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4월총선을 앞두고 대입 정시비율에 대한 정당들의 무책임한 공약들이 점입가경입니다. 그동안 양대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40%확대와 50%확대를 놓고 경쟁구도를 형성해왔습니다. 두 정당의 주장은 실제 총선공약으로 이어진 상태입니다. 여기에 최근 안철수 대표가 주도하는 국민의당이 정시비중을 70%까지 늘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세 정당 모두 현행 수시가 불공정하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정시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정당들이 수요자들의 사전준비나 대학자율성 등 교육계의 현실을 무시한 채 대입선발비율을 임의대로 정한 것입니다. 수능위주전형인 정시확대가 실질적인 의미의 공정에서 더 멀어질 수 있다는 교육계의 우려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시작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입시비리의혹 사태’가 불거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대입개편 지시를 내리면서 정시확대를 밀어붙였습니다. 이후 여권 전반에서도 정시확대 여론을 적극적으로 조성해왔습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22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정시확대를 언급하자, 이인영(더불어민주) 원내대표가 곧바로 대표연설을 통해 정시확대의 의지를 재차 밝히기도 했습니다. 김병욱(더불어민주) 의원과 김해영(더불어민주) 의원은 정시확대의 필요성을 지지하는 토론회를 주최하기도 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한몸처럼 정시확대 움직임을 보인 것입니다.

교육부도 여권의 분위기에 따라 지난해 11월 ‘대입 공정성 강화방안’을 통해 서울소재 16개대학의 정시비중을 40%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교육계에선 격렬한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대입과 관련된 사안을 교육적 가치가 아닌 정치적 수단으로 판단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특히 정시확대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부가 학종의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논리를 펼친 것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교육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총선에 유리한 방향으로 답을 정해 놓고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으로 비쳐졌기 때문입니다.

야당 역시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혈안이 됐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여당과 경쟁하듯 정시비율을 높이겠다는 공약을 남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정시50% 확대를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미래통합당이 출범한 이후에도 동일한 내용이 총선공약에 포함됐습니다. 안철수 대표가 중심인 국민의당 역시 총선9호 공약으로 정시70%확대를 내놨습니다. 구체적으로 대입을 수시30% 정시70%의 구조로 운영하겠다는 설명입니다. 동시에 수능도 7월과 10월 연2회 시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총선공약 발표와 함께 현장에선 정치권에 대한 불신만 커지고 있습니다. 애당초 정당들이 발표한 공약이 선거 이후 제대로 실현된 전례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세 정당들이 노골적으로 정시비율 높이기로 경쟁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비판이 거센 실정입니다. 수험생에 대한 배려나 정당한 근거도 없이 여론만을 근거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당들의 태도 역시 신뢰 상실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실제 미래통합당 2020희망공약개발단은 “작년 온 국민을 분노케 한 특권과 반칙의 ‘조국사태’로 정시확대 여론이 60%를 넘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차원으로 2023학년까지 정시 모집 비율을 40% 이상 높이겠다는 ‘찔끔’ 대책 발표로 여론을 무마시켰다”며 정치적 의도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교육공약으로 대입을 뒤집을 수 있다는 인식부터 문제라는 게 교육계의 시각입니다. 정치적 계산이나 여론에 따라 매번 교육정책이 바뀐다면 일관성이 깨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교육정책을 통해 정치적 위기를 넘기려는 모습을 반복해왔습니다. 특히 입시제도 손보기는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교육에 관심이 많은 우리나라 유권자들에게 파급력을 가진 카드로 활용돼 왔습니다. 문재인 정부를 포함해 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대입정책을 급격하게 뒤집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배경입니다. 올해 정당들은 정시비율을 조금 더 높이려는 것 역시 다르지 않다고 평가받는 상황입니다.

결국 가장 확실한 대안은 ‘정권초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10년 단위 중장기 국가교육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국가교육위를 통해 일관된 정책을 운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안별로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논의가 가능하다는 것도 강점입니다. 그렇지만 국가교육위는 설치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3월 초안이 공개됐던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법률’은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기 때문입니다. 2월 출범한 3기 국가교육회의가 국가교육위 설치 법률안의 신속한 입법화 추진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혼란스러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정치의 기본은 사람들 사이의 의견 차이나 이해 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는 것입니다. 정당들은 대입 정시 선발비율을 40% 50% 70% 등으로 정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대입과 같은 교육정책이 수요자를 중심으로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치적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정권초월 국가교육위 설치를 위해 초당적인 협력을 보여주는 것이 정치권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로 여겨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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