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바꾼 고교기여사업에 대학가 비상..'학종블라인드 졸속시행 밀어붙이기'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정시확대보다 학종죽이기가 더 문제입니다." 학종블라인드 졸속 강행으로 상위대학 입학담당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3월 대학 입학담당자들의 최대이슈는 코로나의 와중에도 16일까지 진행되는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이하 기여대학사업)의 예비접수. 대학들은 입학업무운영을 위해 필수적인 지원사업을 신청하기 위해 교육부가 밀어붙이는 정시확대와 학종블라인드를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학 한 관계자는 "정시확대는 논술을 일부 돌리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학종블라인드는 교육부가 내놓은 그림대로 시행한다면 수험생의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대학 입학처의 올해 가장 큰 이슈는 정시확대가 아니라 학종블라인드다. 기여대학사업 예산을 걸고 학종블라인드를 강행하려는 것으로 보아 학종죽이기에 나선 느낌이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여기에 교육부가 던진 예비접수 신청양식이 대학가의 불만을 터뜨리는 도화선이 됐다. 16일까지 접수하는 신청양식의 전형분류에 학종을 기타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신청양식의 전형분류는 학생부교과(A) 수능위주(B) 기타(C)의 3종으로만 되어 있다. 여전히 상위대학 최대전형이면서 그동안 기여대학사업의 근간으로 자리해온 학종을 기타(C)로 분류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수시전형기간에 상위대학들에 대한 대대적 감사를 통해 학종비리를 찾아내겠다고 현장을 들쑤시더니 감사결과에 대한 발표도 없이 이를 무기삼은 듯 수능확대를 강조하고, 이어 서류블라인드 조치를 통해 학종선발의 중심을 흔들며 폭탄을 대학에 던져놓은 정부가 이제는 전형분류마저 학종을 '기타'로 몰아놓으면서 아예 학종죽이기에 나섰다는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상황이다. 여러 대학 관계자가 "행정상 편의를 위한 조치"로 보고 있지만, 또 많은 관계자가 "정부가 암묵적으로 학종을 말살하고자 하는 사인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격분할 정도로 대학은 정부의 '학종죽이기'에 예민할 대로 예민해져 있다.

<오해의 출발>
올해 기여대학사업은 '예비접수'라는 특수단계를 거친다. 3월16일까지 대교협을 통해 제출되는 예비접수는 전형별비중을 표기, 이걸 정부가 요구하는 수능위주전형(이하 수능)비중이 2022학년까지 30%가 되는지 확인하는, 즉 지원자격이 되는지 보는 절차로 보면 된다. 사업이 시작된 이래 이제껏 없던 절차다.

그런데 대교협을 통해 각 대학이 확인한 예비접수 양식의 전형분류가 학생부교과/수능/기타의 3종뿐이다. "학종은 어디에 포함시켜야 하나, 기타가 되는 거냐"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정답은 기타로 분류다. '학생부교과전형과 수능위주전형을 제외한 전형유형으로 모집하는 인원의 합계'가 기타다.

학종은 기타로 분류하면서, 굳이 학생부교과는 수능과 마찬가지로 따로 분류하는 이유는 뭘까. 지방대학의 경우 수능 또는 학생부교과를 2022학년까지 30%가 되게 만드는 게 지원자격요건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16개대학(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은 2023학년에 수능40%가 되느냐도 체크하게 되어 있다. 40%를 넘지 않으면 예비접수를 할 수 없다.

3월16일까지 예비접수를 해야, 4월8일까지가 기한인 본접수를 신청할 수 있다.

결국, 학생부교과/수능/기타의 분류는 '2022학년까지 30%가 되느냐'를 보겠다는 행정적 편의를 위한 조치인 셈이다. 예비접수에는 학종이 사라진 채 전형분류가 되어 있지만, 본접수에서는 학생부교과/학생부종합/논술위주/실기실적위주/수능위주의 기존 5개로 전형분류되어 있다.

<현장반응 냉랭>
다만, 현장반응은 냉랭하다. 행정절차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예전에 없던 예비접수의 절차까지 거치며 학종을 굳이 기타로 편입시키는 상황이 학종에 대한 암묵적 핍박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학종의 전신인 입학사정관제의 각 대학 운영을 독려하고 지원하기 위해 출발한 기여대학사업에서 아무리 행정편의절차라 하더라도 학종이 기타로 분류되는 건 '얼굴 바꾸는' 최근의 정부정책으로 봤을 때 사업의 취지까지 바꾸고 있는 현실을 바로 보여주는 게 이번 예비접수 절차에서의 학종의 기타 분류다.

- 기여대학사업의 출발인 학종
교육부는 학종 운영과 확대를 근거,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대학입학사정관제지원사업, 2013년 입학사정관역량강화지원사업,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고교교육정상화기여대학지원사업,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으로 10여 년간 총 5141억7000만원을 풀어왔다. 지난 사업부터 1+1년, 즉 첫해 사업을 따낸 대학에 대해 1년 후 평가를 거쳐 관리대상을 점검하는 체제로 이번 사업도 1+1로 진행하면서 올해와 내년에 각 697억8000만원으로 풀릴 예산을 더하면 총 6537억3000만원 규모가 된다.

이번 사업 이전까지만 해도 학종 운영과 확대에 방점을 찍은 교육부의 기여대학사업 의지에 대학들이 화답했고 학종선발에 따른 재학생의 학교충실도와 발전성에 반해, 그리고 4차산업혁명의 시대흐름에 맞춰, 여기에 학생교과선택권이 강조된 2015개정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대학들은 학종선발에 자신감을 붙여왔다.

특히 논술을 폐지해가며 학종을 대대적으로 확대해온 서울대와 고려대가 모범으로 자리해왔다. 서울대는 '학종본산'으로 불리며 현장을 직접 찾아가 일반고와 도서지역 출신을 발굴,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지 않은 곳에서의 보석을 발굴해내는 체제를 선보였고 고려대 역시 선발이 아닌 발굴의 접근으로 입학처 명칭을 인재발굴처라고 바꾼 대학이다. 전형의 방법과 결과에 대한 각종 보고서와 안내서를 온오프라인으로 제공하며 '지방일반고도 할 수 있다'는 사인을 지속적으로 보내왔다. 두 대학이 기여대학사업에서 최상의 성과, 즉 서울대는 20억~25억원의 최고수준 사업비를 매년 수주해왔고 고려대는 학종을 정원내 정시포함 기준으로 기존 14.2%에서 2018학년 61.6%로의 확대를 예고한 2017년에 22억7230만원의 최고수준 사업비를 수주했다. 전년 16억6300만원보다 확실히 오른 금액이고, 2017년 당시 사업비 20억6800만원의 서울대보다 많은 사업비로 1위였다. 두 대학의 성과가 타 대학들에 전이되며 2018대입부터 학종시대가 열렸다. 결국 정부가 학종을 확대하라 사인을 보내온 것이다.

- 문제의 출발 '조국 사태'
문제의 출발은 '조국 사태'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장관후보로 지명된 작년 8월, 자녀가 무시험으로 대학과 대학원에 입학했다는 게 논란의 출발이 되었다. 특히 외고재학 중이던 자녀가 특기자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것이 논란이었는데, 당시 적법하게 입학한 것이었지만 '무시험'이라는 게 국민정서 반발을 일으켰고, 엉뚱하게 학종으로 불똥이 튀었다. 당시의 특기자전형은 지원자격과 출신고교제한 등의 문제가 심각해 현재는 폐지되어가는 상황이고, 학종은 전혀 상관없는 전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류평가와 면접평가로 진행되는 '무시험'이라는 데 '비리전형'으로 억울한 프레임이 씌워졌다.

정부는 갑자기 학종이 공정하지 못하다며 작년 가을 학종비리를 캐봤지만, 현재까지 감사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성과가 없었는지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성 강화 조치'를 내놓았고, 방안은 엉뚱하게도 수능확대로 귀결되었다. 수능확대 움직임은 묘하게도 여론몰이와 궤를 같이해 왔다. 재작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교육부차관이 서울소재 상위권 대학 각 총장실에 전화를 걸어 수능확대 의지를 보여주더니, 작년 8월 '조국 사태' 직후 9월 야당 김재원 의원이 여론을 의식한 듯 정시100%의 주장을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발의했고, 이에 역시 여론을 의식한 듯 여당이 정시40%를 주장, 밀어붙이면서 학종을 위축시키고 있다.

- '반기 들면 쳐낸다'?
정부가 재작년부터 수능확대 의지를 보이면서, '반기를 드는 대학은 쳐낸다'는 사인이 여러 방향으로 흘러나왔다. 일단 포스텍이 기여대학사업에서 탈락했다. 포스텍은 일반대학으로 분류되지만 포항공대로 출발, 성격이 이공계특성화대학과 다를 게 없다. 연구실험이 중심인 대학교육 특성상 입시 역시 5지선다 수능이 아닌 전공적합성과 발전가능성을 확인하는 학종이 최선이다. 포스텍은 정시 없이 수시 학종으로만 100% 학생을 선발해왔다. 이런 상황에 수능확대는 포스텍에 맞지 않다. 대학철학과 시대흐름을 거스르는 수능확대에 포스텍이 총장부터 반기를 들고 나온 직후 기여대학사업에서 탈락한 것은 현장에서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포스텍은 입학사정관제 시절부터 전형을 매우 전문적으로 운영해온 대표적 대학이다. 해당사업에 참여한 2008년부터 해마다 꾸준히 사업수주에 성공해왔으며, 사업비도 대학규모에 비해 넉넉한 편이었다.

특히 작년 가을 수시전형기간에 들이닥친 감사를 받은 16개대학(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은 2023학년까지 수능40%로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도 받고 있다. 16개대학은 '학종을 열심히 운영해온 인서울 상위권 대학'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 대학의 전형운영에 따라 대입의 수준이 바뀔 정도로 선호도가 높은 대학들이다. 16개대학을 향해 학종비중이 높은 대학이라며 감사의 칼날을 들이댄 정부는 해를 넘긴 아직까지도 감사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감사결과 아무 혐의도 나오지 않은 건지, 혐의가 나왔으나 이번 정부의 수능40% 방침에 고분고분 따르라는 무언의 압박인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현장 전언이다. 특히 감사를 행했던 시점이 수시전형기간, 즉 서류를 심사하고 1차 합격자를 발표하고 면접을 실시하는 초긴장 상태의 전형기간이었다는 데서 현장을 무시한 어이없는 처사라 하겠다.

- 서류블라인드가 '국민의 요구'?
올해는 '서류블라인드'라는 청천벽력까지 겹쳤다. 많은 대학들이 이미 수년 전부터 실시해온 면접블라인드에 이어 당장 올해 치르는 2021대입부터 서류블라인드를 하겠다는 것이다. 1차 서류평가를 통해 검증한 후 2차 면접을 실시하면서 면접블라인드를 실시하는 건 문제가 없다는 게 대학들의 입장이다. 반면 학종선발에는 큰 문제가 생긴다. 평가과정과 결과에 확신이 없다는 거다.

서류블라인드를 통해 올해 대입부터 수험생의 이름 고교명은 물론 주민번호까지 가린 학생부가 원서접수대행업체를 통해 '가번호' 처리되어 평가대상이 된다.

따로 제출하는 자소서와 추천서가 해당 가번호에 맞게 따라붙을지 의문이다. 농어촌전형의 경우 소재지 고교 재학여부에 대한 지원심사가 불가능하다. 지역균형전형의 경우 학교별 추천인원제한에 따라 고교공문을 통해 추천학생명단과 실제 지원학생명단을 교차검증하는데, 고교명이 블라인드될 경우 이 절차가 평가이후로 지연된다. 평가 후에 지원자격심사를 진행한다 해도, 각 단계에서 지원자격 미충족자에 밀려 탈락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이를 악용해 지원자격 미충족자를 다수 지원시켜 특정 모집단위의 경쟁률을 올린 뒤 부정적으로 입학하는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다.

학생부의 온라인제공 미동의 학생과 미제출 학교는 물론 검정고시 해외고 출신에 대한 방안이 전혀 없는 상태다. 온라인 제공에 동의하지 않는 수험생이 오프라인으로 학생부를 제출했을 경우 고교정보 블라인드 처리를 어떻게 할지 방법이 마땅치 않다. 과학영재학교와 같이 학생부 형태가 달라 나이스에 올리지 않는 경우에도 어떻게 블라인드처리한다는 것인지 실행 세부방안이 없는 상태다.

'회피/배제' 절차 운영에도 서류 블라인드 처리가 문제다. 평가자와 관계있는 수험생인지, 즉 서류평가자나 면접위원이 수험생과 가족 등으로 엮여있는지 아닌지 검증하려고 '자진신고(회피)-시스템검증(배제)-재검증-사후검증'의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평가이후에 블라인드 항목이 포함되어 학생부가 전송된다 하더라도, 평가자와 수험생의 관련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수험생의 주민번호 성명이 없으므로) 시스템검증과 재검증의 단계를 진행할 수 없게 된다.

평가 자체도 문제다. 고교정보와 고교프로파일이 제공되지 않으면, 지역별 학교별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결과만으로 평가되는 부작용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고교자료는 특정 학교에 특혜를 주려는 게 아닌, 고교를 정확히 이해하기 평가하기 위한 자료다. 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학종대비에 유리한 특정 학교유형 지원자들의 합격률을 높이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게 대학 입장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게 되면 가장 피해를 입는 건 지방의 평범한 고교에 다닌 대다수 학생"이라며 "기회의 공정성 측면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대입부터 학생부는 서류블라인드 처리방침에 따라 대학에 2단계로 온라인 제공되는 걸로 바뀌기까지 한다. 서류평가 전에는 블라인드 학생부가 전송되고, 평가 후에는 블라인드 항목이 포함된 학생부가 재전송된다. 그런데, 교육부가 말하는 '평가 후'라는 시점이 불분명하다. 서류평가 이후인지, 또는 면접평가 이후인지, 아예 전형이 종료된 이후인지 불분명한 방침을 내놨다. 서류평가 이후라면, 면접 없이 서류평가만으로 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의 경우 정말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학생부만으로 평가, 그 평가가 과연 공정한지 자격검증은 되었는지 평가자 스스로도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면접평가 이후라면, 최종합격자 발표까지 열흘가량 수험생의 지원자격 검토와 자료 검증을 진행하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전형이 종료된 이후라면, 이야말로 지원자격미달 등 문제가 생긴 합격자가 불합격하고, 단계별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된다. 현장 모르는 탁상행정의 단면을 보여주는 한 사례가 이번 정부가 강행하는 서류블라인드다.

이 같은 폭탄을 정부는 당장 2월 안으로 아웃라인을 그린다는 계획이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논의는 쏙 들어갔다. 와중에 올해 수시 원서접수 직전인 8월까지 시스템을 마무리하는 걸로 정부가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책임을 떠안을 게 뻔한 대학은 난감하다. 무엇보다 그간의 학종선발의 긍정적 측면이 왜곡되는 데 대한 회의가 크다. 한 대학 관계자는 "평가가 불가능한 방향으로 학종을 몰아가고 있다"며 "학종말살정책 아닌가 싶다"고 우려할 정도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류블라인드가 '국민의 요구'라는데 이게 어떤 국민의 요구인지 궁금하다"며 "여론에 교육을 흔드는 상황이 거듭되어 현장도 힘들지만 교육의 미래가 안 보인다"고 걱정했다.

<걱정되는 향후 3년.. 선거철 따라 바뀔 정책>
현장이 제기하는 문제를 교육부도 모르는 것 같지는 않다. 한 대학 관계자는 "현 수능40% 정책도 대입정책과가 어떻게든 고군분투해 버텨낸 결과로 알고 있다. 정시를 더 늘리면 2015개정교육과정의 고교학점제가 망가질 것이라는 걸 정부 실무자도 알고 있는 것"이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무자가 아무리 버틴다 하더라도 위에서 내려오는 방침을 어디까지 막을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전했다. 근거로 현 정부 들어 우왕좌왕하고 있는 정책들을 들 수 있다.

2022수능확대 2023수능40% 2024비교과폐지에 이어 2025고교학점제도입 2028수능체계개편에 이르기까지 정책변화예고가 난립해있다. 특히 2015개정교육과정의 고교학점제에 도달하기까지 수많은 혼선이 있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 자신의 진로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고 누적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다. 학생선택을 중시한 2015개정교육과정과 맞물려 진행되는 게 맞다. 그런데 2015개정교육과정의 첫 세대인 올해 고3은 고교학점제와 거리가 멀다. 고교학점제는 올해 마이스터고가 도입하고, 2022년 전체 고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도입한다. 올해 고3은 교육과정과 거리가 먼 수능을 치른 정책희생양의 대표적 사례다. 교육과정은 선택권을 강조한 2015개정교육과정 아래 있지만, 수능은 그 이전인 2009개정교육과정의 체제로 치른다. 여기에 일부 수능과목변화가 있으면서 전년 입결의 활용도가 낮다. 재수도 힘들다. 2022대입의 수능은 공통/선택과목으로 나뉘면서 아예 다른 체제다. 학종도 만만치 않다. 당장 올해 대입에서 서류블라인드 여파로 어떤 형태의 피해를 입을지 불안한 상황이다. 내년에 실시하는 2022대입부턴 정시가 대대적으로 확대된다.

정시확대에 대한 현장우려는 심상치 않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정시30% 이후 40% 되면 이월 합쳐 50% 가까이 정시가 되는데, 이렇게 되면 고교현장이 경직된다"며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바꿀 때 초기수능이 왜 그런 모습이었는지 잊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인가. 현 수능은 초기의 수학능력검증의 목표를 잊고 문제유형풀이에 매몰되어 있다. 학종확대를 통해 고교내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살아난 현장이 이제 문제풀이학습과 학원숙제하느라 엎드려 자는 걸로 다시 돌아갈 판"이라고 걱정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한 영재학교 관계자는 "정시가 50% 가까이 되면, 영재학교 학생들도 정시만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 연구활동을 하는 것보다 수능준비를 하는 게 훨씬 쉬운 아이들이다. 안 그래도 의대 치대로 빠져나가는 학생들이 있고, 이제 약대까지 학부로 넘어와 약대로 간다는 애들도 생길 텐데, 문제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대학의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대학들이 그간 학종확대를 추진해온 배경에는 '학교충성도'의 측면도 있다. 정시로 선발된 학생들이 반수해서 타 대학으로 빠져나가는 비율이 수시로 선발된 학생들보다 많다는 것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이 한 번 더 수능을 통해 소위 높은 서열의 대학으로 옮겨가려는 움직임이 그간 상당했다. SKY만 해도 각 200~300명 되는 걸로 안다. 서울대 위에 의대가 있는 현 상황에서 도미노 현상은 더 심각해질 것이고, 이는 교비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양산과 전형 왜곡의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물론 정시가 확대되면 수시이월인원을 최대한 줄이려 할 것"이라면서도 "정시확대 사인만으로도 고교현장이 문제풀이연습장으로 무너질 것은 뻔한 사실"을 걱정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정시확대 문제보다 올해 대입에서 핫이슈인 것은 서류블라인드"라고 재차 강조했다. 정시확대는 이미 발표되고 예고된 것으로 이행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사고' 나기 십상인 서류블라인드를 당장 올해 강행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도 "서류블라인드 관련 매우 문제가 심각하다. 지금은 문제가 뭔지 아무도 모른다. 수요자는 일이 터져야 문제를 인식할 거다. 지금은 어떤 문제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는데 교육부가 생각이 아예 없다. 밀어붙이기만 한다"고 격분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건 선거철마다 바뀌는 입시정책이다. '큰 돈 안들이고 쉽게 바꿀 수 있는 정책'이 입시정책이라는 데서, 선거구호로 입시가 이용당하는 현실에 교육의 미래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앞으로 3년 정도가 대혼란기일 것, 뭔가 정책카드를 하나씩 들어야 하기 때문"이라 우려한다.

올해 4월총선을 앞두고도 입시현장은 아수라장이다. 성과를 강조하기 위한 현장 뒤집기는 이미 앞서 설명했다. 4월총선으로 내용이 마무리되는 것도 아니다. 총선 끝나면 바로 '대선모드'로 돌아갈 게 뻔하다. 대선이 끝나면 바로 '지선모드'로 돌아갈 거다. 대선은 2022년 3월, 지선은 2022년 6월로 이어진다. 현 정부는 대선 이후 첫 실시되는 2023학년 대입까지 손대고 있다. 어떤 정부이든 간에 3년예고제에 따라 2025학년 대입은 어떻게든 또 바꾸려 할 테다. 현장에서 "정권초월 국가교육위 설립"을 갈구하는 배경이다.

<기여대학사업이 뭐기에>
이번 기여대학사업은 3월에 예비접수, 4월에 본접수, 5월까지 서면평가와 면접평가를 거친 후, 5월에는 사업선정대학을 확정해 발표한다. 2020년 총 사업비는 697억8000만원이다. 지난 사업에 이어 이번 사업도 올해 선정된 대학은 내년 재평가를 거쳐 계속지원될지 정부의 집중관리를 받을지 결정된다. 2021년의 사업비도 2020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기여대학사업은 비단 700억에 육박하는 기여대학사업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대학들이 날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포스텍이 수능전형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반기를 들자마자 기여대학사업에서 탈락한 것처럼 정부의 그간 행로를 봐왔을 때, 교육연구와 관련된 다른 사업으로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여대학사업에서 밉보이면, ACE+(대학자율역량강화) CK(대학특성화) PRIME(산업연계교육활성화) CORE(대학인문역량강화) WE-UP(여성공학인재양성) LINC+(사회맞춤형산학협력) BK21+(교육연구역량강화) 등 교육부의 손의 뻗치는 대형사업의 수주도 껄끄러워질 테니 일단 상대적으로 얼마 안 되는 사업비이지만 일반 국민의 이해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기여대학사업에 최대한 협조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일반 국민에게는 다양한 교육 및 연구 지원사업보다 입시와 관련된 기여대학사업이 미치는 파장이 크다. 학종확대와 현장착근의 과정을 거치며, 거기에 기여대학사업의 출발이 대학입학사정관제지원사업이었고 학종에 힘을 실어주던 기여대학사업이 '반 학종'으로 얼굴을 바꾼 이해 안 되는 상황에서도 대학들이 이에 협조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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