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의 빙하기가 일어난 78만4천년 지구 기후 분석

[베리타스알파=나동욱 기자] 부산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단장 악셀 팀머만/부산대 석학교수) 연구팀이 미국 하와이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남극해 해빙이 이산화탄소를 바다 깊은 곳에 가둬 초기 빙하기 온도하락을 가속시켰음을 규명했다고 18일 밝혔다.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 농도는 산업혁명 이전(280ppm)에 비해 빙하기 시대가 80~100ppm 가량 낮았다. 빙하기 육지는 광활한 빙상으로 덮여 있어 지금처럼 식물이나 토양을 통해 탄소를 저장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빙하기 바다가 지금보다 더 많은 탄소를 저장했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빙하기 바다가 다량의 탄소를 머금게 된 과정에 남극해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남극해는 거대한 탄소 저장고인 남극심층수가 만들어지고, 표층 바람에 의해 바다 표면으로 용승하는 유일한 해역이기 때문에 남극해 변동은 전 지구 바다의 심해층과 탄소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기작에 의해 남극해가 여분의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연구진은 최첨단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 결과를 이용해 8번의 빙하기-간빙기가 일어났던 지난 78만4000년 동안의 기후를 분석했다. 칼 스타인 IBS 기후물리 연구단 연구위원은 "과거 한 시점만 분리해 분석하거나 남극해의 복잡한 역학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선행연구들과 달리 정교한 역학 모델을 통해 해빙 영향의 발생 시기 및 규모를 정량화한 최초의 연구"라고 설명했다.

기온이 하락해 해수가 얼어 해빙이 만들어지면 남겨진 바닷물은 굉장히 짠 염수가 된다. 차갑고 염분이 높은 물은 밀도가 커 해저에 가라앉아 남극심층수를 형성한다. 대기가 차가워질수록 해빙의 면적은 넓어지고, 다량의 무거운 심층수가 생긴다. 심층수는 용승하며 탄소를 대기로 방출하지만, 빙하기엔 해빙이 바다 표층을 덮어 심층수가 얼음 밑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해빙이 이산화탄소 방출을 막는 마개역할을 하는 셈이다.

연구진은 빙하기 초기 남극해 해빙 증가로 인해 바다 심층수와 중층수의 밀도차가 증가하고, 두 수괴 사이의 혼합 즉, 탄소 교환이 줄어듦을 확인했다. 혼합 작용의 감소로 인해 심해는 더 많은 양의 탄소를 가두고, 이 과정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30ppm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빙하기 중반부에는 해빙 면적과 두께가 최대에 다다르면서 용승된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지 못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10ppm 가량 추가로 감소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남극해 해빙이 기온 하락에 빠르게 반응해 온실가스를 심층에 가두는 식으로 빙하기를 증폭시켰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기온 하강-해빙 증가-대기 중 이산화탄소 감소-기온 추가 하강으로 이어지는 빙하기의 진행 과정을 밝히는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초기 기온 하락, 대기 중 탄소 감소 등 빙하기를 촉발시킨 비밀을 완전히 풀기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북반구 빙상 증가와 이에 따른 해수 내 염분 변동이 빙하기 초기 변동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2월18일 새벽5시(한국시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온라인 게재됐다.

(사진 왼쪽부터)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 칼 스타인 연구위원(주저자 및 교신저자), 악셀 팀머만 연구단장(부산대 석학 교수, 공동저자), 권은영 연구위원(공동저자) /사진=부산대 제공
(사진 왼쪽부터)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 칼 스타인 연구위원(주저자 및 교신저자), 악셀 팀머만 연구단장(부산대 석학 교수, 공동저자), 권은영 연구위원(공동저자) /사진=부산대 제공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