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협약.. ‘반도체학과 3파전’에 과기원 합류 가능성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손잡고 서울대가 차세대 반도체 인력양성에 나선다. 서울대는 공대 전기/정보공학부 주관으로 ‘인공지능반도체공학 연합전공’을 올해 3월 신설했다고 24일 밝혔다. 고려대와 연세대가 올해부터 반도체 계약학과 모집을 시작하는 데 이어 서울대까지 반도체업계 고급인력 육성에 합류한 셈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가 인공지능(AI) 등으로 확장되면서 학문의 스펙트럼이 넓어진 추세를 반영한 것이 ‘인공지능반도체공학 연합전공’의 특징이다. 체결된 협약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합전공의 운영경비, 실험/실습 기자재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연합전공은 2개이상의 전공과정을 맞춤/융합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복수전공과는 개념이 다르다. 통상 복수전공은 기존 모집요강상 존재하는 학과 두 개를 동시에 이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연합전공은 두 개 이상의 학과가 연합해 개설한 전공과정이다. 2개의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점은 동일하다. 2개학기 이상 다닌 서울대 학생이라면 소속 학과와 상관 없이 인공지능반도체공학 연합전공 지원이 가능하다.

당초 서울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을 논의해왔다. 정부의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의지에 따라 서울대가 가장 먼저 설립 참여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부 반발과 기존 학칙과의 충돌 등의 이유로 논의가 무산되면서 연합전공을 개설하는 형태로 방향을 선회했다. 서울대 한 관계자는 “유례없는 채용연계 계약학과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기존 학칙을 먼저 개정해야 한다. 학칙을 변경하려면 학칙개정안이 학사위원회와 교수회의, 평의원회, 이사회 등을 차례로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만 공대 내에서부터 합의가 어려웠다”고 전했다. 현장에선 계약학과 신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과기원들도 서울대의 사례를 참고해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손잡고 서울대가 차세대 반도체 인력양성에 나선다. 서울대는 공대 전기/정보공학부 주관으로 ‘인공지능반도체공학 연합전공’을 올해 3월 신설했다. 체결된 협약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합전공의 운영경비, 실험/실습 기자재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사진=서울대 제공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손잡고 서울대가 차세대 반도체 인력양성에 나선다. 서울대는 공대 전기/정보공학부 주관으로 ‘인공지능반도체공학 연합전공’을 올해 3월 신설했다. 체결된 협약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합전공의 운영경비, 실험/실습 기자재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사진=서울대 제공

<서울대 인공지능반도체공학 연합전공.. ‘매년 80명 선발’>
서울대 인공지능반도체공학 연합전공은 반도체기술 발전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개념의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목표로 올해 3월 개설됐다. 매년 80명의 학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전기/정보공학부 기계항공공학부 원자핵공학과 재료공학부 컴퓨터공학부 화학생물공학부의 공대 6개학과(부)와 물리천문학부와 화학부의 자연과학대 2개학부가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마련했다. 서울대와의 협약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합전공 운영 전반을 지원한다.

소속 학과(부)에 상관없이 서울대 학사과정 2개학기 이상 이수한 학생은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선발된 학생들에겐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산업체 혹은 연구실 등에서 인턴십을 수행할 수 있으며, 반도체 소자나 회로및시스템 제작 실습도 참여 가능하다. 우수학생들에겐 세계 최대 규모의 IT박람회인 CES(세계가전전시회) 참석과 실리콘밸리 견학의 기회가 주어진다. 국내외 반도체 전문가 초청 특강과 반도체설계 단기 교육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삼파전’ 2021수시 반도체 계약학과.. 고대 연대 성대>
학부모집에서도 올해 고대와 연대가 반도체 분야 계약학과를 신설하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반도체 계약학과는 2006년 성대가 모기업인 삼성전자와 협약을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별다른 확대 움직임이 없었지만, 2021학년 고대와 연대가 동시에 반도체학과를 신설하면서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장학금 등 다양한 혜택과 함께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 ‘학비전액 보조’ 고대 반도체공학과.. 30명 모집
가장 최근 SK하이닉스와 ‘채용조건형 반도체공학과’ 신설 협약을 맺은 고대가 주목받고 있다. 입학생들의 학비 전액을 지원하고,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박람회나 실리콘밸리(구글, 애플, 인텔 등) 견학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다른 반도체 계약학과들과 차별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재학생들의 진로선택도 자유롭다. SK필기전형(SKCT)나 인턴 활동 등의 평가를 통과하면 SK하이닉스 채용의 기회를 얻는다. 졸업 후 기업 입사 대신 석사/석박통합과정 진학을 선택할 경우에도 학비와 학비 보조금이 계속 지원된다. 

모집인원은 수시25명 정시5명으로 총 30명이다. 연대나 성대에 비해 모집규모가 작은 편이다. 수시의 경우 모두 학종으로 선발한다. 전형별로 학업우수형 10명, 계열적합형 15명이다. 그렇지만 2021전형계획에는 반도체공학과의 전형방법에 대한 별도의 안내가 없는 상태다. 추후 공지될 예정인 2021수시요강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삼성전자 채용’ 연대 시스템반도체공학.. 50명 모집
연대도 올해부터 삼성전자 100%채용조건형 시스템반도체공학과를 운영한다. 삼성 인턴십과 현장실습을 병행하는 실무 중심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며, 입학 시 1~2학년 등록금과 1학년 기숙사비 전액이 지원된다. 2학년2학기 이후 삼성장학생에 선발된 학생들은 3~4학년 등록금까지 지원받고 삼성전자 연구개발직 입사도 보장된다. 4학년2학기 재학 중 삼성전자에서 실시하는 기술 면접을 통과한 삼성장학생은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으며 석사로 진학하는 기회도 얻는다.

2021전형계획을 통해 연대는 올해 시스템반도체공학과로 50명을 정원외 선발한다고 밝힌 상태다. 수시40명 정시10명이다. 수시는 정원외 학종(시스템반도체특별전형)을 통해 선발한다. 1단계 서류100%로 일정배수를 통과시킨 뒤 1단계60%와 면접40%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수능최저는 없다. 정시 수능(시스템반도체특별전형)은 수능100%로 합격자를 정한다. 수능 영역별로 국어22.2% 수학(가)33.3% 영어11.1% 과탐33.3%의 반영비율이다.

- ‘모기업 전폭 지원’ 성대 반도체시스템공학.. 70명 모집
성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2006년 국내최초 계약학과로 반도체산업기술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고급 반도체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신설됐다. 반도체 설계 공정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입학자 전원에게는 삼성반도체장학금이 주어진다. 입학금을 포함해 2년간 4개학기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 2학년2학기 재학 중 삼성전자에서 실시하는 채용절차를 통과할 경우 3~4학년에도 삼성전자 학부 대여 장학금 혜택을 받는다. 반도체디스플레이공학과 대학원 진학 시 전액장학금과 학업장려금이 지급된다. 여름, 겨울방학 중 5주간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삼성전자 인턴십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올해 성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학종(학과모집)40명 논술12명 정시18명으로 총 70명을 모집한다. 학종 학과모집 전형은 수능최저 없이 서류100%로 평가한다. 논술의 경우 논술60%와 학생부40%를 합산한다. 학종과 달리 수능최저가 있다. 수학(가) 과탐(1과목) 등급합 3이내, 영어 2등급, 한국사 4등급 이내다. 정시는 수능100% 일괄합산한다. 영역별 반영비율은 국어25% 수학(가)40% 과탐35%다. 절대평가인 영어와 한국사는 가산점으로 부여한다.

<과기원까지 확산될까.. ‘가능성 열려 있어’>
교육계에선 이공계열 최전선에 자리한 과기원도 서울대와 비슷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반도체분야 인재양성을 위한 범정부적 대책에 따라 과기원들도 계약학과 신설을 타진했으나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교육부 등 9개정부부처는 지난해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학부생 3400명을 포함해 전문인력 1만7000명 육성할 계획이다.

실제 KAIST UNIST 등 이공계특성화대에서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을 추진했지만,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KAIST 관계자는 “실무진 단계에서 기업과 계약학과 신설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었다. 그렇지만 학교와 기업 사이의 의견이 조율되지 않아 중단됐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과기원이 대기업과 협약 체결에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무학과전형으로 선발하는 과기원도 1학년 말 전공을 선택하는 만큼 계약학과나 연합전공 운영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KAIST는 1학년 말에 학과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도체 관련 계약학과나 연합전공의 신설이 충분히 가능한 환경이다. 기업과 협약체결 시점에 곧바로 추진이 가능해 오히려 유리하다고 볼 수도 있다”며 “정부의 계획에 따라 반도체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대학의 역할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국내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과기원들이 나서는 것이 성공을 가르는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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