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졸속강행 멈춰야'.. '고교추천 고른기회 전반 차질 가능성'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교육부가 당장 올해 면접은 물론 서류까지 블라인드 처리를 강행한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전형을 진행해야하는 대학은 물론 학종전형을 준비하는 고교와 학생 학부모 모두 비상이 걸렸다. 학종 지원자격 검증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특히 최고 선호대학인 서울대의 일반고 진입통로로 인식되는 지균을 비롯한 고교추천성격의 전형의 경우 지원자가 지원자격을 얻은 수험생이 맞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서울대측도 아직 학종블라인드전형 운영방침을 전달받은 상황이지만 신원미제공시 지원자격심사가 불가능해지면서 전형운영자체를 난감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 이대로라면 선발 자체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나온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의 구체적인 방안을 기다리고 있으나 코로나 여파로 더딘 듯하다”며 “개인에 관한 신원을 주지 않으면 지원자격 심사가 필요한 학생들을 심사할 방법이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교육계에서는 올해 학종 블라인드 졸속강행을 중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전문가는 "학종중심의 상위대학 전형 전반이 불안정해진다. 블라인드처리를 하더라도 과정상 발생가능한 모든 문제점들이 해결된 다음해도 늦지 않다. 준비하는 대학만 고교교육기여사업으로 찍어눌러서 될 일도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올해 준비해야할 고교와 학생 학부모들이다. 어떻게 진행되는 지 전형의 안정성은 있는지 충분히 설명하고 준비할 수 있는 여유를 줘야한다. 졸속으로 문제가 생길게 뻔한 학종 블라인드를 강행하는 건 조국사태로인한 공정성논란 때문인데 조국사태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특기자의 문제이지 학종의 문제도 아니다. 특기자 전형의 맹점을 이용한 조국의 입시비리로 학종 준비 수험생들이 피해를 대신 받는 상황이 말이 되는가. 학종은고교추천뿐 아니라 고른기회에서도 가장 주된 통로가 되는 전형이다. 조국사태의수습방안인 공정성조치에고른기회 수험생이 피해입는 것은 너무 불공정하지 않는가 "라고 비판했다.

 

교육부가 당장 올해부터 서류 블라인드까지 강행하면서 고교추천, 고른기회 등 지원자격 검증이 필요한 전형 운영에 차질이 우려된다. 최고 선호대학인 서울대의 일반고 주요 통로로 인식되는 지균에서 지원자격 검증이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 이목이 집중된다. /사진=서울대 제공
교육부가 당장 올해부터 서류 블라인드까지 강행하면서 고교추천, 고른기회 등 지원자격 검증이 필요한 전형 운영에 차질이 우려된다. 최고 선호대학인 서울대의 일반고 주요 통로로 인식되는 지균에서 지원자격 검증이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 이목이 집중된다. /사진=서울대 제공

<신상 미제공.. ‘지원자격 심사 자체 불가’>
교육부의 이번 강행은 지난해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른 조치다. 출신 고교의 후광효과를 차단한다는 목적으로 고교정보를 블라인드 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학에 전송하는 자료에서 출신고교 정보를 제외해, 블라인드 평가를 대입 전 과정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 면접에서만 진행하던 블라인드 평가를 서류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고교프로파일까지 폐지하면서 고교정보의 평가반영을 차단하기로 했다.

교육부 방침대로라면 성명 주민번호 사진 등 인적사항은 물론 학적사항(학교명), 수상경력(수여기관), 창체활동(봉사활동실적 주관기관) 등이 모두 가려지게 됐다.

문제는 서류 블라인드에 따라 빚어질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전혀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개인에 대한 신원이 아예 제공되지 않을 경우 지원자격 자체를 심사할 방도가 없는 상황이다. 대학들은 교육부의 구체적인 방안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지만 더딘 상황이다. 교육부 대학 고교 대교협 관계자들이 모여 관련 논의를 24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급작스레 무기한 연기됐다. 

지원자격 심사가 필요한 대표적인 전형은 서울대 지균이다. 서울대 지균은 학교별로 추천인원 제한(2명)이 있다. 지원자가 학교 추천을 받아 지원자격을 갖춘 학생인지 검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고교 공문을 통해 추천학생 명단과 실제 지원 학생 명단을 교차 검증해 지원자격을 검증하고 있다. 하지만 고교명 자체가 블라인드 될 경우 해당 절차가 평가 이후로 지연될 수밖에 없다. 

지균 혼란의 가장 큰 피해는 일반고가 입게 된다. 서울대 일반전형 역시 일반고 학생들도 합격을 기대할 수 있는 전형이지만, 지균은 고교당 2명 추천으로 범위를 좁히고 있어 일반고 출신의 주요 서울대 루트로 통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균 합격자를 배출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지방 일반고 중심으로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당장 수시접수가 반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에 대한 충분한 안내가 고교 현장에 없는 상태라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당장 올해 도입이 섣부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학 한 관계자는 “올해 학종 블라인드 전면도입은 학종 수험생이 희생양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검토해본 결과 다양한 허점이 도출되는 상황이다. 대입전형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전형과정에서 벌어질 리스크들을 제대로 따져보고 검증해야하고 고교와 학생 학부모들에게 충분히 알려야 한다. 갑자기 전면도입할 문제가 결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지균뿐만 아니라 상위대학에서 고교추천 성격의 전형을 운영하는 곳은 9개대다. 건국대 KU학교추천, 경희대 고교연계, 고려대 학생부교과(학교추천), 동국대 학교장추천인재, 연세대 면접형, 이화여대 고교추천, 인하대 학교장추천, 중앙대 학교장추천이다.

고른기회 성격의 전형도 마찬가지다. 농어촌전형의 경우 농어촌 소재지 고교 재학 여부에 대한 지원자격 심사가 어렵다. 국가보훈대상자, 기초생활수급자, 특성화고졸재직자 등 전형별 지원자격이 명시된 전형들의 지원자격을 어떻게 심사할 것인지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질적인 평가 어려워>
블라인드 평가의 문제는 지원자격 심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원자의 전반적인 교육환경을 이해할 통로가 사라진다는 점 때문이다. 학적 변동 시 변동 전후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 전학 자퇴 편입 등이 발생할 경우 지역 변동이나 학교 유형 변동 등을 확인할 수 없다. 

수상경력의 경우 수여기관을 블라인드 처리한다는 방침인데, 상의 명칭에 학교명이나 학교법인명이 들어갈 경우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문제다. 

봉사활동실적 주관기관을 블라인드할 경우, 봉사활동을 실시한 장소에 따른 질적인 차이를 평가에 고려하기 힘들어진다. 멘토링의 경우 교내에서 동급생들에게 실시한 것과, 보육원 또는 사회복지기관에 직접 방문해 실시한 것은 봉사에 들인 노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를 배제하고 평가한다면 질적인 평가가 어려운 상황이다.

<평가 이후 지원자격 심사 ‘대안 역부족’>
현재 협의자료 상에는 학생부 온라인 제공을 2단계로 변경해 평가 전에는 블라인드 학생부, 평가 후에는 블라인드 항목을 포함한 학생부를 재전송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평가 후’라는 시점 자체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면접평가 이후를 의미하는 경우 지원자격 검토 기간을 충분히 확보해야만 검증이 가능하다. 현재 계획된 일정 내에서는 기간 내에 지원 자격 검토와 합격자 선발, 데이터 검증을 모두 진행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평가 이후에 지원자격을 심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지원자격을 갖추지 못한 지원자까지 포함해 학생 전원을 평가하게 될 경우, 평가 전 지원자격 심사를 통해 이를 제외한 나머지 학생을 평가할 때와 인원 차이가 발생한다. 그 때문에 각 단계에서 지원자격을 충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자격 미충족자에게 밀려 탈락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에는 이를 악용해 지원자격 미충족자를 다수 지원시켜 특정 모집단위 경쟁률을 올린 뒤 부정적으로 입학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비슷한 사례는 2019정시에서도 발생했다. 서울 소재 일부 대학에서 정시 특별전형에 지원자격 조건을 갖추지 않은 지원자가 다수 몰리면서 경쟁률이 높아진 경우다. 대학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결과, 일부러 경쟁률을 높여 다른 수험생들의 지원을 주저하게 만들기 위한 조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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