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확대’ 여전히 커지는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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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확대’ 여전히 커지는 문제들
  • 손수람 기자
  • 승인 2020.05.11 08:45
  • 호수 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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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15년만에 수능 대리시험이 지난달 적발됐습니다. 공군 소속의 한 병사가 선임병을 대신해서 수능시험을 응시한 것입니다. 특히 수험표의 별다른 조작 없이 본인확인 절차가 무력화된 점을 두고 현장의 우려가 큰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이전부터 동일한 수법의 대리시험이 꾸준히 행해져 왔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옵니다. 수능 대리 응시 논란은 문재인 정부가 ‘조국사태’를 계기로 밀어붙인 정시확대 정책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평가방식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정시확대론자’들은 여전히 수능이 학종보다 공정한 전형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불투명한 평가요소에 기대는 대신 학생 본인이 시험을 치러 점수를 받는 정량평가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학종의 공정성의 측면에서 충분히 긍정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교육계의 인식도 허상이라고 지적합니다. 학종을 통해 고교유형에 따른 선발의 다양화가 이뤄진다고 보기 어렵고, 정시보다도 사교육 유발 요인이 크다는 게 이들의 근거입니다.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릅니다. 수능에 비해 학종이 일반고 학생에게 더 불리하다는 결론은 정확한 분석에 따른 것이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정시확대론자들은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밝힌 ‘2016~2019학년 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근거로 이 같은 주장을 제기합니다. ‘SKY’를 포함한 서울 소재 13개대학 기준 학종의 일반고 합격자 비율은 63.8%이고, 수능은 69%였기 때문입니다. 실제 더 높은 합격자 비율이 나타난 수능이 일반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전형이라는 설명입니다.

물론 객관적인 수치에 따른 판단인 만큼 언뜻 오류가 없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지역별 고교별 합격자 분포와 같은 자료의 이면을 살펴보면 정반대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학종과 수능을 통해 각각 대학에 합격한 일반고 학생 집단의 특성이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 소재지별로 분석할 경우 수능은 서울지역 고교출신 학생 비중이 4개년 평균이 37.8%로 타 전형을 압도합니다. 반면 학종의 경우 27.4%였습니다. 수능에서 유독 수도권 고교의 쏠림이 돋보였던 셈입니다. 그리고 수도권 교육특구 일반고의 높은 N수생 비중이 정시 합격자 비율도 끌어올렸다는 게 교육계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정시실적이 두드러지는 교육특구 일반고를 중심으로 매년 N수생들이 대거 양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학종은 상대적으로 ‘지역균형 효과’가 뚜렷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단순히 수능중심인 정시와 달리 농어촌전형 배려자전형 지역균형전형 등 하위전형을 갖추면서 교육양극화 해소를 실현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정성평가를 실시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약자로 지원자격 제한이 없는 일반전형의 선발 스펙트럼도 정시보다 넓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2020서울대 수시모집 선발결과’에 의하면 최근 3년간 실적이 없었던 강원 화천군 간동고, 경남 의령군 의령여고, 경남 합천군 야로고, 경북 울진군 울진고, 경북 청송군 현서고, 전남 해남군 해남고, 전북 진안군 진안제일고/한국한방고, 충북 보은군 보은고 등 89개일반고에서 합격자가 나왔습니다. 결국 합격실적의 질적 차이까지 고려한다면 수능보다는 학종이 다양한 환경의 일반고 학생들에게 보다 유리한 전형이라는 교육계의 판단이 더욱 타당한 것입니다.

사교육에 대한 지적 역시 엄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정시확대 지지자들은 수시 학종 비중이 늘면서 사교육 부담이 더욱 가중됐다고 주장합니다. 학종의 평가요소인 내신과 면접을 함께 대비하기 위한 사교육 수요가 늘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차라리 고액과외나 대형학원 수강료만 지불하면 되는 수능 사교육이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적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스펙쌓기’를 위해 운영되는 변종 사교육은 ‘기회의 불평등’ 문제를 유발한다는 시각입니다.

그럼에도 정시확대론자들의 짐작과 달리 학종을 대비하는 형태의 사교육이 현장에서 성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실제 2019년 기준 전국의 입시컨설팅 학원은 258개에 불과했습니다. 전년 대비 10곳이 증가한 결과로 학종확대에 따라 사교육이 과열됐다고 판단하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반면 2018교육통계연보에 의하면 전국의 입시검정및보습학원은 4만375개에 달했습니다. 내신과 수능을 대비하기 위한 목적의 학원이 훨씬 많은 것입니다. 특히 사교육비 지출이 매우 큰 재수생들은 대부분 정시 수능을 겨냥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불법적인 형태의 학종 사교육이 운영되고 있지만, 수능대비 불법과외 역시 마찬가지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정시확대는 보다 시장규모가 큰 사교육을 활성화시키면서 부모의 경제력이 대입에 미치는 영향력 자체를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질적인 의미에서 ‘기회의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도 대입제도 공정성 논란에서 정시확대론자들은 ‘교육적 가치’를 간과하고 있습니다. 수능이 학종에 비해 공정한 평가방식이라고 매번 강조하지만, 어느 것이 더욱 교육적인가에 대해선 외면하는 셈입니다. 실제 교육적 의미를 고려한다면 두 전형 가운데 학종의 우위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동안 학종확대로 전국 각지에서 학생들이 학교수업과 교내활동만으로도 대학에 합격한 사례가 누적된 상황입니다. 문제풀이 위주로 수능준비만 열중하던 고교수업도 다양화됐다는 평가입니다. 대리시험 적발로 수능 공정성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 것처럼 학종의 교육성과는 고교현장이 확실한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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