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비교과/자소서 폐지 ‘공교육 위축’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정시 확대 내용을 담아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두고 대학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대학교입학관련처장협의회는 16일 입장문을 통해 “수능위주전형이 사교육비를 증가시키고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각종 분석 자료를 외면하고 오히려 이를 확대함으로써 과정 중심, 학생참여 중심의 교실 수업을 다시 문제풀이 위주로 퇴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입 전형자료 간소화 방침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학생부 비교과 활동 및 자소서 축소/폐지는 학교 내 자율활동, 자치활동 및 독서/토론 교육 등 미래 지향의 고교 공교육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협의회는 “학종은 창의적 인재를 키우기 위한 2015개정교육과정의 방향성과 일치함에도, 관련 정책의 변화로 인해 학생의 종합적 정성평가를 어렵게 해 학생부종합전형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여론에 휘둘리는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협의회는 “사회적 상황에 따라 변하는 여론을 교육정책의 근거로 삼지 말고, 초중고 학생들의 교육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대입정책의 패러다임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정 대학을 선택해 일부 전형의 선발비율을 강제하는 정책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협의회는 “교육당국은 대학의 자율권을 인정하고 각 대학 선발 철학에 맞는 적격자를 선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향후 대학과의 활발한 대화를 통해 대학이 처한 환경을 충분히 고려해 대학 자율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정시 확대 방침을 비롯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전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대학들이 정시 확대 방침을 비롯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전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정시 확대 ‘교육 불평등’ 심화”> 
대학들은 교육부가 내놓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조목조목 짚으며 반박했다. 정시 확대 방침에 대해 협의회는 수험생 학부모 고교 대학 모두 혼란에 빠지게 만든 처사라고 지적했다. “2022대입제도 개편 방안 이후 1년 만에 다시 대입제도를 발표”했다며 “과정중심, 학생참여 수업이 위축되고 교실 수업이 문제 풀이 위주로 돌아가 공교육 중심의 학교 문화가 퇴행할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수능위주전형(정시)은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촉매제라고 지적했다. 수능위주중심으로 대입전형이 바뀌게 되면 교육불평등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각종 분석 자료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19학년 수능성적 결과’에 의하면 N수생이 재학생 대비 점수가 10점 가량 높고, 수능 1/2등급 비율은 서울이 전국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2018교육여론조사’에서는 월 6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은 수능을 압도적으로 선호했다. 지난해 발표된 논문 ‘배제의 법칙으로서의 입시제도’에서는 상류층일수록 대학입시에서 정시 전형을 뚜렷하게 선호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5년 경기도 교육연구원 월평균 가구소득에 따른 수능 평균점수 차이를 분석한 결과 소득과 점수가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81만원 이상 고소득층과 125만원 이하 저소득의 평균점수는 43.42점 차이가 났다. 2015년 발표된 논문 ‘부모의 교육과 소득수준이 세대 간 이동성과 기회 불균등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수능전형이 늘어날수록 사회 불평등은 더 크게 재생산된다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정시 확대 방침과 고교교육기여대학 사업을 연계하는 것은 모순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기존 고교교육기여대학사업은 학생부를 중심으로 학생의 고교 교육활동을 대입전형에 반영하는 것을 장려해왔기 때문이다. 기여대학 사업비 60% 이상이 학생부를 정성평가하는 전임사정관의 인건비로 활용되기도 했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라 2028학년 새로운 수능체계 마련이 예고된 상황에서, 교육부가 언급한 “2028학년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 평가방식 및 고교학점제 등 교육정책을 종합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전형은 수능이 아닌 학종이 더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고교프로파일 폐지.. “주어진 환경 내 노력 평가 어려워, 고교 격차 발생”>
전면 폐지가 예고된 고교프로파일의 경우 고교유형에 따른 불공정 평가를 위한 자료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학생부의 내용을 맥락적으로 종합평가하는 요소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협의회는 “고교정보 블라인드 처리 및 고교프로파일 전면 폐지 정책은 학교별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교육의 결과만 반영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학종 대비에 유리한 특정 학교유형 지원자의 합격률을 높이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짚었다. 

고교프로파일은 고교의 교육환경과 여건을 고려해 평가할 수 있도록 고교가 대학에 제공하는 자료로, 대교협에서 제공한 ‘학생부종합전형 공통운영 지침’에서 평가 타당성 제고를 위해 고교프로파일 활용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출신고교의 후광효과를 차단한다는 명목으로 고교프로파일 전면 폐지를 주문한 상태다. 협의회는 “고교정보와 고교프로파일은 특정 고교에 대해 특혜를 주려는 의도가 아닌, 고교를 정확히 이해하고 평가하기 위한 자료”라며 “13개대 학종 실태조사 결과 보도자료에서도 ‘평가자가 평가에 참고할 수 있도록 평가시스템에 프로파일을 제공하고 있으나, 프로파일을 활용한 고교별 가점 부여 등 사례는 미확인’이라고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히려 고교정보 블라인드와 고교프로파일 전편 폐지로 인해 또 다른 고교간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주어진 교육 환경 내에서 학생의 노력과 과정을 평가하기 어려워지면서 우수한 고교교육 과정 또는 학생부 기록이 좋은 고교 학생들이 대거 합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개별 고교 교육과정의 몰이해는 학생의 노력을 과대 혹은 과소평가할 위험성이 높고, 학종 평가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원자격을 제한하는 특별전형의 경우 특정지역(농어촌 학생) 특정 고교유형(특성화고)에 대한 확인 불가능으로 인한 지원자격 심사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봤다. 또한 고교유형별 지역별 선발결과에 대한 공시가 불가능하게 돼 정보 공개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짚었다. 

고교 서열화의 문제는 학종에서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고도 짚었다. 전형별 분석 및 전국 고3학생수 대비 등 다양한 분석을 실시한 결과, 서열화된 고교체제는 학종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 일반적인 현상으로, 학종의 문제점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열화된 고교체제에 대한 근거로 제시한 학종 합격자 고교유형별 평균 내신등급 역시, 학종 평가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분석 자료라고 비판했다. 학종에서 내신은 다양한 전형요소 중 하나임에도, 서열화된 고교체제를 대학이 반영했다는 식으로 발표됐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실태조사 자료에도 ‘분석의 단순화를 위해 평균 내신등급을 분석했으나, 학종에서 학업성적은 다양한 전형요소 중 하나이며, 여러 전형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가 진행된다는 점, 개별전형별로 내신등급(교과성적)을 반영하는 방식이 다양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소서/비교과 대입반영 폐지.. “또다른 학생부 분쟁 시작”>
학생부 비교과 활동과 자소서 폐지의 경우 학종 전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학종 평가 근간인 종합적 정성평가를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급격한 평가자료 축소가 초래할 부작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봤다. 교육부는 앞서 공정성 강화방안을 통해 학생부 기재항목을 축소하고, 2024학년부터 정규교육과정 외의 비교과 활동은 대입에서 반영하지 않도록 했다. 자소서는 2022~2023학년은 문항/글자수를 축소하고 2024학년부터는 폐지할 방침이다. 

자소서 폐지의 경우 학생의 소명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을 우려했다. 학생 진로 변경과 교과목 선택 등 교내 활동에 대한 자기 소명의 기회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학생부 기록의 편차 문제도 짚었다. 학생부 기록에서 내신, 선택교과 이수, 세특에 대한 중요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학생부 특정 요소를 관리하려는 치열한 경쟁, 기록 부풀림, 학교/교사 간 기록 편차에 따른 유불리 상황이 더 가중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협의회는 “자소서/비교과 폐지로 문제점이 해소되는 것이 아닌, 학생부 기록에 대한 또 다른 분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부 주요항목에 대한 대입 반영 폐지에 따라 학교 내 자율활동이나 자치활동, 독서/토론 교육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교과목 이수 현황, 내신 성적 등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수시가 학종보다는 교과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학종 평가정보.. 학종 가이드북 등으로 보완>
학종 실태조사에서 지역별/부모소득별 자료만 유독 학종/수능을 구분하지 않고 섞어 발표한 데 대한 의구심도 나타냈다. 13개대 실태조사 자료를 비롯한 여타 자료에서도 서울지역 합격자 비중은 수능이 높고, 국가장학금 수혜율은 학종이 높다. 그만큼 학종이 지역다양성이 크고 사회균형기능이 크다는 의미다. 여영국 정의당 의원실이 발표한 ‘2017~2019년 서울대 최종 등록자의 고교 소재지 기준’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의 고교 졸업생 비중이 17%인 반면 정시 입학생 비중은 42.8%에 달했다. 경기 지역은 졸업생 비중이 25.4%, 정시 입학생 비중이 27.2%로 비슷했고 7개시는 졸업생 비중 26.4%에서 정시 입학생 비중 14.7%로, 8개도는 졸업생 비중 31.2%에서 정시 입학생 비중 15.3%로 줄었다. 

학종 평가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학종 가이드북 제작, 평가정보/전형결과 홈페이지 공개 등을 근거로 들어 반박했다. 모집요강은 입시와 전형에 관한 주요사항을 명시하는 것으로, 전형 정보에 대한 세세한 내용보다는 핵심적 내용을 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협의회는 “정성평가를 근간으로 하는 학종 특성상 정량평가를 하는 수능/교과전형과 비교해 정보가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각 대학은 학종 가이드북 등을 발간해 평가와 관련한 세부사항과 전형결과(합격자 평균 내신, 합격사례) 등을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종 평가 신뢰성에 대한 비판 역시 부정확하다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앞서 학종 실태조사 결과에서 ‘일부 대학에서 서류평가 시간이 5분 미만인 경우가 전체의 35%’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협의회는 “정확한 수치를 산정할 수 없는 평가시스템 접속기록을 근거로 부정확한 결과를 단정적으로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대학별로 기재금지/표절 기준, 처리 절차가 다르고 실질적 불이익 처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양한 검증절차를 통해 신중하게 처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협의회는 “유사도 비율은 수험생이 각 대학에 제출한 자소서 작성 양에 따라 상이하게 도출된다. 유사도 비율에 따라 기계적으로 불이익 처분하는 것이 공정한 처리라고 할 수 없다. 소명을 받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절차를 거쳐 불이익 처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기재금지위반에 대한 처분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대학이 평가과정에서 발견한 위반사항을 교육부에 보고하도록 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봤다. 대학은 학생부 평가에 대한 책무성이 있을 뿐, 위반사항을 보고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협의회는 “학생부의 기재금지위반에 대한 문제는 고교와 교육청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면서 “학생부 평가의 주된 목적은 ‘감시’와 ‘처벌’이 아닌, 학생 역량 파악”이라고 강조했다. 

<외부공공사정관 전문성 확보 문제.. 역할/신분도 모호>
외부공공사정관 평가 참여의 경우 역할과 신분이 모호하다는 점을 가장 먼저 지적했다. 소속이 불분명한 외부공공사정관에게 학종 평가의 공정성을 의무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입정보 유출, 회피/배제 검증, 교육훈련 미이수 등에 따른 직무윤리 위반 시 외부 인사에 대한 대학 차원의 규제방안을 적용하기도 어렵다고 우려했다. 

전문성을 가진 외부공공사정관을 확보하는 것 자체도 어렵다고 봤다. 평가 전문성을 갖추었는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과 가이드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입시보안을 유지하고 회피배제 조건, 교육훈련 이수 등을 지킬 수 있으며 장기간 평가기간에 참여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자체에도 의문을 표시했다.

면접 등 평가과정을 녹화/보존하도록 한 데 대해서는 전형료 인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장비 대여, 관리, 기타 인건비 등 운영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면접관과 피면접자 모두 녹화 장비를 의식해 면접 자체에 부담을 가질 수 있어 자연스러운 면접 분위기를 조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전임사정관 확보도 어려운 실정이다. 교육부가 제시한대로 서류평가 시 전임사정관 1인이 반드시 참여하려면 전임사정관의 숫자가 지금보다 5배 정도 많아지거나, 전임사정관 1인당 평가인원이 5배 정도 증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협의회는 “현재보다 학종 선발비율 축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임사정관 증원은 어려운 현실”이라며 “학종 실태조사를 받은 13개대 전임사정관 중 정규직은 23.5%인데 이런 환경에서 평가 전문성을 가진 적정 전임사정관 확보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원자 1인당 적정 시간’의 산정 근거도 모호하다고 덧붙였다. 지원자 특성이나 각 대학 평가환경 등을 고려하지 않고 1인당 평가시간을 규정한다는 것은 형식논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협의회는 “기계적인 양적 기준은 평가공정성을 위한 근본적 대책이 아닌, 외부 시선을 의식한 형식적 규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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