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클리닉] 냉증

우리 몸은 매일 변한다. 아니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변하고 있다. 식사를 하면 혈당이 올라가고, 공복이 되면 혈당이 떨어진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압이 올라가기도 한다. 운동을 하면 심박수가 증가하고 안정을 취하면 당연히 심장속도가 느려진다. 체온도 변한다. 외부에서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면역체계가 항진되면서 고열이 난다. 운동을 하면 체온이 올라가 땀이 난다. 아침 기상 전에 체온이 가장 낮아지기도 한다. 그런데 몸이 계속 차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 수족냉증이 심하다는 표현도 한다. 유독 아랫배가 찬 경우도 있다.

 

한의원에서 뜸을 뜨다 보면 “오늘 몸이 따뜻해지지 않는데요. 쑥의 양이 적은 건 아닌가요”라고 말하는 환자들을 자주 본다. 수십 번 똑같은 뜸을 뜨는데 유독 온기가 덜하니 이상할 만하다. 대부분의 경우 이유는 분명하다. 과로했기 때문이다. “어제 일을 많이 하셨나 봐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그렇다”고 답한다. 우리 몸은 이처럼 예민하게 반응한다. 과로하거나 피로가 누적되면 몸이 냉해진다. 몸에서 생산하는 에너지보다 더 쓰면 어디선가 부족한 만큼 에너지를 빼야 한다. 가장 타격을 받는 게 바로 체온유지를 위한 에너지인 셈이다. 일의 양을 줄이고, 수면을 충분히 취하면 몸은 바로 회복된다. 문제는 피로가 누적되는 것이다. 피로가 쌓이고 몸의 기능이 떨어지는 상황이 계속되면 냉증이 나타난다. 손발이 차고 아랫배가 찬 증상에서부터 온몸이 시린 증상까지 병의 증상은 다양하다.

냉증을 다시 설명하면 부족해서 생기는 증상이다. 내 몸이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만들어 내지 못하거나 에너지를 과도하게 써서 나타나는 증세다. 에너지 공급이 부족하면 각 부위 보내는 에너지를 전체적으로 줄인다. 몸이 조금 차가워지는 정도이다. 하지만 부족한 현상이 오래 지속되고 에너지양이 더욱 줄어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머리나 뱃속으로 보내는 에너지는 지나치게 줄일 수 없다. 팔다리는 에너지 필요량의 80%정도만 보내도 견딜 수 있지만, 뇌나 장부의 경우 최소한의 에너지 즉 혈액 공급은 이뤄져야 한다.

임상적으로 보면 가장 먼저 차가워지는 부위가 발끝이고 그 다음은 발이다. 기능이 더 떨어지면 무릎과 손끝이 차진다. 무릎이상까지 차기 시작하면 아랫배도 냉 해진다. 아랫배가 찬 것을 넘어 온몸이 차다고 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장부의 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기능도 저하된다는 이야기다. 가뜩이나 부족한 에너지가 더 부족해지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 지경에 이르면 면역력이 저하된다. 쉽게 감기에 걸리게 되고 상처가 나도 잘 아물지 않게 된다. 소화력도 떨어지고 식욕도 저하된다. 언제 어디서 어떤 병이 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기업체에 비유하면 법정관리 수준이다. 버는 돈보다 쓰는 비용이 많아 은행 등 금융권에서 필요한 돈을 대출해 쓰다가 이제는 더 견딜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50대 후반의 남자분이 냉증과 온몸의 통증으로 내원했다. 173cm인데 몸무게가 50kg을 겨우 넘는 단다. 80대 할아버지 같이 몸이 구부러져서 골밀도 검사를 해보라고 했다. 요추와 대퇴골두의 골밀도가 마이너스 4정도였다. 여자와는 달리 남자들은 골밀도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경우가 별로 없다. 이 정도로 나빠진 환자는 임상에서 처음 보는 경우였다. 골밀도가 80대 할머니들의 평균보다 떨어질 정도이니 다른 기능은 거론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었다. 식사를 통해 몸에서 만들어 내는 에너지보다 과소비하는 생활이 오래되어 나온 증상이었다. 과소비기 지속되다 보니 뼛속에서도 영양분을 빼 쓴 결과였다. 손발이 찬 이유도 너무 명확했다. 직업인 택시운전을 당분간 쉬라고 권하고, 장부의 기능을 보강하는 한약 처방을 했다.

한증은 초기라면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다. 과로를 줄인 상태에서 한두 번 보약을 복용해도 잡히기도 한다. 손발이 약간 시린 경우라면 스스로 관리를 잘 해도 나을 수 있다. 가장 우선되는 것은 쉬면서 몸을 차게 만들지 않는 것이다. 몸이 차다면서 찬 물을 많이 마시고, 냉면이나 메밀 같은 찬 음식을 먹으면 몸이 따뜻해질 수 없다. 냉증이 있다면 당연히 찬 음식은 피해야 한다. 커피보다는 생강차 인삼차 계피차 등 몸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차를 마시는 것도 좋다. 자기 전에도 족욕이나 반신욕을 통해 몸을 덥혀야 한다. 족욕이나 반신욕도 지나치면 마이너스다. 뜨겁지 않은 따뜻한 물로 오랫동안 30분정도 하는 것이 좋다. 땀이 나지 않을 정도로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땀은 우리 몸을 식히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30여 분간 땀이 나지 않을 정도의 적절한 온도로 몸을 덥히는 것이 좋다. 하기도 편하고 혈액을 통해 뱃속까지 덥힐 수 있는 족욕이 반신욕보다 더 좋다. 족욕도 하기 힘들다면 차선책으로 핫팩을 이용할 수도 있다. 전자레인지로 4분 이내로 덥힌 한 팩을 배꼽 아래에 놓으면 된다. 처음에는 뜨거우므로 배 위에 수건을 한 장 놓고 핫팩을 놓았다가 온도가 떨어지면 수건을 빼는 식으로 이용하면 된다.

잠자리에서의 체온유지도 중요하다. 체온은 새벽녘이 가장 낮아진다. 가뜩이나 체온이 낮아지는데 냉증이 가중되면 아침 기상시의 컨디션이 아주 좋지 않게 된다. 발이 차다면 당연히 수면 양말을 신는 것이 좋다. 잠옷도 적절하게 선택해야 한다. 잠들기 전에 춥다고 느끼면 두꺼운 잠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두꺼운 잠옷과 이불을 선택해서 땀이 날 정도가 되면 마이너스다. 더우면 이불을 덥지 않게 자게 되고, 지나치게 온도가 높아지면 땀이 날 수 있다. 땀이 나면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체온이 떨어지면 기능저하로 인한 아주 다양한 병들이 나타난다. 바이러스 질환도 마찬가지이다. 체온이 떨어져 신체의 기능이 저하되면 바이러스를 이겨낼 능력이 줄어든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걱정이 많은 요즘 보온과 함께 냉증을 치료해야 하는 이유이다.
/한뜸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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