결국 서남대 의대 인원은 전북대와 원광대에 배정되면서 시립대의 의대 설립은 무산됐다. 

현재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나와 있지만 본회의상정이 무산되면서 다음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박 시장의 발언으로 인해 공공의대 추진이 탄력을 받게 될지 교육계 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박 시장의 발언은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내보이기 위한 발언이기도 하지만, 공공의대 사안 자체는 코로나19사태로 인해 공공의료인력의 필요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에 설립 여부가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사태로 공공의료인력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공공의대 설립 논의에 다시 불씨가 붙었다. /사진=울산대 제공
코로나19사태로 공공의료인력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공공의대 설립 논의에 다시 불씨가 붙었다. /사진=울산대 제공

<꾸준히 제기된 공공의대 설립안.. 서남대 폐교가 불씨 지펴>
공공의대 설립은 이전부터 꾸준하게 논의는 되어 왔지만 2017년 서남대가 폐교되면서 급부상했던 사안이다. 서남대 폐교로 인해 공중에 뜬 의대 정원49명을 두고 대학들이 본격적으로 각축을 벌이기 시작하면서다. 

특히 시립대가 공공의대 설립안을 내세우며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서울시는 서남대 의대를 시립대 산하 의대로 운영해 배출된 인력을 서울시가 보유한 12개 시립병원에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교육부가 서남대 인수후보자로 참여한 서울시립대의 정상화계획안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일단락됐다. 서남대 의대 정원은 전북대와 원광대에 배치된 상태다. 

하지만 논의가 완전히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서남대 정원이 원광대와 전북대에 한시적으로 배정되어 있긴 하지만, 이 인원을 활용해 공공의대를 설립한다는 구상이 계속해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2018년 교육부 차원에서도 공공의대 설립이 논의되기도 했다. 공공의대 설립 여부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제2차 국가특수법인 대학설립 심의위를 연 결과, 설립 찬성 측이 10명으로 반대의견 3명을 크게 압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는 20대국회에서 의사정원 확대의 일환으로 공공의대 설립 법안을 논의하려 했으나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다음 국회로 넘어가게 된 형국이다. 이번 논의에서는 서남대 폐교 인원이 아닌, 정원 확대를 통해 공공의대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관련해 더민주 김상희/허윤정 의원이 개최한 ‘의료 인력 양성 및 의과대학의 역할’ 간담회에서 김 의원은 “의사 인력 부족과 관련해 그동안 적극적으로 공론화되지 않고 대안이 이야기되지도 못했지만 이제는 수요 예측을 하고 어떻게 양성하고 충원할 것인지 고민할 시점”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의대 설립 가능할까.. 의료계 반대 해결 관건>
공공의대 설립은 보건복지부에서도 필요성을 피력한 사안이다. 의료취약지역에 대한 공공보건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2017년 4월 전혜숙 의원이 개최한 ‘의료취약지 공공보건인력 확충 및 지원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보건복지부 권준욱 공공보건정책관이 참석해 인력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의사수를 늘리고 공중보건의사제도와 국립보건대학을 설립하는 정책을 마련해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권 정책관은 “국립보건대학을 설립해 의료취약지를 가고 싶어 하는 사명감 있는 의사를 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의대를 설립할 경우 사회/경제적 비용 편익이 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서울대 의대 오주환 교수는 2016년 국립보건의료대학 설치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비용-편익 분석결과를 공개했다. 연구는 국립보건의료대학 설치비와 운영비용, 학비와 생활비를 비용으로 계산하고 국립의대에서 배출되는 의사 충원으로 나타나는 건강 편익을 비교했다. 비용과 편익을 비교한 결과 최소 1.47배에서 많게는 8.6배까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의료계의 입장은 다르다. 대한의사협회는 오히려 의사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요구한 ‘2019 보건의료학과 입학정원 산정 관련 의견’에 입학정원을 축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의협은 “국가마다 의료환경과 국민 의료서비스 이용에 대한 성향, 의료제도 등 의료 전반적 시스템 차이와 더불어 사회문화적 차이가 있음에도 그간 정부는 OECD에 기반한 단편적 근거로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공공의대 설립안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서도 의협은 “더민주는 의대 정원 확대 등을 통한 의사 인력 증원과 관련한 일방적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의사 전문가 단체인 의협과 긴밀한 논의를 통해 공공의료 인력 확충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하라"며 ”여당의 일방적 의대 신증설과 입학정원 확대 논의에 유감이다. 백년대계 사업인 의사 인력 수급 정책 결정에 대한 투명한 거버넌스를 구축할 것을 정부와 여당에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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