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정책 실험하듯 현장도입한 교육 행정 역사 상징”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전국 유초중고 회계와 행정업무를 통합한 K-에듀파인이 2일 개통됐지만 오류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사단체들은 비판 성명서를 내고 대책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육부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으로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K-에듀파인 도입을 서두른 것이 문제의 배경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일 도입된 K-에듀파인이 접속장애가 발생해 업무에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일 도입된 K-에듀파인이 접속장애가 발생해 업무에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K-에듀파인은 17개시도교육청과 학교에서 사용하던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과 업무관리시스템을 통합한 것으로, 기존 에듀파인은 2008년 구축 이후 장비가 노후화되면서 새로운 제도와 정책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새롭게 개선됐다. 기존 재무 행정업무를 완전 통합하고 수기작업을 모두 전자화한다. 

K-에듀파인을 통해 재무/행정시스템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존 기대와는 달리 도입 초기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좋은교사운동은 13일 성명서를 통해 “개통 이후 13일까지 교육현장은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며 “2일부터 경기도와 몇몇 시도의 경우 접속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속출했다”고 비판했다. 학교 업무가 대부분 K-에듀파인을 통해 공문서를 작성하고 결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K-에듀파인 접속장애가 업무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좋은교사운동은 “K-에듀파인의 경우 아래한글 문서를 기반으로 문서작성이 이루지는 시스템인데 새롭게 사용하는 K-에듀파인의 경우 ODT파일과 관련한 어려움이 많았다. ODT파일을 새롭게 설치해야 하는데 이 프로그램이 자동설치가 되지 않았고 수동으로 설치하는 과정에서 한글프로그램을 지우고 새롭게 복구하는 실수가 일어나기도 했다. 새롭게 도입되는 시스템에 대해 학교 담당자의 연수도 확인되지 않았고 따라서 담당자가 일반 교사들에게 연수를 실시하는 과정이 생략돼 현장의 혼란이 과중되었다”고 지적했다.

시스템 도입 이전 ‘베타 테스트’ 과정을 거쳤는지도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계획된 일정 안에 완성하기 위해 제대로 오류를 수정하지 않고 출범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좋은교사운동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면 완성 후 전문가들과 사용자들을 모집하여 베타테스트 과정을 거쳐서 프로그램의 오류를 찾고 수정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사용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정부의 정책 목표에 따라 만들어진 일정에 충실하기에 사용자들의 불편보다는 계획 속 일정 안에 완성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게임 프로그램의 경우 베타 테스트 과정에서 오류가 많이 발생하면 출시를 미루기도 하지만 정부의 전산망 프로그램은 그렇지 않다. 현재 사용중인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 과정에서도 2003년 시행을 앞두고 테스트 서버도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담당 교사들의 연수가 이루지고 전자정부 출범이라는 일정에 맞추느라 여러 문제를 발생시킨 적이 있다. 최근 벌어진 일도 당시의 상황을 다시 떠올리게 해, 다시 학교 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들 것 같아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보다 앞선 8일에는 실천교육교사모임 역시 시스템을 비판하며 교육부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행정업무를 위해 접속을 시도하면 한 시간이 넘도록 시스템이 다음 순서가 진행되지 않거나, 겨우 접속이 돼도 결제하는데 다시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등 학교 컴퓨터가 학년 말 교사의 시간을 잡아먹는 먹통이 돼가고 있다”며 “K-에듀파인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기 위해 필요한 설치 프로그램도 곳곳에서 충돌을 일으키고 있어서 해결방안을 알리는 팝업창만 대여섯 개씩 열어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섣부른 정책을 실험하듯이 교육 현장에 도입한 대한민국 교육 행정의 역사를 상징하는 사태로 규정할 수 밖에 없다”며 “원활한 행정을 위해 도움을 주기는커녕 IT 선진국이라 하는 대한민국에서 기본적인 안정화도 되어 있지 않은 프로그램을 실험하듯이 밀어붙인 처사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