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클리닉] 인간과 바이러스의 전쟁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인간을 괴롭혀 왔다. 이번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흔들 듯이 예전부터 바이러스는 인간의 생명을 계속 위협했다.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라는 불법비디오 방지 캠페인에 나오는 ‘마마’는 인간을 가장 많이 사망하게 한 바이러스이다. 마마의 정식명칭은 천연두이다. 기원전 3세기 이집트의 미이라에서도 발견된 천연두는 18세기 유럽에서 매년 40만명 정도를 사망하게 했고, 20세기에 들어서는 3억명에서 5억명이 천연두로 죽었다고 추정된다. 1967년 한 해만 해도 1500만명 정도가 이 병으로 사망했다.

 

역사에서 보면 168명의 스페인 군인이 8만의 군대를 보유한 잉카문명을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스페인군이 잉카인들에게 천연두를 전염시켰기 때문이다. 스페인이 잉카를 점령하기 바로 전에 아즈텍 문명을 정복한 것도 천연두 때문이었다. 천연두에 면역력이 없는 아즈텍인들은 천연두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무참히 패했다. 2000만 정도의 인구가 스페인 침공 90년 후엔 160만명 정도 밖에 남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천연두는 인류의 노력으로 이 세상에서 없어졌다. 1977년 천연두가 마지막으로 발생했고, 1980년 WHO(세계보건기구)는 이 질병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고했다. 백신의 예방접종 때문이었다.

100여 년 전에 유행한 스페인 독감도 2500만명이상의 생명을 앗아간 바이러스성 질병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무오년(1918년) 독감으로 알려진 이 병으로 740만명이 감염되었고 14만명이 사망했다. 당시 인구를 2000만명 정도로 생각하면 전 인구의 37%가 이 병에 걸렸고, 환자 중 약 1.9%가 사망했을 정도로 심각한 바이러스 질환이었다.

바이러스 질환은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병의 경중이 크게 달라진다. 가벼운 감기도 바이러스로 인한 병이고, 사망률이 30%를 상회하는 에볼라도 바이러스 질환이다. 이번 코로나19도 100여 년 전에 유행했다면 스페인 독감 이상의 치명율을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확진자의 10% 가까이 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 시스템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 이탈리아의 의료수준은 100여 년 전의 유럽 의료수준에 비해 월등히 우수할 것이다.

스페인 독감을 겪은 100여 년 전과 코로나19를 맞이한 현재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발전된 의료수준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인간의 이동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는 점이다. 100여 년 전 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려면 배로 한 달 이상 걸렸을 텐데 지금은 10시간 정도면 이동할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진 이유다. 각 나라 안에서의 이동도 빈번하고 빨라졌기에 환자의 증가속도가 유례없이 빠르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바로 빠른 전파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백신과 치료제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전파속도를 늦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파가 빨리 되어 환자가 급속하게 증가하면 의료시스템이 무너진다. 우리나라 대구의 경우 확진자가 다녀간 응급실이 폐쇄되고, 접촉한 의료진이 격리된 경험이 있다. 분당의 제생병원 등도 마찬가지이다. 아직까지 코로나19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선 당연한 대응이다. 코로나19 때문에 폐쇄되는 병원이 늘고, 의료진들이 격리되어 의료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심각한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코로나19 때문에 대구의 대학병원 응급실이 폐쇄되었을 때 급성심근경색 등 시간을 다투는 환자는 어떻게 치료를 받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상황을 보면 전파속도를 늦추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명확하게 볼 수가 있다. 환자가 급속하게 늘어나자 의료장비와 의료진이 부족해졌고, 중증 코로나19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현장에서 살아날 확률이 높은 환자 위주로 치료를 하다 보니 노인 환자들이 제 때에 치료를 받지 못했다. 면역력이 떨어진 위중한 노인들이 치료에 소외되면서 환자의 치명율이 10%에 달할 정도로 위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에서 말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 전파속도를 늦추고, 의료시스템이 적절히 운용되기 위해 힘들지만 꼭 필요한 캠페인이다. 사람들의 접촉회수를 줄이면 전파력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일부 국가들이 이동중지 명령을 내릴 정도로 꼭 필요한 초기의 대책이다.

수없이 들은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3월25일자)의 ‘백병원 마스크의 기적’이라는 기사는 마스크가 코로나19 예방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대구에서 올라왔다는 사실을 숨기고 백병원에서 6일이나 입원해 진료를 받았던 78세의 환자가 단 한 명도 감염시키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마스크였다. 이 환자는 4인실에 입원해 있으며 ‘혹시나’하는 생각에 철저히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고 한다. 이 환자가 코로나19로 확진된 이후 의료진과 환자 등 250명이 진단을 받았지만 전원 음성으로 판정됐다. 온 국민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불편함을 무릅쓰고 마스크를 써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게 밝혀졌다. 나도 오늘 진료를 하면서 마스크 착용 매뉴얼대로 좀 더 철저히 마스크를 착용했다.

손 씻기와 손소독제 활용도 감염예방과 전파속도를 늦출 수 있다. 요즘 엘리베이터나 어떤 공공장소에 가도 손소독제가 비치되어 있다. 여러 명이 만지는 기구에 손을 댄 후엔 반드시 손소독제로 소독해야 한다. 나를 지키고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다.

모두가 기다리는 예방백신은 일반인들이 기대와는 달리 개발되지 못할 수도 있다.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인 사스나 메르스의 예방백신은 아직도 없다. 다른 바이러스인 에이즈도 예방백신이 없다. 천연두와 같은 바이러스의 예방백신은 개발되었지만,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백신 개발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전 세계의 제약회사들이 백신개발에 돌입한 만큼 하루라도 빨리 예방백신이 개발되길 바랄 뿐이다.

확진이 되더라도 평소 건강한 사람이라면 에이즈나 말라리아 등 다른 병에 쓰이던 약으로 어느 정도 치료는 되고 있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 손 씻기를 하며 전 세계가 마비될 정도로 위세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가 하루라도 빨리 종식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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