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찌릿찌릿’ 겨울이면 더욱 기승을 부리는 정전기. 서로 다른 물체의 마찰로 생기는 정전기는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도 불청객일 수밖에 없다. 사실 정전기는 전류가 흐르지 않아 치명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그 전압은 수만 볼트(V)에 달해 번개와 맞먹는다. 이런 정전기를 모아 사용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총장 김무환) 기계공학과 김동성 교수·통합과정 유동현씨 연구팀, 전자전기공학과 심재윤 교수·통합과정 이설민씨 연구팀은 황운봉 교수 연구팀, 경희대학교 최동휘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정전기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해 주는 ‘접촉대전(接觸帶電) 나노발전기’의 에너지 총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제작방법을 제시하는 한편, 이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전기에너지로 만들어 주는 변환회로 개발에 성공했다. 

사물의 진동이나 사람의 움직임, 빛, 열, 전자기파 등 일상생활에서 발생했다가 사라지는 에너지를 수확해 사용가능한 에너지로 변환하는 것을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이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서로 다른 물질이 접촉했다가 분리될 때 발생하는 전기 에너지, 즉 정전기를 수확하는 장치를 접촉대전 나노발전기라고 한다. 

 지금까지 접촉대전 나노발전기에 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지만, 정전기를 수확해 발생시키는 에너지의 실질적인 양이 소량에 그치는 점, 마찰되는 순간에만 에너지가 발생하는 점 때문에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공동연구팀은 접촉대전 나노발전기의 에너지 총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마찰력을 집중시킬 수 있도록 나노임프린팅 공정을 사용해 수백 나노미터(㎚ = 10억분의 1m) 수준의 표면구조를 제작하는 한편, 동일한 마찰에서 정전기가 더 많이, 더 빨리 발생할 수 있도록 폴링 공정을 사용해 두 물질 간 전자 이동이 쉽게 일어나도록 했다. 

나노임프린팅 공정이란 나노 금형을 고분자 필름과 함께 쌓아 올린 다음 열과 압력을 가해 나노 크기의 미세한 표면구조를 형성하는 방법이며, 폴링 공정은 높은 전압을 가해 마찰되는 물질 내부 분극의 방향을 바꿔줌으로써 분자구조를 규칙적으로 재배열하는 방법이다. 

한편, 공동연구팀은 이렇게 접촉대전 나노발전기를 통해 만들어진 ‘순간적이고 불안정한’ 전기에너지를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안정된 에너지로 변환해주는 변환회로 제작에 성공했다. 이 변환회로 실험결과, 2.5 마이크로와트(μW)의 에너지가 입력됐을 때 70% 이상의 변환 효율을 기록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제작된 변환회로를 사용하면 외부 전력의 공급 없이도 1.8V의 안정적인 전압을 확보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이는 온·습도계의 센서나 계산기 등을 구동할 수 있는 정도이다. 

이번 연구는 열과 압력을 가하는 나노임프린팅 공정과 전기장을 가하는 폴링 공정을 동시에 적용하여 접촉대전 나노발전기를 제작하는 첫 사례이다. 이번에 개발된 접촉대전 나노발전기 기술과 변환회로를 사용하면 정전기를 모아 생산하는 전기에너지의 양을 늘리고, 안정적인 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다. 이것은 외부 전원 없이 센서를 구동 시켜야 하는 자가발전 시스템 개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성 교수는 “지금까지 접촉대전 나노발전기는 보조 전원을 추가로 이용하여 상용 변환회로를 구동하거나, 단독으로 구동하는 형태에 불과해 안정적인 전기에너지를 확보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번 연구로 기존 한계를 극복하고 정전기를 안정적인 에너지로 변환,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됐으며, 다양한 분야의 공동연구로 이뤄진 성과라 더욱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국방과학연구소 핵심기술연구개발 사업,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최근 물리 화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나노 에너지(Nano Energy)’ 온라인 최신판을 통해 소개됐다.

사진=포스텍 제공
사진=포스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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